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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통위, ‘자본금 편법 충당’ MBN 최종 의결 앞둬
    방통위, ‘자본금 편법 충당’ MBN 최종 의결 앞둬 행정 처분 수위 두고 내부 이견…37개 언론시민단체 “승인 취소해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채널 승인 당시 자본금 편법 충당, 분식 회계 등 위법 사실이 드러난 MBN에 대해 어떤 처분을 내릴지 언론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BN은 특히 다음 달 재승인 심사도 눈앞에 두고 있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MBN은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당시 최소 자본금 3,00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556억 원을 임직원 16명 명의로 차명 대출을 받고, 이를 감추기 위해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문제는 수위다.     방송법 제18조에 따르면, 허위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얻을 경우 방통위가 △승인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하거나 △광고 중단 △승인 유효기간 단축 등을 명할 수 있다.     방통위는 당초 28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MBN에 대해 최종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장대환 MBN 전 회장, 류호길 전 대표를 다시 불러 비공개 의견청취를 했다. 앞서 청문위원회가 최근 ‘승인 취소’ 취지의 보고서를 방통위에 전달했지만, 이를 놓고 상임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데 따른 추가적인 조치였다.    방통위는 MBN에 대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정치적인 부담 때문에 의결 일정을 미루고, 결국 제재 수위를 낮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세금도둑잡아라 등 37개 언론·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6일 방통위에 MBN 승인 취소를 촉구하는 공동의견서를 제출했다. 불법으로 자본금을 충당하고 분식회계로 이를 감추는 등 국민과 국가기관을 기만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앞서 지난 20일에는 △출범 당시 자본금을 편법 충당하고 △분식회계와 허위 사업보고서 제출로 2014년, 2017년 두 차례의 재승인 과정에서 공무집행 방해가 있었으며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른 업무 상 배임 등의 혐의가 있다며 장대환 전 MBN 회장, 장승준 MBN 대표, 류호길 MBN 대표, 이유상 전 MBN 감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통위가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세 번째다.    김서중 민언련 상임대표는 “방송사가 엄청난 잘못을 저질러도 생존엔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 방통위 권한 자체가 유명무실화되고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부당 행위를 통해 승인받은 게 발견됐다면 원인 무효이기 때문에 승인 취소라는 과감한 결정을 해야 이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MBN 구성원들은 ‘승인 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나서고 있다. MBN 기자협회, MBN PD협회, MBN 기술인협회, MBN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MBN 시청자위원 등은 최근 잇달아 방통위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선처를 호소했다. 전국언론노조 MBN지부는 지난달 9일부터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나석채 지부장은 “다른 회사는 검찰 기소 단계부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영진이 있을 경우 후안무치하다고 보도하는데,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났는데도 당사자들이 책임지는 모습은커녕 어떤 조치도 없다.”며 “구성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개혁 조치들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경숙 기자    
    2020-11-11
  •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7월 10일 새벽, 박원순 시장의 사망 최종 확인 시점 몇 시간 이전부터 사망 보도가 흘러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여전히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 중에 나온 명백한 오보였다.     정치 거물의 갑작스러운 실종 소식은 언론사들의 속보 경쟁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여러 오보가 나오기도 했다. (중략) 월간조선은 9일 오후 6시 45분경 “[속보] 박원순 시장 시신 발견, 성균관대 부근에서 발견”이라는 기사를 냈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오후 5시 30분부터 본격적인 수색에 나선 지 1시간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해당 매체는 이후 오보에 대한 정정기사 없이 기사를 삭제했다. BBC뉴 스코리아 7월 10일 자 ‘박원순 사망 때도 오보 속출… ‘무책임한 보도’가 위험한 이유’ 기사 중    사망 취재 중 도를 넘은 질문도 도마에 올랐다. “목을 맨 건가요, 떨어진 건가요?” 