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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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경영
  • 차량 추적, 그 위험한 줄타기
    차량 추적, 그 위험한 줄타기        “검은색 승용차가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열 대가 넘는 차량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 차를 따라붙는다.  시속 100km가 넘으면서도 수시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경쟁적으로 검은 차에 필사적으로 렌즈를 갖다 댄다.”    이것은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지난 3월 11일, 천안 논산 간 고속도로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이날은 전두환 씨가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방법원에 재판을 받으러 오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새벽부터 연희동 사저의 취재 열기는 극에 달했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그를 따라가며 취재할 이른바 ‘추격조’는 어떤 위치에 있어야 전두환 씨의 차를 쉽게 따라붙을 수 있을지 위치와 간격, 경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카메라 기자라면 이런 추격 임무가 낯설지 않다. 15년 차인 내 기억에도 전임 대통령의 신상에 주요한 변화가 생겼을 때 거의 예외 없이 추격조가 편성됐다. 언제부터인지 이런 도로 위 차량(혹은 오토바이) 팔로우가 매우 당연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지금은 일반적으로 그 위험성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해야만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카메라 기자의 안전 문제(때로 이것은 생명이 걸린 문제이다), 취재 윤리, 법 위반 등의 문제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날 내 취재 차량은 타사 차량에 추돌을 당했다. 당시 상황을 간단히 복기해 보면, 내가 탄 차량은 연희동을 나와 강변북로, 경부고속도로를 연이어 달렸다. 그리고 천안 - 논산 간 고속도로를 거쳐 광주에 도착했다. 도로 위 팔로우 경쟁은 연희동을 떠나는 순간부터 불붙었다. 지상파, 케이블, 종편, 신문사에 이르기까지 10대가 넘는 차량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 위험한 질주를 벌였다. 전두환 씨의 차량 역시 취재진 차량을 피해 거침없이 달렸다. 중간에 잠시 휴게소에서 머무르려고 하다 포기하고 다시 백수십 킬로의 시속으로 곧장 달아나기도 했다.    사달은 광주 시내에서 일어났다. 법원 근처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 있는데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며 추돌이 벌어졌다. 탑승자 전원이 매우 강한 충격을 느꼈다. 문제는, 그런 사고 상황에서도 한가롭게 차를 세우고 사고 수습을 할 형편이 못됐다는 데 있다. 협회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 순간 우리 중 누가 한가롭게 사고 수습을 하고 있을까? 전 씨의 법원 출두 현장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다음에야 추돌 가해자, 피해자 양측이 만났다.    그날의 피해자는 우리 차량이었지만, 우리 모두는 언제든 가해자가 될 위험을 안고 있다. 현재까지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해도 그것은 운이 좋았을 뿐이고 사실은 도로 위 위험한 질주를 해야 하는 한 우리 모두가 잠재적 가해자들이다. 서글픈 일이다.    나중에 차를 세우고 보니 우리 차에서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수십여 차례 브레이크를 밟아 패드가 타 버린 것이다. 실제로 광주에 도착할 무렵 제동하려고 할 때 차가 밀리는 현상이 지속됐다.    차량 추적에는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선루프를 열고 상반신을 밖으로 내고 찍을 때 혹여나 브레이크를 밟거나 요철 구간에서 차량이 흔들리면 허리에 강한 충격을 직접 받는다. 규정 속도를 무시한 질주 경쟁은 어느 누가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될지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실제로 사고는 이제껏 빈번하게 일어났다. 우리 회사 내에서만 해도 차량 추적으로 인한 사고가 이미 두 차례 있었다. 사고를 당한 후배 기자들은 입원을 했다. 후유증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엇보다, 모두가 간과하는 한 가지가 있다. 이런 추격전에서 가장 극도로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한 사람, 바로 운전기사다. 우리가 흔히‘ 형님’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자기 일이란 이유 때문에 위험한 곡예 운전을 하고 있다.(거의 강제에 가깝게.) 취재 차량들의 선두 경쟁 질주 속에서 급제동, 급가속이 수시로 일어난다. 영상기자가 좋은 앵글을 잡고, 돌발상황을 포착하는 데 충실한 조력자가 되려 이들이 싫든 좋든 과격한 방식의 운전을 하고 있다.    영상취재 자체가 우리 일이고 우리 중 누구도 어느 현장, 어느 상황에서든 일을 소홀히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위험한 차량 추적, 도로 위 팔로윙을 사명감이나 의무감만을 이야기하는 일은 이쯤에서 재검토 되어야 한다. 이는 너무나 무책임하며 비도덕적이다.    이번 전 씨 차량 팔로윙 과정에서 내가 탄 차량의 추돌 사고가 각사에서 꽤 언급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날이 갈수록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고 점점 더 취재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지만 목숨을 건 외줄타기는 멈춰져야 한다. 사람이 하나 불구가 되거나 죽어야 멈추겠는가? 적어도 우리 협회원사들만이라도 도로 위 불법 추적 취재는 금지하자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언론사 차량의 사고가 일반시민 차량의 2차, 혹은 3차 피해를 부를 수도 있다. 언론사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길 수도 있는 일이다.    이런 위험천만한 취재 방식은 하루 빨리 중단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각사의 논의와 합의가 절실하다. 협회원들의 중지, 과감한 결단을 제안 드린다.      양두원 / SBS       
