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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산되는 뉴스룸 AI, 신뢰의 저울대에 서다
    확산되는 뉴스룸 AI, 신뢰의 저울대에 서다제작 현장 곳곳으로 스며든 인공지능, "속도보다 중요한 건 신뢰"▲  Ai로 생성한 가짜 늑구 사진  방송 뉴스 제작 현장에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KBS는 AI 통합 시스템 'KAIROS'를 전사적으로 도입해 뉴스 제작 전반에 AI 프로덕션을 접목하고 있고, MBC는 AI 전담 사내기업 '도슨트11'을 설립해 기민하게 대응에 나섰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언론계도 마찬가지다. 올해 퓰리처상 수상자 중 8명이 기사 작성에 AI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AI는 이제 특정 언론사만의 실험이 아니라 전 세계 저널리즘의 공통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편리함 뒤에 남는 질문들   그러나 제작 일선에서는 AI의 전면적 도입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TTS(Text-to-Speech) 활용을 둘러싼 갈등이다. 아나운서나 성우의 음성을 등록시켜 내레이션을 손쉽게 생성하려는 시도에 대해 해당 직역 종사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KBS 역시 기자들을 대상으로 TTS 서비스용 음성 샘플 등록을 진행 중이지만, 참여율은 한 자릿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의구심도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본인의 동의 없이 자신의 인격권이 활용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기자들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AI 활용의 범위와 층위가 다양해지면서 그 깊이와 한계를 둘러싼 고민도 커지고 있다. 각 언론사와 언론지원단체, 언론노조 등 여러 유관 단체가 저마다 AI 제작·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기준으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언론사별로 처한 상황이 제각각인 데다,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단체들의 강제력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AI로 손쉽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시청자와 소비자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EU의 AI법은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이용자가 식별할 수 있는 라벨을 부착하도록 투명성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AI 라벨이 붙을수록 사람들은 해당 콘텐츠에 대한 흥미와 신뢰도를 오히려 낮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실 전달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영상기자들 입장에서 이러한 흐름을 그저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올해 초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의 가짜 사진을 진짜 사진인 것처럼 잘못 보도한 언론사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AI 이미지의 정교함이 높아질수록,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사진과 영상 전반에 대한 신뢰도 역시 함께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지금이 중요한 시기   뉴스라는 공적 영역에서 AI를 올바르게 활용하고 신뢰도 높은 정보를 시청자에게 제공해야 할 사회적 책무는 결국 영상기자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가짜 정보로 인해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영상기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실천에 나서야 할 중요한 시기다.  KBS 신봉승 / 본지 편집장
    2026-09-01
  • 섞어 쓰고, 무단 공개까지···청와대발 영상 저작권,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섞어 쓰고, 무단 공개까지···청와대발 영상 저작권,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개방의 원칙 뒤에 가려진 저작권 침해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대통령 국정 활동을 KTV를 통해 전면 공개하겠다는 '개방' 원칙을 내세워 왔다. 명분은 훌륭하고, 방향성에도 적극 찬성이다. 그러나 방법에는 문제가 많다.문제는 청와대가 지불하지 않은 비용으로 만들어진 영상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출입 영상기자들(1풀·지상파, 2풀·종편으로 구성된 영상취재풀단)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취재 인원이 축소되던 시기부터 KTV와 촬영 현장을 공유해 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공동취재영상'이 명확한 절차나 동의 없이 KTV의 콘텐츠 서비스(이매진, 나누리 등)를 통해 사실상 무제한으로 공개되고 있다는 데 있다. 국가기관이 민간의 저작재산권을 가져다 쓰는 구조기자가 촬영한 보도영상은 명백히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면서, 그 저작재산권은 풀단에 참여한 언론사에 귀속된다. 무단 복제·배포·방송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다.그런데 정작 청와대를 출입하며 이 원칙을 취재해 온 영상기자들의 영상이, 청와대 전속 촬영을 맡은 KTV의 손을 거쳐 사전 동의 없이 재유통되고 있다.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KTV가 제작한 영상을 공공재로서 무료 배포하는 것과, 민간 방송사들이 인건비와 해외 순방 동행 비용까지 들여 촬영한 영상을 함께 섞어 배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취재에 들어간 비용과 노동의 주체가 다른 이상, 그 영상의 유통 권한도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 영상기자들의 일관된 문제 제기다.실제 KTV 관계자조차 최근 한 통화에서 "국영방송(KTV) 입장에서 이 문제를 핸들링할 권한이 자신들에게 없다"며 "관계 조정은 결국 춘추관이나 홍보수석실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작 책임 있는 결정권자들은 문제를 서로에게 떠넘기는 사이, 침해는 계속 누적되고 있는 셈이다. 