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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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경영
  • 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 인천공항에서 마스크를 끼고 취재하고 있는 필자<사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광범위한 행동반경을 가지는 직업은 뭘까? 아마도 순위를 매긴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영상기자가 포함되지 않을까? 종종 생각해 본다. 장소나 시간 제약 없이 소위 '총'을 맞는 것이 주 업무인 직업. 예고 없는 서울-부산 당일 출장쯤은 거뜬한, 가끔은 해외출장도 기약없이 떠나는 것이 일상이다.    난데없이 행동반경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고열과 폐렴 증상이 악화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이 무서운 전염병은 치료제가 없고, 사람 대 사람으로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되기에 확진자가 이동한 경로를 따라 접촉자를 추적해 관찰하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모든 것인 듯하다. 보건당국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구체적인 시각을 기재한 이동경로를 발표하고 있다. 자연스레 일반인들의 관심은 확진자들이 언제 어디를 다녀갔느냐에 집중되고, 언론은 연일 새로운 확진자들의 동선과 그들이 방문했던 장소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8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는데,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보면 음식점, 극장, 지인 집, 레저 공간등 에 방문한 구체적인 시각도 확인된다.    그런데, 여기에 만약 영상기자인 본인의 일정을 대입해보면 어떻게 될까? 국내 첫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던 1월 20일부터 2월 5일까지 보름정도의 기간 필자는 인천공항 3회, 김포공항, 어느 초등학교, 명동 내 약국 10여 곳, 만화방, 대검찰청, 마스크 제조공장, 진천 인재개발원, 방산시장, 대학로 소극장 몇 곳 등을 돌았다.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은 5,9호선 지하철을 이용했고, 수 많은 사람들이 바삐 오가는 회사에도 하루 몇 시간씩 머물렀다. 업무 중간에 거친 편의점과 카페, 식당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다. 설 연휴에는 양가 부모님과 큰어머니, 외할아버지를 찾아 뵙기도 했으며, 주말부부 생활을 하는 터라 KTX로 지방을 몇차례 오가기도 했다. 아! 3,4,15번 확진자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던 20일엔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우한발 항공편 탑승객을 찾아 두 시간 넘게 헤메는 일도 있었다. 업무 특성상 무수히 많은 인파에 노출되며 불특정 다수와 대화를 하는 일도 잦다. 나와의 밀접 접촉자 숫자를 과연 헤아릴 수 있을까? 내가 만일 바이러스 감염이 되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난 몇 년 간 크고 작은 전염병으로 사람과 가축 가릴 것 없이 몸살을 앓아 왔다. 메르스, 신종플루가 인간을 힘들게 했고, 동물들은 구제역과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고통받았다. 구제역이 한창이던 때 취재 차량을 타고 축산농가, 사료제조 시설, 방역기관, 방역현장 등을 종횡무진하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에서 내가 가장 위험한 변수가 될 수 있겠구나!’    좀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면, 어릴 적부터 난 그다지 깨끗한 습관을 가진 편이 아니었다. 독립하기 전에는 어머니, 지금은 아내에게 청소에 관련한 잔소리를 많이 듣지만, 영상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이후 개인위생에 대해서는 무척 노력하고 있다. 일과 중 손을 씻거나 가글을 하는 등의 행위에 제법 집착하게 되었고, 귀가하면 무조건 샤워를 한다. 집안과 밖에서 입는 옷을 철저하게 구분하고 한번 입었던 옷은 가급적 귀가하면 바로 세탁을 한다. 책상 서랍엔 알콜솜과 마스크를 항상 구비해놓고 사용하는 편이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슈퍼전파자’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전염병이 돌면 기자들은 더 바빠진다. 바쁘고 힘든 일상이 반복되다보면 지쳐가고, 위생과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곤 한다. 1월 20일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뒤, 급하게 공항에서 우한발 항공편 승객을 찾아다녔는데,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보니 마스크 쓰는 것조차 깜빡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뷰파인더에 시야를 오롯이 맡기고 일에 집중을 하다보면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되지만, 우리 건강만큼은 스스로 잘 지켜야 하지 않을까? 건강이 최우선이 아니던가?     김남성 / SBS        
    2020-03-12