    2019-05-08
  •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하루 중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난도 높은 일이다. 어떤 사건이 뉴스 가치가 높은가? 누가 혹은 누구의 말이 오늘 더 집중 조명될 필요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고 대중이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 헤아리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선택에는 위험이 따른다. 선택은 모험이다. 그것은 마치 룰렛 게임과도 같다. 이른바 백화점식의 ‘나열 뉴스’는 선택의 이러한 위험성을 제거한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 그것은 업자들에게 다분히 매력적이다. 나열은 안정을 추구한다. 거기엔 모험이나 살을 베는 평가가 없다. 보기 좋게 나열된 사건들의 천국에서는 그 누구도 하나 혹은 둘을 선택하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    나열 뉴스에서 문제는 오직 어떤 순서로 나열하는가에 있을 뿐이다. 먼저가 있고 나중이 있을 뿐이다. 순서(어느 꼭지가 먼저, 어느 꼭지가 나중), 결핍(어느 꼭지가, 어느 장면이 빠졌는가), 추가(어느 것이 더 들어갔는가). 이것이 나열 뉴스가 다름을 흉내 내는 도구들이다.    나열은 점점 더 촘촘한 나열을 추구한다. 사건을 나열하고 종국에는 한 커트 안에서도 나열을 시도한다. 뉴스업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화면의 3분할, 4분할도 나열하려는 욕망을 반영한다. 하나의 화면조차 나열의 효율적 공간으로 배분되어야 한다. 한 꼭지엔 여러 화면이 담기고, 나아가 자막과 그래픽 등 까지 담겨야 한다. 나열이란 질서 안에서 몇 개가 더 나열되었는가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헬리캠 : 더 많이 보여주려는 욕망    나열은 취재 방식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어느 곳에나 카메라가 존재하는 것. 그것이 나열 뉴스의 카메라가 일하는 방식이다. 10개의 카메라보다는 100개의 카메라가 낫다. 두 군데의 포인트보다 네 군데의 포인트가 더 심혈을 기울인 증거가 된다. 중요한 일, 강조하고 싶은 것일수록 더 많은 카메라가 동원된다. 누가 더 다양한 장면을 포착했는가? 누가 가장 희소한 영상을 소유하고 있는가? 이 게임은 영상기자들의 과중한 노동을 당연시할 뿐만 아니라 찬양한다. 누가 더 깊이 갔는가, 가 아니라 누가 더 넓게 퍼졌는가, 가 중요해진다.    헬리캠 영상은 더 높게, 더 넓게, 더 많이 보여주려는 욕망을 반영한다. 우리 중 누구도 헬리캠 영상이 거기 왜 필요한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도로, 인파, 대자연, 어디든 헬리캠을 띄운다.    새의 시선은 인간의 관점에서 괴이하다. 인간은 새의 시선을 얻기 위해 산, 높은 구조물 등의 위에 올라가거나 비행기를 타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손쉽게 새의 시선을 얻는다.    우리 눈에 익숙하지 않기에 더 아름답고 더 경이롭게 느껴진다. 그것은 수많은 요소를 일시에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헬리캠은 더 넓게, 더 많은 것을 담고자 하는 욕망을 반영한다. 이것은 나열 뉴스의 끝판왕이다.     김정은 / 편집장       
    2019-05-08
  •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몇 달 된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지난 2월 1일, 수도권 상공에 헬기 2대가 떴습니다. 매년 한다는‘ 경찰청 설 명절 고속도로 교통상황 및 귀성길 장면 취재’를 위해서였습니다. (상황이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시죠?) 매년 연례 행사(?)처럼 치르는 것이기도 하고, 또 2월 1일이면 아직 연휴 전이라 아직은 본격적인 정체가 이어지기 전이라 짐작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현장에 갔습니다. 올해 설 연휴는 (2일부터 6일까지) 예년보다 비교적 긴 편이어서 귀성 차량이 좀 더 분산되리라 생각도 했습니다.    오후 2시쯤 노들섬 헬기장(집결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현장에서 담당 경찰들이 기자들을 상대로 간단한 신원조회를 했습니다. 어느 경찰관이 말하더군요.“ 매년 그렇지만 우리 경찰 헬기 잘 좀 찍어주셔야 합니다.” (그 소리에 갑자기 혈압이 확 오르더군요. 내가 명절에 경찰 헬기나 찍으러 다니는 사람인가?)    2시가 훌쩍 넘어가는데 정작 우릴 태울 헬기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자니 이런저런 상념이 들더군요. 헬기가 문제없이 잘 뜰 수 있으려나? 하늘 위에서 별일 없겠지... ?    이윽고 헬기가 도착했습니다. 영상기자(종편포함) 7명과 사진기자 8명은 각각 2대의 헬기에 나뉘어 탑승했습니다. 최근 해병대 헬기 등 몇몇 사고들이 있었기 때문에 약간 긴장감을 가졌습니다. 프로펠러가 돌고 헬기가 엄청난 굉음을 일으키며 상공에 올라가니 바람이 심하게 불더군요. 기체가 많이 흔들렸습니다. 안전벨트를 매고 착석한 상태였지만 서로를 쳐다보는 눈길에서 불안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30분쯤을 날아 드디어 저 아래로 기다란 용의 몸체와 같은 서해대교가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불안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기내 7명의 기자가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 뛰어다니는 경쟁이 좁은 헬기 안에서도 벌어질 줄이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입니다.    