그런가 하면 장례식장에서 여당 대표가 버럭 하는 일도 있었다. “그건 예의가 아니다... 최소한 가릴 게 있고.” KBS, 채널A 등이 시신 영상을 흐림 처리한 채 그대로 내보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삶, 죽음, 생(生)은 긴 시간성과 복합성, 복잡성 등을 지닌다. 삶과 죽음, 생(生)에 대한 보도, 이러한 보도물의 영상에는 그만큼의 특별한 문법이 필요하다. 사망 보도 영상은 하나의 상징이다.    사망 보도의 한 컷은 의미, 가치, 시간 등의 맥락에서 단수성이 아니라 복수성으로 기능해야 한다. 단지 몇 초의 화면이 아니라 존중, 추모, 감정, 이성, 역사 등의 표상이어야 하는 것이다.     사망 보도에서 시신 장면이 그대로 나가도록 한 것은 천박한 결정이다. 이러한 천박성은 죽음조차 단순한 구경거리, 흥미 거리로 전락시킨다. 영상 한 컷이 죽음, 본질적으로는 한 인간의 삶 전체를 난장(亂場)에 떨어뜨리는 것이다.    단독 영상, 특종이란 말은 언론이 정보를 독점하던 시기의 문법이다. 정보의 희귀성이 해체되면서 단독, 특종 등으로 불리던 것들로는 더는 시선을 끌지 못한다.    정보의 경계, 정보의 담이 허물어진 시기 언론은 위기를 맞고 있다. 기성 언론이 내비게이션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출발점, 원점, 뿌리의 재건이 필요한 이유다. 언론의 출발점, 원점, 뿌리는 무엇보다 윤리, 금지, 가이드라인 등에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 언론에는 윤리가 작동하지 않았다. 금지, 가이드라인, 보도 준칙 등이 있었지만 상업 원리, 시청률 등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 웬만한 것들은 이러한 비즈니스 지표에 허용되거나 무너지거나 깨졌다.     정보의 담, 경계가 무너지자 언론의 성역, 언론에 드리워진 장막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 그간 언론에 허용되던 금지 위반에 대한 관용이 걷히는 중이다.     언론이 정보 독점 뒤에 숨어 반칙하던 시대는 끝났다. 윤리의 구축은 탈언론 시대 언론을 재건하는 데 필수적이다. 윤리 없이 신뢰를 얻을 수 없게 됐다. 이는 하나의 그릇이고 출발점이자 근간인 것이다. 그릇이 제대로 준비되고 나서 알맹이를 만드는 것, 그게 언론 재건에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         김정은 / 편집장     
    2020-09-16
  • 영상기자와 유튜브
    영상기자와 유튜브      올드미디어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2019년 기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36.7%로 2015년 55.0%보다 20% 가까이 급감했다. 방통위가 시행한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서는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선택한 응답 비율이 63%였다. TV를 선택한 32.3%보다 약 2배 높은 수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방송사들도 수년 전부터 메인 뉴스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통시켜 오고 있다. 물론 초기에는 TV 방송에 나갔던 뉴스를 단순 업로드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점차 TV 방영 콘텐츠 외에, 온라인용 오리지널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게 됐다. 엠빅(MBC), 스브스뉴스(SBS), 크랩(KBS) 등이 바로 그것이다. 미디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온라인 내에서 활발하다.     영상기자들은 온라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방송이 유튜브, 페이스북 등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수요도 늘었다. 방송사 영상기자들 역시 아직 소수이기는 하지만 온라인 콘텐츠 제작 부서에서 활발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나는 작년 말 보도본부에서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디지털뉴스편집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에 유튜브 등의 플랫폼은 미지의 세계로 보였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호기심이 내면에 공존했다.    MBC TV 채널은 뉴스, 예능, 교양, 드라마 등 각 분야의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다. 대형 이슈가 아니라면, 모든 방송 시간을 뉴스로 채우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유튜브 뉴스 채널이라면 24시간 뉴스가 가능하다.     각사 대표 유튜브 뉴스 채널은 발생 이슈를 실시간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MBCNEWS’ 유튜브 채널을 예로 들어보자. ‘MBCNEWS’ 채널에서는 정규 방송되는 TV 뉴스의 재송신 외에 ‘끝까지 LIVE’, ‘RIGHT NOW’와 같은 LIVE 코너를 운영한다. 그날그날 영상은 다양한 온라인 뉴스 콘텐츠의 재료가 된다. 뉴스 프로그램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현장을 디테일하게 보여준다든지, 물리적 제약으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룰 수도 있다. 