  •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보도영상 관련 기술은 계속 발전해왔다. 화질은 SD에서 HD로, 기록 매체는 테이프에서 메모리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영상취재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영상기자의 역할까지 바꾼 것은 아니다. 하지만 MNG는 기존의 위성 장비를 뛰어넘는 현장 접근성과 신속성으로 영상기자 업무를 확장했다. 현장 중계와 기자 연결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영상기자에게 MNG는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기술이다.    또 어떤 기술이 미래의 영상취재 모습을 바꿔 놓을 지 예측해 본다면 클라우드가 아닐까 싶다. 클라우드는 구름 속에 가려진 마법주머니라고 볼 수 있다.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몰라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 구름 속에 손을 넣어 빼 쓰면 된다. 실제로 가장 큰 클라우드 서비스 중 하나인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AWS : Amazon Web Service)는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IT 솔루션을 제공한다.    보도영상 기술로 좁혀 보면, 취재 현장의 모든 카메라는 클라우드를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과 제어가 가능하다. 클라우드와 연결되는 대상은 단지 영상뿐만 아니라 위치, 시간, 렌즈, 배터리 상태 등의 카메라에 내장된 센서가 쏟아내는 모든 데이터를 포괄한다. 이미 ENG카메라는 아직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클라우드와 연동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내가 현재 사용하는 파나소닉 AJ-PX800G 모델만 해도 전용 LTE 동글을 삽입하면 카메라의 모니터링과 원격 조정이 가능하다.(물론 제대로 된 클라우드 서비스는 제조사 사정으로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심지어 TVU 서버와도 TVU 송신기 없이 직접 연결할 수 있다. 네트워크 본딩 기술이 없어 실제 사용은 힘들겠지만 급한 경우 6Mbps 이상의 속도가 나오는 인터넷 선이 있다면 시도해 볼 수 있는 기술이다.    ENG 메이커의 특수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니나 파나소닉보다도 MNG 제조업체가 보도영상의 클라우드 기술을 빠른 속도로 발전시키고 있다. 특별히 주목할 기술은 TVU 그리드 서비스이다. 아마존 AWS 클라우드 기반의 영상 공유 서비스로 이미 각사에서 AP, CNN, ABC 등 외신의 수신에 사용되고 있다. 영상의 단순 분배는 TVU 그리드 서비스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TVU 백팩 혹은 스마트폰 어플인 TVU Anywhere 등에 연결된 영상을 전 세계 모든 방송사에 배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 당시를 가정해 보자. 클라우드 서비스에 현장 영상이 검색되는데 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사용하지 않을 방송사가 있을까?    보도영상의 클라우드화는 유튜브 라이브와는 분명히 결이 다른 기술이다. TVU 그리드에 영상을 올리는 영상 제작자는 다수의 일반인이 아닌 방송사에 영상을 배포하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TVU 그리드에 떠 있는 영상의 종착지는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라 전 세계 방송사 신호 분배실의 SDI 출력 단자이다. 여기까지는 그저 기술의 문제이다. TVU 그리드에서 중요한 현장의 라이브 영상을 클릭했더니 결제창이 뜨는 시점부터는 직종의 생태계, 보도영상 시장의 문제가 된다. (TVU社 에서도 차후 과금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미국에는 특종 영상을 전문적으로 촬영해 방송국에 판매하는 일명‘ 나이트 크롤러’와 같은 직업이 존재한다. TVU그리드와 같은 보도영상 클라우드 시스템이 과금 체계와 결합된다면 갈수록 그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영상제작기술의 흐름과 맞물려 보도영상과 관련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다. 일반인도 영상기자도 아닌 프로 같은 아마추어들이 클라우드를 통해 보도영상의 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쯤 되면 클라우드 시대에영상기자만의 가치와 역할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역사를 기록하고 공신력 있는 영상을 만든다는 기본 그 이상의 가치 설정이 필요한 때다.     이우진 / MBN      
    2020-03-11
  • 지역 영상기자의 '반전(反轉)' 적응기
    지역 영상기자의 '반전(反轉)' 적응기      ‘지역이라고 해서 만만히 볼 게 아니구나...’ 작년 이맘때쯤 처음 빛고을에 발을 딛고 난 후 1년 동안 머릿속에 늘 떠오르던 생각이다. KBS에 입사하기 전 서울에서 맞닥뜨리던 현장과 업무와 비교할 때 지역에서는 좀 더 수월할 거라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 '서울 공화국'의 폐해는 언론 지형에서도 공통분모지만,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언론과 기자들의 존재를 몸소 느낀 1년이었다. 그만큼 지역 시청자들에게 느끼는 무거운 책임감과 지역 기자로서의 자부심은 한층 더해진 터다. 오지로 벗어날수록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광주에서 3개월간 수습기자 생활을 마치자마자 KBS 목포로 발령을 받았다. 수습을 면한 기쁨과 함께 다도해의 풍광과 목포의 먹거리를 기대했던 내가 먼저 마주한 건 돌아온 4월, 세월호의 아픔이었다. 하릴없이 자식을 떠나보낸 곳을 여러 해가 넘도록 떠나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은, 내겐 감히 카메라에 담는 행위 자체가 성립이 안 될 만큼 힘들었던 기억이다. 기자가 아니었다면, 내 구실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지난여름 수없이 몰아쳤던 태풍의 최전선에서 카메라를 들 수 있던 것도 지역 영상기자였기에 가능했다. 목포에서 뱃길로만 4시간에 가까운 가거도와 흑산도를 한 달 안에 번갈아 다녀온 것은 선배들도 겪지 못한 일이었다고 한다. 13호 태풍 링링부터 18호 태풍 미탁까지, 한 달 내 3번의 태풍을 겪은 도서지역의 피해는 상상 이상이었다. 눈으로 확인한 처참한 광경들은 주민들의 고통과 호소로 고스란히 보도에 담겼고, 정부의 발 빠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내가 목포에서 근무하지 않았다면 경험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지역에서만이 취재 가능한 현장은 아니리라. 제한된 지리적 위치와 지역 언론의 당위성을 내세우기 위해 하는 말도 아니다. 수도권처럼 일선 취재현장이 몰리는 곳은 아니지만, 이슈와 시청자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듯 지역 영상기자 또한 가야 할 현장은 늘 존재했고 그 현장들로 만들어진 지역뉴스가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지난 1년은 내게 ‘영상기자’ 동시에 ‘지역 기자’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카파이즘'으로 대변되는 영상취재의 기본과 정신을 익히는 시간이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는 지금도 지역 기자로서 지역민들에게 신속하고 적확한 보도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1년, 10년은 지역 현장에서 배운 경험 토대로 국제적으로 성장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 신입 영상기자의 하루는 여전히 고된 편이다. '눈치 챙기라'는 EBS 캐릭터 펭수의 일갈처럼 출근과 퇴근 사이에서, 선배들과 현장 사이에서 눈칫밥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내 두 발이 광주전남에 딛고 있는 한 이 지역 어떠한 현장에서라도 당당하고 때로는 겸허하게 카메라를 들어야겠다는 다짐은 변화가 없다. 선배들이 쌓아온 영상기자의 위상과 KBS 기자의 구실을 잊지 않겠다.     조민웅 / KBS광주      
