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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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영상 데스킹, 케케묵은 이야기      최근 몇 개월 동안 KBS뉴스는 보도 영상에 관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7월, 일본 불매운동을 소개하는 뉴스에 특정 정당 로고가 노출되는 방송사고가 있었고, 이후 10월에는 기상뉴스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는 사고가 있었다. 최근에는 독도 헬기 추락사고 관련하여 사고 헬기의 이륙 장면이 담긴 휴대폰 영상이 큰 논란을 빚었다. 모두 KBS뉴스 신뢰도를 크게 훼손시키는 사건이었다.     일련의 사건들은 회사 내부적으로 실무자의 단순 실수로 치부되고 끝났다. 올해 KBS-EBS에 대한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KBS 양승동 사장 역시 특정 정당 로고가 노출된 방송사고에 대해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고의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고의성은 없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에게 제대로 된 영상 데스킹 시스템도 없었다.     영상 데스킹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제는 케케묵은 오래된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크게 발전하거나 개선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 왜 이렇게 우리는 똑같은 질문을 오랫동안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보도 영상을 담당하는 영상기자들이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측면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우선 영상을 출고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취재기자들은 초고의 작성부터 최종 데스크의 사인을 받기까지 시간대별로 그 흔적이 보도정보에 고스란히 남는다. 그리고 데스크의 최종 사인이 있어야 비로소 방송으로 출고할 수가 있다. 나름 체계화된 구조 속에서 책임을 명확히 하고 데스크와의 소통을 통해 기사의 오류를 수정하는 방식을 잘 구축해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디지털화된 보도정보시스템 속에서도 그 어떤 형식적인 과정조차 만들지 못했다. 그나마 MAM이라는 미디어 관리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편집이 완료되고 나서야 방송 직전에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를 겨우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영상 데스킹은 뉴스영상 생산에 있어서 권한이 필요한 중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권한의 행사에는 적절한 사무처리 방식과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그 권한이 적절히 행사될 수 있고, 사후에라도 그 적절성을 점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임의적으로 이뤄지는 영상 데스킹은 영상 데스크의 권한을 모호한 영역으로 밀어내 버리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소재를 가리는데 큰 어려움을 발생시킨다. 한편 또 다른 원인으로 촬영과 편집이라는 이원화된, 기능 중심의 낡은 조직구조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 물론 이원화된 조직 구조는 분명한 장점을 지닌다. 인력의 효율적인 운영, 관리, 업무 효율성 등이 그렇다. 그러나 워크플로우의 이원화는 책임을 분절시키고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나의 리포트에 취재와 편집 책임이 서로 다른 데스크에게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임을 회피하기 좋은 구조인 것이다. 단순한 기능에만 매몰되기 쉬운 구조이기도 하다. 일관되고 책임 있는 영상 데스킹을 기대하기 사실상 어렵다.    최근 잇따른 KBS뉴스의 영상 사고들은 어쩌면 이러한 시스템의 부재와 조직구조의 한계에서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KBS가 밝힌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는 해명은 영상기자로서 매우 아쉬운 부분이 있다. 지나친 해석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소극적 해명이 일련의 사고들을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과실로만 축소하고,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는 여러 구조적 한계들을 그저 단순한 문제로 취급하는 경향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KBS는 현재 취재 관행 개혁을 선포한 상태다. KBS 엄경철 통합뉴스룸 신임 국장은 출입처 폐지 등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에서조차 우리는 제외된 듯 보인다. 그렇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발견하고 개선해 나가면 된다. 이제라도 우리의 현주소를 직시하고 새로운 변화와 대안을 모색하면 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우리는 똑같은 ‘단순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하게 될 것이다.      최원석 / KBS      
    2020-01-08