정규 뉴스가 가진 시간적 제약의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시간대에 뉴스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콘텐츠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용과 형식, 주제를 다루는 방식, 시간 등에 대해 다양한 요구를 하고, 뉴스 제작자들은 그들의 니즈에 대응 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기존 정규방송 뉴스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취재한 영상이 정규 뉴스 시간에만 소비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중의 관심이 쏠린 이슈라면 1분, 아니면 단 몇 초짜리 짧은 영상이라도 정규방송 이전 온라인에 노출하기 위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정규 뉴스방송 시간 이전에 이미 온라인상에는 그 이슈에 관한 수많은 영상들이 개인 유튜브 채널이나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유통된다. 대중은 이슈에 관해 웬만큼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정규방송 뉴스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됐다. 유튜브 속 보도영상은 기존 TV에서 보다 속보성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요 이슈가 있을 경우엔 신속성을 위해 유튜브 LIVE만을 위한 인력을 뉴스 현장에 따로 파견하기도 한다. 유튜브의 피드백은 TV보다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방송뿐 아니라 신문, 인터넷 매체 등 언론사들은 동일한 이슈의 영상을 유튜브에 노출하고 있다. 누가 얼마나 빨리 업로드하느냐에 따라 구독자 및 검색을 통한 해당 영상의 조회수와 수익으로 연결된다.     빠르게 송출하는 것 외에 내용이 어떤 것인지, 무슨 워딩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전달해 줘야 한다. 그래야 현장에 있지 않았던 제작자들도 해당 영상을 제대로, 올바르게 쓸 수 있다. 또 내 영상이 유튜브 상에서 어떻게 재가공될 것인지 또는 재가공됐었는지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문득 현장에 갔을 때 큰 도움이 된다. 기존에 TV 방송용으로만 영상을 취재할 때와는 다르게, 새로운 관점으로 대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변화는 영상기자들에게는 기회다. 텍스트 위주 뉴스에서 영상 위주 뉴스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텍스트로 검색하던 것을 유튜브에서 영상과 오디오로 검색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장에서 조금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나의 영상이 멀티 유즈 되도록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사고의 대전환도 요구된다.       이종혁 / MBC    
    2020-09-16
  •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 지난 7월 21일, 충남 서천에서 열린 전국 춘계역도대회’에서 용상 154kg을        ▲ 박혜정 선수가 코치로부터 발로 밟히는 특이한 스트레칭을 받고 있다.                    번쩍 들어 올려 한국 주니 어 신기록을 세운 박혜정 선수                                                                                                                                 <사진/김흥기>            데이브레이크의 “들었다 놨다”라는 노래가 있다. 좋아하는 연인을 두고 쫄깃해진 심장을 표현한 노래다. 알 수 없는 연인의 마음과 연인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다.    역도는 마음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는 스포츠다. 더 무거운 바벨을 깔끔하게 들었다 놓기만 하면 이기는 게임, 그것이 역도다. 100kg 가 훨씬 넘는 바벨을 한 동작으로 번쩍 들었다가 심판의 성공 버저 소리와 함께 “탕” 하고 내려놓는 순간은 선수들에게 연인의 설렘 그 이상의 짜릿함을 줄 것 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장면이 있다. 올림픽에서 장미란 선수가 번쩍 들어 성공한 후 내려놓자마자 얼굴을 감싸고 좋아하는 모습 말이다. 감동의 포효와 태극기, 그리고 애국가....    최근 한국 역도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흥분된 사건이 터졌다. 포스트 장미란이라 불리는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된 박혜정 선수다. 작년에 그녀는 평양에서 열린 ‘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역도 선수권대회’에 유소년 대표로 참가해 여자 최중량급(81kg 이상) 인상, 용상 합계 모두 1위를 달성했다. 안산 선부중학교 시절의 일이다. 당시 그녀가 바벨을 잡은 지 2년 만에 이룬 쾌거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올해 7월 21일, 충남 서천에서 ‘전국 춘계역도대회’가 개최되었다. 춘계 대회가 코로나 19 여파로 여름이 되어서야 열린 것이다. 갓 고등학생이 된 박혜정 선수의 기량에 새로운 기록이 나올지 역도계는 물론 모든 취재진의 관심이 쏠렸다.     경기에 앞서 선수 대기실에서 처음 대면한 박혜정 선수는, 복싱선수가 경기 전 글러브를 착용하듯 손마디마다 테이핑을 하고 있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은 얼핏 보기에 성인 선수와 다를 바 없었다. 175cm, 130kg 으로 장미란 선수보다 큰 체구지만 코치와 대화하는 모습과 표정에서는 갓 고등학생임이 분명히 느껴졌다.    한 가지 소개하자면, 박혜정 선수만의 몸풀기 비법이 따로 있다. 인상 경기에서 115kg 거뜬히 들고 내려와 용상 경기 전까지 효과적으로 근육을 풀기 위해 바닥에 엎드린 박 선수 등 위로 조상현 코치가 주저 없이 밟고 올라섰다. 