    2020-03-11
  • 제주에서의 일 년, 어떻게 보내게 될까
    제주에서의 일 년, 어떻게 보내게 될까     ▲ 제주 월정리 해변에 취재하고 있는 필자    2016년 4월, 일주일 동안 제주를 돌아본 경험이 있다. 당시 제주공항에서 일하던 친구네 놀러 가서 사흘, 영화제가 열린다는 강정마을에서 이틀, 그리고 결혼 후 제주시 구좌읍에 이주해 사는 친구네서 다시 이틀. 나는 뚜벅이 여행자였지만 친구들이 나를 태우고 애월의 카페와 흑돼지 맛집으로, 서귀포의 게스트하우스로, 그리고 함덕 해수욕장과 어마어마한 곁들이 반찬이 나오는 횟집 등으로 데리고 다니며 제주를 구경시켜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예쁜 푸른빛이었던 협재해수욕장과 축축하면서도 상쾌했던 비자림이다. 작년 10월에는 1박 2일의 짧은 출장으로 제주에 와서 새별 오름도 오르고 사려니 숲길도 걸었다. 여기에다 중고등학교 때의 수학여행까지 더한다면 관광객으로는 적지 않은 경험을 가진 것 아닐까?    여행자에게 즐거움만을 선물한 땅으로 기억되는 제주에서 ‘노동자’이자‘ 이주민’으로 살게 되다니! 순환근무 지역으로 제주를 선택한 것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환경과 생태 이슈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의 지역 이슈들은 내가 촬영기자로 일하기 전 시민단체 회원으로 활동을 하며 관심을 가진 것들과 관련이 있다. 인구 유입과 관광객 증가에 따른 문제들, 제2공항 설립과 쓰레기 처리 문제, 젠트리피케이션, 환경파괴 등.이것들은 사랑받는 관광지 제주의 이면이다.    오름과 바다, 숲길 등 제주의 아름다운 곳을 다닐 수 있는 기회도 제주를 선택한 이유다. 지난 첫 일주일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취재로 제주 시내를 벗어나기 힘들었지만 앞으로는 내가 기대한 제주 풍경을 자주 만나게 되길 바라고 있다.    그 외에도 따뜻한 곳에서 살아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20년 넘게 경기도 파주에서 살았는데 겨울이면 매일 아침 날씨 뉴스에서 파주 기온이 얼마나 낮은지 알려줄 정도로 추웠다. 며칠 전엔 파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였는데 웬걸? 같은 날 제주는 영상 3도였다. 지난 1월 한 달간 제주지역 평균기온 은 9.2도였다고 하니 제주에서 보내는 첫 달(2020년 2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겨울이지 않을까? 제주총국 보도국 선배들과 동기들이 맛집 이야기를 하면 나는 재빨리 지도 어플을 켜고 별표를 친다. '도민 맛집'과 '도민 명소'를 정리해 지인들 의전에 활용하는 게 올해 해야 할 큰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일 년 살게 되었다는 사실은 나의 주변 사람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막내를 남한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으로 보내게 되었다며 잠시 우울해하던 엄마는 일 년 동안 몇 번이나 주말을 이용해 제주에 놀러 갈 수 있는지 계산을 시작했다. 동네 친구들, 대학 동기들은 여름에 제주에서 엠티를 해야겠다고 한다. 올해 결혼 계획이 있는 한 친구는 한라산 정상까지 함께 올라야만 청첩장을 주겠다는 말로 제주 방문 의지를 보여줬다. 지금은 각각 원주와 거제에 사는 대학교 선배들은 내 지역 근무를 기회로 삼아 제주 모임을 기획 중 이다. 그리고 제주도 생활 열흘 만에 한 친구가 제주를 방문하겠다며 연락을 해 왔다. 나도 아직은 제주 생활이 얼떨떨하고 고기 국수라고 쓰인 간판을 발견하거나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들의 제주 방언을 들어야 내가 제주에 있음을 점차 실감하는 처지인데. 이들 모두가 나보다도 제주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다. 한라산 등반, 서핑, 맛집 투어, 올레길 트래킹 등 하고싶은 액티비티도 제각각이다. 이들 덕분에 나도 제주에서 이전에 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하며 일 년을 채우게 생겼다.     송혜성 / KBS제주          
    2020-03-11
  •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1. “습관이 이상하게 들어 시나리오를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카페나 커피숍에서 쓴다. 영화가 개봉할 때쯤에 가보면 그 커피숍이 망해서 없어졌다.”    2020년 미국 헐리우드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말한 수상 소감이다. 그는 오스카상 각본상을 수상하면서도 집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공동 수상이긴 하지만 그는 영화의 첫 작업인 시나리오 작업에서부터 자신의 아이디어를 개진하며 프로젝트를 끌고 나간다고 밝힌 셈이다. 오스카 수상 이후 이어진 인터뷰에서는 수상과는 별개로 영어와 한국어로 된 별도의 시나리오 작업이 있음을 밝혔다. 한국에서 영화의 주인이 ‘감독’ 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 작년 하반기 TV 드라마에서 챔피언은 KBS 2TV에서 방영된 ‘동백꽃 필 무렵’이었다. 드라마의 기본기를 모두 갖춘 작품이자 스릴러와 휴먼드라마의 요소를 고루 가지고 있으며 최종회 시청률이 23.8%를 기록해 성공한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 드라마의 방영 초반에는 공효진, 강하늘, 혹은 옹벤저스와 같은 인물과 줄거리에 대한 기사가 넘쳤는데, 극이 후반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극본을 쓴 ‘임상춘’ 작가에 대한 평가가 많았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스토브리그’의 화제성은 배우들이나 연출자가 아니라 ‘이신화’ 작가에 있었다.    3. 