한국영상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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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기자의 현재와 미래
    영상기자의 현재와 미래      한국영상기자협회 편집위원 김정은 기자(KBS)가 영상기자들 이 현재에 무엇을 해야 하고 미래에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영 상기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이번 호부터 총 4편의 글을 영 상기자(협회보)에 게재한다.   제1편 행위와 신념     행위가 신념을 보여주는 예    세상에는 반드시 어떤 행위를 통해서만이, 그것도 모진 시련과 고통이 따르는 행위를 통해서만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런 일에는 필연적으로 깊은 애정이 수반된다. 말이 좀 어 려운가? 예를 한 가지 들어 보자. 일생에 그랜드슬램 (한 산악인 이 세계 8,000m급 14좌(座)와 7대륙 최고봉, 세계 3극점을 모두 등반하는 것)을 달성해 낸 산악인이 있다고 하자. 누군가가 그 산 악인에게 당신은 산을 사랑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이미 그 사람은‘ 그랜드슬램 달성’이라는 자신의 행위로써 산에 대한 자신의 깊고도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고도 남았음을 우리는 안다‘. 그랜드슬램 달성’은 산을 각별히 탐닉(사랑) 하지 않았다면 시도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그랜드슬램을 달성 한 위대한 산악인이‘ 산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이때 사랑이란 말은 그저 단순히‘ 기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에베레스트나 칸첸중가 정상을 정복하는 일은 동네 앞산을 뒷짐 지고 산책하 는 수준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커피를 사랑해서 아침마다 카페 에 들러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마시는 일과도 차원이 다르다. 그 랜드슬램 달성이란 행위 그 자체는 한 인간의 특별한 소명의식, 깊은 사랑, 일생일대의 도전 등을 아울러 표상한다. 그렇기 때문 에 그 행위는 곧‘ 신념’과도 동일한 의미가 된다.   신념을 가르칠 수 있는가?    ‘그랜드슬램 달성’에만 특별한 애정(사랑)이 수반되는 것은 아니 다. 철학과 문학, 경제와 정치, 문화와 언론, 예술 등 모든 분야는 무늬만 다를 뿐 하나같이 인간의 애정(신념)을 먹고 자라는 나무 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기 일을 사랑해 달라고, 자기 일에 신념 을 보여달라고 강제할 수 없기에 모든 분야는 발전과 퇴보의 불 안한 외줄 위를 걷는다. 우리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신념의 실 종을 개탄하는 목소리를 듣는다.“ 학교의 교사가, 정부의 관료 가, 판검사가, 또 수많은 언론인들은 왜 그렇게 신념이 없는가?”    결국 문제는 신념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고 계승되는가 하 는 것이다. 인간의 신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가정이나 학교, 교회나 대학에서 만들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신념이란 것이 애 초에 스스로의 깨달음이나 의지에 달린,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인 가? 신념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히 드문 데다 신념이란 본디 페이퍼를 외워서 가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 기에 어떤 조직의 집단지성, 공동체의 지적 상호 교류는 신념을 다루는 거의 유일한 보루가 되었다. 현대사회에서 어떤 직업의 신 념 체계, 유혹과 불의에 대한 강력한 면역력은 대개 해당 집단의 건강한 지적 활동을 통해 형성되고 강화된다. 그렇기에 특별한 소명의식을 지닌 한 명의 인간, 올바른 신념을 가진 자들 간의 강 력한 연대는 더더욱 중요해졌다. 신념은 개인이 가지는 것이지만 오직 연대와 관계를 통해서 유지되고 강화되기 때문이다.   신념이 없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언론인들의 직장 생활    “사람을 살리는 일, 그것이 우리의 일이다.” 이 통찰력 가득한 의사(외과 전문의 이국종)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신념이다. 영리도 좋고 출세도 좋지만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의무 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란 신념. 이런 말, 이런 주장이야말로 곧 신념의 학교가 되며 또한 신념의 온실이 된다. 그러나 신념을 고 취하고 확장시키려는 도전은 언제나 거센 공격들에 직면한다. 신 념을 지키는 것은 어렵지만, 반대로 신념만 내던질 수 있다면 나 를 편안하게 해 주는 것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편안한 저녁 식사가 있는 집, 얼굴 붉힐 일 없는 재미있는 회사 생활, 장밋빛 미래 전망, 출세, 직급 승진, 특파원과 같은 포기할 수 없는 기회 들, 좋은 평판‘(그 사람은 참 괜찮은 사람이야‘’, 그 사람은 절대 문 제를 일으키지 않아’와 같은), 원만한 대인관계‘(그 사람은 많은 선 후배들과 두루 친해’와 같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은 우리 가 당면해 있는 높은 벽을 절절히 실감하게 했다. 언론인들 스스 로가 아주 대담하게도‘ 신념’에 붉은 딱지를 붙이고, 나아가 박멸 해야 할 대상으로 삼았다. 이 신념의 배신자들은 자신들을 가리 켜‘ 의리’가 있고 조직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라고 말해 왔다. 지난 9년 동안 신념을 북돋고 칭찬하고 확장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로 신념은 나쁜 것이며, 말만 그럴듯할 뿐 몇몇 철없는 운동권의 생각이란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가졌다. 신 념을 가진 사람들은 저항 노조로, 저녁 술자리 토론장으로 모여 들었지만 그들은 점점 더 소수로, 점점 더 뒷방 구석으로 밀려났 다. 신념을 포기한 자들이 승승장구하고 그들이 언론을 좌지우지 했다. 통탄할 일이지만, 모이는 장소마다 언제나 즐거운 대화가 오가고, 부동산이나 주식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주말의 캠핑이 나 댄스 교실에 대한 열정으로 친목과 우정을 다져야 한다고 믿 는 사람들은 언론사 내에 너무도 많았다. 또 그런 이야기(가정생 활, 부동산 투자, 주식, 댄스, 주말 캠핑 등)가 신념 같은 지루한 주제보다 훨씬 더 흥미를 유발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하여‘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지난 9년 동안 언론 사회를 좌지우지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묵묵히 일한다는 것은 누 구에게나 모범이자 귀감이 됐다. 보직자들은 하나같이 불평, 불 만은 삼가고 묵묵히 일하라고 훈시했다. 묵묵히 일하라는 말은 신념을 가지지 말라는 것과 동일한 의미였다. 토론 없이, 치열한 논쟁 없이 묵묵히 일하라. 