해외 사례에서도 찾기 힘든 관행백악관을 비롯한 언론 선진국의 경우, 전속 촬영팀이 찍은 영상을 프레스풀에 공유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반대로 민간 언론사 소속 취재진이 촬영한 풀 영상을 정부 기관이 가져다 자체 채널에 무단 공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청와대 출입경험이 있는 민간 언론사의 한기자는 "민간 기업이었다면 이런 방식의 영상 사용은 애초에 허용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더구나 해외 순방과 같이 취재 인원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영상기자풀단과 KTV가 '통풀'로 촬영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마저 구분 없이 KTV의 서비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취재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내 취재와 해외 순방 취재를 다른 잣대로 취급할 근거도 없다. 동일한 성격의 저작권 침해가 장소만 달리해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 기록의 미래를 위해서도 분리가 우선이다이 문제는 단순한 업계 이해관계 다툼으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한 출입기자는 최근 사석에서 "정부가 영상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저작권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TV 자체 촬영분과 민간 풀단의 취재분이 뒤섞여 있다 보니, 향후 대통령 기록물로서 정식으로 정보 공개를 하려 해도 저작권 문제에 걸려 오히려 공개가 막히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당장의 편의를 위해 계속 섞어 쓰기보다, 지금이라도 KTV 자체 제작분과 민간 풀단 취재분을 명확히 분리해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대통령 기록의 온전한 보존과 공개에도, 저작권 분쟁 예방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풀단 스스로도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야 할 때구조적 해법을 요구하기에 앞서 짚어야 할 대목도 있다. 현재 청와대 출입 영상취재는 1풀(지상파), 2풀(종편) 등으로 나뉘어 있고, 여기에 KTV와의 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창구가 여럿으로 나뉘어 있는 한, 청와대 측에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언론홍보 담당자들 역시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문제 해결을 미루기 쉬운 구조다.영상기자들 스스로 단일한 취재풀 체계를 갖추고 창구를 일원화해야, 정부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와 불투명한 영상 유통 관행에 대해 힘 있고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는 청와대의 결단만큼이나 언론계 내부의 과제이기도 하다. 조속한 해법이 필요하다영상기자들은 이미 여러 차례 개선을 요구해 왔다. ▲공동취재영상 사용 시 저작권 안내 문구 고지 ▲사전 동의 없는 이매진·나누리 공개 중단 ▲풀단 영상 사용 시 사전 동의 절차 마련 등 요구 사항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다.그럼에도 춘추관 측은 "내부 검토와 법률 검토에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방송·콘텐츠 산업의 저작권을 가장 앞장서 보호해야 할 정부 기관이, 정작 스스로 저작권 침해 구조를 방치하고 있다면 이는 방관을 넘어 묵인에 가깝다. 개방과 소통을 국정 기조로 내세운 정부라면, 그 개방이 누군가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며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지부터 돌아봐야 할 때다.                                                                                                   KBS 신봉승 / 본지 편집장
    2026-09-01
  • 방송법 바뀐지 1년···'정치적 후견주의' 벽 넘었나
    방송법 바뀐지 1년···'정치적 후견주의' 벽 넘었나첫 국민추천제 앞둔 MBC··· 달라진 제도, 엇갈린 성적표▲8월 24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YTN 정상화 촉구 언론현업단체 기자회견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강화하기 위해 개정된 방송법이 26일 시행 1년을 맞는다. 정치권이 사실상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을 좌우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이사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고, 국민이 사장 선임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정치적 후견주의를 막겠다는 것이 법 개정의 핵심 취지였다.개정 방송법에 따라 KBS 이사회는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EBS 이사회는 9명에서 13명으로 이사진 정원이 늘었다. 이사 추천권도 국회를 비롯해 학회, 변호사 단체, 시청자위원회, 방송사 임직원 등으로 다원화됐다. KBS·MBC·EBS는 사장을 선임할 때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보도전문채널인 YTN·연합뉴스TV는 사장추천위원회를 노사 합의로 설치해야 한다. 이사회는 재적 5분의3 이상이 찬성하는 특별다수제 의결을 거쳐 사장 후보자를 최종 확정한다.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각 방송사는 보도책임자 임명 시 종사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방송편성책임자 제청과 방송편성규약 제·개정, 시청자위원 추천 권한 등을 갖는 편성위원회를 방송사업자와 종사자 대표가 각각 추천해 꾸려야 한다.방송법이 통과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제도의 성적표는 방송사마다 다르다. MBC는 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출범하면서 개정 방송3법에 따른 첫 국민추천 방식의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다. 반면 KBS는 법 통과 1년 만에 편성위원회가 가동돼 이제야 편성규약 개정 논의를 시작했고, YTN은 법이 의무화한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아직 구성하지 못했다.제도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나타났다. 정치권의 이사 추천 지연과 추천 후보 자격 논란, 방송사 내부 갈등 등이 맞물리면서 법에 명시된 일정이 지켜지지 않거나 논의가 공전됐다.  김서중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정치권에서 추천하는 공영방송 이사 몫이 여전히 남은 건 아쉬움이 있지만 추천 주체 다변화가 이뤄진 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운영에 나타난 부작용이나 부족한 부분은 새롭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BS, 뒤늦게 문 연 KBS 편성위…편성규약 개정 이제 ‘첫발’   KBS 이사회는 지난 12일 ‘제28대 사장 선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개정 방송법에 따라 100명 이상의 국민추천위가 사장 후보 추천 과정에 참여하게 되며, 특위는 국민추천위 구성과 후보 추천 절차 등 세부 규칙을 마련한다.  