1990년대까지 한국 TV의 드라마는 주로 스타 PD와 주연 배우들에 의존했다. 김종학, 황인뢰, 이진석, 윤석호, 김재형 등의 연출가들은 드라마에 자신들의 색깔을 집어넣었다. 이들은 배우를 압도하는 능력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는 김종학 작품이었으며, '우리들의 천국', '사랑을 그대 품 안에', '별은 내 가슴에'는 이진석이, '가을 동화', '겨울 연가', '여름 향기'는 윤석호, '용의 눈물', '여인천하'는 김재형이 만든 작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물론 이 시기부터 김종학 PD는 송지나 작가가, 표민수 PD는 노희경이라는 작업 동지들이 있었지만 적어도 연출자가 작가들의 영향력에 가려지는 일은 없었다.    4. 어느 순간 편성을 좌지우지하는 작가들이 나타나 드라마 제작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일이 생겨났다. MBC는 ‘임성한’의 작품에 편성을 내주었고, SBS는 ‘김은숙’ 드라마를 배치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임성한과 김은숙은 전 세대인 김수현이 가졌던 PD를 압도하는 힘을 넘어 편성을 흔들 정도의 영향력을 거머쥐었다. 여기에 ‘싸인’과 ‘시그널’을 집필한 김은희와 두 홍자매(홍진아, 홍자람/홍정은, 홍미란)는 방송사가 아니라 드라마 제작사와 배우들의 출연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가가 드라마에서 연출자를 압도하게 되는 배경에는 제작환경의 변화가 있다. 외주 제작사가 나타나기 전까지 드라마 제작의 갑은 방송사였고, 방송사를 대리하는 연출자들은 비정규직이며 을인 작가를 선택할 수 있었다. 당시 배우들은 회사에 소속된 월급쟁이들이었다. 하지만 외주제작 제도가 생겨나고, 드라마 제작 자본이 방송사에서 제작사로 넘어가면서 연출자들은 제작 전권을 가진 주체에서 객체로 변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제작이 방송사와 제작사의 공동 작업이 되면서 연출자들은 방송사에서 둘을 중개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후, 두 제작 주체의 힘의 균형이 제작사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일종의 파견 연출자이자 방영권과 제반 부가 권리를 회사로 가져오는 담보물이 되어버렸다. 인터넷이나 연예 매체들의 관심도 드라마 제작에서 작가가 누구인지, 작가의 계약금과 배우가 누구인지에 더 쏠리고 있다. 그렇기에 드라마 연출가는 봉준호와 같은 ‘작가이자 연출자’가 될 수 없음도 자명해졌다.    5. '동백꽃 필 무렵'의 1회의 첫 장면인 향미의 사체가 등장하는 시퀀스는 27컷이며, 동백이가 처음 등장하는 로케이션 시퀀스의 컷은 65개이다. 작가가 디테일하게 지시한 대본을 썼다 하더라도 수십 개의 컷을 배치하고 배우들의 연기를 지시하는 것은 연출자인 차영훈 PD의 몫이다.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섬세한 배우들의 연기를 완성시키는 미장센과 연출, 편집을 볼 수 있는데, 결국 연출자가 작가와 배우들의 유명세에 가려진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방종혁 / MBC      
    2020-03-11
  • 스포츠 정신을 더럽히는 욱일기
    스포츠 정신을 더럽히는 욱일기        2019년 11월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프리미어 프로 12 결승전이 열렸다. 그것도 한일전! 일본 최초의 이 돔야구장은 수용인원 4만 6천 명 규모로, 전일 슈퍼라운드 한일전에 이어 결승전이 열리는 것이었다. 당연히 매진. 시합 두 시간 전부터 관중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사방 출입문에서 줄지어 내려오는 팬들은 마치 용암이 흘러내려 낮은 곳에 고이는 광경을 연상케 했다. 그라운드 안전망 아래까지 내려온 팬들이 좋아하는 선수들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아마 그 얇은 안전망이 없었다면 이 팬들의 용암은 그라운드 밑까지 흘러 내려갔을지도 모른다.    2015년 초대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은 이번 결승에서도 이변 없이 일본에게 멋진 KO를 날려야 했다. 취재진들 사이에서도 대회 2연패에 대한 열망이 끌어올랐다. 나는 이날, 중계 카메라를 대신해 결승 오프닝을 직접 촬영하는 미션을 받았다. 이승엽 해설위원 뒤로 관중이 이미 꽉 차 있었고, 이어폰 없이는 바로 옆에서 외치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얼마나 흥분되는 순간인가? 도쿄돔 현장에서 결승 오프닝을 직접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다니!    여담 하나. 중계 주관사인 SBS의 ENG 포지션은 3루수 쪽 중계카메라 옆자리였다. (오른손 타자가 나올 때 뒤편에 있는 내 모습이 포커스 아웃으로 중계 화면에 보였노라고 귀국 후에 선후배들에게 얘기를 들었다.) 당시 나는 현장에서 내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힐 수 있다는 건 안중에도 없었다. 파울볼이 운 좋게 날아와 프리미어 12 문구가 박힌 공을 하나 받았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통상 일본의 응원 문화는 한국 못지않게 시끄럽고 열정적이다. 그날 역시 외야수에 밀집된 응원군은 대형 깃발과 북을 이용해 일괄적으로 “NIPPON” 구호와 함성을 지르며 일어났다 앉았다 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응원 규모, 열기 면에서 일본 쪽은 압도적이었다. 1회 초 김하성, 김현수 선수가 홈런을 쳤을 때 잠시의 정적이 흐른 것을 제외하면 일본의 응원 구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도쿄돔을 들었다 놨다 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자리 잡은 3루 쪽 위치에서는 외야 관중을 정면으로 볼 수 있었다. 카메라 익스트림 줌을 이용해 그들의 표정까지 담을 수 있는 위치였다. 전날 슈퍼라운드 마지막 한일전에서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일본 관중이 잡혔고 KBO는 주최 측인 세계 야구 소프트볼 총 연맹(WBSC)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WBSC는 욱일기 영상이 나가지 않도록 중계 방송사와 협의하겠다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을 뿐이다. 