그러나 그런 말은 언제나 한 인간의 고 귀한 신념을 비웃고, 어떻게든 그 신념을 박살내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신념은 곧 방향이다    제대로 된 목적지로 갈 수 없다면 이미 그것은 무가치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해악이 된다. 환경미화원이 단지 청소를 한 다고 할 때조차 마찬가지다. 원대한 목표를 향해 가지는 못한다 고 해도 적어도 도시 청결, 시민 공간의 정화로 나아갈 때 청소라 는 행위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만약 환경미화원이 단지 시장이 나 도지사 개인 집무실을 단장하는 데 부당하게 동원되어야 한 다면, 그럼으로써 정작 공원과 도로 곳곳이 쓰레기로 뒤덮이게 됐다면 그것은 방향을 잃은 것이다. 아무리 묵묵히 일했다고 해 도 그 성실한 행위는 이미 쓸모없고 무가치한 노동으로 전락한 것이다. 결국 의미와 방향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와 방향이란 결국 신념 없이는, 신념을 수호하려 는 열렬한 노력 없이는 결코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김정은 / KBS   
    2019-01-03
  •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오늘도 시간 외 근무를 신청했다. 아무 리 발버둥을 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봐도 시간 외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 었다. 하루에 리포트 두 개를 제작하고, 틈나는 대로 미세먼지 날씨 스케치를 해 야 하고, 편집실에서 쓰는 넌리니어 편집 기는 에러 경고가 뜨면서 다운됐다. 방송 시간에 쫓겨 편집을 하다 보면 영혼까지 털리는(?) 기분이다. 거기에 주말근무까 지 있으면 정말.. 내가 속해있는 방송사의 영상기자는 5명. 그중 한 두 명은 연차와 대휴를 소진해야 하니 빠져있다. 5명이 다 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은 날이다.    주 52시간 근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필자가 속해있는 방송사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2020년 1월 시 행 예정이다. 장시간 근무 환경에 노출 돼 있는 노동자로서 주 52시간 근무제 는 쌍수를 들고 환영이다. 하지만 걱정 부터 앞서는 건 왜일까. 최근 전주MBC 보도국은 토요일 아침 뉴스 폐지를 결 정했다. 전주MBC를 보는 지역 시청자 는 토요일 아침 뉴스 시간에 우리 지역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뜻이다. 회사 는 앞으로 다가올 주 52시간 근무제를 대비하고, 또한 현 적자 상황에서 인건 비 감소를 실현시키고자 결정했다 한다. 기분이 이상했다. 뉴스를 폐지한다? 비 록 휴일 아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과연 이러한 결정이 맞는 것일까?    이것이 지역사의 현실이다. 토요일 아 침 뉴스를 폐지하듯, 위 제도가 본격 시 행된다면 휴일 뉴스 완전 폐지로 갈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대비하려면 두 가지가 실행돼야 한다. 일을 줄이든지 인력을 보충하든지. 인력 보충은 인건비 지출.. 쉽게 얘기해 돈이 드니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역사에는 쉽지 않은 선택이 다. 그렇다면 일을 줄여야 한다. 시간 외 근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휴일 근무가 자 주 생기지 않도록 회사가 지속적으로 관 리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사의 이러한 노 력은 뉴스 시간의 축소 및 폐지로 이어 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에게 적정 근무 시간을 도입하는 건 환영한다. 하지만 우리의 뉴스가 방송되지 않고, 그로 인 해 지역 시청자의 알 권리 축소로 이어 질 수 있다니 너무도 꺼림칙하다. 일이 많다고 항상 투덜대던 내가, 이러한 걱정 을 하는 걸 보면 아이러니하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로 가야 한다. 작금 의 백화점 나열 방식 뉴스 포맷으로는 주 52시간 근무를 맞추기 힘들다. 지역 현안 을 더욱 면밀히 들여다보고 주요한 핵심 과제를 뽑아내는 능력, 그로 인해 뉴스 시간은 줄더라도 꼭 알아야 할 뉴스, 사 회의 감시견으로서 시청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그런 아이템으로 채워 야 한다. 시간 메꾸기용 뉴스 아이템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뉴스 시 간을 때워야 한다는 데스크의 외침은 머 나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자.) 또한 MBC는 서울 본사를 비롯해 지역 16개 사의 네트워크로 이뤄져 있다. 지역의 문 제는 첨예한 대립도 있지만 비슷한 처지 의 현안도 분명 존재한다. 본사를 비롯해 지역 사들의 적극적인 아이템 공유는 지 역의 문제를 상호 인식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으며, 문제점 제시와 해결책에 이르 기까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안정적으 로 도입하고, 지역 시청자들의 알 권리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다고 생각되 진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면 더 나은 성과를 만들 수 있다.    저번 주 나의 시간 외 근무시간은 10시 간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시간외 근무를 했다. 주말 근무까지 있다면 주 52시간 은 매우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다. 하루 에 리포트 2개 이상, 틈틈이 미세먼지 날씨 스케치, 오래된 넌리니어 편집기로 일을 하다 보니 내 몸은 지칠 대로 지쳐 간다. 난 주 52시간 근무를 손꼽아 기다 리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내 바로 후배는 6년 차 막내. 며칠 후면 7년 차다. 개인 적인 바람은 내 후배가 막내를 탈출할 수 있게 신입 후배를 뽑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바람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통 해 방송 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에서 벗 어나고, 더불어 시청자의 알 권리도 충 족하길 바랄 뿐이다.       진성민 / 전주MBC       
    2019-01-03
  • 2018년을 돌아보며
