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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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부의 적은 “회장님”
    내부의 적은 “회장님”     ▲ 직원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KCTV제주방송 회장(표시) <사진/부수홍>         “우리 회사에 찬송 소리와 기도 소리가 나면 하나님께서 기뻐해 주시리라”     “지금 당신의 이익 10배 이상 줄게 할 수도 있습니다. 노동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내부의 적 한 사람이 외부의 적 1,000명보다 무섭습니다. 우리 사우 여러분이 찾아주세요”     KCTV제주방송 회장이 전 직원을 모아놓고 전한 말이다. 사내에서 직원들에게 예배를 강요하고, 부서별로 한 번씩 찬송을 부르게 하는 등 비상식적인 일이 비일비재했다. 도민들에게 판매하는 디지털TV, 인터넷, 알뜰폰을 직원들에게 강매하는 등 회장은 노동법에 저촉되는 일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기쁨조, 노예 같았다는 직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연차를 쓰려면 행선지와 누구를 만나는 것까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가야 했고, 아파서 휴가를 쓰려면 회사에 들러 의사가 아닌 부서장에게 검진을 받아야 했다고 한다. 남은 연차에 대한 보상도 없었다. 이러한 부조리에 왜 다들 가만히 참아야만 했을까?     직원 300명 가까이 되는 회사에 ‘노조’가 없다. 직원들은 과거에도 노조 설립을 추진했었지만 노조를 만들면 회사를 처분하겠다는 회장의 협박으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회장의 이러한 횡포에 직원들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회장을 제외한 경영진은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아들은 사장, 딸은 자회사의 대표로 등록되어 있었다. 회장의 배우자를 비롯한 사주 일가 주식이 93%. 어떠 한 견제장치도 없는, 한 마디로 ‘회장님의 왕국’이다.     취재 과정을 통해 자회사 대표로 등록 되어 있는 딸이 출근하는 모습을 아무도 본 적이 없다는 증언을 입수했다. 사내 비상연락망에도 회장의 딸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들은 연차도 못 가게 하고, 남은 연차수당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출근도 하지 않는 딸에게는 수 백만 원의 월급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KBS제주의 탐사K 보도 이후 사측은 사내 예배와 찬송을 없애고 직원들의 연차 휴가를 보장하겠다며 개선을 약속했다. 상품 영업과 광고료를 받는 방송사로서 매출 하락과 이미지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 아닌, 고객보다 직원을 먼저 생각한 결정이었기를 바랄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비상식적인 갑질 횡포가 KCTV제주방송뿐만 아니라 수많은 언론사 오너 일가에서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다. 사주가 보도에 개입하면서 중립보도, 공정보도가 무너지고 언론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오죽하면 방송보다 유튜브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겠는가?    탄환이론 시대는 지났다. 수많은 언론 매체와 SNS,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가 생겨나는 1인 미디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신뢰도가 중요하다. 한순간의 시청률과 조회수보다 장기적으로 공정성과 중립성을 얼마나 잘 지키는가에 따라 신뢰도가 결정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동료, 회사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부수홍 / KBS제주      
    2020-09-11
  • 태풍의 길목인 제주에서 제8호 태풍 ‘바비’
     태풍의 길목인 제주에서 제8호 태풍 ‘바비’     ▲ 제주시 연동에 신호등이 강풍에 꺽여 휘어진 모습        제8호 태풍 ‘바비’의 발생 소식에 제주도는 초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이번 태풍의 이동경로를 보니 제주도가 태풍의 위험반경인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었고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제주를 통과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경로로 북상했던 태풍들이 제주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기에 철저한 대비에 나섰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많은 양의 비를 동반하기에 현장 취재를 위한 장비 역시 잘 갖추어야 했다.     