결승전 시작 전 욱일기 관련 검사와 같은 대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취재진들은 KBO가 WBSC에 문제 제기를 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욱일기가 나타나지는 않을지 예의 주시했다.    내가 SBS “영상토크”에 올렸듯이 3회 초반 외야 뒤편 출입구 1번 기둥에서 욱일기를 망토처럼 두른 노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앞모습은 일반 옷차림으로 평범해 보였으나, 뒤를 돌 때마다 대형 욱일기가 카메라에 잡혔다. 본인도 떳떳하지 않은지 지정된 응원석이 아닌 계단 뒷줄에서 마스크를 쓴 채 출입문을 들락거리며 응원을 하고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입고 있던 망토를 벗어 들고 흔들다 결국 경찰의 제지로 퇴장을 당했다. 시상식이 이뤄지는 마지막까지 그 노인은 욱일기로 무슨 메시지를 주려 했던 것일까.    도쿄돔 입구 안내판에는 응원 깃발 및 현수막은 특정 국가나 지역을 비방하는 내용, 어떤 정치적·종교적 내용도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게다가 욱일기는 우리나라를 침략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며 전범기다. 특히, 태평양 전쟁으로 일본이 아시아 각국을 침략할 때 육군과 해군에서 군기로 사용된 이 욱일기를 한일전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망토처럼 두르고 나타난 저의가 무엇인가? 더욱이 내년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도 욱일기를 제한하지 않겠다고 말한 일본 외무성은 ‘욱일기는 일본 문화의 일부이고 국제적으로 폭 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가 취재한 영상의 그 욱일기 노인은 결코 떳떳하게 자기네 문화의 일부로서 응원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성숙한 응원문화라고 볼 수 없다. 일본의 한국 침략 등 전쟁 범죄를 저지른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스포츠 경기 응원에서 욱일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 행동이다. 공명정대하고 순수해야 할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프로파간다와 비상식적인 수사로 흠집을 입는다면 이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상처를 되새기는 일이 될 뿐이다.     김흥기 / SBS      
    2020-01-10
  •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한국 vs 투르크메니스탄 (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한국 vs 투르크메니스탄 (2)      우린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다. 편집하고, 최대한 작은 용량의 파일로 만들어 웹하드에 전송할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이게 웬일?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 몇 번을 시도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준비해 갔던 MBC 자체 웹하드로 접속을 시도해 보았다. 역시나 되지 않는다. 크롬에 네이버 메인 페이지는 정상적으로 열리는데 웹하드만 접속이 되지 않았다. 눈 앞이 깜깜해지고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웹하드/MBC 웹하드 접속을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나 헛수고였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천만다행으로 구글 드라이버 접속은 가능했다. 그런데 12초짜리 스텐업 영상을 업로드하는 순간... 마치 지옥의 문이 열리는 끔찍한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업로드 완료 예상시간 1시간 20분.’    이런! 계속 지켜보는데 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 순간 속으로 신은 죽었다, 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냉정하게 볼 때 웹하드와 구글 드라이버를 믿고 영상을 송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남은 것은 MNG뿐이다.    다행히 MNG LCD 창으로 보이는 유심 통신 상태는 지난번 테스트 때처럼 선명한 초록빛이었다. 잠시 후 MNG 송수신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다. ‘영상이 수신 서버와 라인에서 확인이 되지 않는다.’    MNG에 사용한 유심이 해외 통신 차단되는 상황인 듯했다. 이것은 내가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본사에서 MNG 제작회사로 문의해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잠시 뒤 MNG 본사에서 중국 지역 중계탑을 이용하면 송출이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이 왔다.    수신 서버에 영상이 보인다!    영상 송출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소위 깍두기처럼 조각조각 나는 상황. 재송출을 여러 번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4번의 재송출. 각사 인제스트에서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답변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3시간이 3일처럼 길게 느껴졌다. 마치 지옥을 맛보고 온 듯한 느낌이었다.    대사관 쪽에 문의하자 대통령 방문 전 문체부 담당자들이 방문해 기자실에 관한 모든 시스템을 투르크메니스탄 협조를 받아 설치하고 작업을 해 놓아서 인터넷 상황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씁쓸한 맘을 지울 수가 없었다.    드디어 결전의 날!!    경기가 열릴 아슈가바트의 코페트다그 스타디움. 도착하자마자 기자석에 자리를 잡았다. 기자석이라는 게 고작 중앙 스탠드 앞쪽에 테이블 몇 개를 가져다 놓은 게 전부였다. 무선 와이파이를 설치해 놓았지만 외부 어플은 사용할 수 없었다. 기자석을 벗어나면 그것도 연결이 끊겨 사용이 불가능했다.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면서 관중석이 차자 핸드폰이 불통되어 전화조차도 쓸 수 없었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며 경기가 시작되었다. 