    2018년을 돌아보며      퇴근길에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네가 김장할 정신도 없을 것 같아서 이모가 해 놓았으니 시간 될 때 찾아가라는 내용이 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고 보 니, 올해도 저물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부 캡을 맡은 지도 1년“. 이렇 게 바쁜 해가 또 있었나?” 할 정도로 정말 정신없는 한 해였다.    2018년의 첫 번째 키워드는 단연‘ 북한’ 이었다. 빅 이벤트인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도 있었지만, 결국은 북한이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방남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판문점 남북 정 상회담과 문재인 대통령 방북까지. 연말 에 김정은 위원장까지 내려왔으면 피날레 까지 멋지게(?) 장식할 뻔했다. 북한 관련 뉴스를 할 때마다 가장 고민스러웠던 것 은‘ 영상취재’와‘ LTE LIVE’였다. 물론 복수의 팀이 나가서 한 팀은 본연의 임무 인‘ 영상취재’에 집중하고, 또 다른 팀은 ‘LTE LIVE’에 집중한다면 고민할 필요 도 없겠지만. 항상 모든 고민의 출발점은 인력부족이다. 어쩔 수 없이 한 팀이 나가야 하고, 그 팀에게 취재기자 현장 연결이 라는 롤까지 주어지면, 더 이상‘ 영상취재’ 까지 바라는 건 무리이다. 눈앞에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취재기자 연결에만 집 중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데스크로서 매 우 가슴 아픈 결정이다. 하물며 현장에 있는 영상기자는 오죽했을까 싶다. LTE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MNG는 점점 경 량화되면서‘ LTE LIVE’는 이제 우리 영 상기자에겐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 고 있다. 기왕 필수 덕목이 된 마당에 보 다 잘 해내야 하겠지만, 부족한 인력에 다 시금 정답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2018년의 두 번째 키워드는‘ 노동시간 단축’이다. 법정 노동시간이 올해 68시간, 내년 52시간으로 정해지면서 팀원들의 노동시간 관리가 데스크의 중요한 업무 가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데스크가“ 고생 하는 김에 조금만 더 고생하자!”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출장을 보낼 때는 교대시기 를 먼저 고민해봐야 하고, 조근자와 대기 자를 구분해서 배정해야 하며, 야간 풀 시간이 19시인지, 21시인지가 중요해졌다. 올해 SBS 영상취재팀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야근자 출근시간 조정이다. 13시간 연속근무 금지 노사합 의에 따라 기존 13시 출근이 19시로 조정 되었다. 야근자가 19시에 출근하다보니 야근자는 야간상황에만 집중할 수 있어 근무여건이 좋아졌지만, 정작 주간에서 야간으로 이어지는 업무에는 공백이 생 길 수밖에 없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데스크는 또 다른 선택을 해야만 했다.    이제 열흘이면 2018년도 지나간다. 1년 을 겪어보니, 데스크라는 자리는 끊임없 이 결정해주고 선택해주는 자리임을 깨닫 는다. 2019년에 내려질 제 결정과 선택에 는 부디 시행착오가 없길 바란다.       이재영 / SBS       
    2019-01-03
  • 새해를 맞아 다짐하는 세 가지
    새해를 맞아 다짐하는 세 가지      다사다망(多事多忙). 2018년 직장인들 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일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쁨’을 뜻한다. 보름도 채 남지 않은 나의 2018년을 되돌아봤 다. 1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4.27 남북정상회담, 6.13 지방선거 등 올해도 굵직한 이슈들이 지나갔다. 나에 게도 2018년은 다사다망한 한 해였다. 하지만, 돌이켜 보건대 영상기자가 된 이후 다사다망하지 않았던 해는 없었 다. 영상기자란 본래 그런 직업이다.    어느덧 5년 차 영상기자가 됐다. 모든 것이 어설프고 부족했던 수습기자 시절, ‘진짜’ 촬영기자가 되기 위해 묵묵히 내 공을 쌓겠다고 다짐한 지 4년이 지났다. 지난 4년간 여러 현장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한 것 같다. 남들은 뉴스로 접하 는 소식들을 나는 현장에서 직접 보고 영상으로 담아 전달했다. 하고 싶은 일 을 할 수 있어 감사하고 보람된 시간이 었다. 2019년에도 이슈들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남한 답방 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까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내년도 다사다망한 한 해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에는 망중한(忙中閑)을 찾으며 몇 가지 목표 를 잡아보려 한다.    새해엔 유연하게 취재하겠다. 취재현 장에서 찍으려는 자와 못 찍게 막는 자 가 만나면 종종 싸움이 일어나는데 나 는 그 빈도가 잦은 편이다. 상대방의 시 비조 말투에 같이 흥분하는 성향이다. 그렇게 감정을 소모하고 나면 회사로 복 귀하는 차 안에서 허무함을 느낀다. 새 해에는 좀 더 침착하고 여유 있게 일하 겠다.    2019년 MBN 영상취재부의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신입 영상기자의 입사가 될 것이다. 5년 만이다. 더불어 나의 부 서 막내 생활도 끝이 난다. 그동안 선배 들로부터 받은 관심과 애정을 후배들에게 되돌려주겠다. 힘든 수습기자 생활을 잘 버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한 선 배가 되고 싶다.    내년은 나에게 특별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기해년(己亥年) 황금 돼지띠 딸이 태어난다. 곧 태어날 아이에게 어떤 아 빠가 되어줄 수 있을지 고민이다. 세상 여러 이야기를 담아내는 일을 하지만 딸 에겐 아름다운 것들만 보여주고 싶다. 2019년은 영상기자로서 그리고 한 가정 의 가장으로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경 에 놓이게 될 것 같다. 한층 성숙해질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희망한다.       라웅비 / MBN       
    2019-01-03
  • 우리가 아는 ‘팀킴’은 김경두의‘ 킴’이었다
    우리가 아는 ‘팀킴’은 김경두의 ‘킴’이었다      지난 11월 8일, 대구의 한 세미나실의 문을 열었다. 그곳엔 평창 동계 올림픽의 스타‘ 팀킴’이 있었다. 그들은 십 분도 지나지 않아 눈물을 흘렸다. 아마 평창에서 이들을 취재해 봤던 기자라면 누구나 이런 날을 예상했을 테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이들과 한 시간이 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듣고도 믿기 힘든 내용이었다. 설마 이렇게 유명해진 이후에도 그런 일이 있을까 싶었다. 게다가 자칭‘ 팀킴의 아버지’라고 했던 김경두 씨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팀킴의 사유화를 넘어 자신의 영광을 위해 팀 킴을 와해시키려 했다.    김경두 씨를 만나기 위해 의성으로 갔다. 그 사이 팀 킴 멤버들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나라가 더 시끄러워졌기에 김 씨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최초에 이사태를 기사화했던 우리가 만나야 했다. 집을 찾고 동선을 파악하려 했지만 그 어떤 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김 씨와 그의 가족의 지문만으로 열린다는 컬링장은 여전히 쇠사슬로 굳게 닫혀 있었다. 