뷰파인더에 얼굴을 묻고 정신없이 일하는 동안 불안도 상념도 모두 잊었습니다. 웃픈 일입니다. 헬기에 탄 것만으로도 피로도가 높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일 텐데 정작 일할 때만큼은 머릿속이 아주 깨끗해지니.    취재를 마치고 헬기가 다시 노들섬을 향해 복귀하는데 멀리 고속도로에 긴 병목현상이 발생했더군요. 신갈 JC 부근에. 차들이 벌써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채 서행하고 있었습니다. 평일 저녁 퇴근 차량 행렬에 더해 긴 연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같았습니다. 마침 옆을 보니 우리가 탄 헬기 오른쪽에 다른 헬기 한 대가 우리와 동일한 높이로 떠 있더군요. 아마도 사진기자 헬기에서 우리 취재진 헬기 모습을 담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우리도 상대 헬기 모습을 물론 담았죠.) 뜻하지 않게 취재진이 홍보에 동원된 듯해 약간 씁쓸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으니.)    설날(구정) 귀성 풍경 스케치, 고속도로 정체 소식. 그림도 비슷하고 내용(말)도 비슷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풍경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뉴스, 이런 방식의 취재 노동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매년 경찰 헬기에 올라타 그 안에서 행하는 위험한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좋은 정보, 유익한 뉴스인가?    물론 귀성길 고속도로 정체, 귀경길 현재 교통상황 등이 어떤 시청자들에게는 중요한 뉴스일 수도 있습니다. 와, 많이 막혔네. 지루하겠어. 그런 생각을 들게 하고,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방법에 금과옥조가 따로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영상기자들이 매년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헬기 촬영을 감행하는 풍경이 어떤 측면에서는 썩 아름다워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의 첨단 기술로 미뤄볼 때, 또 대형 TV 화면으로 비칠 영상의 미적 기준으로 볼 때 그것은 여러모로 불완전합니다. 그 영상이 정 필요하면 경찰청 화면 협조를 따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내용의 핵심은‘ 어디부터 어디까지, 어느 구간의 차가 막힌다’ 에 있습니다. 관행에 의한 행위의 반복, 고민 없이 그저 ‘으레 했으니까 그냥 해’ 식의 워크플로우. 어떤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이젠 이러한 관행적 촬영에 관해 이야기 좀 나눠 보고 싶습니다. 과연 이것 말고 다른 방식은 없는가? 또 이런 식의 뉴스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김영길 / OBS     
    2019-05-08
  • 기독교계 뉴스 취재 현장의 실상
    기독교계 뉴스 취재 현장의 실상     기독교 뉴스    CBS 뉴스는 기독교계 내부의 일반적인 영역만을 다루지 않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이슈와 사건들이 한국 기독교계를 통해 어떻게 재해석되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다룬다. 교계 언론으로써의 감시, 균형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 기독교계 내부의 사건만 집중하지 않고 세상과 교회를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하는 것. 이것은 아마도 CBS 뉴스가 타 교계 방송사와는 다른 점이기도 하다.    교계 뉴스를 취재하다 보면 종종 웃지 못할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있다. 보통의 취재 현장에서는 카메라 위치 교대, 포토라인 형성 등에 대한 암묵적인 룰이 있지만, 교계 취재 현장에서는 그런 룰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칭(?) 기자들도 자주 만난다. 그들은 보통 포토라인 개념조차도 무시하고 본인이 목사라고 큰소리친다. 막무가내다. 처음엔 너무나 막막했는데 이제는 이러한 상황, 이러한 사람들 역시도 우리 일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다. (달리 방법이 없으니!)    흔히 ‘봉고부대’라고 부르는 사이비 언론인 조직도 있다. 교계의 여러 교단이 주최하는 기자회견 성격의 장소에 몰려다니면서 취재하는 흉내만 내다가 마지막엔 주최 측에 ‘흰 봉투’를 요구하는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이러한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취재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곤욕일 때가 많다.    취재가 가장 까다로운 곳 중 하나는 역시 사이비 이단이다. 사이비 이단 취재는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거가 되는 폭행과 폭언 등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 이들에게 휘말리지 않기 위해 우린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사이비 이단들은 사회 기본 조직인 가정을 파괴하는 반사회적 집단이다. 자신만의 믿음이 확고해 (우리 같은) 언론은 기본적으로 배척한다. 그들의 실상과 반사회성,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 우리 일인 만큼 우리 역시 현장을 피하지 않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취재 현장이란 것 자체가 늘 예측할 수 없는 위험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 중심에 영상기자들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하고 진실과 정의 구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하라(아모스 5:24)’는 성경 말씀처럼 언론인으로서, 영상기자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매 순간 다짐한다.     최내호 / CBS