태풍이 제주도에 근접하면서 비바람은 거세졌다. 제주지역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36.4m를 나타냈는데 바람의 세기가 40m 이상이면 사람은 물론 큰 바위도 날려버리고, 달리는 차까지 뒤집어놓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장에 직접 나가 취재해보니 서있기조차 힘들었고 내리는 비가 세찬 바람에 날려 따가울 정도였다. 강풍과 많은 비를 동반해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제주를 통과한 태풍 바비의 위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거리에는 태풍이 할퀴고 간 흔적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부러진 가로수와 신호등이 강한 바람에 흔들리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공사자재들이 여기저기 흩날리고 있었다. 예보대로 강풍에 의한 피해가 대부분이었다.    제주 지역에서는 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강풍으로 인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이번 태풍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은 제주 서쪽 지역에서는 한 양돈장의 지붕 일부가 날아가 앙상한 뼈대만 남기도 했다. 또 7층짜리 아파트 외벽이 뜯겨 나가 종잇장처럼 구겨져 도로에 널브러지고, 주택 2층 테라스를 둘러싸고 있던 유리창도 강풍의 위력을 견디지 못한 채 산산조각이 났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접수된 태풍 피해는 140여 건, 880여 가구에서 한때 정전피해가 발생했다. 항공편과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되면서 제주 섬은 고립되었다.    태풍이 제주에 영향을 주는 시점부터 KBS에서는 재난방송체제를 갖추었다. 그러나 제주 곳곳에서 발생한 태풍 피해 현장을 취재진이 전부 취재할 수 없는 여건이다. 취재진이 가지 못하는 태풍 피해 현장은 시청자의 소중한 제보를 통해 전달됐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제보 영상을 통해 제주 곳곳의 태풍 피 해 현장을 신속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또한 재난 CCTV 영상으로 실시간 상황을 공유함으로써 실시간 정보를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태풍 상황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앞으로 태풍 취재나 재난상황 발생 시 어떻게 취재하고 전달해야 되는지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번 제8호 태풍 ‘바비’의 현장 취재는 피해 예상지역에서 Live 중계를 담당하게 됐다. 태풍 진행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변하는 모습을 그대로 전달했고, 피해를 입은 지역의 상황을 전달함으로써 현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태풍 취재에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안전이다. 태풍은 강한 바람을 동반하기에 날리는 모든 것들이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취재현장에서 안전을 확보하고 취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번 취재 현장에서도 결박되어 있던 수레가 취재진의 등을 강타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에 다시 한번 취재현장의 위험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너무 무 리한 취재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긴 장마와 집중호우, 그리고 태풍까지 연이어 발생하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는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현장에서 시청자들에게 신속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취재진의 역할은 안전한 취재를 위한 행동요령 숙지와 안전 점검일 것이다. 취재진의 안전이 확보되어야 현장 취재를 통해 많은 시청자들의 안전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성호 / KBS제주      
    2020-09-11