의성군청 역시 김경두 씨에 대한 피로도가 이미 상당한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의성 컬링장은 군청의 공공시설인데 김 씨는 군수를 비롯해 컬링장 시설을 궁금해하던 외신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원장도 아니고 회장 직무대행도 아닌 데도 말이다. 그를 만나야 할 이유는 그것 말고도 차고 넘쳤다. 일단 과거 취재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김 씨와 그의 딸인 김민정 전 감독의 차량을 파악한 뒤 기다리기로 했다.    당일 뉴스를 송출하고 밤 10시경이었다. 컬링장 주변의 차량만 보고 있었는데, 문득 뒤편을 보니 사무실 창문 너머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정문의 쇠사슬도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급하게 움직였다. 내부를 확인하려다 일을 그르칠 수도 있으리라고 판단해서 우선 건너편 아파트 후미진 곳에 카메라를 설치한 후 그의 차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에서 김씨의 차를 발견했다. 차에 적힌 전화번호도 일치했다. 단 한 번의 기회뿐이라는 생각에 실수하지 않으려 했다. 우리를 눈치 챌 수 없게 건너편 아파트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잠복했다. 김씨가 나오는 모습을 촬영할수 있고 이후에 우리를 피할 수 없는 위치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작전을 짰다. 얼마나 지났을까, 손에 서류뭉치를 들고 조용히 나오는 김경두 씨와 그의 아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지문 장치를 잠그는 모습도 촬영했다. 의혹만 있던 장면이다. 올림픽 당시부터 인터뷰 컷으로만 쓰이는 김씨의 실제 모습이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다가서서 인터뷰를 시도하자 김경두 씨는 곧바로 자리를 피하면서도 자신은 일평생 컬링에 헌신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그 억울함을 털고자 감사가 끝나면 곧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경두 씨의 말과는 달리 그가 억울함을 벗기 위해 기자회견을 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이미 김씨 일가가 모든 잘못을 시인하고 물러났기 때문이다. 일 년을 넘는 추적으로 SBS의 취재는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규명되어야할 일들은 여전히 더 남아있다. 그동안 제기된 팀 사유화 정황을 비롯해, 사비를 털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착복해온 여러 지원금의 행방, 이중 청구와 같은 의혹은 앞으로 철저히 조사되어야 한다‘. 진실규명’이라는 숙제를 해결할 때까지 김경두 씨와 그 가족들이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SBS / 최준식        
    2019-01-02
  • ‘만족합니다’
    ‘만족합니다’      ‘제가 누른 리코딩 버튼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세상을 바꾸는 영상기자가 되겠습니다’. 내가 입사 면접에서 이야기한 자기소개의 한 문장이다. 지난여름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의 이른바‘ 황제 보석’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이었는데 얼마 전 이호진 전 회장이 7년 9개월 만에 구치소에 재수감되었다. 처음으로 피부에 닿게 언론의 역할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얼마 남지 않은 내년이면 회사에 후배도 들어온다고 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한 명의 온전한 영상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고 있는 시기에 좋은 선배, 선배다운 선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회사에서는 신입 막내이지만, 현장에서는 KBS 카메라를 메고 온 단 한 명의 영상기자이기 때문에 그 순간에는 제가 KBS의 눈과 귀가 된다는 사실에 항상 긴장하고 부담감을 안고 현장에 임하게 된다.    이제는 한국영상기자협회로 이름이 바뀐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저의 대학 시절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저의 현재의 모습이 있기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명카’가 아닌 신입 영상기자로서 2018년 소회의 글을 쓰자 하니 영상기자가 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군 전역과 동시에 처음 협회에 문을 두드린 스물셋의 겨울이 생각난다. 영상기자를 동경하며 준비했던 4년의 시간이 지나고 스물일곱 겨울을 영상기자로 맞게 된 지금 ‘나는 만족한다’.     박장빈 / KBS       
    2019-01-02
  • 한국영상기자협회, 국내 최초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발간
    한국영상기자협회, 국내 최초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발간   구체적인 예시와 판례 등 제시 취재원·영상기자 인권 보호 명시 ▶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 지난 11월 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영상기자협회 주최로 영상보도윤리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언론의 인식 부족으로 초상권 보호 요구를 방관하는 경우가 있어 언론을 상대로 한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 방송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초상권의 인정범위도 넓어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대해 한국영상기자협회는 보도되는 자의 권리와 보도하는 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지난 11월 26일에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영상기자들은 지금까지 언론 취재와 보도과정에서 윤리적, 사법적으로 면책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언론사의 각종 준칙·기준·강령 등은 언론인의 직군을 세밀하게 구분하지 못해 영상기자의 위상을 반영하지도 못해왔다.    영상기자협회는 지난해 세미나를 통해 이러한 현실을 파악하여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연구팀을 구성, 지난 6월부터 연구에 착수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학자, 법조인, 영상기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다양한 관점에서 평소의 고민을 짚어보고, 취재의 방향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추어 토론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취재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점과 방송사, 언론유관기관에서 발간한 가이드라인을 분석한 결과 △방송사에 있는 보도 가이드라인이 영상과 관련된 내용이 부족하고 △방송사나 타 협회에서 만든 가이드라인, 윤리강령은 추상적이거나 혹은 오랫동안 개정하지 않았으며 △시민기자와 종합편성 채널의 등장으로 취재현장이 혼란하여 취재질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취재 경쟁이 과열되면서 자극적인 보도 영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영상기자들의 취재원 인권 보호 원칙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 △권력에 대한 감시나 공인에 대한 폭로, 사건 현장 보도 등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언론 자유와 취재원의 인격권이 상충할 때 현장기자나 데스크가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소 부족한 게 현실임이 드러났다.    