    2019-05-08
  •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2017년 4월 KBS 대전방송총국을 떠나 인구 10만의 작은 시골도시 충남 홍성으로 내려왔다. 내겐 입사 후 2번째 순환근무 지정이었다.    취재기자 2명과 영상기자 1명(나)이 7개 시, 군 지자체와 도청, 교육청 그 관련 기관들을 모두 커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매일매일 해야 하는 리포트 취재와 제작에 정말 물 흐르듯 소리 소문 없이 휘리릭 2년이 지나갔다. 시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약간의 여유도 없이.    2003년부터 시작된 영상기자로서의 삶! 나도 벌써 17년 차 영상기자라니 세월의 흐름이 알 길 없이 참 빠르다는 것을 새삼 뒤 돌아보게 된다.    1년 365일,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고 또 취재를 했다. 취재데스크에 의해 선택된 아이템을 영상 데스크의 배정에 따라서. 언제 했을지 모를 비슷한 아이템의 더미 속에서 늘 새로운 것을 찾아 그렇게 열심히 일했다. 가끔은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도 하고, 일 외 활동을 통해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순간도 있었다.    언젠가부터 나 스스로 이 일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는가? 또 언젠가부터 난 공식화된 정형적 영상 구성에 젖어 하루하루를 보내지는 않았는가? 의문을 떠올려 보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장비도 사용해 보고 영화, 다큐멘터리, 해외 뉴스 등도 찾아 보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최선이고 이것이 최고야. 사실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에 젖어 하루하루 타협하며 살아왔다. 무엇이 최선이고 무엇이 최고이며 무엇이 새로움인지 나 자신도 잘 모르면서 말이다.    우연히 6년 전부터 떠밀리듯 시작하게 된 ‘영상뉴스 시리즈’, 또 직접 연출한 다큐멘터리는 나에게 던진 첫 물음이자 숙제였다. “정말 할 줄 아는 것이 리포트 취재, 제작밖에 없는가?” 한정된 공간 속, 한정된 사람들과 한정된 일에 치여 살면서 나는 어떤 늪에 빠져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비로소 이 도전을 통해서 새로움 그리고 큰 행복을 느꼈다. 물론 시련도 많았다.    내 일과 임무에 대한 장애물을 뛰어넘어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고 또 다른 세상을 생각할 수 있었다. 나에겐 기회이자 설렘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2019년 4월 1일, 순환근무를 끝내고 난 다시 대전으로 돌아간다. (우연히도 기회가 다시 왔다.) 5년 전 경험한 큰 새로움을 다시 한번 느껴 볼 참이다. 가끔 내 세상을 떠나 다른 세상을 직접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실천할 생각이다. 잘 되든 잘 안되든 나에겐 짜릿하고 즐거운 도전이 될 테니까.    지금 나는 다시 설렌다.     심각현 / KBS대전
    2019-05-08
  • 뉴스는 건축이다
    뉴스는 건축이다     국회 의사당 기본설계    자리를 지킨 건축은 시대를 증언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하나의 기호다. 시간을 거슬러, 오늘도 사라지지 않고 유구히 존재한다. 건축물을 통해 인간은 과거를 기억하고 현 시점의 방향성을 얻는다. 만약 영상기자가 기록한 영상을 도심 대로변에 펼쳐 놓는다면 어떨까? 아마도 그것의 가치는 건축물이 지닌 가치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기록된 영상은 과거를 들추어낸다. 또 과거의 기록을 통해서 우리는 현재를 반추하게 된다. 이는 건축물의 기능과 겹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 오래된 건축물을 보는 일은 오래된 이미지를 보는 것과 비슷했다. 이미지를 다루는 직업을 가진 만큼 내 일에 대한 관심은 건축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나는 이른바 건축물 덕후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도 일을 하면서 평소 보고 싶었던 건축물들의 안과 밖을 볼 수 있다는 직업적 이점이 나 같은 건물덕후(?)에게는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현장 인근에 평소 보고 싶었던 건축물이 있다면 마음이 설렌다. 그런 날은 평소보다 더 일찍 나가곤 한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기자회견 때도 그랬다. 전국이 개발 광풍에 노출된 현대 대한민국에서 적산가옥 등 일제강점기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점점 희소해지고 있다.   국회의사당 안    현재 출입처로 나가고 있는 국회 건물을 예로 들어 보자. 건축물이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국회 건물이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국회의원들의 권위적인 태도, 불통 이미지가 국회 본청 건물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은 아닐까? 의사당 건물은 일상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 지하철이 생겼지만, 시민 접근성은 여전히 떨어진다. (차가 있어야 그나마 수월하다.) 정문 경찰, 경비의 풍경은 거리감을 강화하고 친숙한 느낌을 지운다. 미학적으로 볼 때 건물은 웅장할 뿐 겸손함이 없다. 돔 역시 아래 건물과 잘 어우러지지 않고 이질감을 증폭시킨다. 창문들은 건물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작아 마치 폐쇄성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 폐쇄성은 내부 로텐더 홀 입구 쪽의 붉은 카펫과 화려한 바닥, 조명과 배치된다. 외부의 거리감, 폐쇄성을 고려할 때 내부는 너무 화려하고 지나치게 권위적이다.    건축물의 좋은 예로 안동에 있는 병산서원을 소개해 드리고 싶다. 2018년 당시 나는 민주당 경선 후보자였던 이재명 후보 취재 차 안동에 갔다. 짬이 나서 (평소 보고 싶었던) 병산서원에 들렀다. 