  •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곳 연평도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곳 연평도     ▲ 연평도에서 북쪽을 주시하면서 취재하는 필자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  개성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다음 날 선발대로 연평도에 들어갔다. 연평도는 서해 5도 섬 가운데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이다. 북방한계선(NLL)과는 1.5km 떨어져 있고 북한 장재도와는 7km 거리다. 10년 전 군인과 주민 등 4명이 숨진 포격 도발의 상흔이 남은 곳이라 긴장감이 극도로 큰 곳이다.   포문이 열리다  북한의 특이 동향을 포착하는 게 나의 롤이었다. 입도한 지 셋째 날 그동안 해무로 볼 수 없었던 북한 개머리 해안 지역의 포문이 망원렌즈로 포착됐다. 다음날 인근 대수압도에서도 포문이 개방된 것이 관측되었다. 지난 2018년 9·19 남북군사 합의로 해상 완충구역에서 남북 모두 포문을 폐쇄했다. 하지만 눈앞에 포문들은 열려 있었다. 동굴을 파고 안에 들여놓는 형태로 설치하는 북한 해안포는 습기 제거 차원에서 군사 합의 이후에도 포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 적이 있다. 다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여러 개의 포문을 개방했다는 건 남북 간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엿보였다. 연평도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대피소와 함께 하는 주민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연평면사무소는 불안감을 덜어주려는 의도로 대피소를 취재진에 공개했다. 평소 문화 강좌들이 열리기도 해 대피소는 연평면 주민들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코로나 19 여파로 대피소의 문을 닫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민들이 쉽게 들어갈 수 있 게) 번호키가 설치됐다.    연평도에는 8개의 대피소가 있다. 이들 대피소는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차례로 지어졌다. 취재진에 공개된 대피소는 주민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강당과 취사 시설, 진료소, 비상 발전시설 등을 갖춰 장기간 동안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됐다. 언제든 북한의 타격이 가해지면 바로 대피소로 뛰어가기 위해 주민들은 평소에도 외출복을 입은 채 잠을 잔다고 한다. 주민 한 명 한 명 몸으로 기억하는 순간이 있어서다.   변한 건 없다  10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없다. 연평도 부녀회장 김영애 씨는 어젯밤 천둥소리에 그때가 떠올라 깜짝 놀랐다고 했다.    “천둥소리도 폭탄 떨어지는 소리죠. 그 소리가 나면 자는 중에 깜짝 놀라 핏대가 올라요. 저만 그런 게 아니고 여러 사람들이(트라우마를) 겪고 있어요.”    긴 시간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2010년을 살고 있었다.    “걱정은 되는데 심하게 걱정하지는 않아요. 일상처럼 자꾸 받아들이고 있는 거죠.”     입도한 지 6일째 되는 날. 후발대와 교대하고 연평도를 떠나는 배에 올랐다. 며칠 지나지 않아 강화도 접경 지역에선 설치됐던 확성기가 철수됐다고 전해졌다. 연평도 주민들은 긴장감 속에서 일상을 살고 있다.         박세준 / KBS      
    2020-09-11
  • 관성을 경계할 때
    관성을 경계할 때     ▲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식장 취재진 풍경 <사진/권준용>          금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들어 밤사이 뉴스를 검색했다. 실종된 박원순 시장이 돌아왔는지, 혹은 어디에선가 시신이 발견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였다. 7월 10일 금요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 나는 검은색 계열 옷을 찾아 입고 서둘러 출근했다, 물론 취재를 위해서였다. 좁은 장례식장 입구부터 취재진과 중계진으로 가득했다. 박 전 시장의 사망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조문도 이어지고 있었다. 조문객을 상대로 취재하는 기자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조문객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뉴스 재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이번 성추행 피소 사건의 단서를 찾을 수도 있다.     유력 정치인, 유명인이 조문을 마치고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취재진이 달라붙었다. 쏟아지는 질문 세례. 그들 중 일부는 인터뷰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기자들이 그 말을 곧 이듣는가? 무리를 이룬 일부 취재진은 병원 밖까지 쫓아가면서 질문했다. 타사와 취재 경쟁이 붙고 의도하지 않은 몸싸움도 일어났다. 쳐다보고 있기 힘든 장면이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다. 이런 소란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취재진의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피해자를 지지한다.... 그 말 이외에 어떤 말을 기대한 걸까? 장례식장에서 시민들이 다 보는 가운데 조문객을 쫓아다니는 풍경은 볼썽사나웠다. 그런가 하면 언론에 크게 다뤄진 해프닝도 있었다. 이해찬 대표가 조문 왔을 때, 한 기자가 이번 사건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을 물은 것이다. 