등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삼베 보자기에 넣은 삶은 메주콩을 두 발로 밟듯이 지근지근 밟자 박 선수는 마냥 시원하다고 말한다. 몸무게 92kg의 코치가 엉덩이 부분 부터 허벅지까지 익숙하게 밟으며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누구나 이 동작을 보면 깜짝 놀랐을 터, 일반인 같으면 아프다고 비명을 질렀을 게 분명하다. 얼른 다가가 박 선수에게 물어보았다.     “이렇게 하면 몸이 풀어져요?”     쑥스러운 얼굴로 짧게 “네” 대답하고 고개를 숙여 부끄러워했다. 조상현 코치는 처음 박혜정 선수를 만났을 때 훌륭한 선수가 되리라, 한눈에 알아봤다고 한다. 순발력과 유연성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역도에 맞는 체격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고.     취재진은 곧 선수 대기실 자리를 비켜줘야 했다. 마지막 준비운동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 용상 경기 3차 시기 154kg 바벨이 세팅되었다. 중량에 따라 나뉜 바벨의 색깔로 수초 만에 진행요원이 154kg 무게를 만들었다. 선수를 호명하고 역도를 드는 시간은 1분이 주어진다. 성공 벨이 울릴 때까지 모든 근육은 바벨을 들어 받쳐야 한다. 박혜정 선수는 손 미끄럼 방지 탄산마그네슘을 손에 바르고 심호흡을 했다. 인상 경기에서 그랬듯이 항상 오른손을 먼저 움켜잡고 그다음 왼손을 단단히 고정했다. 박 선수의 힘찬 구령에 경기장 밖의 코치들의 맞구령이 짧게 울렸다. 순식간에 1단계 들어 올린 바벨의 봉이 무게에 못 이겨 아래로 휘는 게 확연히 보였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 이다. 곧이어 마지막 2단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린 박혜정 선수의 모습이 카메라 뷰파인더에 들어왔다. 무관중 경기가 아니었다면 환호성까지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신기록을 세운 리액션 치고 채널2가 너무 조용했다.     이날 박혜정 선수는 최중량급(87kg 이상)에서 인상 113kg, 용상 154kg, 합계 267kg을 들어 대회 우승 및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다. 장미란이 고교 3학년 때 세운 기록보다 2년 앞당긴 기록이다. 새로운 장사의 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박혜정 선수는 인터뷰에서 역도의 좋은 점은 한마디로 들어 올렸을 때의 “쾌감”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이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카메라를 통해 본 박혜정 선수.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과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서 고등학생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근성이 엿보였다. 자신의 꿈을 향해 집중하는 모습은 나이를 떠나 언제나 카메라에 아름답게 비친다. 많은 최정상의 선수를 만나 촬영할 때마다 느꼈던 (최고의 위치에 선 선수들의) 일종의 아우라였다. 앞으로 한국 역도계를 몇 번이고 들었다 놨다 하게 될 박혜정 선수의 건투를 빈다.         김흥기 / SBS      
    2020-09-16
  •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 지난해 10월 제주도 성산 일출봉 인근에서 제주 올레길 1코스를 따라 걷다 잠 시 쉬며 백패킹을 하는 필자.        ‘짐을 줄이고 더 빨리, 더 멀리 가자.’     경량 백패킹의 모토인데 어딘가 친숙한 느낌입니다. 재난 발생 시 현장이 보이는 포인트를 선점하여 MNG를 하거나 1보를 담아 송출하는 영상기자들의 워크플로우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더 나은 영상미를 추구하려 더 깊고 먼 곳으로 향할 때마다 짐이 가벼웠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셨을 겁니다.    경량 백패킹(Backpacking Light, 줄여서 BPL)은 레이 자딘이라는 미국의 클라이머가 고안한 자유 등반 방식입니다. 그는 PCT(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오리건을 거쳐 워싱턴을 지나 캐나다 국경까지 총 2,663마일의 거리인 트레일 코스. Pacific Crest Trail.)를 횡단하면서 장기 트레일 종주가 가능한 백패킹 방법론을 최초로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 장거리 여행자들에게 회자되며 장기 트레일의 교과서로 불립니다.    경량 백패킹은 보통 배낭 하나에 침낭에서 매트, 타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비가 들어가 1박 이상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최소 기준입니다. 장비의 경량화를 통해 자연으로부터의 자율성을 얻고 지속 가능한 머물기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기여한 부분도 이 지점입니다. 고강도 알루미늄, 카본 소재의 대중화는 텐트 폴대와 등산용 스틱의 무게를 줄였습니다. 큐벤 (cuben) 원단과 투습력 향상으로 방수는 물론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배낭과 옷, 텐트가 탄생했습니다. 우모 가공 기술의 발달로 더욱 가볍고 따뜻한 침낭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량 백패킹의 장점은 빠른 설치와 해체에 있습니다. 풍경이나 조망이 더 나은 곳을 발견해 박지(泊地)를 옮겨야 할 경우 10분 도 채 안 되는 시간에 텐트를 접고 패킹을 완료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깊숙한 오지로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일반 캠핑장비들도 그것만의 매력이 있지만, 장소의 이동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할지라도 설치와 해체, 이동이 어려운 점은 뚜렷한 한계점입니다.    