  •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현장에 도착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 누구에게 있을 것이다. 그럴 땐 현장에서 좀 떨어져 먼 곳에서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도움이 된다.    영상기자 8년차인 나는 익숙해진 취재와 편집을 잠시 멈췄다. 내가 해 오던 일과 거리를 좀 두고 멀리서, 혹은 부감으로 내일을 볼 기회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현재 디지털 뉴스제작부 크랩(K-LAB)팀에서 10~20대를 대상으로 디지털 뉴스 영상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디지털 부서로 간 정확한 동기는? 글세, 그건 나 자신도 뚜렷한 언어로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내 직종에서 일정한 한계를 절감하고 있었던 상황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으리라. 레거시 미디어가 영향력을 잃고 온라인 뉴스 소비가 압도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대한 위기감 같은 것이 적지 않았다.    변화는 거세게 밀려왔지만 사무실 안의 인력과 장비는 오히려 줄고 있었다. 방송을 때우는 것(우리의 전통적 업무 영역인 취재와 제작)조차 버겁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무언가 도전하고 싶고 길을 개척하고 싶던 차였다.    여차저차 발령이 난 후 내 생활은 ‘자립’ 문제로 귀결됐다. 모든 것이 1인 해결 시스템이었다. 아이템을 찾아 발제하고, 섭외하고, 촬영하고, 제작까지. 느닷없이 디지털 부서에 발령 받은 늦깎이 신입. 기사 작성도 익숙하지 않아 처음엔 4~5줄을 적는 데에도 진땀을 뺐다.    가장 어려운 점은 관성을 깨는 것이었다. 뉴스 영상에서 금기시됐던 촬영기법이나 편집 효과도 필요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 했다. 뉴스의 전통적인 앵글이나 카메라 워킹도 깨부숴야 했다. 당연히 적응 속도는 더뎠다. 이미 몸은 전통의 뉴스 촬영, 편집에 익숙해져 있고 디지털 영상에서 쓰는 편집 기법과 컷 길이, 컷 사이즈 하나 등 전부가 눈에 거슬렸으니까. 과거에는 현장을 둘러보며 촬영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편집을 떠올려야 했면 후반 작업(모션그래픽/자막/BGM 등)이 많은 디지털뉴스 영상 콘텐츠는 촬영 전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촬영 콘셉트를 미리 잡는다. 이건 실로 큰 차이다.    가공하지 않은 영상 원본의 신성함을 예찬하던 DNA를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디지털 영상 콘텐츠는 관심을 끌지 못하면 클릭조차 없고 몰입이 안 되면 10초 만에도 재생 중인 영상을 꺼 버린다. 패러다임이 다른 시장이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디지털 시장에 진입한 이상 부서에 돌아갈 때까지는 여기에 충실하자, 전통 뉴스 철학은 잠시 잊자,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기존 언론사 아이템 이외에 다른 채널의 영상도 모니터링 하기 시작했다. 잘 나가는 디지털 영상 콘텐츠는 대부분 섬네일과 제목으로 관심을 끌어 클릭을 유도한 뒤 영상 앞부분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을 배치한다. 그리고 쉴 틈 없이 재미와 관심의 긴장을 유지시킨다. 방송 시청률과 달리 개별 영상에 대한 피드백을 디테일하게 볼 수 있다. 내 콘텐츠를 누가(성별/연령/지역) 얼마나 오래 봤는지(시청 지속시간), 어느 부분에서 영상을 껐는지 알 수 있다. 천 회를 못 넘기고 증발하는 콘텐츠가 있는가 하면 시청 지속시간과 댓글 등 반응이 좋아 심하다 싶을 만큼 과잉 노출되는 콘텐츠도 있다. 몇 시간만에 수십만 회를 넘기기도 한다. 이용자 반응 분석과 반영이 그만큼 중요하다.    내가 디지털뉴스부에 와서 좋댓공(좋아요,댓글,공유)에만 목메는 따봉충이 되어버린 걸까? 물론 그건 아니다. 다만 한 가지 깨달은 바는 있다. “사회문제에 대해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갖게 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직업 소명 중 하나가 아닐까?”    현실은 조회수 경쟁이 뉴스 가치를 압도한다. 방송 채널이 아무리 늘었다 해도 유튜브 채널 수와 비교할 수는 없다. 이곳은 가히 정글이다. 일반 개인 채널 이용자부터 전문가 미디어 기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채널이 존재한다.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품격 있고 절제된 영상 콘텐츠는 온라인에서 희귀하다. 바로 이 지점이 내게 블루오션이었다. 유익한 뉴스 영상 콘텐츠가 늘고 좋은 평가를 받고 디지털 영상 시장 내 자정작용이 일어나도록 작으나마 모종의 역할을 하는 것.    누구나 영상을 찍고 제작하는 시대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찍고 전달하는 데서 그쳐야 하는가? 이에 대한 고민이 크다. 미디어 환경은 변해 가는데 기존 방송 뉴스의 영상을 담당하는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나는 조금이나마 내 고향에서 떨어져 이 문제를 바라보고 고민해 볼 기회를 가진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10년 간 TV뉴스에서 영상취재 영상은 줄고, 이외의 영상은 늘었다. 제공 화면, CG 등 말이다. 경영 논리에 따라 기자 숫자는 계속 줄고, 커버해야 할 보도 프로그램은 늘었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멀티형 기자는 더 이상 미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취재현장을 떠나서, 시청자로서 TV뉴스 화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가 있었던 현장, 현장의 분위기, 현장에 있는 동료 등이 생각난다. 늘 자신이 빛나기보단 남을 빛 내는데 익숙한 사람들. 그 역할은 가치가 있고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득 현장이 그립다. 가치 있는 일, 내가 선택한 일을 더 나은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뭘 더 개선할지 고민하고 있다. 나의 현장은 내 안에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유성주 / KBS 디지털뉴스제작      
    2020-01-08