약 3만 명의 현지 응원단이 일방적인 응원을 펼쳤다. 경기는 우리 대표팀의 2대0 완승.    경기 전 그라운드 피치에서 촬영은 불가능했다. 기자석 중앙에 포인트를 잡았다. 촬영과 동시에 편집도 병행했다. 경기 종료 후엔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인파를 뚫고 경기장을 빠져나온 우리는 호텔로 향했다. 경기가 끝난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 일정. 아슈가바트에 머물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호텔 복귀 후 마지막 송출 영상을 웹하드로 업로드했다. 어느덧 호텔 체크아웃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이곳에서 보낸 3박 4일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쳤다. 취재 말고 다른 기억은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만큼 일에 몰두해 긴박하게 보낸 시간이다.    이곳에서의 추억을 기억에 담고 동고동락한 노트북 전원을 껐다.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VPN을 연결해 데스크 선배께 문자를 남긴다.    “지옥을 맛보고 복귀합니다.” 첫날 이후로 웹하드는 문제없이 접속됐다. 업로드 속도도 빨랐다. 왜 그땐 모든 웹하드가 차단되어 접속되지 않았을까. 또 어떻게 해서 그 이후에는 전혀 문제없이 접속이 된걸까?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고 남은 상태이다.     서현권 / MBC      
    2020-01-10
  • “현장 의견과 규범의 변화를 조화롭게 담아낸 개정판이 계속 나오길”
    “현장 의견과 규범의 변화를 조화롭게 담아낸 개정판이 계속 나오길” [인터뷰]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연구팀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사진>.     1년 가까이 작업해 온 가이드라인 개정판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소회가 어떤가.    “그동안 파일로만 작업해 오다 오늘 실물로 가이드라인을 받으니 감회가 새롭다. 이번에 나온 개정판은 첫 번째 작업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8년에 만든 가이드라인을 두고 좀 더 수정·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격려와 채찍이 있었다. 가이드라인을 한 번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첫 번째 작업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후속 작업이 이뤄졌다는 점, 후속 작업을 할 때 현장의 이야기를 더 많이 수용했다는 점 등에서 필진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특히 이 작업을 하면서 내내 느낀 것이지만, 영상 기자들의 뚝심이 정말 대단하다고 본다.”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작년의 영상보도 가이드라인과 다른 점은.    “영상기자의 이념적 좌표를 제1장에 제시했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민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것에 앞서, 영상기자가 무엇을 추구해야 하고 어떻게 취재 보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을 가이드라인에 담은 것이 가장 큰 변화이다.    형식에 있어서는 편제가 달라졌다. 2018년 가이드라인이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등 공간별 ‘초상권’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020 가이드라인은 ‘취재-편집-영상 자료의 관리’라는 보도의 흐름에 따라 관련 쟁점을 다뤘다.    내용 면에서도 훨씬 풍부해졌다. 예전 가이드라인에는 95개의 질문이 수록되었는데, 이번에는 149개가 실렸다. 질문이 좀 더 정교해지고, 분야별로 다양해졌다는 뜻이다. 특히 자료화면에 대한 부분이 매우 명쾌하게 서술돼 있다. 이미 사용된 영상을 가져다 쓰면서, 자료화면이라는 표시가 안 되는 데서 발생하는 시청자의 신뢰 문제, 정직한 영상 사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어 많이 논의했다. 보도 내용과 무관한 영상을 내보내면서 영상의 출처를 명시하지 않거나 ‘자료화면’이라는 내용을 잠깐만 노출시킬 경우 시청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만큼, 영상이 나가는 동안 지속적으로 ‘자료화면’이라는 표시를 하기로 했다. 이는 저널리즘 윤리를 확보하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이 외에 최근 1~2년 사이에 나온 판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사례, 방송심의 사례 등이 추가됐다.”     지난 10월 공개된 개정판 초안에는 포토라인 항목이 빠져 있었는데, 변화가 있나.    “포토라인은 현재 검찰 등 관계 기관과의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 변화를 주진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검찰 포토라인’보다는 ‘법원 포토라인’을 고민할 때라는 현장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피의자뿐만 아니라 수사관들의 초상이나 피의자 주변인들에 대한 초상권 처리 문제는 좀 더 상세해졌다.”     개정 작업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면.     “현장 기자들이 더 현장감 있게 느낄 수 있도록 질문을 가다듬고 사례를 좀 더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장의 의견을 듣고 가이드라인을 가다듬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장의 요구에서 한 발 앞서 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딜레마인 것 같다.”     지난 10일과 11일, 서울 상암동 골든마우스홀에서 현장 기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워진 가이드라인에 대한 강의를 하기도 했는데.    “이번 교육에 영상 기자들뿐만 아니라 영상 편집과 관리를 담당하는 분들이 많이 참여해 주셔서 놀랐다. 가장 많이 나온 얘기는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가이드라인과 현장의 괴리를 좁혀 나가기 위한 개정 작업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와 함께 현장이 달라져야 하고, 방송사가 달라져야 한다. 