이 대표는 예의가 아니라며 발끈했고, 이 장면을 대부분의 언론사가 주요 뉴스로 다뤘다. 취재가 오히려 새로운 이슈를 만드는 모양새였다. 박 시장의 죽음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다. 성추행 피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가 하면, 박 전 시장의 재임 기간 공을 기억하며 추모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 이다. ‘빈소 취재’는 이 둘 모두와 무관해 보인다. 죽음의 공간에서 취재란 ‘최소한’으로 이뤄져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날 언론 보도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보도는 누가 왔는지, 안 왔는지, 무슨 말은 했는지 등이 주를 이뤘다. 소란스럽기만 할 뿐 정작 진상조사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서울시의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 지 등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다. 깊이가 없었다. 박 전 시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인권위원회가 직권 조사단을 구성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서울시의 방조 혐의 등이 철저하게 조사되어야 한다.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 입구에서 한 시민이 취재진을 향해 호통을 친 일이 있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구석에 있던 일부 취재진이 웃고 떠들던 것을 박 전 시장 지지자가 본 모양이었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이 머쓱해진 순간이었다. 스스로 그런 현장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인지, 반성도 했다. 관성을 경계해야 할 때다.         권준용 / KBS      
    2020-09-11
  • 원희룡 광복절 축사 논란... 현장취재 뒷이야기
    원희룡 광복절 축사 논란... 현장취재 뒷이야기       ▲ 지난 8월 15일일 제주 조천읍 조천체육관에서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다. 광복회 제주지부장이 대독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듣고 있는 원희룡 지사(사진 왼쪽), 이날 행사에 참석한 독립유공자의 후손이 원 지사의 발언에 항의하며 자리를 떠났다(사진 오른쪽). <사진/송혜성>          “먼저 경축 말씀에 앞서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 원희룡 도지사가 경축사를 위해 마이크 앞에 자리를 잡았고 나는 그의 발언을 녹취하기 위해 행사장 뒤 편 중앙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경사스러운 날”에 연사가 하는 전형적인 경축사의 첫마디가 아니었기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지만 걸음을 멈췄다. 긴가민가했다. 이어지는 말을 들으니 준비된 경축사가 아닌 것이 확실했다. 원 지사의 상반신을 잡기에는 먼 거리였지만 곧장 그의 광복절 경축식 발언을 녹화하기 시작했다. 원 지사가 발언을 시작하고 2분 정도 지났을 때다. 항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사 앞에서 나라를 잃은 주권 없는 백성은 한없이 연약하기만 합니다”라고 말할 때였다. 참석자가 큰 소리 를 내자 행사 관계자와 가족들이 잠시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뒤 이어 여러 사람의 의견이 행사장에 퍼졌다. 원 지사의 발언에 항의하는 이야기 뒤에는 “맞잖아요!”라고 하며 지사의 발언을 옹호하는 말도 들려왔다. 참석자들 사이에 일어난 소동에 원 지사는 20초 정도 발언을 멈췄다. 이후 “바로 이 75주년 과거의 역사의 아픔을 우리가 서로 보듬고 현재의 갈등을 통합하고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활력을 내야 될 광복절이 되기를 진심으로 열망합니다”라고 말하며 축사를 마무리했다.    연단에서 내려오는 원 지사에게 참석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경축식에서의 비난성 돌발 발언과 고성이 오고 가는 소동, 그리고 신사적인 박수갈채라니... 혼란했다. 그래도 정신을 놓을 순 없었다. 왜냐하면 경축식 마지막 순서인 만세삼창에 제주지 역기관장들이 무대에 올라 만세를 선창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과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두 기관장만 무대에 올라 만세 선창을 해서 원희룡 지사가 광복절 경축식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는 일은 없었다. 대신 원 지사의 앞선 발언의 영향인지 다른 두 기관장이 만세삼창 전 예정에 없던 발언을 했다. 행사가 마무리된 뒤 원 지사는 취재진이 본인에 근접해 촬영하는 중에도 덤덤하게 주변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그 날의 모든 취재를 끝내고 회사에 복귀한 시간은 오후 3시였다. 