특히 전쟁과 재난보도 등 위험 지역의 취재에 있어 방송사 경영진과 간부들은 영상기자들의 안전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방송사가 제작한 보도 가이드라인, 언론단체들이 만든 강령과 취재보도 준칙, 뉴욕타임스의 가이드라인, 일본 방송사와 영국 BBC의 제작 가이드라인을 검토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찰청,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각계의 의견을 가이드라인에 반영했다.   취재현장에서 실질적인 지침이 될 듯    연구팀은 우선 취재 영역을 △사적 공간 △공개 공간 △전시·재난·범죄 상황 △비즈니스·외부 이해 관계 등으로 나눴다. 각 영역에서 기자들이 특정한 취재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취재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집필했다. 전문가들은“‘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구체적 행동 지침이 있어 재판에서도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예시와 판례 등을 적절하게 제시하여 취재원의 사생활과 인권보호에 많은 도움이 될 것” 이라고 평가한다.    경찰청 대변인실 언론협력반장 최충성 경감은“ 피의자 호송 등의 과정이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 피의자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보호를 받지만, 경찰관들의 얼굴은 그대로 보도되는 경우가 있어 경찰관 신원이 공개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모자이크 처리 기준과 범위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이 있어 많은 참고가 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과 감현주 사무관은“ 그동안 권력에 대한 감시나 공인에 대한 폭로, 사건 현장 보도 등 언론의 역할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인권이 상충되는 부분은 존재하고 있었다”며 하지만“‘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언론 스스로가 구성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그 기준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고, 특히 취재 과정에서 촬영에 의한 개인의 초상권, 사생활, 명예, 생명권, 사전동의(미고지), 녹취 등 인권이 침해당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예방할 수 있어서 좋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과제는 실천과 교육    문제는 실천이다. 언론인 스스로 취재현장에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 취재원의 인권을 보호하려면 방송사와 각 언론기관 등에서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알리는 기본교육뿐 아니라 직종별 교육, 실무교육 등 실천을 위한 세부적인 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이 제자리를 잡기 위해선 언론유관기관 및 국가인권위원회, 직종별 기자협회, 언론사 간에도 적극적인 협력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     안경숙 기자      
    2019-01-02
  • 그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영상기자들의 묵시록’
    그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영상기자들의 묵시록’          대충 짐작은 했지만 현실은 더욱 열악했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작업을 하면서 듣게 된 취재현장에 관한 이야기는 외부자로서 다소 충격적이었다. 대다수 영상기자들이 오랜 기간 겪었으며 지금도 겪고 있을 현실은 가이드라인 곳곳에 반영되었다. 그래서 이번 가이드라인을‘ 영상기자들의 묵시록’이라 부르고 싶다.    ‘인권보도준칙’‘, 재난보도준칙’‘, 성폭력범죄보도 세부권고기준’ 등 지금까지 언론 관련 자율규범은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는 기준이지만 이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영상보도 가이드라인>만의 의의를 두 가지로 요약해보았다.    먼저, 영상보도와 영상기자에게만 집중했다. 모든 언론보도가 대체로 그렇겠지만 방송뉴스 역시 일종의 협업 산물이다. 영상기자 외에도 취재기자가 있고 편집·디자인 등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위로는 부장과 국장이 있다. 지금까지 나온 각종 준칙·기준·강령 등은 이러한 기자 내지 언론인의 직역을 세밀하게 구분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다루었다.    특정 직역에 집중해서 구체적으로 자세히 이야기하기란 해당 직역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영상취재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베테랑 현역 기자 세 명, MBC 나준영 부장과 SBS 조춘동 차장, KBS 윤성구 기자의 내공이 가이드라인 전반에 깊게 스며있다. 원고 집필은 주로 교수와 법률가가 맡았는데 여기에 현장의 살아있는 감각이 더해져 생동감 있는 가이드라인이 되었다.    영상이 대세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방송뉴스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매체에서도 영상을 중요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영상의 중요성이 방송사 내부적으로 영상기자들의 위상에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영상이 중요한만큼 이를 다루는 영상기자에게도 그에 걸맞은 역할과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언론계가 주목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기자 자신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인격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이드라인이라고 하면 주로 취재원의 권리를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를 다루기 마련이다. 