예전의 취재 관행을 현장 기자에게 무리하게 요구해선 안 되고, 그러기 위해선 데스크들도 바뀌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데스크가 가이드라인을 벗어나거나 위법한 취재를 지시할 경우 따르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장 기자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이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한국영상기자협회에서 주최하는 이 달의 영상기자상과 한국영상기자상의 심사 규정에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영상 관련 기자상의 심사규정에 가이드라인 적용을 명시한 것 자체가 한국 저널리즘 역사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본다. 협회마다 나름의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규정화한다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다.    다음으로는 실제로 가이드라인이 기자상 심사에 제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출품작이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면 해당 기자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지키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면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가이드라인대로 하면 영상 취재 보도가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최근 상을 받은 작품을 보면, 영상에 등장하는 10명의 얼굴과 음성 변조를 모두 했더라.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도 얼마든지 보도를 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되는 대목이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 같다.”     기자상 후보 작품에서 영상 기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무엇인가.    “모자이크 처리와 음성 변조를 완벽하게 하지 않고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은 모자이크 처리와 음성 변조는 아는 사람이 보면 취재원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도 있고, 취재원에게 익명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지키지 못한 기자의 직업윤리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런 신뢰 관계가 깨져 기자상에서 탈락하는 일이 많다.”     앞으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방송계에 안착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나.    “현장 기자들이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보장되지 않는 것 같다. 가이드라인을 이해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기자 교육이 꼭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데스크가 가장 많이 바뀌어야 한다. 변화된 규범과 패러다임을 수용한다면 언론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협회 역시 기자상 심사를 비롯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관련 학회, 분쟁 기구가 함께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도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앞으로 2년에 한 번 정도 개정판이 나왔으면 좋겠다. 새로운 필진들이 참여해 새로운 관점에서 집필해 준다면, 이전 필진들이 보지 못했던 부분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시각으로 현장의 의견과 규범의 변화를 조화롭게 담아낸 가이드라인 개정판이 지속적으로 나오길 기대한다.”     안경숙 기자
    2020-01-10
  • 그들의 첫 번째 가이드라인과 두 번째 가이드라인
    그들의 첫 번째 가이드라인과 두 번째 가이드라인       ▲ 지난 11월 29일과 30일 이틀간 영종도 웨스턴그레이스호텔 세미나실에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내용을 마지막 점검하고 있는 집필진<사진>.    2014년 1월에 개봉했던 ‘겨울왕국’이 지난 11월 속편으로 돌아왔다. 누적관객은 12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번에도 역시 흥행 대박을 거뒀다. 나 역시 겨울왕국 덕후인 우리 집 꼬맹이들 성화에 못 이겨 절찬리에 상영 중인 ‘겨울왕국2’를 보며 보다 당당하고 강력해진 엘사를 영접했다.    속편이 개봉되면 사람들은 1편보다 낫다느니, 못 하다더니 말들이 많다. 1편의 성공이 속편 제작자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기 마련인 것이다. 흔히 영화에 관해 오가는 이러한 말들이 이번에는 가이드라인에도 적용되지 싶다. 여기, 2018년 11월 발간되었던 첫 번째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 이어 두 번째 가이드라인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시 세상에 내놓는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무엇이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영상기자의, 영상기자에 의한, 영상기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집필진의 절반이 영상기자들이다. MBC 나준영 부장, KBS 윤성구 기자, SBS 조정영 차장, 그리고 한원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이 집필에 참여했다.    현직 영상기자들의 문제의식과 실천적 대안 제시가 자칫 사변적이거나 이론적으로 치우치기 쉬운 가이드라인에 현장감과 구체성이라는 생기를 불어 넣었다. 또, 작년 가이드라인에서 이미 표방했듯이 가이드라인의 관심은 온전히 영상기자와 영상 보도이다.    ‘일반 기자’를 위한, ‘특정 언론사’를 위한 준칙이나 가이드라인은 많다. 