  •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 필자가 지난 8월 27일 호주 멜버른 다트센터에서 방송기자연합회 연수 대상자 기자들에게 ‘트라우마를 경험한 지역사회 보도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 유신독재에 반대해 일어난 부마항쟁이 올해로 40주년이 되었다. 올해 초 이를 기념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수많은 고문의 피해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미 4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고문 피해자들은 여전히 당시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깊은 고통과 분노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었다. 오랜 시간도 트라우마를 온전히 치유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인터뷰용 조명을 보고도 취조받던 때 느낌이 떠오른다며 그들은 힘들어했다. 이렇듯 트라우마를 지닌 피해자들을 취재할 때 올바르게 접근하는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던 중 방송기자연협회 주관 ‘저널리즘과 트라우마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난 8월, 나는 호주 멜버른에 있는 트라우마 전문 교육기관인 다트 센터로 날아갔다.   트라우마의 정의와 증상  일반적인 범주를 넘어서서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 예를 들면 전쟁, 강간, 성폭력, 강도, 재난, 재해, 유괴, 교통사고, 생명이 위험한 질병, 죽음의 목격, 어린 시절의 성적 학대와 같은 경험은 트라우마를 남긴다. 개인 특성과 성별, 나이, 자아감 손상 정도에 따라 트라우마의 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심리적으로는 타인과 세상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가지는 기본적인 신뢰감의 손상, 자신이 바르게 행동하지 못한 것 같은 무능감, 절망감에서 비롯된 죄책감 등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외상 후 스테레스 장애 즉, 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로 진단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온 바로 그 명사다. PTSD는 남자의 경우 전쟁과 상처, 죽음과 같은 육체적 폭력으로부터, 여성들의 경우는 성폭력으로부터 많이 발생한다.    심리적 외상을 입게 되면 심장 박동의 증가, 불면증, 불안, 공포, 우울, 비관적 자세와 극심한 피로, 짜증, 우울 등의 증상과 재경험, 회피, 과다 각성의 현상을 보이게 된다. 사람들을 쉽게 믿지 못하고 의심하고 확인하는 등의 관계단절, 다른 사람들은 이해를 못 할 거라는 소통단절, 세상에 대한 분노와 불안정과 동요, 회피 등의 증상들도 나타난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취재원들에 대한 인터뷰 접근방식  커다란 카메라와 조명, 마이크 등 영상기자에게는 필수 취재 도구인 방송장비들은 일반인들에게 낯설고 부담스러운 대상일 수 있다. 특히나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경우 인터뷰만으로도 큰 부담을 느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낯선 방송장비까지 앞에 있다면 더더욱 위축될 수 있다. 이런 경우 인터뷰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관계 형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미팅 전 인터뷰 대상이 겪은 사건에 대한 기사나 영상 자료를 살펴 사전에 정보를 얻자. 그리고 인터뷰 장소나 시간은 가능하면 취재원이 편한 시간과 원하는 장소에서 진행하고 허락하지 않는 경우에는 무리하게 집이나 피해경험 미성년자의 촬영을 요구하지 않는다.    둘째, 인터뷰에 앞서 장비는 멀리 두고 (티타임과 같은) 시간을 가지며 관계를 형성하고 인터뷰 절차(조명과 마이크 설치, 필요에 따라 가구도 움직일 수 있음)에 대해 설명해준다.    셋째, 편안한 상태에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고 특정한 장소에 데려가야 할 경우 미리 계획을 말하고 누군가 동행하기를 원한다면 함께 데려간다. 그리고 인터뷰 중에는 시선 맞춤이 중요하다. 대화 도중 장비 확인과 같은 불필요한 행동을 삼가자.    넷째, 사용하지 말라는 부분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방송 후 의도와 달리 표현되어 사과할 부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리고 취재원이 배려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부드럽게 대화하도록 노력하고 힘들어하지 않는지 살피며 너무 힘들어할 경우 쉬었다 진행한다. 만약 눈물을 보인다면 감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섯째, 이러한 과정으로 관계 형성이 되었다면 카메라의 크기나 조명의 개수 같은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가급적 밝고 오픈된 장소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고 화면 속 인물이 돋보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여섯째,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할 때 꼭 필요한 두 가지 질문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더 하고자 하는 말이 있는가?’ 그리고 절대 피해야 할 질문들은 “심정이 어떤가?”, “(가해자들을) 용서할 수 있는가?”, 당시의 상황을 떠올릴 수 있는 “소리, 냄새, 느낌이 어땠나?“, ”왜 그랬나?”, “왜 안 했나?”, “이해한다.” 등이다.    일곱 번째, 기사에 싣고 싶은 사진이나 영상이 있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인터뷰를 마친 뒤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켜 놓고 서둘러 떠나지 말고 “이제 뭐 할 건가요?”와 같이 계획을 묻고 만약 아무 계획이 없다면 집중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주는 것도 좋다.   대규모 재난, 재해 지역에서의 접근 방식  첫째, 현장 도착에 급급해하지 말고 진정된 상태로 현장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 접근하고 상황을 살피며 움직이고 취재 도중 틈틈이 안전지대가 어디인지, 대피로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면서 진행한다.    둘째, 인터뷰를 위해서는 취재 전 소속과 신분을 밝히고 사전 허락을 구하고 무리한 취재를 하지 않는다. 취재원도 거절할 권리가 있으며 그들이 기자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음을 인지하자. 그리고 취재 과정이 취재원의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셋째, 현장 상황 정보는 피해자가 아닌 제3자(경찰 소방관 의료진 등)에게 묻자.    넷째, 포토라인 설치나 POOL단 구성으로 현장에서의 과잉 경쟁과 혼란을 막고 재해 현장의 대표성을 가지거나 상황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인터뷰이 창구를 단일화하면 현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정부의 발표라도 의심하고 참사 현장을 직접 보고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자.   