물론,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저널리즘과 최신 판례, 조정사례 등을 토대로 취재원의 인격권 보호에 관한 진일보한 기준을 제시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이와 동시에, 다른 준칙·기준·강령 등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자 자신의 초상권 보호 관련 내용도 있고 또 영상기자의 생명과 안전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었다.    이번 가이드라인 작업을 함께 했던 KBS 윤성구 기자는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취재를 다녀왔다. 출장이 결정되면 항공편 예약은 물론, 숙박·식사 등 출장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체크하고 준비하는 것을 스스로 해야 한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장에서 기자의 건강과 안전이 전혀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북미 정상회담 당시 윤 기자와 함께 현장을 지키고 있던 타사 기자가 쓰러지는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집필진 중 한 사람인 SBS 조춘동 차장의 이야기는 더군다나 충격적이다. 조 차장이 방송사에 막 입사했을 무렵,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현장에 급파된 조 차장은 극적으로 구조된 생존자가 머무르고 있었던 공간을 찍어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붕괴 가능성이 있어 머뭇거리는 사이, 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선배 기자가 카메라를 낚아채 현장에 진입, 촬영을 마치고 나왔다. 이 광경을 지켜 본 다른 동료는 결국 정신적 충격으로 회사를 그만두기에 이르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방사능에 피폭될 위험이 큰 현장에 기자를 급파하면서 방송사가 챙겨준 것이라고는 목장갑 한 켤레가 전부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말문이 막혔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인격권을 존중받아본 경험이 없는 우리 기자들에게 취재원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의 인격권을 존중하라는 요청은 얼마나 공허하면서 이율배반적이었으며 자기모순이었던가. 연차가 많은 기자가 자랑했던, 숱한 고비와 위험을 극복한 과거의 무용담들은 어쩌면 참된 기자 정신의 발현이 아닌, 그저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은 군대 문화의 잔재는 아니었을까 싶다.    기자라면 응당 자신의 안전과 생명의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을 강요하는 것이 저널리즘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가이드라인에 단호하고 결연한 문장으로 이렇게 썼다‘. 단지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계획에 없는 군이나 경찰의 기동을 요구하는 것은 올바른 저널리즘이 아니다.’(영상보도 가이드라인 60쪽‘) 건물이 붕괴한 사고 현장이다. 회사는 붕괴한 건물에 들어가 취재하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안 된다.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데스크는 안 된다고 말하는 현장의 반응을 수용해야 한다.’(영상보도 가이드라인 67쪽)    사업 초기부터 차년도 작업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기 때문에 아직 보완할 부분들이 있다. 우선, 체계적인 측면에서 총칙을 둘 필요가 있다. 가이드라인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이라든가, 보편적인 원칙을 총칙에서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 또, 현재 다루고 있는 각론 분야(위험·전시·재난·범죄·식품안전·비즈니스·외부 이해관계 등) 이외에 우리 언론 현실에서 시급하게 정리되어야 할 문제와 주제를 선정하여 추가할 필요성이 있다.    끝으로 가이드라인은 만드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단 현재까지의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한 일선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애써 만든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알리고, 교육하고, 실천에 옮겨지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협회 차원에서 더욱 노력해야 할 점이다.     양재규 변호사  
    2019-01-02
  • “한국 언론사(史)의 이정표…윤리적 다짐 넘어 실질적 지침이 될 것”
    “한국 언론사(史)의 이정표…윤리적 다짐 넘어 실질적 지침이 될 것”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연구팀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인터뷰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가장 먼저, 취재원에 대한 인격권 침해 문제를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는 각성을 들 수 있다. 현장에서 영상기자들이 취재 대상의 초상권이나 사생활을 침해하게 되고, 이 때문에‘ 명예훼손’ 이라는 법적 책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이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고쳐지지 않고 반복되는 현실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두 번째는 사회적으로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영상기자를 비롯한 언론인들이 각성하지 않으면 초상권이나 사생활 침해에 대해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따가운 사회적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취재원에 대한 인격권을 지키지 않으면 언론이 배겨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학계와 법조계에 몸담고 있던 연구진들이 목소리를 많이 냈던 부분인데, 영상기자의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표면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현장에서 느꼈던 영상기자의 체감도 있지만, 밖에서 볼 때조차도 기자들의 안전 문제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타개할 방향을 정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언론사나 언론유관단체에서 발간한 보도 가이드라인이 이미 존재하는데.    “언론 기관이나 단체들도 취재와 관련한 강령이나 실천 요강, 준칙들이 있다. 인권이나 재난, 자살 등 구체적인 영역별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기존의 강령이나 준칙들은 언론인의 의지와다짐을 보여주는 데는 매우 효과적일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구체적인 지침을 주기엔 한계가 있다. 