김서중 교수는 지금 공영방송 이사 추천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집중됐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편성위원회”라고 강조했다.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라고 한 것은 이사 추천도 중요하지만 평소 방송 내용이 제대로 되고 있는가 협의하라는 얘기”이므로 편성위가 본래 목적에 맞게 운영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KBS는 이사회 직후인 지난 14일부터 편성위를 가동하고, 세 번째 회의에서 가까스로 운영 원칙에 합의하면서 실질적인 이행 단계에 들어섰다.   KBS 편성위 출발은 법 시행 이후 1년 가까이 지연됐다. 복수 노조가 있는 KBS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이승철)의 과반 노조 지위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고, KBS노조가 편성위 구성 절차를 문제 삼아 소송과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사측은 법적 분쟁을 핑계로 편성위 개최를 미뤘다. 그 사이 편성위가 규정을 마련해야 하는 임직원 추천 이사 3명과 시청자위원회 추천 이사 2명의 선출 절차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뒤늦게 문을 연 편성위는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14일과 18일 열린 두 차례 회의에서는 위원장 선출과 회의 정례화 방식 등을 놓고 노사 간 입장 차만 확인했다. 사업자 측은 김우성 부사장이 맡는 단독 위원장 체제를, 종사자 측은 노사 공동위원장 체제를 주장했다. 종사자 측 편성위원들은 당시 “사업자 측이 편성규약을 개정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이 드는 지경”이라며 “방송법 개정의 취지는 제작 자율성을 강화해 공영방송의 보도 및 편성의 독립성을 신장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지난 20일 3차 회의에서는 처음으로 진전이 이뤄졌다. 양측은 편성규약 개정 논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주 2회 회의를 열기로 했다. 회의는 종사자 측과 사업자 측 대표가 번갈아 진행하고, 공동위원장 호선 문제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양측은 각자 마련한 편성규약 개정안 초안을 교환한 데 이어 26일 4차 회의부터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  편성규약 개정은 내부 규정 정비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개정 방송법에 따라 KBS 편성위는 시청자위원 추천과 임직원 추천 이사 선출 방식,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등에 관한 사항을 편성규약에 담아야 한다. 편성위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현재 KBS 이사회는 정원 15명 중 8명만 임명된 상태로, 임직원·시청자위원회 추천 몫 5명과 국민의힘 추천 몫 2명이 아직 공석이다.  최광호 종사자 측 편성위원 대표(KBS 기자협회장)는 “시기적으로 가장 시급한 것은 ‘방송법이 정한 임직원 추천 이사 3명을 어떻게 뽑을 것인가’가 처음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하고, 시청자위원회 구성도 법안 취지를 살려 그동안 사측이 지명해 왔던 것과 어떻게 다르게 구성할 것인지 처음부터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 외에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는 대상을 누구까지 하고 투표권을 어디까지 줄 것인지, 중간평가는 대상을 누구로 할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이어 “26일 회의에서 곧바로 안건이 좁혀지거나 타결까지 가긴 어렵겠지만, 각자가 왜 이런 편성규약을 마련했는지 배경을 설명하고 각 조항의 기대효과를 설명하면서 서로를 설득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회사가 어느 정도 안을 가져올지, 향후 논의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할지 아직은 열려있는 상태이고, 지난 3차 편성위를 통해 논의를 정례화하고 속도를 내자는 데 사측도 구두 동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적극 임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반노조인 언론노조 KBS본부 이승철 본부장은 “현재 야당이 이사 추천을 하지 않고 있고, 임직원 추천 3명과 시청자위원회 2명 등 5명은 편성규약이 개정돼야 그에 따라 선출할 수 있는데 그걸 책임진 방송사업자 측이 편성위 개최를 끊임없이 거부해 왔다”면서 “뒤늦게 편성위를 열었지만 앞으로도 지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장 선임을 방치하는 것은 개정 취지에도 맞지 않는 만큼 이사회가 지금부터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MBC, 사장 공모 시작…‘정치적 후견주의’ 끊을 첫 시험대   MBC는 새로운 제도 안착을 위한 실질적인 단계에 들어갔다. MBC는 24일부터 개정 방송3법에 따른 첫 MBC 사장 공모 절차를 시작했다. 권순표 전 ‘뉴스하이킥’ 앵커, 박성호 저널리즘책무실 국장, 이근행 전 콘텐츠전략본부장, 이성주 iMBC 이사(가나다 순) 등이 이미 공개적으로 출사표를 던졌고, 안형준 현 사장을 비롯해 김경태 전 공영미디어연구소장, 박건식 기획본부장, 이동애 전 기획국장, 이호인 여수MBC 사장, 임영서 전 보도국장, 전동건 전 울산MBC 사장, 최장원 전 보도국장 등도 지원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이번 사장 선임은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도록 한 제도가 실제 작동하는 첫 사례다. 방문진 이사회가 지난 14일 이사회에서 확정한 사장 선임 절차에 따르면, 방문진은 27일까지 사장 지원서를 접수받아 서류 심사를 통해 최대 8명을 추린 뒤 다음달 4일 면접을 거쳐 국민추천위에 넘길 후보 4명을 선정한다. 150명 이상으로 구성되는 국민추천위는 9월12일 4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정책발표회와 평가를 진행해 최종 후보자 2명을 방문진 이사회에 추천한다. 국민추천위 정책발표회와 최종 선임 이사회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된다. 방문진이 다음 날인 13일 이사회를 열어 최종 후보자 면접과 결선투표를 거쳐 사장 내정자를 결정하면 내정자는 MBC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최종 사장으로 확정된다.   새 제도가 운용되는 과정에서 한계도 있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 자문 활동을 했다는 결격 사유 논란이 불거진 오태규 이사는 추천권자인 더불어민주당이 후속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14일이 지나 자동 임명됐다. 