Traumatic(외상성) 이미지 관리  첫째, 영상 편집자들과 후반 작업 담당자들의 경우 현장에 있지 않더라도 화면을 통한 간접 경험과 반복, 지속적 시청으로 트라우마에 노출될 수 있다. 폭력적이며 끔찍하고, 혼란스러운 이미지들을 편집, 관리, 활용하는 것과 같이 이러한 이미지들을 자주 접함으로 인해 혐오, 불안, 무력감 등의 반응을 보일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는 집중의 어려움과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둘째, 외상성 이미지를 취급하는 것은 마치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과 비슷하다. 시청 빈도의 반복은 전체 총량보다 문제가 될 수 있다.    셋째, 자료에는 정렬 및 태그 지정 등의 절차를 구성하는 방법으로 불필요한 확인 횟수를 줄이고 경고 없이 동료들에게 전달하지 말자.     넷째, 화면의 크기를 줄이거나 화면의 밝기 또는 해상도를 조절하는 방법과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보는 방법도 효과가 있고 사운드는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부분이니 가능하면 소리를 끄는 것이 좋다.   셀프 케어  첫째, 호흡 조절로 마음진정. 3초간 들이마시고 5초간 멈추고 8초간 천천히 코로부터 숨을 내뱉으면서 몸에 힘을 뺀다. 그리고 적당한 운동이나 명상, 좋아하는 음악 듣기, 글 쓰기, 몸 가볍게 두드리기, 마사지 받기, 다른 생각하기, 다른 일에 집중하기, 찬물 샤워 등 자신에게 효과적인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찾아 관리한다.    둘째, 언론인 자신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심적 외상을 입을 수 있는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끼리는 서로 챙겨야 한다. 데스크도 그들이 괜찮은지, 너무 힘들지 않은지 아이템 못지않게 그들의 감정 상태를 살펴야 한다.    재난, 재해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피해자 혹은 유가족은 심리적 외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취재 하는 데 있어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이미 트라우마 상황으로 1차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잘못된 질문이나 그때의 기억을 부정적으로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취재는 자칫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사건 직전부터 직후까지 만나는 언론인들이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피해자들의 사건 사고의 기억, 치유와 회복에 영향을 미친다. 기자는 현장에서 트라우마를 겪는 취재원의 트라우마를 키울 수도 있고 반대로 치유를 도울 수도 있다. 이 점을 명심하자. 공감과 지지를 받는 경험은 치유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실제의 사람들을 상대로 취재한다는 사실이다. 원거리나 간접적인 취재로도 슬픔을 얼마든지 전할 수 있다.     이성욱 / 부산MBC   
    2020-01-08
  • 1년차 지역총국 영상기자의 반성
    1년차 지역총국 영상기자의 반성       8시 50분. 커피 한 잔과 함께 회사에 들어서며 하루가 시작됩니다. 9시 10분. 취재 일정이 나옵니다. 하루에 리포트 하나 정도를 제작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보통은 오전 10시쯤 시작해 3시경이면 현장 취재는 끝납니다. 취재기자는 복귀 후 인터뷰에 쓸 부분을 발췌하고 영상을 돌려 보며 기사를 씁니다.    데스킹 후 오디오를 읽는 시간은 대개 6시에서 7시 사이. 오디오를 읽으면 편집하는 데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파일을 만들고 뉴스 영상 위에 상단도 직접 넣습니다. 테이프를 녹화하고 편집실에 갖다 주면 일과가 끝납니다.    1년 차 영상기자.  작년 이맘 때는 현직 기자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 만으로 설렜습니다. 내 시선으로 사람들이 세상을 본다는 것. 그게 가능하기나 한가? 무척 행복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 이후엔?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 혹은 한계 비슷한 것을 느끼게 됩니다. 다들 경험하셨겠죠? 남들 다 지나가는 사춘기 같은 게 좀 일찍 온 건가?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그런데 한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밀려오더군요. 지역이라서 그런 건가? 아쉬움은 제거되기는커녕 점점 쌓여만 갔습니다.    환경 탓하기 딱 좋은 환경이긴 합니다 - 욕심인지 몰라도 손에 쥐고 있는 건 쉽게 잊게 되기도 합니다.    이미 주어진 작업 환경, 지원이나 도움 없이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하는 환경은 뒤집어보면 그만큼 보람이 크다는 말도 됩니다. 예를 들어 뉴스 스튜디오에서 앵커와 대담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죠. 직군 특성에 따라 내가 뻗어갈 수 있는 영역 또한 여전히 많을 것입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러더군요. 어떻게 열 가지가 다 좋을 수 있는가? 그런 인생은 없다.    ‘지역’에 근무하는 ‘영상기자’가 할 수 있는 건 아홉 가지나 있습니다. 남은 한 가지 때문에 부린 투정은 못난 내 마음이 만들어낸 것인지 모릅니다. 이 원고 작성을 계기로 다시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아홉 가지를 가진 자로서 더욱 분발하려 합니다. 협회 선배들께서 많이 도와주십시오!     박평안 / KBS대전방송총국       
    2020-01-08