또, 이러한 강령들은 어떤 사건을 경험하면서 사건 직후에 만들어진 것이라 지속해서 현장의 규범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방송사들은 각자 제작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것 역시 방송사의 전반적 영역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침의 역할이 미흡한 것 같다. 또한, 방송사에 따라서는 책자 형태로 펴내 공유하기도 하지만, 구성원들이 접근하여 실제로 이용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기존의 가이드라인과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사적 공간 △공개 공간 △위험·전시·재난·범죄 상황 △비즈니스·외부 이해관계 등 영상보도 영역을 크게 네가지로 나누어 해당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95개의 질문 형태로 지침을 정했다. 각 질문에 대한 행동 지침을 제공하고, 해당 지침과 관련한 한국 법원의 판례도 함께 실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사례, 외국의 주목할 만한 사례, 필요하다면 법률 이론도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기관이나 단체의 각종 지침과는 차별점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말 발간된 <영상보도가이드라인>이 언론계 안팎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어떤 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하는가?    “가장 큰 의의는 한국 언론사(史)에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이다. 국내를 통틀어 영상기자들이 취재보도 현장에서 취재원의 인격권을 보호하고, 동시에 기자들의 안전을 확보할 방법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과거를 성찰함과 동시에 미래 지향성을 고려했다.    두 번째는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윤리적 다짐을 넘어 구체적인 법률적 해석과 적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취재 보도현장에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 즉 지침이 될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했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선진적인 외국 언론의 규범을 현 단계에서 반영하여 지침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BBC, NHK가 이런 문제에 봉착했을때 어떻게 하는지를 방향성으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언론 분쟁에 있어서 법적 판단의근거 자료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도 큰 의의다. ”   영상보도로 인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이번 가이드라인이 법적 판단에 영향을줄 거라는 뜻인가.    “그렇다. 언론 분쟁이 발생했을 때 현장의 기자들은 이제는 관행을 이유로 취재원의 인격권을 침해하거나 사생활 침해, 실정법 위반, 나아가 언론인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것을 관행으로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있고, 이걸 지켜야 한다고 하는 것이 언론인으로서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법원은 법적인 판단에 있어‘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인 형태(책자)로 나와 있는데, 왜 이걸 지키지 않았느냐’고 추궁할 것이다. 더는 관행이라고 변명할 수 없는상황이 됐다.”   범죄나 수사, 재판 보도에서 피의자 신상공개를 할 때 기자들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거나 법적·윤리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은 개별 언론인 수준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인권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데, 언론인이 오히려 시민들의 인권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취재원 어떤점을 존중해 주어야 할지, 어떤 점을 존중해주지않으면 안 되는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언론사 내 데스크나 임원진의 시각이다. 지난 수년 동안 데스크와 임원들에게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기본적인 기조들을 말씀드려왔는데, 개인적으로 좌절감을 느꼈다. 관행적으로 위법 행위를 하고, 윤리수준을 지키지 않고, 취재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 일선 기자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것을‘ 기자정신’이라고 생각하는 남성 우월주의적인 인식이 강하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언론사 경영진은 자기 언론인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저널리즘의 질을 확보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언론인도 알고 있고 데스크도 알고 있는데, 경쟁이라는 이유로 이런 다짐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앞의 두 가지가 해결되면 서서히 해결될 것으로 본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서 개선하고자 하는 영상기자의 어려움이 있다면?    “가이드라인에는 두 가지가 담겨 있다. 언론사는 현장 취재 인력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과 언론인 스스로 자기주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에 대한 취재 지시가 내려졌을 때, 언론사는 메르스 현장의 안전성이 확보되었는지 확인해서 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취재 지시를 하면 안 된다. 또한, 기자에게 안전 장비를 갖춰 주고, 취재 전·후에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론인 역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취재 지시를 받으면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면서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이 맞다.”   취재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영상기자들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재난보도에 있어 영상기자들은 생명을 담보로 현장에 뛰어든다. 지난 2010년엔 지역 민영방송 영상 제작팀 기자가 태풍 뎬무를 취재하다 사망한 일도 있었다. 