하지만 국내외를 통틀어 영상기자와 영상보도만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가이드라인 작업에 참여하기 전까진 영상기자와 취재기자의 역할 차이 조차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 영상기자와 영상보도만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발전이고, 혁신이며, 자랑이다.    한편, 가이드라인의 주된 목적은 당연히 올바른 저널리즘의 실천, 취재원에 대한 존중과 인격권 보호이다. 이와 동시에, 가이드라인이 영상기자에게 말한다. “영상기자에게는 스스로의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소속 방송사와 동료에게 요구할 권리가 있다.    영상기자의 상급자와 방송사는 방사능 피폭, 전염병 감염, 폭발과 붕괴 등으로부터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지역에 영상기자를 투입해서는 안 된다.” 전쟁터와 같은 취재현장에서 자신의 안위쯤 과감히 무시하는 것을 ‘기자정신’이라 여기는 영상기자들과 그들의 상급자, 소속 방송사에게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과연 현실적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은 “영상기자 스스로 자신의 생명과 인권, 안전을 지킬 수 있어야 타인 또한 존중할 수 있을 것이다”고 우리는 믿기 때문이다.    두 번째 가이드라인에서 달라진 점 중 주목할 만한 몇 가지를 소개한다. 우선, 짜임새가 보다 좋아졌다. 첫 번째 가이드라인의 구성은 공간(사적 공간, 공개 공간)과 상황(위험·전시·재난·범죄, 비즈니스·외부 이해관계) 중심으로 이루어져 다소 느슨하고 헐거운 감이 없지 않았다. 또 목차만 확인해서는 어느 부분을 찾아봐야 하는지 도무지 알기 어렵다는 불만도 제기되었다.    이에 두 번째 가이드라인은 ‘영상보도의 기본원칙(1장)’, ‘영상취재 가이드라인(2장)’, ‘보도영상편집 가이드라인(3장)’, ‘분야별 가이드라인(4장)’, ‘보도영상의 자료화와 관리(5장)’ 총 5개의 장으로 보다 체계적으로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이로써 궁금한 사항에 보다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본다.    다음으로, 내용이 더욱 풍부해졌다. 첫 번째 가이드라인에 수록된 질문이 총 95개였다. 두 번째 가이드라인에서는 기본원칙 6개 항을 제외하고도 149개의 질문을 다룬다.    첫 번째 가이드라인에 수록되었다가 삭제된 질문도 있고, 많은 질문들을 새롭게 발굴, 추가했다. 특히, 드론 취재라든가, 선거·의료·식품안전·장례식 관련 취재와 같은 시의성 높은 주제들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시하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또 취재와 보도가 끝난 후의 절차에 해당하는 ‘보도영상의 자료화와 관리’를 넣어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으로서의 완결성을 높였다.    마지막으로,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했다. 최근 1~2년 사이 법원에서 선고된 주요 판결과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사례, 개정된 법령 내용을 반영했다. 또 KBS 방송가이드라인, SBS 유튜브 영상 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 일본 TBS 가이드라인 등도 살펴서 우리에게 참고가 될 만한 것이면 적극 인용했다.    이번에도 꽃피는 봄에 시작된 가이드라인 작업은 추운 겨울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8월 한 달을 빼고 집필진 회의는 매달 한 번씩 꼬박꼬박 이루어졌다. 직장인에게 금싸라기 같은 개천절 하루 휴일을 오롯이 반납하고 아침부터 협회 사무실에 모여 저녁까지 토의하고 정리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급기야 11월의 마지막 금요일 저녁, 영종도에 있는 웨스턴 그레이스호텔 세미나실에 모인 집필진은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작업했고 아침 8시에 또 모여 작업했다. 최종 원고를 넘긴 후 숨 돌릴 틈도 없이 이번에는 교육이 진행되었다.   ▲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전파진흥협회, MBC뉴스영상콘텐츠국, MBC영상기자회 주관으로  방송보도 공익성 강화를 위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세미나’가 지난 12월 10일에서 11일까지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렸다<사진>.    12월 4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진행된 ‘드론 저 널리즘 과정’ 교육에 이어 같은 달 10일과 11일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영상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저녁 6시 반부터 9시 반까지 이틀 간 진행되었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MBC와 인근 방송사 소속 영상기자들이 대거 교육에 참여했다.    교육을 진행하면서 책자를 만드는 것이 결코 끝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가이드라인이 현장 곳곳에 스며들어 온전히 지켜질 때에야 비로소 이 작업은 끝이 나는 것이다.    한국영상기자협회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의 준수 내지 실천을 위한 노력은 이미 시작되었다. 협회가 수여하는 영상기자상 심사 기준에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포함시켰으니 말이다. 이제 필요한 일은 ‘교육’ 일 것이다.    두 번째 가이드라인이 배포되는 2020년은 영상기자들 스스로 가이드라인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집필진으로 참여했던 인제대 김창룡 교수님께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되셨다. 매번 회의 때마다 내용을 정리하는 궂은일을 도맡아주신 충남대 이승선 교수님께서는 언론법학회장이 되셨다. 계명대 최우정 교수님은 독일에서 귀국하자마자 집필진 회의에 참석하셔서 원고 집필을 맡아주셨다.    가이드라인 작업 가운데 함께 했던 모든 집필진들과 협회 관계자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양재규 / 변호사, 언론중재위원회  
    2020-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