정치권의 임명 지연을 막기 위해 도입한 자동임명 조항이 후보 검증 논란으로 이어진 사례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전성관)는 성명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추천권자로서 검증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자동 임명 조항 뒤로 숨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공영방송을 정쟁 속 자리 챙기기의 도구로 삼아왔던 과거 정치권의 행태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김서중 교수도 “특정인의 자격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제기됐을 때 진실을 가려야 할 추천 주체와 방미통위가 책임을 방기했다는 점”이라며 “법의 취지에 맞게 각 주체가 책임 있게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MBC에서 시작되는 첫 국민추천제는 개정 방송3법의 성과를 평가할 가장 직접적인 시험대가 됐다. 국민추천위가 정치권과 이사회의 영향력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최종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 사장 선임 제도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방미통위의 유진 최대주주 승인 후속 처분이 ‘공적 지배구조’ 회복 쟁점   개정 방송법 1년의 성적표가 가장 복잡한 곳은 YTN이다. 개정법은 보도전문채널의 사장 선임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YTN은 법 시행 3개월 이내로 정한 지난해 11월26일은 물론, 방미통위회가 시정명령을 통해 다시 제시한 올해 7월31일의 사추위 구성 이행 기한을 넘겼다.  사추위 구성이 공전하는 데는 방미통위의 책임도 크다. 방미통위는 지난 4월부터 구 방송통신위원회의 '유진그룹 YTN 인수' 승인 처분 적법성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25일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법원이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을 인정함에 따라 항소까지 포기했던 방미통위가 후속 행정처분을 미루면서, YTN 현장의 파행과 저널리즘 침해논란은 가속화되고 있다.   전준형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장은 YTN 사태를 윤석열 정권이 자행한 방송장악의 상징적 사례로 규정하며 방미통위의 즉각적인 결단을 촉구했다. “YTN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은 방통위가 불법적으로 행정 처분해서 벌어진 것으로, 이를 복원하고 바로잡는 책임 역시 방미통위에 있다”는 것이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유진그룹의 최대주주 자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사이 YTN의 공정방송 제도와 내부 견제 시스템이 망가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YTN 이사회 산하 저널리즘 책무위원회의 ‘보도 검증’ 활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YTN지부는 이사회가 방송편성 영역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서중 교수는 YTN 문제를 특정 정부 시기의 잘잘못을 따지는 차원을 넘어 ‘보도전문채널의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방미통위 위원들이 정치권 추천으로 임명됐더라도 공적 기구의 위원이 된 이상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선 안 된다”며 “YTN 같은 보도전문채널이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고 공공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김 교수는 특히 “사유화된 미디어가 공공적 소유 구조를 갖고 있는 미디어에 비해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어렵다”며 YTN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소유구조를 공적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준형 지부장은 “지금의 모든 일들은 결국 방통위가 불법적으로 유진을 최대주주로 승인하면서 벌어진 것”이라며 “방미통위가 유진에 대한 최대주주 승인만 취소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라고 못박았다.   방송법이 개정된 지 1년. 새 이사회와 사장 선임 방식이 정권 교체에 따른 공영방송의 부침을 끊어낼 수 있을지, 법으로 보장된 편성의 독립이 방송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개정 방송법 2년 차의 과제가 남아있다.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6-09-01
  • 1945년 8월 16일, 해방의 거리 ‘우리의 뉴스’를 기록하는 ‘영상기자’가 등장하다
    1945년 8월 16일, 해방의 거리 ‘우리의 뉴스’를 기록하는 ‘영상기자’가 등장하다▲1945년 8월 26일 평양에 입성하는 소련군을 취재중인 김학성 영상기자   1945년 8월 15일은 우리민족이 빛을 되찾는 기쁨으로 ‘민족의 해방’을 맞이한 ‘光復’의 날이었다. 그리고, 하루 뒤인, 1945년 8월 16일은 한국의 영상기자들에게는 꼭 기억해야 할 날이다. 우리땅에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영상기자들이 등장해, 전국팔도에 고을과 거리의 한국민들에게, 해방의 기쁨이 쏘아 올린 빛을 카메라에 담아, ‘뉴스영상’라는 우리의 기록, 우리의 현대적인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처음으로 시작한 날이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15일 오후 일본제국주의는 연합군에 항복을 선언했다. 일본천황이 이를 인정하는 라디오발표를 했지만, 이 소식은 당일 조선 민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하지만, 전날부터 일본정부의 항복을 감지하고 안전한 퇴각을 준비하기 위해, 조선총독부는 여운형이 중심이 된 건국준비위원회와 일제의 항복 이후를 논의하는 비밀협상을 진행했고, 8월 15일 조선의 모든 식민통치기관과 공공기관에 소속된 일본인들에게 해당 기관에서 철수할 것을 명했다.  1920년대부터 우리만의 영화제작을 위해 노력하던 식민지 조선의 영화인들은 영화제작사와 신문사의 뉴스영화반을 만들어 조선만의 영화산업과 스타일, 제작토양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이런 노력은 1926년 나운규의 ‘아리랑’이 전국적 흥행은 물론, 일본에서 개봉되는 대성공을거두며 민족영화의 등장이라는 성과를 가져왔고, 그 여세를 몰아 1930년대 조선의 영화인들이 만든 영화들이 일본에서도 흥행하는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일제는 대동아전쟁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식민지 조선도 전시동원체제로 급속히 편입시키려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조선의  영화산업과 영화인들을 전시동원체제 강화를 위한 선전-선동의 수단과 일꾼으로 강제편입 시키기 위해 ‘조선영화령’을 발동했다. 이에 의해, 우리영화의토대를 쌓아가던 영화제작사들은 1942년 ‘조선영화제작주식회사’라는 일제의 국영영화기관으로 통폐합되었다. 그리고, 1945년 8월 15일까지 조선의 영화인들은 ‘조선영화제작주식회사’에소속되어 일제의 대동아전쟁을 선전하고, 조선민들의 참전과 전시생산체제로의 동원을 부추기는 프로파간다 영화제작에 참여하며, 영화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연명하거나, 이를 거부하고영화제작의 현장에서 떠나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졌다.   1945년 8월 15일 조선총독부에 의해 일본공무원들의 조선 내 해당기관 철수가 명해지자 ‘조선영화제작회사’의 대표와 관리를 맡았던 일본인 책임자들은 소속된 영화인들에게 조선해방의사실과 자신들의 철수사실을 알리고 현장을 다급히 떠났다. 