  • 펭수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펭수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 자이언트 펭TV에 출연한 펭수    지난 10월 말, 우연히 EBS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에 출연했다. SBS 정복기라는 에피소드로 펭수가 스브스뉴스팀을 방문했을 때 (5초 정도?) 잠깐 출연 당한 것. 그 출연 후 주변 반응은 자못 놀라웠다. 대학 졸업 후에 한 번도 연락이 없던 선배에게 잘 봤다는 연락이 오고 어떤 후배는 신기하다며 내가 등장한 화면을 캡처해 보냈다. 단톡방 반응도 뜨거웠다. ‘자이언트 펭TV’보다 훨씬 재미있는 스브스뉴스 ‘문명특급’에 출연했을 때 반응과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게 내겐 놀라웠다. (참고로 나는 SBS 뉴미디어 플랫폼 스브스뉴스에 일하고 있다. 그러니 객관 따위는 바라지 마시길.)    30대 중반의 후배 취재기자는 펭수에게 받은 명함(물론 소품이다)을 선물로 주자, 가보(家寶)로 간직하겠다고 했다. 명함을 건네 받은 후배 눈에는 심지어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남극 출신, 나이는 10살, 뽀로로와 BTS를 보고 한국까지 헤엄쳐 와 스타를 꿈꾸는 EBS 연습생 펭수! 이 터무니없는 설정의 펭귄 인형을 어른들이 진심 좋아하고 있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의 팬심은 놀라울 정도다. 어떻게 된 일일까?    펭수는 거침이 없다. EBS 연습생에 불과하지만 어딜 가도 일단 대빵부터 찾는다. 대빵을 만나고 나면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돈이 필요하면 아무 때나 EBS 사장 ‘김명중’의 이름을 부른다.  “맛있는 건 참치, 참치는 비싸, 비싸면 못 먹어, 못 먹을 땐 김명중.”  “구독자 이벤트는 김명중의 돈으로 선물을 주겠다.”  이런 식이다.    사실 펭수 입장에서는 실제로도 EBS 사장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이미 SBS, MBC 등 다른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몸값을 올릴 만큼 올렸으니. 어딜 가든 대빵을 만나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자신이 속한 회사 사장에게도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억누름’과 ‘절제’가 일상이 된 직장인들에게 펭수의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이 점을 첫 번째 인기 비결로 꼽아야 하리라.    펭수는 스윗하고 젠틀하다. 커다란 몸뚱이에 짧은 팔(혹은 날개)과 다리. 팔다리의 움직임이 귀엽고 비음 섞인 목소리는 무심한 듯하면서도 다정하다. 요즘 말로 츤데레(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말)다. 2미터가 넘는 거구임에도 안고 싶고 또 안기고 싶다. 사장이든 담당 PD든 당당하게 할 말을 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늘 정중히 인사하고 여간해서는 반말을 안 한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지상파인 EBS에서도 방송되기 때문에 언어 사용에 있어 예를 갖춘다.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펭수는 편안하게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다. 귀여움과 젠틀함이 펭수의 두 번째 인기 비결이다.    펭수에게는 묘한 신비감이 있다. 일단 표정이 없다. 무표정한 사백안(눈을 크게 뜨면 흰자위 한가운데 검은 눈동자가 있는 것)의 눈은 도무지 생각을 읽을 수 없다. 오로지 몸짓과 목소리만으로 펭수의 상태를 짐작해야 한다 - 인형 안에 있는 사람은 (요즘 같은 겨울에는 좀 낫겠지만) 얼마나 고생일까? 너무 더워 땀범벅이 되는 상황에서 목소리만 아무렇지 않은 듯 연기하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어느 순간에는 진심이 표정에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펭수의 얼굴은 한결같다. 인형 속 실제 인물이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걸음걸이, 날개 움직임, 앉고 일어서는 동작 모두가 늘 귀엽고 앙증맞다. 그런 인간은 없다. 완벽한 포커페이스! 그것이 펭수의 세 번째 인기 비결.    요즘 유튜브 스타는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일상 브이로그, 먹방, 게임, 뷰티 관련 콘텐츠가 1인 크리에이터 중심인데 반해, 유튜브 오리지널 예능 분야는 거대 방송국의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만드는 콘텐츠가 인기가 많다. SBS 스브스뉴스의 ‘문명특급’, 모비딕의 ‘숏터뷰’,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워크맨’과 ‘와썹맨’, 그리고 EBS의 ‘펭수’ 등이 대표적이다. ‘펭수’, ‘문명특급’, ‘워크맨’과 같은 예능 컨셉의 콘텐츠는 기획, 촬영, 편집 등이 상대적으로 간소화되긴 했으나, 기존 방송국 시스템과 노하우를 십분 활용한다. 물론 완성도도 높다. 필자는 펭수 인기의 마지막 비결로, 개성 있는 펭수의 캐릭터를 온전히 살려주는 지상파 EBS의 안정적 제작 지원을 꼽겠다.    요즘 핫한 ‘펭수’의 인기 비결을 철저한 뇌피셜(‘뇌’와 ‘오피셜’의 합성어로, 자기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사실이나 검증된 것 마냥 말하는 행위를 뜻한다.)로 분석해 보았다. 보스와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 당당함, 귀여운 몸짓과 절제된 언어,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신비감, 그리고 안정적인 제작 지원 시스템. 여기에 하나 더. 기존의 방송국 시스템과 달리 펭수는 EBS만 고집하지 않는다. EBS 캐릭터임에도 SBS ‘스브스뉴스 문명특급’, ‘정글의 법칙’,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 등 다른 방송국의 문턱을 쉽게 넘나드는 과감한 행보. 이렇게 ‘경계를 넘나드는 캐릭터’가 펭수의 진짜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직장인과 자유인의 경계, 예의와 당당함의 경계, 인간과 펭귄 인형의 경계, 레거시와 유튜브의 경계, EBS와 다른 방송국과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더니 말이다. 바야흐로 경계를 넘나들 수록  콘텐츠의 경쟁력이 살아나는 시대가 열린걸까? 아니면 경계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가 열린 것인지도 모르고.     정상보 / SBS        
    2020-01-08
  • 일반인과 연예 나영석 PD와 김태호 PD의 전략