세월호 재난 때 ‘동거차도’라는 섬 기억나실 겁니다. 침몰 현장과 2km 떨어져 당시 수색 현장을 취재할 수 있는 가장 인접한 곳이었습니다. 방송사들이 앞다퉈 인력을 보내 좋은 포인트를 선점하려 했습니다. 그 장소들이 오지여서 접근이 쉽지 않았는데 경량 백패킹 장비들과 함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현장을 계속 주시해야 하므로 영상기자들은 이런 취재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피로도도 높습니다. 5kg이 채 안 되는 배낭 속 장비들은 지속 가능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대응하도록 합니다. 여의치 않으면 잠을 청해 이른 아침, 늦은 밤 상황까지 커버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겨울, 신년 영상을 준비하면서 통영 소매물도 등대섬을 방문할 일이 있었습니다. 일몰과 일출, 밤의 등대 풍경을 담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른 아침과 밤에는 배도 뜨지 않아 하룻밤을 섬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ENG 카메라에다 드론, VDSLR 등도 준비해 갔습니다. 개인 짐을 최대한 줄였는데도 짐 무게가 버거웠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섬에 도착해 등대로 오르는데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포인트까지 오르다가 지쳐 버리니 정작 촬영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아마 그때 경량 백패킹 세트가 있었다면 현장 접근까지 체력을 아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롯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연적으로 더 나은 결과물로 이어지는 법인데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대중화된 캠핑 방식은 아니어서 자료는 많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방법과 장비에 관한 정보는 www. backpackinglight.com을 방문하여 얻을 수 있습니다. 경량 백패킹을 즐기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국립공원의 경우 야영이 불가합니다. 일반 노지나 산의 경우도 야영은 허가되나 취사는 허가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체적인 장소의 가능 여부는 그 지자체에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량 백패킹으로 지리적인 한계를 딛고 나아가 어디라도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까다로운 현장 취재에 다양하게 응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배병민 / MBN      
    2020-09-16
  •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 지난해 11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원정석에서 아들과 함께        축구 좋아하시나요? 해외축구는 EPL, 국내축구는 국가대표팀 보신다고요? 맞습니다. 역시 축구는 EPL이죠. 그곳에서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최고의 기량과 전술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전 K 리그를 봅니다. K리그는 어이없는 패스미스와 실책이 많고, 찬스를 시원하게 날려 버리는가 하면 우당탕으로 골을 넣는 동네축구 아니냐고요? 일부이긴 하지만 맞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K리그는 우리 동네축구입니다. 10살 때 아버지 발령으로 온 가족이 포항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억센 말투는 낯설었고 지방 공업도시는 심심했습니다. 하지만 축구장만큼은 달랐습니다. 도시와 어울리지 않은 최신 축구전용구장에 국가대표 공수 핵심인 황선홍, 홍명보 그리고 최고 용병 라데는 리그를 말 그대로 씹어 먹었습니다. 시민들은 유일한 문화생활인 축구에 열광적인 응원으로 화답했습니다. 그렇게 포항 스틸러스 서포터로 K리그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K리그는 직관  K리그는 현실적으로 직관이 가능한 축구 리그 중에 가히 최고 수준이라 자부합니다. 모든 스포츠는 직관이 진리입니다. 중계는 어쩔 수 없이 공의 움직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직관을 하면 22개의 점들이 움직이며 선을 그리고 그 선들이 면이 되어 공간을 만드는 것이 보입니다. 축구는 공간을 창출하고 그 공간을 지워버리는 싸움입니다. 거기에 아름다운 궤적의 크로스, 대지를 가르는 패스, 압박을 벗겨내는 우아한 턴이 더해져 골이 완성됩 니다. 관중은 선수들에게 응원으로 힘을 보태고 그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리액션으로 화답함으로써 경기에 참여합니다. 중계와 직관은 각각 2D와 4D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유럽축구는 보통 늦은 밤에 합니다. 월드컵도 아니고 새벽마다 축구를 보는 것은 여간 힘은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K리그 직관의 매력은 더 커지는 것입니다.    K리그는 ‘로컬’   롯데, 기아, 삼성, 두산은 야구입니다. 서울, 광주, 대구, 강원은 축구입니다. 축구는 철저한 지역주의입니다. 수원(삼성), 전북(현 대) 등 기업 구단 역시 지역을 우선합니다. 