나는 당일 리포트 제작을 잠시 미루고 원희룡 지사의 발언을 디지털 기사에 첨부 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편집을 했다. 원 지사의 발언 전체를 영상으로 제공한 덕분에 포털에서 공감 수가 빠르게 올랐다. 광복절 행사가 마무리된 지 5시간 이상 흘렀고, 다른 매체들이 관련 기사도 많이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이라는 말머리가 붙은 기사가 올라오자 사람들의 관심을 재차 끌게 된 것이다. 원 지사의 격양된 목소리와 표정,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항의에 잠시 입을 닫은 모습, 그리고 참석자들의 질타와 동조와 박수... 혼란했던 광복절 경축식의 현장이 5분 40초 영상에 담겨있다. 이날 취재의 아쉬운 점은 원 지사의 발언 앞부분 두 문장을 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다음엔 ‘확신’보다는 ‘감’으로 rec 을 누를 수 있도록 배포를 좀 키워놓아야겠다.       송혜성 / KBS제주       
    2020-09-11
  • 비극은 어디서 부터 시작됐을까? 철인 3종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비극은 어디서 부터 시작됐을까? 철인 3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가 제4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수상한 최우수선수상 트로피를 두고 기자에게 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최대웅>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짧고도 슬픈 스물 두 해를 보낸 최숙현 선수는 마지막 바람을 메시지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최 선수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4시간 가까이를 차로 달려 경북 칠곡에 도착했다. 자택에서 만난 아버지 최영희 씨의 눈가는 이미 벌겋게 젖어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우리 앞에 주인 없는 메달과 상장 꾸러미를 내보였다. 모두 최숙현 선수의 피와 땀, 눈물이 서린 결과물이었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마이크를 채우는 동안에도 아버지는 딸이 그간 얼마나 열심히 운동했고, 그런 모습이 자랑스러웠는지를 담담하게 말했다.    “이렇게 갈 줄 알았더라면...”    깊은 한숨을 몇 차례 내쉰 아버지는 녹취록 이야기를 꺼냈다. 폭력의 실체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빨 깨물어, 이리 와, 뒤로 돌아”    “나한테 두 번 맞았지? 넌 매일 맞아야 해”    모두 지난해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에서 최 선수가 녹음한 파일 속 ‘팀 닥터’가 한 말이다. 이따금씩 들리는 ‘퍽, 퍽, 퍽’소리는 듣는 사람마저 눈을 질끈 감게 만들 만큼 공포스러웠다.     ‘그 사람들’의 가혹행위는 33장 분량의 녹취록에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었다. 가족은 최 선수가 평소 감독과 팀 닥터, 선배의 폭력에 힘겨워하자 녹음을 권했다고 했다.     수많은 상장과 메달 사이에 최 선수가 썼다는 작은 다이어리가 눈에 띄었다. 아버지께 양해를 구하고 열어 본 일기장엔 새벽부터 늦은 오후까지 하루를 꽉 채운 훈련 내용이 빼곡했다. 2시간 넘게 수영· 사이클·마라톤을 이어하는 극한의 경기. 조금이라도 기록을 앞당긴 날엔 스스로를 다잡고 응원하는 문구도 몇 마디 적혀 있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수록 괴로운 심경이 반복적으로 적혀 있었다.    ‘제발 숨 쉬게 해 줘.’    ‘그만하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며 아버지는 최 선수와 같은 바람을 우리에게 전했다.     “그 사람들 죄를 밝혀서 우리 딸 억울 함을 꼭 좀 풀어 주세요.”    팀 닥터의 행방을 찾고, 경주시청팀 추가 취재를 위해 대구, 경산을 며칠간 오 갔다. 하지만 관련자들은 만날 수 없었다. 어렵사리 접촉이 돼도 사전에 말을 맞춘 듯했다. 같은 팀이었던 일부 동료들조차 감독을 두둔하며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답을 피했다. 최 선수가 죄를 밝혀달라고 언급한 ‘그 사람들’의 실체는 다이어리 밖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경주시청팀을 거쳐간 선수들은 2013년부터 따져도 고작 27명. 전국 실업팀 선수를 다 세어 봐도 철인 3종 선수는 대한민국에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작고 공 고한 세계다. 며칠 전 최 선수 동료들의 국회 회견문이 머리에 맴돌았다.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    “그것이 운동선수들의 세상이고 사회인 줄 알았다.”    관련 단체나 기관에서도 마찬가지로 카메라 앞에 나서지 않았고, 모두 책임을 피하려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용기를 낸 익명 제보, 종일 설득해 얻은 주변 선수들의 몇 마디 증언이 있을 뿐이었다.     지난 7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포츠 인권 전문가들이 모여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1년 반 전, 쇼트트랙 조재범 코치의 성폭력 사건 후 체육계의 문제점을 짚어본 바로 그 자리다. 체육계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숱하게 지적된 성적 제일주의, 절대복종해야만 하는 사제 관계, 선수의 미래를 담보로 진실을 덮으려는 폐쇄적 관행 등에 대해 반복적 성찰과 반성이다. 이제 아예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듯이 말이다. 메달과 성적이 아닌, 선수의 인권과 행복을 우선 추구하는 근본적 변화가 절실하다.       최대웅 / SBS        