그런데 방송사 경영진들은 기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소극적인 게 사실이다.    “경영진의 태도가 바뀌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언론인의 안전을 확보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한 언론 내부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경영진의 사고방식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을 경우 경제적 부담이 따른다는 걸 경영진이 느낀다면 변화가 올 것이다. 소송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두려워지면 이런 관행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분쟁에 대한 언론의 배상 책임(손해배상액)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언론사 입장에서 감당할 만한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사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임원진의 생각도 바뀔 수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데스크의 부당한 취재 지시, 위법한 지시에 복종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돼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회사의 취재 지시를 현장의 기자가 불복할 수 있을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기자협회와 같은 언론단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또 경영진들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 언론사 내부의 격렬한 토론을 통해 언론 문화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지켜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집필 과정에서도 늘 제기됐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현장 기자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 앞으로 법원이 언론 분쟁을 해결하려고 할 때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 급격하게 현장에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준수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영상기자들이 스스로 돌아보고 달라져야 하는 점도 있을 것 같다.    “먼저 언론인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자기 안전을 스스로 지키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당연한 권리이니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으면 개별적으로 법적 책임 추궁이 따르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몰래카메라의 경우 <가이드라인>은 다른 대안이 있는데도 검토해 보지 않고 관행처럼 혹은 다른 특별한 보도 욕심에 몰카를 사용했다면, 기자에게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관행적인 몰카 사용과 관련해 법원이 방송사 내 윤리강령을 들어 불법성을 추궁한 판결이 있다. 영상과 관련한 법적 분쟁에서 <가이드라인>은 관행과 기준을 판단해 볼 수 있는 매우 강력한 기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영상기자는 취재원의 인권 침해에 대한 고민, 데스크에 대한 보고 등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의 연구팀은 학계, 법조계 인사와 취재현장을 뛰는 영상기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평소의 고민과 취재의 방향성을 바로 잡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면서 학자로서 어떤 점이 도움이 되었나?    “현장 기자들은 내 친구이자 선배이기도 하고, 제자이기도 하다. 특히 많은 기자가 제자라는점에서 안전 확보에 가장 마음이 쓰였는데, 그런 부분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작업이었다는 점에서 좋았다.    이번 연구는 영상기자들의 고충을 많이 접할 기회이기도 했다. 알고 있었던 것에서 나아가 구체적인 사례와 고민을 들을 수 있는 자리여서 보람있게 생각한다.”   <가이드라인>이 나오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는지.    “제작 마지막 과정에서 인쇄된 책을 모두 폐기처분을 한 일이 있었다. 바로잡아야 할 곳이 있어 부분적으로 수정할 수도 있었는데, 전량 폐기하고 새로 교정을 해 재제작했다. 한국영상기자협회 한원상 회장의 특별한 의지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 회장이 일본 자료를 꾸준히 번역해 연구 모임에 제공하는 등 <가이드라인> 작업에 상당한 열정을 갖고 있었는데, 책에 발간사도 넣지 않고 사양하더라.    하지만 어려움보다는 좋은 기억이 많다. 지난 몇 년 동안 방송사에서 영상기자들의 크레딧이 삭제된 시절도 있었는데, 글을 쓸 기회가 별로없는 영상기자들의 어려움을 밖으로 드러낼 기회라고 생각해 이번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나를 포함해 학자들은 현장의 경험을 들을수 있어 좋았고, 현장에 계신 분들과 판례나 이론에 관해 토론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참여자들끼리 소통이 좋아서 보람이 컸던 작업이었다. 이 자리를 통해 열정, 사명감, 헌신의 자세로 함께 작업했던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앞으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미흡하고 부족하지만, 이것이 현장에 침투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법원 판결문에서 <가이드라인>을 자꾸 언급해 주는 것이다. 취재 보도에 있어 불법적인, 바람직하지 않은 관행의 개선을 위한‘ 법적 책임의 기준’으로 적용한다고 드러 내 준다면 빠른 속도로 현장에 침투할 수 있을 것이다.    영상기자협회와 경찰청, 검찰청 간의 협업도 중요하다. 취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포토라인이나 피의자 신상 공개, 범죄사실 공표 등에 있어 검·경과의 <가이드라인> 공유가 중요하다.    언론사 내부의 적극적인 교육과 함께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적용하면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고민을 수정, 보완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영상기자협회나 언론유관기관, 시민사회단체에서 상을 줄 때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평가 항목으로 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침투 방법일 것이다.”     안경숙 기자  
    2019-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