각 구단은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지역 초중고 선수를 육성합니다. 지역에 볼 좀 차는 후배들이 프로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남 FC(Football Club)는 성남에서 성장했거나 지금 성남에 거주하는 축구 잘하는 사람들이 모입니다. 자연스럽게 지역을 대표하고 지역의 자랑이 됩니다. 유스 출신 선수가 대표팀으로 월드컵에 출전하고 고교리그 득점왕 유망주가 데뷔전도 못 치르고 하부리 그 팀을 임대로 전전할 때 희로애락을 느낍니다. 프로의 높은 벽과 치열한 경쟁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 동네 축구로 지역을 대표하고 선수와 시민이 함께 성장하는 K리그는 로컬입니다.     K리그는 ‘가성비’  리그 수준과 가격을 따져볼 때 K리그는 가성비 측면에서 갑입니다. 포항 스틸러스 비지정 일반석은 12,000원입니다. 가격 면에서 전 구단이 대동소이합니다. 하나은행 축덕카드 혜택으로 5,000원 할인을 받으면 입장료는 7,000원입니다. 거기에 왕복 지하철비 2,500원을 더하면 총 9,500원에 직관이 가능합니다. 이른바 10,000원의 행복입니다.    2020년에도 ‘만원의 행복’은 계속됩니다. 축덕카드를 한 달에 30만 원 이상 사용해야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건 비밀입니다. 더불어 대부분의 구단은 원정 응원단 버스를 운영합니다. 포항-서울 왕복은 10,000원, 편도는 8,000원입니다. 전 세계 최저가입 니다. 수익을 위한 게 아니기 때문에 포항에서 가까운 대구를 가든, 서울을 가든 목적지에 관계없이 왕복 10,000원 균일가입니 다 - 이것도 비밀입니다. 고수들은 보통 편도로 이용해 원정 경기를 관람하고 인천 차이나타운, 수원 통닭거리, 춘천 닭갈비 같은 지역 맛집을 찾으며 관광을 즐깁니다. 이처럼 가성비로 아낀 돈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집니다.     8월부터 K리그 직관이 시작됐습니다. 유관중은 전체 좌석의 10%로 적지만 앞으로 점점 늘려갈 계획입니다. 관중이 함께 하니 이제야 제대로 리그가 개막된 느낌입니다. 주말에 가까운 축구장에 한번 가보세요. 팁을 하나 드리자면, 자주 갈 수 있는 우리 동네 팀을 응원하는 게 최고입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골대 뒤 서포터석을 추천합니다. 그곳이 만약 종합운동장이라면 육상트랙이 깔려 있어 원근감이 파괴되거나 거리 때문에 조금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축구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자리인 것은 틀림 없습니다. 그럼 협회원 여러분들을 축구장에서 뵐 그날을 고대해 보겠습니다.         박준영 / MBN      
    2020-09-15
  •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 새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필자의 가족 <사진/김원>        결혼을 하고 5년째 되든 해, 어린 시절부터 살던 동네에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하게 됐다. 1기 신도시라 연식도 오래됐고,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인 서울(in Seoul)의 아파트도 아니었다. 계약기간이 다 되어 갈 때쯤이면 매번 전·월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독촉과 영하의 날씨에 어린아이를 끌어안고 오르내리는 이삿짐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더 보기 힘들어 내린 결정이었다. 삐걱대는 사다리 위를 힘겹게 올라온 냉장고가 새 집구석에 마지막으로 자리를 잡았다. 뽀얗게 먼지가 올라온 거실 바닥을 걸레로 닦아내며 미소를 짓던 아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최근 연일 언론에 보도되며 전국을 뜨겁게 달구는 부동산 정책이, 1년 전 작은 보금자리에 처음 입주했던 그 날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거래와 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를 뿌리 뽑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투기과열지구, 조정지역 확대부터 취득세 인상, 보유세 인상, 그리고 양도소득세율 인상까지 무려 22번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이 아직 화끈하게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값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고, 1 주택자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미치다 보니 정책의 방향 설정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냐 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도대체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강력하고 세밀한 정책이 나올 때마다 여기저기서 신음이 터져 나온다. ‘징벌적 부동산세’, ‘소수만 을 위한 정책’ 등등 좋지 않은 수식어가 달리며 시달리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번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잡음은 항상 끊이질 않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드시 잡겠노라’ 큰소리로 장담했던 집값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춤을 췄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해당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매번 쥐었다 폈다 반복하는 정책 자체의 허술함보다, 부동산에 대한 우리의 그릇된 ‘인식’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잘못 놓인 주춧돌 위에 화려한 정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인 ‘공급 확대 정책과 투기수요 억제 정책’ 간의 우선순위를 놓고 벌어지는 갑론을박도 결국 ‘부동산에 대한 올바른 인식’ 위에 얹어져야 실효를 낼 수 있다.     ‘부동산’이란 ‘그것을 공정하게 소유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합리적인 거래와 서비스를 도모하며, 양호한 정책의 실현으로 자 유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야 하는 실체(reality) 다.’라고 정의된다. 부동산은 사익(私益)을 위해 지역에 따라 부풀려지거나 불법적 투기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공적재화이다. 사람을 재단하는 척도 또한 될 수 없다. 하지만 티브이를 켜면 일부 연예인이나 사업가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널찍한 거실과 욕실로 자신의 부를 자랑하기도 하고, 이제 갓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아파트 평수에 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한다. 모임에서 ‘마용성’, ‘동강성’, ‘김부검’이 누구 이름이냐 묻는다면 세상살이의 기본도 모르는 바보 취급을 당할지도 모른다. 정부가 어떤 수를 쓰더라도 ‘부동산은 불패’라는 굳은 신념은 부동산의 본질마저 기형적으로 변형시켜 버렸고, 그 썩은 뿌리는 한국 경제 깊숙이 박혔다.     “우리 아들, 아빠가 나중에 장가갈 때 집 한 채는 해줘야 할 텐 데......” 퇴근길에 얼큰하게 약주를 하고 돌아오신 아버지가 잠들기 전에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던 말이다. 하지만 내가 결혼할 때까지도 아버지의 그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고 6년이 지난 지금도 죄책감에 미안해하신다. 대한민국의 부동산은 그런 존재다. 인생의 목표이자 꿈이고,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반드시 물려줘야 하는 재산이며 자존심이 되어버렸다.    좁고 낡은 집이지만, 세 식구가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우리 집’이 생긴 날. 그때 아내의 걸레질과 웃는 모습을 내가 아직 잊지 못하는 것은, 집이 가장 집다운, 그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기 때문이다. 집은 우리에게 그런 의미여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건강하고 올바른 인식 위에, 모두가 저마다의 안락한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정부의 따뜻한 부동산 정책이 더해지길 기대해본다.     김 원 / MBN  
    2020-09-15
  •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6개월간의 대장정 선거 방송을 준비하며     UHD 실사 촬영  이번에는 포맷용 실사 촬영을 UHD급 이상, 10bit 이상 영상으로 하기로 했다. 최종단에서 전체 영상 톤을 맞추기도 용이하고 HD 화면의 4배 사이즈이기 때문에 CG용 재가공 시에도 유용하다. 또 고화질의 CG 영상 배경이 HD급이면 전체 포맷 퀄러티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고퀄리티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UHD 촬영뿐만 아니라 후반 작업까지 병행해야 하는데 사내 DI 팀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어서 순조롭게 진행했다. 색 보정이 끝난 소스는 감탄이 나올 만큼 풍부한 색감을 가지고 있었다.    포맷용 영상 소스는 Black Magic의 Ursa Mini Pro 카메라의 b-raw 코덱을 이용해 제작했다. 간단한 색 보정은 다빈치 리졸브 프로그램으로 직접 보정했다.    각사의 사정이 다르겠지만 사실 보도영상에서 UHD 소스를 다루기가 쉽지는 않다. 고용량 데이터 처리 문제를 비롯해서 색 보정과 HD 컨버팅까지 분초를 다투는 보도 실무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은 갈수록 발전할 것이다. 해외 주요 언론도 기획성 보도물의 경우 고퀄러티 영상을 지향하고 있다. 유튜브가 난립하고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에 지상파가 내세울 강력한 무기는 고퀄리티 콘텐츠 제작 아닐까?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UHD 영상 소스에 대한 연구와 제작 경험은 꼭 필요하다.     FPV 드론 촬영                                        ▲ FPV 드론 조정모습                                      ▲ FPV 드론 스폿 중 국회지붕           First Person View 드론. 스포츠 드론에 시네마틱 영상 장치를 부착한 드론으로 VR 안경을 쓰고 촬영을 한다. 육안 비행보다 훨씬 근접 비행이 가능해 일반 드론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이번 선거 방송에서는 이 FPV를 이용해 전국 주요 명소 포맷을 촬영했다. 선거 방송 오프닝에서 이 결과물을 사용하기도 했다.    협회의 많은 동료, 선후배들이 MBC 사옥 외부에서부터 로비와 부조정실을 거쳐 스튜디오 안까지 원테이크로 이어지는 영상을 보고 많이 궁금해했다. 비밀을 밝히자면, 어느 정도 눈치는 챘겠지만 사실 그것은 (한 컷이 아닌) 3컷을 이어 붙인 영상이다.    FPV를 이용한 영상의 첫 컨셉은 전국의 주요 명소와 거기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역 특색에 맞게 촬영해 보자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충남이라면,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거기서 일하는 사람 들, 충주의 경우에는 택견, 부산은 영도 다리 고개, 대구는 쪽 염색, 수원은 궁수, 전남은 신안 염전 등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코로나 19로 대부분의 스케줄이 취소되고 일정은 뒤로 미뤄지기 일쑤였다. 