    2020-09-11
  • 일부 방송, 박원순 시장 시신 보도… “시청자 혐오감 자극”
    일부 방송, 박원순 시장 시신 보도… “시청자 혐오감 자극” KBS “시신 모습 안 쓰기로 내부 지침 수정”…협회, 9월부터 교육 실시 ▲ 지난 7월 10일 MBC뉴스 갈무리 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언론의 영상 보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의 시신 운구 장면을 그대로 방송해 지난 3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는데도 많은 언론사의 보도 태도는 크게 개 선되지 않았다.   KBS, YTN, TV조선, 채널A, MBN, 아리랑TV 등은 지난 7월 10일 경찰과학수사대원들이 박 시장의 시신을 운구하는 장면을 흐림 처리해 내보냈다. OBS는 이 영상을 보도하지는 않았지만, <경인투데이>와 <오늘> 등 뉴스 프로그램에서 진행자와 출연자의 배경화면으로 시신 운구 모습을 흐림 처리 없이 그대로 게재 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방송사 뿐만 아니라 온라인 매체 10여 곳도 박 시장이 들것에 실려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지는 장면을 찍은 통신사의 사진을 구매해 흐림 처리를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도했다.  이에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한원상)는 7월 10일 회원사에 긴급 공지를 띄웠다. 협회는 박 시장의 사체가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물론 “자살, 죽음을 암시하는 내용과 장례식장에서 일어나는 인격권과 관련된 초상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며 ‘방통심의 위의 제재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부분들이 있으니, 가이드라인을 참조해 달라’고 밝혔다.  영상기자협회의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살한 사람의 시신은 촬영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자살 관련 영상을 보도할 때 주요 사건의 현장 생방송 중에 자살한 사람의 시신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을 때는 방송사가 이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건물 옥상과 같이 높은 곳에서 지상을 비추는 영상, 현장에 있는 핏자국을 그대로 보여주는 등 자살의 과정이나 방법 등을 연상시킬 수 있는 영상 기법도 사용해선 안 된다.  KBS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모친 보도 당시 방통심의위 쪽에서 ‘모자이크 처리라도 하지 그랬냐’는 얘기가 나와 ‘부득이한 경우 모자이크 처리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개정했고,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박 시장의 모습을 내보냈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 권고 결정 이후 KBS는 부직포로 싸인 시신에 관해서는 직접적인 촬영이나 노출을 금지하고, 부득이한 경우 원거리나 모자이크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자체 가이드라인을 정리한 바 있다.  KBS는 박 시장의 시신 영상이 나간 뒤 내부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는 하지만, 굳이 그 화면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다시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KBS 관계자는 “최근 미디어 트렌드를 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고, (협회의)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도 맞지 않아 지난달 ‘자살 및 사망 사건 보도 영상취재 및 편집 가이드라인’을 수정했다.”며 “자살이나 사망 사고와 관련해 시신 촬영이나 편집본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OBS의 한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서 해당 장면을 촬영하지 못해 해당 영상을 전혀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진행자와 출연자의 배경화면에 박 시장의 운구 장면이 흐림처리 없이 게재된 데 대해 “뉴스 프로그램의 어깨걸이에 쓰는 스틸 사진은 영상편집 쪽에서 담당하지 않아 전혀 몰랐다.”