굽이진 길을 따라 서원에 도착하니 소박한 느낌의 한옥이 몇 채 모여 있었는데 그 광경이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서원은 널따란 강가와 산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강학 공간이었던 건물 중앙의 입교당에 앉아 (입구 역할을 하는) 만대루 쪽을 바라보면 봄이 오는 산천이 만대루의 기둥 사이사이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자연 그대로의 목재를 가져다 써 군데군데 삐뚤지만 조화로운 느낌이 운치를 더한다. 자연을 벗 삼아 만대루 마룻바닥에 앉아 책을 편 옛 선비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한 기분마저 느낄 수 있다. 5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건축물이 현대인에게 감격을 선사한다.   병산서원    아무 기대 없이 현장에 갔다가 우연히 건축물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나는 2012년, 부동산 담당 기자와 함께 서울 강동구에 있는 고덕 주공아파트를 찾은 적이 있다. ‘아파트값 낙폭 2년 만에 최대’ 라는 꼭지를 할 때다. 아파트를 몇 커트 찍고, 부감을 찍으러 올라갔다가 그만 내려다보이는 풍경에 매료됐다. 나도 모르게 꽤 한참 거기 서서 그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오전 내내 비가 내리다 마침 그친 시점. 녹지 비율이 높은 아파트 단지 내 거대한 순록의 나무들이 늦여름의 정취를 뽐내고 있었다. 낡았지만, 시간의 흐름이 켜켜이 박혀 마치 주름살인 듯 콘크리트 건물이 살아있는 생명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켰다. 비 갠 후 햇살이 비쳐들고 그 아래 뛰어노는 아이들과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40년 된 아파트의 조화. 권위주의 시대에 탄생한 성냥갑 아파트 단지에도 나무가 우거지고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40년을 함께 한 이상 모습은 그 나름의 삶과 멋이 있었다.   고덕 주공3단지 아파트 전경    흔히 건축물의 가치는 장소성, 합목적성, 시대성 등 3요소로 평가한다. 합목적성을 가진 영상, 권력에 의해 난도질당하지 않은 기자 본연의 영상구성이 필요하다. 제 장소에 잘 지어진 건축물처럼 시대를 상징하고 보전 가치를 지닌 영상을 고민해야 한다. 건축의 목적은 결국 사람들이 안락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는 공간 축조에 있다. 영상기자가 생산한 영상 역시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좀 더 나은 삶, 사람 냄새 나는 영상을 향해 가야 한다.    나는 오늘도 길가는 곳마다 때론 소박한, 혹은 웅장한 건축물들을 본다. 내게 주어진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의지를 바로잡는다.      배병민 / MBN       
    2019-05-08
  • 검찰 포토라인, 걷어내야 할 악습? “국민 알 권리 중요…더 큰 혼선 생길 수도”
    검찰 포토라인, 걷어내야 할 악습? “국민 알 권리 중요…더 큰 혼선 생길 수도” 협회 “운영 방식 개선 필요…5월 공청회 열어 의견 수렴할 것”   ▶ 검찰‘ 포토라인’ 통과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 1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포토라인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 한국일보 제공>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포토라인 패싱’으로 촉발된 검찰 포토라인 존폐에 대해 언론계에선 ‘개선’ 쪽으로 입장이 모아지고 있다. 포토라인에 서는 피의자의 인격권 못지않게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포토라인은 현장에서 언론 스스로 취재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장치인 만큼 폐지할 경우 무분별한 취재 경쟁으로 더 큰 인권 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지난 3월 13일 ‘2019년 주요업무계획’을 통해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현행 포토라인 및 피의사실 공표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포토라인에 섰다가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포토라인 논란이 양 전 대법원장의 ‘패싱’으로 존폐론까지 대두되자 법무부가 나선 것이다.    언론계에서는 취재 편의를 위해 포토라인을 운영해 온 측면이 일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포토라인을 폐지할 경우 국민의 알 권리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검찰이 ‘사회적 강자’를 비밀리에 소환해 수사할 경우 투명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된다는 것이다.    지난 2월 14일 발족한 대검찰청 검찰 미래위원회(위원장 윤성식)에서도 첫 의제로 검찰 포토라인 폐지 여부에 대해 논의했으나, 포토라인이 없어지면 수많은 언론이 피의자 집 앞에서 계속 대기했다가 인터뷰를 시도하는 등 피의자 인권이 더 크게 침해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부 위원들은 검찰의 포토라인 관행 개선 논의가 양 전 대법원장의 ‘패싱’ 이후 보수 언론과 일부 법원 인사들의 문제 제기로 촉발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포토라인 폐지는 ‘강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미래위는 포토라인 폐지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어떠한 권고안이나 자문안도 내지 않기로 했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는 “포토라인이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인 것은 맞지만, 선출직 공직자나 임명직 고위 공직자 등은 범죄 의혹의 대상이 되어 포토라인에 설 때 인권침해를 감수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논란이 되는 포토라인은 검찰이 공개 소환할 피의자를 