    일반인과 연예 나영석 PD와 김태호 PD의 전략     나영석  2018년 6월 18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 라이언스 세미나’. 나영석 PD는 거기서 외국인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한국에서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어떻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는가? 이를 주제로 자기 생각을 풀었는데, 그는 ‘삼시세끼’ 시리즈의 시작을 이렇게 밝혔다.    “어느 날 나에게 10일간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뭘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삼시세끼'를 통해 실제가 아닌 환상,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무위도식이라는)'환상'을 주고자 했다.”    이 프로그램은 강원도 산골에서 시작해 남해로, 이후엔 동남아와 유럽의 식당을 거치고 스페인의 하숙집으로 정착했다. 나영석 PD는 프로그램을 위해 인맥에 인맥을 활용했다. 이서진과 옥택연, 차승원과 유해진, 윤여정과 정유미, 염정아와 윤세아, 박소담 등이 그들이다. 이들이 밥을 해 먹고, 한식을 팔고, 여행자를 위한 호스텔을 운영했다. 그는 ‘환상’을 실제처럼 보여주기 위해 연예인의 아우라를 걷어냈다. 실제로 출연자들은 밥해 먹고, 끼니를 파는 것을 마치 내 집에서 하듯 보여주었다.    김태호  유재석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의 장난처럼 시작한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음악 작업을 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레슬링을 가르쳐 줬던 밴드 ‘체리필터’의 드러머 손스타를 찾아가 억지로 배운 드럼으로 단독이자 콜라보레이션 콘서트를 했고, 트로트 ‘신동’으로 새 음원을 2곡이나 발표했다. 유재석에게 부(副) 캐릭터인 ‘유산슬’을 만들어준 김태호 PD는 마리오네트를 가지고 놀듯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유플래쉬’와 ‘뽕포유’라는 부제를 가진 이 프로젝트는 그가 음악에 몸을 맞춰가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보여주는데, 김태호 PD는 여기에서 장르의 극한으로 유재석을 끌고 간다. 드럼을 잠깐 배우게 하고, 배운 비트를 녹음해서 두 개의 곡으로 만들고, 콘서트도 연다. ‘유산슬’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음반 취입, 홍보, 지방 공연의 현장으로 잇따라 그를 활용한다. 코미디언의 정체성과 별개로 놀이에서 시작해 그에게 음악가의 옷을 입힌 것이다.   일반인과 연예인  나영석 PD는 프로그램의 환상을 위해 ‘일반인 되기’를 추구한다. 그의 전작인 ‘1박 2일’은 연예인들이 MT를 떠나는 것이고, ‘꽃보다 ○○’ 시리즈는 여행을, ‘삼시 세끼’ 시리즈는 밥해 먹고 잠자기, 밥해 먹이고 다독이기라는 컨셉트를 가지고 있다(‘알쓸신잡’ 과 ‘신서유기’는 예외적이다). 출연자들은 세트장이 위치한 마을 사람과 어울리도록 배치되고(농사와 장보기, 낚시 등) 환경과 위화감이 없도록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연출한다. ‘신서유기’ 역시 MT 놀이에서 시작해 식당 미션으로 옮겨가고, 이 과정에서 일반인과 만남을 흥행 전략으로 삼는다.    폐쇄된 공간인 농가 주택이나 민박집에서는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포착하려 수십 대의 카메라로 포위하고, 이동 중 출연자 한두 명의 행동을 잡아내고자 스텝들이 주변을 감싸면서 환경과 분리시킨다. 기존의 예능이 추구하던 안전한 세트장에서의 공연과 촬영을 일상생활의 공간으로 가지고 나온 것이다.    김태호 PD의 경우 유재석을 비롯한 출연자들을 철저하게 예능인으로 활용한다. 그들이 웃고 떠드는 과정도 결국에는 예능적인 과제를 완수하기 위한 윤활유다. ‘유플래쉬’에서 유재석은 이적, 유희열과 낄낄거리다가도 이상순, 적재, 윤상, 폴킴, 다이나믹 듀오 등과 음원을 만들어낸다. 콘서트에서는 애초에 시작한 2개 곡 이외에 이승환, 하현우가 재가공한 신해철의 유작을 단독 공연을 통해 선보인다. 연예 산업의 주류로 재입성하려는 트로트 업계의 염원에 힘입어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인기도 많이 얻은 ‘뽕 포유’의 경우에는 장르에서 활동하지만 유명하지 않았던 작곡, 편곡, 세션, 홍보, 매니지먼트의 실력자들과 음악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프로젝트에서 보이는 유재석의 활동은 ‘무한도전’에서의 역할과 다를 바 없다. 6인이나 7인이 하던 여러 도전 과제를 유재석 혼자 해내는 것. 그렇다면 ‘무한도전’ 시기의 김태호 PD의 전략과 같은 것이라 보아야 할까? 상당히 비슷하다. ‘무한도전’에서 2년 마다 개최한 각종 콘서트나 추격전, 다양한 미션 수행을 다룬 에피소드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예능인이라는 것을 항상 강조해 왔다. 그 와중에 발생하는 일반인들과의 접촉은 ‘무한도전’ 촬영 중 이라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대중들은 나영석과 김태호라는 이름을 보고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대강의 재미 포인트를 예상한다. 일반인이 된 연예인을 보거나, 딴따라의 길을 가는 예능인을 만나며 즐거움을 찾는다. 두 명의 PD는 이미 스스로 장르가 되었다. 이 장르의 경쟁-아마 두 사람은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연예 산업의 호사가나 인터넷 뉴스 매체 종사자들은 프로그램 이름만큼 그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경쟁을 부추기거나 한쪽을 편들고 있다. PD의 연봉이 화제에 오르고, 퇴사 여부가 포털사이트의 뉴스 면을 채우는 현상은 오래되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프로그램은 연예 산업을 이끌어가는 대세가 아니라 특이하게 솟아나 있는 일종의 봉우리로 보인다.     방종혁 / MBC        
    2020-01-08
  • 겨울에 시도해 볼 만한 소소하게 와인 마시기