며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장호순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뉴스나 영상 보도에서 시신을 노출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혐오감을 자극할 수 도 있고, 고인에 대한 인권 침해도 될 수 있기 때문에 방통심의위 규정과 관계없이 보도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또 “이번 사안은 언론사 간 과열 취재 경쟁, 뉴스 취재원의 인권 경시 풍조 같은 것들이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해당 영상을 보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시청자와 독자들은 뉴스매체 전반의 잘못이라고 보기 때문에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 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면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39, 정신 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안경숙 기자
    2020-09-10
  • 끊이지 않는 자살·시신 보도 논란
    열쇠 구멍으로 고인 자택 내부 취재도… 끊이지 않는 자살·시신 보도 논란▲ 고 정의연 마포쉼터 소장의 자택 내부를 열쇠 구멍을 통해 촬영한 화면<사진/6월 8일 MBN 종합뉴스 갈무리> 언론의 자살·시신 보도는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분야다.  지난 6월에는 YTN, TV조선, MBN이 정의기억연대가 운영하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 집’ 소장의 사망 소식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고인의 자택 열쇠 구멍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집 내부를 촬영한 장면을 보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 회(위원장 허미숙)는 지난 26일 열린 정기회의에서 세 방송사가 현장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심의규정을 어겼다며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하고 전체회의에 상정한 상태다.  방통심의위의 7월 지상파방송·종합편성·보도채널 심의의결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21일 목포 MBC에서 제작해 ‘MBC 뉴스데스크’ 시간에 보도한 <남녀 3명 동반자살 시도…2명 사망> 기사도 ‘권고’ 조치를 받았다. 자살 장소와 수단,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노출해 관련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었다.  JTBC가 5월 14일 보도한 <시신서 사라진 금니… ‘펜치 든’ 장례지도사 포착> 기사도 시신의 얼굴과 머리 부위가 노출되는 CCTV 영상을 여과 없이 방송해 시청자에게 충격과 혐오감을 줬다며 방통심의위로부터 행정지도(의견 제시)를 받은 바 있다.  지난 4월엔 기수가 한국마사회의 승부조작 등 비리를 고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소개하면서 자살 장소와 자살의 수단, 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며 KBS-2TV ‘생방송 아침이 좋다’가 ‘권고’ 결정을 받기도 했다.  자살이 아닌 사망 사건을 보도하는 데 있어서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지난 6일 춘천 의암호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 사고 당시에도 일부 언론은 보트가 전복된 채 수문으로 빨려 들어가고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의암호 사고는 인공 수초섬 고박 작업에 나선 고무 보트와 춘천시청 환경감시선,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돼 1명이 구조되고 5명이 숨졌으며 1명은 실종된 사고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영상 기자는 “세월호 당시 방송사들이 세월호가 침몰하는 장면을 자꾸 내보내 유족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 주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일부 방송들이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 며 “실종자를 찾지 못해 사건이 발생한 뒤 20일이 넘도록 수색 작업 중인데, 언론이 유족들에게 배가 전복되고 댐에 빨려 들어가 추락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봐야 하는 고통을 주면 되겠느냐.”고 비판 했다.안경숙 기자
    2020-09-10
  • 사회적 영향력 큰 유명인 자살 보도, ‘기본’을 지키려면?