누구보다도 조선의 해방을 열망해왔고, 우리 시선의 우리 이야기를 담은 우리의 영화제작을 염원했던 조선영화제작회사 소속 영화인들은 그날 저녁 긴급 회의를 열고, ‘민족해방이라는역사적 대사건과 해방의 감격을 조선의 영화인으로서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 우리 영화인들은 긴급하게 ‘뉴스영화반’을 조직해 조선팔도 전국 각 지에서 벌어질 민족해방에 대한 조선민들의 환희와 새나라 건설을 향한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자고 결의했다. 그리고, 이들은 굳게 잠겨줘 있던 ‘조선영화제작주식회사’의 창고문을 따고, 보관되어 있던 8대의 카메라와 필름을 꺼내 전국 각 지에서 벌어지는 해방의 상황을 기록할 <조선영화건설본부>를 결성하고 산하에 뉴스취재팀을 편성했다.그리고, 다음날부터 서울 곳곳에서 이뤄진 민족해방을 맞이한 역사의 현장을 카메라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해방된 우리의 산하에 우리의 시각과 우리의 정체성을 갖고 우리의 모습과 이야기를 기록하는 우리의 영상기자가 등장한 ‘역사적 그날’이 시작된 것이다. ▲ 1945년 8월16일 해방소식을 듣고 서울역 앞으로 모인 시민들을 뉴스촬영대가 기록한 영상  ‘뉴스대’라고 불린 뉴스취재팀은 최고참인 이명우를 필두로 김학성 등 5명의 촬영감독들이 영상기자가 되어 카메라를 들고 해방된 조선의 거리로 나섰다. 그들은 1945년 8월16일 정오 무렵 휘문고에서 열린 건국준비위원회 집회, 여기서 광복을 알리는 여운형의 대중연설, 오후 4시경 서대문형무소에서 정치범을 비롯한 수감자들이 석방되고 이들과 가족, 거리의 군중들이 함께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장면, 이후 이들이 서울역까지 행진하고 일제로부터 해방된 기쁨을 함께하기 위해 합류하는 민초들의 모습, 조선총독부 건물에서 일장기가 내려가고 항복조인식을 하는 장면, 미군과 소련군이 우리땅에 진주하는 장면, 일제치하 35년간 좌절하지 않고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벌였던 임시정부를 비롯한 독립지사들의 귀국장면 등 광복의 순간 순간, 우리 민족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현장에서 한 장면 한 장면을 영상에 담아갔다.   그리고, 그들이 기록한 해방의 순간들은 그해 9월 24일 미군정의 정식허가를 받아 <해방뉴스>라는 제호로 전국 방방곡곡 해방의 소식과 기쁨을 알리는 최초의 뉴스영화로 보급, 상영되어해방된 조선의 백성들과 만나게 되었다.    1885년 세상에 등장한 영상기술과 그 생산물인 영상을 활용해, 자주적인 사회적 기록을 하고, 그 산물인 영상물을 사회구성원들이 활발하게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근대적 커뮤니케이션의역량을 가졌느냐의 여부에 따라, 어떤 국가와 사회는 공통의 인식과 이해에 바탕한 여론을 빠르게 형성하고, 자주적 근대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고, 그 역량이 미비하거나 작동하지 못한 사회와 국가는 주권을 침해당하거나 식민국가로 전락하는 고통을 겪었던 결과를 역사적으로 분석해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1945년 8월 16일 비로소 우리의 시선과 관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뉴스로 제작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땅의 사람들이 함께 ‘오늘’을 직시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 날. 영상기자와 뉴스영상이 등장한 날, 바로 그날이다.---------------------------------------------------------------------------------------------------------------------* <해방뉴스>의 존재는 2005년 일본에 존재하던 판본을 한국영상자료원이 입수해 복원 후 공개하면서, 역사문헌과 증언의 기록에서 실제하는 현실로 증명되었다. 그리고, 지난 8월13일 KBS 다큐인사이트 <되찾은 시간>편에서 당시 뉴스영상을 복원한 다큐를 통해, 한국사회 최초로 영상기자가 등장한 날, 그들이 촬영한 해방의 순간들을 방송했다.  * 참고자료: 1) 나준영, 《한국 영상저널리즘의 변화에 관한 연구: 1970년대와 80년대의 MBC 영상저널리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석사논문, 2010, p.8~18.2) YTN, 『일제시대 우리말영화 첫 공개』, 2005.3.1. 방송 뉴스리포트3) KBS, <다큐 인사이트- 되찾은 시간 - 8.15의 기록> 26.08.13 방송(https://www.youtube.com/watch?v=4AX9erOM29o)                                                                                                                    나준영 MBC 영상기자
    2026-09-01
  • 제129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수상소감 '산불 카르텔'
    <제129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수상소감>뉴스탐사기획 보도부문 - SBS 설민환산불 카르텔  지난해 3월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그 일대 지역이 통신까지 끊겨 LTE 중계는 물론 현장 영상 송출도 어려웠던 기억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의성에서 시작해 주변 청송과 영덕까지 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된 초대형 산불로 그 피해 현장은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다. 천년 고찰 고운사는 잿더미가 되고 불길이 지나간 과수원, 농장, 산림 등은 폐허가 돼조용했던 산골 마을은 온통 타버려 사상자가 속출했다. 그에 앞서 2019년에 발생한 강원도 고성 산불을 취재할 때도 화마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과 생활터전 등 재난 구호와 피해 복구에만 주목했었고, 산림 복원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당연히 우리가 내는 많은 세금으로 산불 피해 복원 사업을 잘 하고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터 저널리스트인 배여운 기자가 산불 조림업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수상한 점을 발견한 것이 이 취재의 시작이었다. 조림 사업에 입찰한 업체들이 회사명은각각 달랐지만, 회사 연락처가 대부분 동일했다. 