    겨울에 시도해 볼 만한 소소하게 와인 마시기         ▲   MBN 부서원들과 와인 모임을 가졌다(사진 왼쪽 맨 앞이 필자).      삼겹살에 소주, 그리고 와인 한잔.  유난히 술 한 잔이 생각납니다. 그간 건강을 위해 술을 자제해 왔지만 뭐 추운 겨울이잖아요.  저와 일행은 이태원으로 향했습니다. 소주 대신 와인 한잔 마시자!  “1년 만에 마셔서 그런가? 정말 맛있네!”    예수의 피라고 불리는 와인과 겨울의 분위기가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날 저녁 오랜만에 마시는 화이트 와인에 문득 옛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 와인을 매일, 혹은 자주 마시면 심장병 걸릴 확률이 떨어진다! 그런 주장입니다. 1989년, WHO 세계보건기구가 이 재미난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믿기 힘든 이야기죠!    나는 지인들과의 모임 때면 와인 효능(?)에 대해 설파하곤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와인을 함께할 수록 행복하고 그만큼 더 건강해진다! 다소 억지스러운 말이긴 합니다.(^^) 친한 회사 선배들과 사내 와인 모임도 만들었습니다. ‘MBN 와쏘 (와인과 소 주) 모임’이 그것입니다!    모임의 시작은 아주 소박했습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선후배가 별로 없었기에 소소한 규모로 출발했습니다. 처음엔 제가 와인을 무료로 제공했고 한 회, 한 회 모임이 계속되자 참가자가 늘었습니다. 나중엔 인원을 제한해야만 하는, 기쁘고 안타까운 상황에 이릅니다. 무엇보다 기뻤던 건 제 스스로 마치 와인 소믈리에가 된 듯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와인의 오묘함과 신비로움을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A Votre Sante” (건강을 위하여!라는 뜻의 프랑스식 건배사)    와쏘 모임 동행은 아름다운 작별을 맞이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모임 멤버들이 모두 반려자를 만나고 가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과 와인을 함께 할수록 행복하고 또 건강하다던 저만의 패러독스도 어느새 기억 속 동화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 여전히 와인을 좋아하는 동네 아저씨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깊이는 없으나 쏠쏠히 참고할 만한 와인 팁을 공유합니다. 2020, 와인 즐기시며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결혼 기념 와인, 탄생 기념 와인 구입 시기는? 바로 지금!   와인은 시간이 지나면 대다수가 팔려나가 점점 가격이 비싸지고 구입하기 힘듭니다. 원하는 년도의 와인이 시중에 보이면 바로 구입하시길 추천합니다. 가격이 저렴한 대다수의 와인은 3년 이내에 마셔야 하기 때문에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가격대 있는 와인들을 구매하셔요. (팁! 프랑스 보졸레 누보, 스페인 비노 호벤(Joven) 등급은 그 해 마셔야 하는 와인들입니다.)    어느 지역, 어떤 가격대의 와인들을 사야 할까?  프랑스(보르도, 부르고뉴) 지역의 중장기 숙성이 가능한 상급 와인들은 3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고가입니다. 이태리 슈퍼 토스카나, 베네토 Amarone, 호주 시라즈 등 가격이 7~20만 원 범위의 신대륙 와인을 추천합니다.   오래된 와인을 찾고 계신가요?  예전 빈티지의 와인을 찾으신다면 와인샵에 수소문해보셔야 합니다. 오래된 와인은 물량이 얼마 안 남아서 남아 있더라도 시중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됩니다. 코르크에 곰팡이가 있는지 와인 라벨이 젖었는지 등 확인 필수.   구하기 힘든 와인, 국내보다 저렴한 와인을 해외 샵에서 구매할 때.  해외 샵에서 구매 가능한 빈티지 와인. 구할 수 있습니다. 가격도 국내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단 구매는 신중해야 합니다. 구매 가격 150$이상은 면세라도 배송비를 고려하면 큰 장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팁! 한국과 FTA계약을 맺은 국가의 와인을 직구하는 방법, 6병 단위로 주문하는 것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어렵게 구입한 와인, 어떻게 보관할까?  와인은 햇빛이 없는 서늘한 곳에서 일정 온도로 보관하는 게 중요합니다. 와인을 5년 후 드실 생각이라면 김치냉장고에 보관을 추천합니다. 오래 보관하고 싶으시다면 작은 와인 셀러를 추천드립니다. (팁! 와인샵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와인을 보관하는 것도 합리적.)    특별한 와인으로 기념일을 보내고 싶다면?  미국에는 컬트 와인(cult wine)이라 불리는 와인들이 있습니다. 소규모로 한정 생산하는 와인들을 일컫는 말인데 이 와인들을 구매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구매 대기 명단에 등록을 합니다. 고객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 2년에서 10년이라고 알려져 있으니 일찍 가입하는 것이 좋겠죠? 신청은 간단합니다. 해당 와이너리 인터넷 주소에 가셔서 간단한 정보 등록만 하면 됩니다. 올 한 해가 지나가기 전에 한 번 신청해 보는 것도 추천! 팁: 할란 에스테이트(Harlan Estates), 시네 콰넌 (Sine Qua Non)이 대기 기간이 제일 깁니다.      문진웅 / MBN      
    2020-01-08
  • 협회,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발간
    협회,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발간 ‘취재-편집-관리’ 흐름 따라 구성… 영상보도 기본 원칙·드론 취재 준칙 등 제시 ▲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 출판사_그래픽시선    #1. 방사능 유출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 들어가서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취재해야 하는가? #2. 어느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수가 너무 많아 하나의 리포트에 후보자 전원을 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경우에 모든 후보자들의 모습을 하나의 리포트 안에 영상보도를 해야 하는가? #3. 범죄자인 미성년자의 신상이 인터넷에 이미 공개됐다. 이 경우 인터넷상에 공개된 화면을 이용한 보도가 가능한가?     영상을 취재·보도하는 기자들이 현장에서 마주치는 고민을 해결해 줄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한원상)는 지난 28일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발간한 지 1년여 만에 현장의 목소리와 관련 규범의 변화 등을 담아 개정판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특정한 취재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취재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담았다는 점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1차 가이드라인이 취재 영역과 각종 상황을 중심으로 ‘Q&A’를 내놨다면, 이번에는 ‘취재·편집·관리’의 흐름에 따라 구성했다는 점에서 체계가 크게 달라졌다. 