자의적으로 정하거나 피의자의 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 등 수사공보준칙을 철저하게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것인 만큼 검찰에 1차적 책임이 있다”며 “언론도 피의자가 혐의 내용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현장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 점, 피의사실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태도를 문제 삼는 보도로 본질을 흐린 점 등은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한원상)는 “포토라인이 없어지면 국민의 알 권리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운영과 관련해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 방향을 찾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오는 5월 경찰, 국가인권위원회, 언론시민사회단체, 법조인, 현장 기자 등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 포토라인 운영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경숙 기자
    2019-05-07
  • 포토라인에 선‘ 검찰 포토라인’
    포토라인에 선 ‘검찰 포토라인’ 피의자 인권 중요하지만 긍정적 기능 외면해선 안돼부상당한 정주영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3년 1월 15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다가 취재경쟁을 벌이던 기자의 카메라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지는 불상사를 당했다. 이 사고로 포토라인이 등장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사진 한국일보 제공).포토라인 선포식2006년 8월 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토라인 준칙 선포식'에서 한국사진기자협회 최종욱 회장,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현 한국영상기자협회) 곽재우 회장,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윤원석 회장(왼쪽부터)이 포토라인 협정문에 서명, 교환한 후 악수하고 있다(사진 한국사진기자협회 제공).  검찰 포토라인이 그야말로 ‘포토라인’에 섰다. 포토라인은 △피의자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피의사실 공표 금지와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나며 △사실상 여론재판으로 유죄라는 심증을 갖게 한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언론계는 인격권 침해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국민의 알 권리 보장 △검찰 수사 감시를 통한 투명성 제고 △피의자 인권 보호 △공평한 취재 기회 부여 등 긍정적 기능을 들어 포토라인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포토라인은 언론 스스로 만든 장치  포토라인은 기자들이 스스로 만든 취재 제한선이다. 1993년 ‘초원복집 도청 사건’으로 서울지검에 출두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이 몰려들며 정 전 회장이 이마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자 한국TV카메라기자회(현 한국영상기자협회)와 한국사진기자회(현 한국사진기자협회)가 논의 끝에 이듬해 포토라인을 제정, 도입했다.  언론 환경 변화에 따라 두 협회는 한국인터넷기자협회와 함께 기존 포토라인 운영안을 보완해 2006년 ‘취재현장에서의 포토라인 시행 준칙’을 선포했다.   MBC 나준영 뉴스콘텐츠 취재1부장은 “예전에는 취재원이 검찰이나 경찰에 소환되거나 사회적인 대형 이슈가 있는 현장에 취재 제한선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 포토라인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반민주적 인사, 권력형 비리 인사들이 소환되는 과정에서 언론인들이 취재원의 인권도 보호하고 해당 기관의 다른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주지말자는 취지로 최소한의 취재 제한선을 만들어 지켜온 것”이라고 밝혔다.포토라인이 문제? 피의사실 공표와 포토라인은 ‘별개’ ‘포토라인이 문제’라는 시각에 대해 기자들은 “피의사실 공표, 공개소환과 포토라인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서강 한국일보 멀티미디어부 차장은 4월 발행한 <사진기자>에서 “검찰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면서 포토라인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및 공개소환 관행과 포토라인을 동일시하는 오류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공개한 소환 정보를 토대로 취재진은 포토라인을 설치해 취재 질서를 유지할 뿐”이며“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없애야 할 것은 포토라인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위법적인 피의사실 공표와 자의적 판단에 의해 출석 일시 등을 공개하는 잘못된 수사 관행”이라는 것이다.25년 동안 별 말 없더니, 이제 와서 왜?  