    사회적 영향력 큰 유명인 자살 보도, ‘기본’을 지키려면?“방통심의위,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살펴야”…언론인 단체가 회원들의 교육 기회 마련해야▲ 지난 7월 10일 MBC뉴스투데이 갈무리  한국기자협회·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가 만든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 따르면,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으며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말고, 자살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와 자살예방 정보를 제공하도록 돼 있다. 특히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의 경우 모방 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유의하고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하며 △유명인 자살보도를 할 때는 이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7월 10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자살예방센터도 언론사와 인터넷신문 등에 협조문을 보내 ‘사건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인해 유족 등이 상처 받지 않도록 하고, ‘극단적 선택’ 등 특정 사망원인을 암시하는 표현은 삼가 달라’며 ‘특히 유명인의 사망 사건에 대한 보도는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만큼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7년에 내놓은 ‘미디어 관계자를 위한 자살 대책 추진을 위한 안내서’ 도 자살 보도에 대한 지침이 잘 드러나 있다.  안내서에는 △눈에 띄게 기사를 배치하지 않고, 과도하게 보도를 반복하지 않기 △자살을 감각적인 단어·제목으로 표현하거나 자주 있는 일로 간주하거나 긍정적인 문제 해결 방법인 것처럼 소개하지 않기 △자살에 사용한 수단에 대해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기 △자살이 발생한 현장과 장소를 상세히 전하지 않기 △사진, 비디오 영상, 디지털 미디어 링크 등은 사용하지 않기 등 언론이 자살 관련 보도를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6가지로 정리되어 있다.  WHO와 기자협회 등이 자살 보도에 대해 권고 기준을 만든 것은 언론 보도가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자살자 수가 전년에 비해 증가한 데 대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유명인 자살 사건이 다수 있어 모방 자살 효과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을 밝혔다. 2013년 자살예방 센터 자료에 따르면, 유명인 자살 이후 2개월간 자살자 수가 평균 606.5명 증가했고,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유명인 자살사건으로 인한 모방자살 효과가 하루 평균 6.7명이라는 연구 결과도 내놨다.  1990년부터 2010년 사이 자살한 유명인 가운데 언론에 많이 보도된 15명에 관한 신문·TV 기사량, 통계청 모방 자살자 수를 정량적으로 모델링해 분석한 결과 “유명인 자살을 알리는 언론보도와 모방 자살의 상관관계가 통계상으로 유의미하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도 있다. 당시 연구를 맡았던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유명인 자살 이후 언론보도에 노출된 횟수와 모방 자살의 연관성이 밝혀졌다는 점에서 향후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시장 사건에서 드러났듯, 자살·사망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는 개선이 더디다. 이를 두고 언론계에서는 언론사가 내부적으로 관련 보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MBC의 한 영상 기자는 “어떤 보도가 문제가 됐을 때 당장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보도 관행을 바로잡고 반복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며 “회사 차원에서 교육은 물론 꾸준히 모니터를 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호순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이 취재윤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교육밖에 방법이 없다.”고 단언한다. “영상 분야는 전문 기술이 없는 개인이 누구나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그들과 차별성을 갖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결국 윤리 교육을 통해 일반인과는 다른 수준 높은 영상을 제작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지금은 언론 매체가 경영이 어려워 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되지 않고, 대학에서는 윤리나 이론보다는 기술적인 교육에 치우치다 보니, 영상기자들은 기술적으로는 탁월하지만 윤리적인 의식이 국민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언론인 단체가 장기적인 차원에서 스스로의 이익을 지키려면 회원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예방센터의 한 관계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수습기자 교육 때 자살 보도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매년 9월 기자협회와 같이 사건기자나 연예부 기자를 대상으로 자살 보도 세미나를 열어 왔는데,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자살 관련 보도에 있어 유의해야 할 점을 교육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안경숙 기자
    2020-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