특히, 영상 기자가 평소 어떤 기준으로 영상을 촬영하고 보도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 원칙을 제1장에 제시함으로써, 언론인으로서의 의무와 사명을 환기하고 있다.     2020 가이드라인은 △방사능 지역 취재 △드론 취재 △청소년 범죄 등 최근 취재 현장에서 이슈가 됐던 사안들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추가로 담아냈다. 또,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선거 현장에서 맞닥뜨리게 될 영상 기자들의 실질적인 고민에 대해서도 질의-응답을 실었다. 이 외에도 어린이, 청소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취재할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각 사안과 연관된 최근 법원 판례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사례를 업데이트하고, 지난 1일부터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도 게재했다.    2차 가이드라인에는 ‘보도영상의 자료화와 관리’(제5장)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 장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각 방송사마다 더욱 방대하게 축적되는 영상 자료를 어떻게 자료화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담겨 있다.    한편, 협회는 가이드라인 발간에 맞춰 방송 종사자를 대상으로 가이드라인 교육에 나섰다. 협회는 지난 10일과 11일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취재기자, 영상기자, 영상편집자 등 방송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가이드라인 집필진인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양재규 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가 맡았다. 한원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급변하는 방송환경에서 보도의 기본적 원칙인 정확성과 공정성, 독립성, 취재원의 배려와 존중, 영상기자의 생명과 안전 및 인격권 보호가 중요하다”며 “내년에는 전국의 방송사 종사자를 대상으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검찰청,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MOU를 체결해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지켜나가는 데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전국 방송사 회원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며 1인 미디어와 방송업계 종사자 등 누구든지 구입할 수 있도록 인터넷 서점에 비치할 예정이다.        안경숙 기자 
    2020-01-08
  • 방송사, 세월호참사 특조위에 이례적 영상 제공
    방송사, 세월호참사 특조위에 이례적 영상 제공 특조위 “협조에 감사… 큰 도움 됐다”     ▲ MBC뉴스 화면 갈무리    지상파 방송사들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산하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소위원회에 세월호 관련 영상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참사 특조위는 방송사가 제공한 영상이 조사와 진상 규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세월호참사 특조위가 단원고 학생인 고 임경빈 군의 발견부터 병원 도착 시점까지의 구체적 동선, 조치 내용, 시간 경과 등 전반적인 문제점을 제기한 지난 10월 31일, MBC 탐사보도팀은 ‘해경의 지휘 체계가 한 학생의 생명보다 해경 수뇌부를 향해 있었다’는 내용을 보여주는 해경 촬영 영상을 보도했다. 관련보도가 나간 뒤 세월호참사 특조위는 임 군을 헬기가 아닌 배로 옮기라고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검찰에 수사 요청을 한 상태다.    사회적참사 특조위의 한 관계자는 “1기 특조위 때도 각 방송사에 자료 협조를 요청했지만 도움을 못 받았는데, 2기에 들어서 일부 방송사가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방송사가 제출한 영상은 영상 기자들이 직접 촬영한 것과 방송사가 입수한 외부영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 협조를 한 방송사가 어디인지, 어떤 영상이 직접적인 도움이 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방송사 쪽에서 특조위에 협조하는 대신 보안을 여러 번 부탁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긴 곤란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사가 자사의 단독 보도를 홍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자사 보유 영상을 외부에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KBS의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여러 방송사가 촬영팀을 풀로 운영한 경우 △독점적 가치가 없는 영상에 대해 내부의 승인을 받은 경우 △국내외 언론사와 영상 제공에 관한 상호 협약을 맺은 경우 등 일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부 영상 자료를 외부에 제공하거나 열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방송사의 기자는 “특조위에 앞서 언론이 먼저 진실을 찾는 노력을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제라도 각종 영상 분석과 재구성을 통해 진실을 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다”고 말했다. 사회적참사 특조위 장완익 위원장은 “방송사 영상을 분석한 결과 당시에 임경빈 군은 산소포화도 69퍼센트이었다”며 “헬기로 즉시 이송했다면 생존 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경은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아 특조위에서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영상기자들이 취재한 한 컷의 영상이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안경숙 기자
    2020-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