기자들은 포토라인을 운영한 지 25년이 됐는데, 그동안 별 얘기가 없던 인사들이 이제 와서 문제제기를 하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홍대 누드 몰카’ 사건의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웠을 때 많은 비판이 있었는데도 별 반응이 없던 법원 인사들이,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 전후로 존폐 논란까지 확대시킨 데에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포토라인 폐지를 주장했던 법조계가 포승줄에 묶인 정준영 씨를 포토라인에 세운 데 대해서는 잠잠한 데 대해서도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나준영 부장은 “피의자 인권 문제가 힘 없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면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양 전 대법원장 같은 사람이 포토라인에 서면 망신을 주고 인권을 침해하는 거라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법무부의 포토라인 논의가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포토라인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의 인권이 침해받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가 먼저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피의자 인권이냐 국민 알권리냐  법조계에서는 포토라인의 순기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피의자가 포토라인에 서는 순간 일반 국민들은 유죄의 심증을 갖게 되고, 이를 지켜보는 법관의 심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공인’의 경우 포토라인에 서야 한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공인의 개념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공인의 인격권은 일반인보다 더 침해되어도 괜찮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소환된 다음날인 1월 12일 개인 블로그에 “국민의 알 권리를 구실로 유죄 심증을 퍼뜨려 무죄 추정의 원칙을 허무는 야만적 행위”라며 포토라인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반면, 언론계에서는 포토라인의 긍정적인 기능을 강조한다.  정치권력, 재벌과의 유착으로 사건을 정치적으로 처리하거나, 검찰 수뇌부가 검찰 수사에 개입하는 등 검찰의 과거를 돌이켜 볼 때, 검찰이 권력형 비리 사건 피의자를 비밀리에 소환해 제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기자들은 포토라인이 검찰의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를 감시하고 수사의 투명성을 높여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고 자부한다.  과도한 취재 경쟁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언론인 스스로 제한선을 만들어 지키면서 피의자와 취재진의 신체를 보호해 온 만큼, 포토라인을 폐지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기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정도 되는 사람이 곧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언론들은 그 집 앞에서 일명 ‘뻗치기’를 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피의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계 내부에서도 피의자 인격권 보호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조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포토라인에 서는 사람이 취재진으로 인해 심리적 압박을 받지 않도록 기자들끼리 협의를 통해 취재 인원을 정하고, 미리 질문을 보내 답변을 준비해 올 시간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며 “피의자를 따라가며 무리하게 질의하거나 촬영하는 것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는 “검찰은 선출직 공직자, 고위 공직자 등 ‘공인’이 아닌 사람은 포토라인에 세워서는 안 된다”며 “언론도 피의자를 공격적으로 다그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기회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포토라인과 피의사실 공표 관행에 대해 오는 7월부터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6월까지 공청회를 열어 법조계ㆍ언론 계ㆍ학계ㆍ시민사회단체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법무부가 문무일 검찰총장의 말대로 “국민의 알 권리와 개인의 인격권 사이에서 조화로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안경숙 기자
    2019-05-07
  •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포토라인과 알 권리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포토라인과 알 권리전 대법원장의 패싱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포토라인을 무시했다. 그는 2019년 1월 11일 검찰에 출석하여 대법원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한 후 검찰청 현관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을 패싱 해버렸다. 양 전대법원장의 재판과 함께 포토라인이 개인의 인격권 침해 여부가 새롭게 부각됐다.  여기다 비슷한 시기,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인 사찰 혐의로 영장심사를 받으러 가기 전 포토라인에 섰다. 그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나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무죄를 떠나 수갑을 찬 채 포토라인에 선 것 자체를 불명예스럽게 여겨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변의 이야기가 나왔다. 포토라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마침내 포토라인은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보다 망신주기,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하는 불필요한 제도로‘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포토라인은 엄격하게 말하자면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무시해도 상관없다고 한다.  