이러한 미심쩍은 데이터 결과를 듣고, 관련  전문가와 기사들을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우리나라 산림 복원과 조림 사업 분야에 수십 년째 카르텔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문가의 이야기들 듣고자 현장에 동행하기로 했던 모 교수는 그 지역에 자기 제자가 해당 기관에서 근무 중이라 취재 직전에 인터뷰를 취소했던 일이 있을 정도로 카르텔이 매우 심각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어느 한 단체의 기자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전하던 한 지역 방송기자가“지역 기자들은 보통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서 많이 힘들다고 생각할 텐데, 그보다 지역 안에서의 유착과 담합을 이겨내고 취재를 해야 하는 환경이 가장 힘들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산림 복원과 조립사업에 해당하는 지역과 기관들이 대부분 지방에 위치해 있고, 취재가 시작되면 삽시간에 SBS가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 질 수 있어 현장 매뉴얼 등을 지키지 않고 불법으로 운영되는 현장 영상들을 은밀하게 게더링 해 나갔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업체나 기관들이 방어를 할 시간을 벌지 못하고, 폐업을 하는 등 숨지 못하게 치밀하게 준비를 해서 신속하게움직였다. 동시에 조림 사업의 입찰 과정과 자격증 대여 실태, 그리고 카르텔이 반복되는 원인 등 연속 보도용으로 기사를 설계해 나갔다. 주로 산사태가 발생하기 쉬운 산 속부터 조림 사업을시작하기 때문에 작업 현장 자체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경사가 심해 촬영하기에 위험한 곳도 많았다. 또한 의심 업체들의 법인등기부등본을 모두 열람해 대표자명, 주소, 폐업 여부 등을 대조한 뒤, 데이터로 걸러 낸 유령 업체의 주소지를 일일이 찾아다녀야했다. 등기상 회사가 있어야 할 자리에 해당 업체 대신 19년째 영업 중인 동네 미용실이 장사를 하고 있거나 미수령 우편물이 잔뜩 쌓여 있었고, 상시 근무자는 어디서든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어떤 업체의 주소지를 찾아갔더니 곳곳에 쳐져 있는 거미줄을 뚫고, 어두컴컴한 폐건물 속을 촬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되자 조림 업체들은 전화 연락을 받지 않았고, 네이버 카페 게시글을 삭제하는 등 조용히 숨어버렸다.  SBS 단독 보도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산림 분야에 카르텔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주요 언론들이 후속 보도를 이어 나갔고, 산림청에서 ‘정상화 추진단’을 꾸릴 정도로 반향은 대단했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 보도 하나로 사회적 파급력이 상당해 영상기자로서 기억에 크게 남을만한 의미 있는 취재였다고 생각한다.                                                                                                           
    2026-09-01
  • 경기 결과의 숫자를 넘어, 현장의 온기를 렌즈에 담다
    <제129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수상소감>문화·스포츠보도 부문 - JTBC 정상원경기 결과의 숫자를 넘어, 현장의 온기를 렌즈에 담다   "코레아노! 에르마노! 야 에레스 멕시카노! (한국인! 형제여! 당신은 이제 멕시코 사람입니다!)"2026년 여름, 북중미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멕시코 현지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렌즈 너머로 가장 많이 들었던, 그리고 가슴을 가장 뜨겁게 만들었던 말이다. 스포츠 뉴스란 대개 전광판에 새겨지는 스코어, 승자와 패자의 명암, 그리고 정량화된 데이터들로 채워진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월드컵은 단순히 '승패'라는 두 글자로 요약될 수 없는 거대한 문화적 교감과 뜨거운 열정의 장이었다.   JTBC 취재진이 기획한 '2026 북중미 월드컵 관련 밀착카메라'는 바로 이 지점, 경기 결과 중심의 기존 보도를 넘어 개최국의 생생한 문화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리 대표팀과 응원단의 감동적인 서사를시청자의 안방으로 고스란히 배달하겠다는 도전에서 출발했다.  이번 취재는 영상기자로서의 정체성과 역할을 다시금 정의하는 치열한 과정이었다. 단순히 현장을 스케치하고 취재기자의 멘트를 받쳐주는 수동적인 촬영 업무에서 벗어나, 아이템의 기획 단계부터컨셉 설정, 촬영 동선 설계에 이르기까지 제작 전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다. 멕시코 현지의 제한된 취재 환경과 촉박한 일정은 끊임없는 압박이었지만,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설 때마다 우리를 향해 환호하며 품을 내어주던 멕시코인들의 환대, 그리고 그 먼 땅에서 누구보다 뜨겁게 대한민국을 외치던 이들이 있었기에 지칠 겨를이 없었다.  특히 이번 밀착카메라의 뷰파인더를 가장 붉고 뜨겁게 물들인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사람들'이었다. 지구 반대편 낯선 타국 땅에서도 변함없이 한국을 사랑하며 가슴 졸여온 교민들의 눈물 어린 응원, 그리고 한국에서부터 수만 킬로미터를 날아와 멕시코 현지의 거대한 함성 속에서도 결코 기죽지 않고 "대한민국"을 외치던 붉은악마의 열정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고스란히 온기로 전해졌다. 광장과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과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순간순간마다 영상기자로서 깊은 전율을 느꼈다.  단편적인 스포츠 보도에서 한 걸음 나아가 축제 그 자체와 사람을 조명하고자 했던 이번 취재를 위해 미러리스를 메인캠으로 정하고 액션캠과 360도 카메라 등 다양한 특수촬영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붉은악마와 교민들이 만들어내는 폭발적인 에너지, 그리고 한국 취재진과 응원단을 형제라 부르며 손을 맞잡아오던 멕시코 시민들의 눈빛을 가장 입체적이고 몰입감 있게담아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촬영 이후에는 특수카메라 영상의 편집과 리포트 전체의 색보정을 직접 수행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색 하나, 프레임 하나에도 멕시코 특유의 강렬한 색채와 우리 응원단의붉은 열정이 조화롭게 묻어나도록 만들기 위해 매달렸다. 이는 단순히 보기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시청자가 마치 현장에서 함께 교민, 붉은악마와 어깨동무를 하고 "에르마노!"를 외치는 듯한생생한 현장감과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구현하기 위한 영상기자로서의 고집이었다.  외부 기관이나 제작 지원 없이 취재진 스스로의 힘으로 기획·취재·제작을 완료했기에, 어떤 제약도 없이 오롯이 현장의 진실된 교감과 응원의 감동만을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었다. 시청자들에게 월드컵을바라보는 시각의 폭을 넓혀주고, 타 매체와 차별화된 독창적인 영상으로 저널리즘의 가치를 올렸다는 점은 큰 보람이다.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세상을 보는 창이다. 그 창을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은 전광판의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달리는 이들과 타국에서도 한마음으로 울고 웃으며이방인까지 형제로 품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번 북중미 월드컵 현장은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앞으로도 현장의 숨은 온기와 진심을 찾아내고, 그것을 가장 진실된 영상으로 기록하는영상기자로서의 소명을 묵묵히 이어 나가고자 한다. 