취재 편의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피의자 망신주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회적 형벌로도 기능하고 있어 당장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부작용과 반발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과연 즉각 없애야 할 관행일까? 포토라인의 제정 배경  논란이 되고 있는 포토라인은 1993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수사과정에서 카메라 기자의 카메라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지는 등 사고가 발생하면서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1994년 12월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현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사진기자협회 등이 취재질서와 취재원 안전을 위해 포토라인 운영 선포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행 준칙은 오랫동안 만들지 못 하다가 2006년에 와서야 포토라인 시행 준칙을 만들어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시행 준칙을 만든 지 또다시 10여 년 세월이 흐른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른 새로운 논란은 계속해서 불거졌다.  주로 수사기관과 기자단의 효율적 협의의 문제 혹은 피의자가 일방적으로 거부할 경우의 문제, 종편과 파워블로거 등 과열 취재경쟁과 초상권에 대한 언론사의 자의적 해석 논란, 포토라인 준칙 위반자에 대한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징계방안, 알 권리 보호와 모자이크 처리의 원칙과 기준 등이다.  포토라인은 한국 언론과 수사기관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명분 하에 만들어진 전 세계 유례가 드문 일종의 특이한 한국적 제도로 발전하고 있다. 포토라인은 언론사의 무질서한 취재를 막고 공적 인물의 수사를 공식화, 공개화하는 선언적 함의를 지닌, 수사기관과 언론사가 맺은 일종의 신사협정의 산물이다.  수사기관은 수사준칙을 만들어 이를 공식화하고 있으며 한국영상기자협회 등은 포토라인 준칙을 만들어 동시에 시행 기준으로 삼고 있다. 포토라인은 개별 언론사나 기자가 취재, 접근하기 힘든 유명인이나 공적 인물을 공개 소환하여 밀실수사나 비밀소환, 봐주기 수사를 차단하는 투명한 수사의 공식화를 내포하는 공표 지점으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의 상징이 됐다고 본다. 포토라인에 따른 1, 2 심 판결의 차이점 세월호 사건에서 배우 전양자 씨 동행인 소송 사건에서 1심 판결문은 포토라인과 초상권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 임의로 만들어진 포토라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 포토라인 앞에 선 것만으로는 초상에 대한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하는 등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 볼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 취재진 앞에 서서 카메라를 피하거나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초상의 촬영에 동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같은 사건에 대한 2심 판결문에서 달라진 점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 포토라인은 취재, 촬영이 예정된 공개적인 장소이며 수사기관과 언론사 사이에 합의된 취재 경계선으로 동행자의 각별한 주의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 소환된 자에 의무 동행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자발적으로 동행하여 취재진이 포진한 포토라인에 서서 촬영에 대해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 포토라인에 잠시 한발 비켜서는 정도, 모자를 쓰는 정도의 소극적 촬영거부 정도로는 명시적 촬영거부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배우 전 씨가 차를 타고 내리는 등 그를 계속 동행하는 동안 촬영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 포토라인에 들어오는 동행자는 스스로 촬영되지 않도록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아예 그런 곳은 접근하지 않는 적극적 자기 방어행위를 해야 촬영거부 의사로 해석하고 있다.   ▲ 포토라인에 서서 배우 전 씨가 발언하는 동안 고개를 들고 서 있거나 촬영을 의식해 옷을 정장으로 갈아입는 등의 행위는 촬영거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2 심은 포토라인의 기능과 역할에 공식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존폐 논란에 휩싸인 포토라인을 없애는 것은 또 다른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와 언론계의 대립 사이에는 불신이 존재한다. 포토라인이 사회적 징벌 성격이 있고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측면은 분명히 있지만 검찰과 법원이 얼마나 공정하고 형평성에 맞게 수사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불신이 서로의 간극을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OECD 가입국중 우크라이나와 함께 사법부 신뢰도가 꼴찌 수준이다. 포토라인을 없애기 위해서는 검찰과 법원의 신뢰도 높이기가 급선무인 셈이다. 다만 언론의 입장에서도 포토라인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본래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 김창룡 교수 / 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2019-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