    2026-09-01
  • 발로 뛴 현장취재의 힘... 영상기자가 완성하는 보도의 본질
    <제129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심사평>최선영 영상기자상 심사위원 발로 뛴 현장취재의 힘...영상기자가 완성하는 보도의 본질  뉴스 탐사·기획 보도 부문은 SBS 설민환 기자의 “산불 카르텔”을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대형산불 이후 진행된 복구 사업의 부실을 고발한 보도로, 나뭇가지 사이 간격을 직접 자로 재고 묘목의 생사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등 발로 뛴 취재가 돋보였습니다. 익히 알려진 문제였음에도 영상의 힘으로 심각성을 체감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MBN의 무지개다리 보도는 AI 합성 영상에 의존해 오히려 취재의 현장성을 스스로 지워버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문화·스포츠 보도 부문에서는 JTBC 정상원 기자의 월드컵 “2026 북중미 월드컵 밀착카메라”가 수상작으로 결정되었습니다. 타 방송사에서는 담아낼 수 없었던 현장을폭넓게 포착한 대응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고, 해외 취재임에도 초상권과 사생활 보호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언급되었습니다. KBS “월드컵 현장영상”은 자체 취재 영상 없이 중계 화면 위주로 구성된 데다 중계 방송 중에 협찬 제품이 그대로 노출되어 수상작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뉴스 특종·단독, 지역 뉴스 탐사기획, 환경 보도 부문, 보도특집 다큐멘터리에서는 표결에서 과반을 얻은 작품이 없어서 아쉽게도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했습니다. 뉴스 특종·단독 부문에출품된 MBC 변준언 기자의 “[단독] 윤석열, 종합특검 첫 피의자 출석”은 촬영의 기술적 난이도가 돋보인 특종이었으나 자료화면 표기 문제와 스케치성 흐름이라는 심사의견이 있었습니다.  SBS 최대웅 기자의 “음주 강요 감찰 묵살, 광주 여성 소방관 사망 보도”는 보도가치가 충분하고 취재도 충실하게 이루어졌지만 현장감이 잘 살아나지 않은 점과 자료화면 표시 미흡이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지역 뉴스 탐사기획 부문 출품작인 목포MBC의 “내가 먹은 김, 어떤 물로 만들었나”, G1방송의 “2만7000건 수의계약 전수 분석...의혹 투성”, MBC경남의 “의료폐기물 주민 동의는 없었다 연속보도”에 대해서도 심사위원 과반 찬성이 넘는 작품이 없었습니다. 환경보도 부문 제주 MBC의 “LNG발전소의 배신”은 핵심 장면인 제보 영상의 출처 표기가 불분명해 선정에서 제외했습니다.  보도특집 다큐멘터리 부문 출품작인 일제강점기 제사 공장 여공들의 노동을 그린 KBS 대전 심각현 기자의 특별기획 “누에고치 소녀들”은 심혈을 기울인 촬영과 연출, 스토리텔링 전반에호평이 이어졌으나, 과도한 AI 생성 영상이 몰입을 해친다는 지적도 다수였습니다. 뉴스 리포트에서는 AI 활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보도 다큐멘터리 영역에서의 활용에대해서는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습니다. 장시간 논의 끝에 표결했으나 과반을 채우지 못해 수상작으로 선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다뤄진 소재인KBS 순천의 “차가워진 심장 다시 뛰어야 한다”는 영상적 성취를 짚어낸 심사 의견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AI가 만들어낸 장면은 점점 더 진짜처럼 보일 것입니다. 무엇이든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을수록 AI로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만들지 않을지에 대한 판단이 더 중요해집니다. 이 상의 이름에 ‘영상기자’가 들어가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2026-09-01
  • 5·18 혐오의 시대,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을 주목한 이유
    최근 한국 사회는 참담한 소식을 연이어 마주하고 있다.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와 야구 경기 중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혐오 발언을 구호로 외쳤고, 배재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7월6일 광주를 찾아 피해 학생과 광주 시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신군부가 저지른 학살을 조롱하는 반인륜적 발언은 ‘놀이 문화’가 됐고 민주시민교육과 헌법 가치에 기반한 역사교육 필요성이 모범답안처럼 제기된다.스타벅스가 5·18 등을 악용한 마케팅을 하고, 배제고 선수들이 스타벅스 마케팅을 가져다가 5·18을 재차 농락한 행위엔 미디어의 책임도 있다. 언제부터인지 광주에서 벌어진 집단학살의 참상이나 피해자들의 절규, 이를 치유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을 미디어에서 찾기 어렵다. 역사적 맥락이 제거된 이미지 한 컷, 쇼츠 하나가 5·18을 대표했고, 이는 쉽게 왜곡됐다. 50년 가까이 흐른 80년 5월은 그렇게 과거의 한 사건이 됐다. 그러면서 인권을 짓밟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 채 그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또 다른 5·18들이 조롱받을 처지가 됐다.5·18을 길어 올리는 언론인들의 노력이러한 망각과 왜곡의 흐름에 맞서는 언론인들의 노력이 더 소중해졌다. 최근 최연송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을 만났다. 그를 만나면 영상기자협회의 가장 큰 사업인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 상은 목숨을 걸고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을 카메라에 담아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영상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기자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협회와 5·18기념재단이 지난 2021년 만든 상이다. 올해로 6회째인데 해가 갈수록 상의 관심과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 매년 11월 시상식엔 또 다른 ‘광주’를 취재한 언론인들이 한국에 모인다.2025년 힌츠페터국제보도상 대상을 받은 프랑스 프리랜서 영상기자 마리안 게티(Marianne Getti)와 아녜스 나밧(Agnes Nabat)은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Tigray) 지역에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벌어진 ‘인종 학살’과 성폭력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쟁 직후 8개월간 티그리아 여성 인구 10분의 1에 달하는 12만 명이 성적 가해를 당했고 에티오피아 고위 인사들이 대놓고 살인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으며 에티오피아 총리는 여성 강간을 사소한 일처럼 취급했다. 이들은 여행 비자로 티그라이에 진입해 셀카봉과 작은 카메라 등으로 20명의 피해 여성을 인터뷰하고 현지 여성들 몸에 새겨진 성적 가해의 증거들을 수집했다. 영국 프리랜서 영상기자 필립 콕스는 지난 2016년 아프리카 수단의 민주주의 활동가 이야기를 취재하다 수개월간 비밀 구금 시설에 수감되며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었지만 2022년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을 받으면서 ‘외상 후 성장’을 겪었다고 했다.‘혐오 놀이’를 하는 학생들이 제2·제3의 힌츠페터를 만난다면 학생들에겐 5·18이 그저 오래전 광주에서 벌어졌던 사건일지 모른다. 이들에게 ‘혐오를 놀이로 활용해선 안 된다’라는 비판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모르겠다. 언론인들이 추구하는 ‘진실의 힘’이 여기서 필요하다. 학살은 전 세계에서 반복되고 있고, 그 현장을 취재·보도한 기자들도 그 고통에 아파하고 있다. 이에 영상기자협회는 이들을 제2, 제3의 힌츠페터로 기리는 시상식을 준비한다. 전 세계에서 온 작품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 치유의 현장에 학생을 비롯해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다면 매일 같이 혐오가 난무하는 분위기가 다소 완화되지 않을까.                                                                                                   미디어 오늘 기자 장슬기
    2026-09-01
  • 형사재판이 공소장 하나로 시작되는 이유
     형사재판은 검사의 기소로 시작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 정하고 있다(제246조). 이를 흔히 ‘기소독점주의’라고 부른다. 수사의 다음 단계가 재판이지만, 재판은 수사와 전혀 다른 절차다. 약간의 과장을 더하면, 거의 새로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수사 단계에서 수세(守勢)에 놓여있던 피의자는 재판 단계에 이르러 공세(攻勢)로 태세가 전환된다. 판을 뒤집을 기회가 드디어 생긴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유력한 근거 중 하나로 ‘공소장일본주의’를 꼽을 수 있다. 공소장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란, 쉽게 말해 기소할 때 공소장 하나만 달랑 법원에 제출된다는 뜻이다. 민사재판을 개시하는 원고의 소장을 생각해보자. 소송을 제기하는 배경과 이유, 소송을 통해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자세히 적혀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모든 주장을 입증하는 증거서류가 잔뜩 첨부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와 대조적으로 형사재판을 개시하는 검사의 공소장에는 아무런 증거서류가 없다. 적용될 법조문과 죄명을 제외하면 범죄사실을 특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항, 다시 말해 5W1H에 따라 누가, 언제, 어디서, 무슨 범죄를, 왜, 어떻게 저질렀는지만 기재되어 있다(형사소송법 제254조). 왜 이렇게 하는 것일까? 법관의 선입견을 최대한 배제함으로써 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無罪推定)이 재판 과정에 실제로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은 ‘공소장에는 … 사건에 관하여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는 기록을 남긴다. 피의자를 신문한 내용이 담긴 문서(피의자신문조서), 피해자나 목격자의 진술을 담은 문서(참고인진술조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수사기록에는 범죄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차고 넘친다. 이러한 기록을 다 읽고 나면 제아무리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중립적인 판사라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될 것이다. 나에 대한 예단, 유죄의 선입견을 가진 판사에게 재판받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상태에서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헌법과 법률에서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된다고 정해둔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공소장 하나만 가지고 형사재판이 시작되도록 한 것이다. 그러면 수사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들은 언제 법원에 제출될까? 증거조사 과정에서 넘어가게 되는데, 어떤 문서는 끝내 증거가 못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일례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줄여서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경우 피고인이 조서에 적혀 있는 자신의 답변 내용을 부인하면 해당 조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다시 말해, 범행을 자백하는 피고인의 진술이 거기(검사 작성 피신조서)에 적혀 있더라도 “그렇게 진술한 건 맞지만 그 자백은 사실이 아닙니다” 한 마디면 끝이다. 본래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은 강력했다. 조서에 기재된 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내용과 일치하기만 하면 검사 작성 피신조서는 곧장 증거가 되었다. 그런데 2020년 2월 4일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이 개정되었고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돌입했다. 이로써 막강했던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증거 가치가 상당히 약해졌다. 한편, 통상의 기소와 구별되는 특수한 형태의 기소가 있다. ‘약식명령청구’라는 것인데 통상의 기소에 ‘구공판’이라는 별칭이 있다면 약식명령청구는 ‘구약식’이라고 부른다. 약식명령청구 역시 기소의 한 유형이므로 검사의 고유 권한이다. 그런데 약식명령청구는 통상의 기소와 다르게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하지 않는다. 일종의 서류재판으로 피고인 신문, 증인 신문도 생략된다. 검사가 작성한 약식명령청구서 내용을 판사가 확인하고 도장 찍으면 끝이다. 경미하고 유죄가 명백한 사건에 한해 적용된다. 이로 인해 약식명령재판에는 공소장일본주의가 적용되지 않으며 증거서류도 다 첨부된다. 자신에 대한 재판이 약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부당하게 느끼는 피고인은 소정의 기간(약식명령 정본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 내에 정식재판으로 진행해달라고 청구하면 된다. 법률용어 해설무죄추정: 피고인은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취급되어야 함공소장일본주의: 검사가 기소할 때 법관에게 사건에 대한 예단을 줄 수 있는 수사기록이나 증거자료를 공소장에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하지 못하도록 함피고인: 검사의 기소로 형사재판을 받게 된 사람. 기소되기 전 수사 단계에서는 ‘피의자’, 기소된 뒤에는 ‘피고인’이라고 부름구공판: ‘공판을 구한다’는 뜻으로, 검사가 약식절차가 아닌 정식 공판절차에서 재판해 달라고 기소하는 것을 가리키는 실무상 표현.구약식: ‘약식명령을 구한다’는 뜻으로, 검사가 정식 공판을 열지 않고 서면심리로 벌금 등의 약식명령을 내려 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것을 가리키는 실무상 표현                                                                        양재규 변호사 (언론중재위원회 조정본부장)
    2026-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