결국 코로나 19로 인해 대구, 경북 지역은 대구 MBC와 안동 MBC 자체 보유 영상, 혹은 자체 촬영한 일반 드론 영상을 사용해야 했다. 세종시와 제주 역시 허가 등의 문제로 기존 영상을 재활용했다.    전에 보지 못한 역동성 있는 FPV 드론 영상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호응이 좋았다. 특히 충주의 택견 영상은 일정상 촬영 현장에 외주 감독이 가서 현장 연출을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다이나믹한 영상이 촬영되어 업로드 즉시 선거 방송 스폿으로도 쓰였다. 국회의 지붕 위를 날아다니고 MBC 알센터를 통과하는 등 전에 없던 장면이 표현됐다.    다시 현업으로  6개월의 장기 프로젝트. 데일리 뉴스는 고도의 집중력과 순발력을 요구하지만, 방송이 나가고 나면 업무 부담감은 완전히 소멸된다. 하지만 선거 방송의 경우에는 매일 매일 사라지지 않는 부담감이 쌓여서 막바지에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꽤 힘들었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평소 꿈꿔왔던 모든 일을 원 없이 해 볼 수 있어 기회가 된다면 꼭 선거 방송에 참여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선거 방송의 명가 MBC. 사실 모든 방송사가 자사 선거 방송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MBC가 선거 방송에 대해 가지는 애착은 남다르다. 타사를 압도할 만한 엄청난 콘텐츠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MBC 전 구성원이 선거 방송을 준비하는 기간 만큼은 전사적으로 똘똘 뭉쳐 비상한 각오로 준비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택 2020’ 역시 지역사를 포함한 MBC 구성원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최선을 다했다. MBC가 저력을 가진 집단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개인적으로는 식어 가는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게 된 좋은 계기이기도 했다.    선거 방송이 끝난 후 운 좋게 영상 소스와 자료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지난 6개월간의 여러 가지 활동을 곱씹으며 선거 방송 사안을 넘어 나 스스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지상파 방송, 그리고 영상 기자 둘 모두의 위기가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위기는 언제나 있었다. 결국 변화에 적응하는가, 가 관건이리라. 단순히 취재하고 편집하는 일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구보다 방송 전반적인 시스템을 가장 잘 이해하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 1인이 많은 걸 할 수 있는 직군을 목표 삼아야 한다. 결국 업무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으리라.     현기택 / MBC      
    2020-09-15
  •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 지난 6월 30일 울산 스타벅스, 매장 직원에게 폭언하는 갑질 손님        ▲ 지난 5월 19일 울산 울주군, 경비업무 중인 아파트 경비원           <사진/CCTV>         # 장면 1  손님 : 내가 분명히 아이스 라떼 하나, 따뜻한 라떼 하나! 내가 너한 테 X발 이라고 했니? ... 경찰 부르세요, 그러면... 아가씨가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 일 아니에요?    직원 : 고객님 죄송해요.    울산의 한 음료 매장에서 주문한 음료가 잘못 나왔다며 손님이 직원 멱살을 잡고 폭언하는 장면이다.    # 장면 2  입주민 : 아니 맨날 붙입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 아 XX 진짜 죽여 버릴까... 못 배워 처먹어 가지고.    경비원 : ...     울산의 한 아파트 입주민이 불법 주차 스티커를 붙였다며 경비원에게 폭언하는 장면이다.    최근 두 개의 리포트를 편집하면서 이 대화를 반복해 들어야만 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피해자들이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버지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끝도 없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혹시 우리 기자들은 이러한 갑질 행태가 없을까? 인터넷 검색창에 ‘기자 갑질’, ‘언론 갑질’이라고 검색하니 여러 사례가 검색된다.     취재 중 ‘갑질’ 논란   툭하면 욕설에 폭행, 언론계 갑질주의보  ‘안하무인’ 기자 갑질에 부글거리는 지자체들    미국 뉴욕타임스는 ‘갑질(Gapjil)’이라는 단어를 한국어 표현 그대로 소개하며 지난 2014년 발생한 대한항공의 ‘땅콩 회황’ 사건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재벌이라고 불리는 한국 특유의 가족 대 물림에 대해 소개하고, 갑질이란 이들이 법 위에 있는 듯한 행동으로 중세 봉건사회 영주처럼 부하직원이나 하도급 업자 등을 다루는 행위를 뜻한다고 덧붙였다.    언젠가부터 ‘기레기’라는 단어가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 길거리에서 시민들 붙잡고 인터뷰를 시도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변 화된 현실은 우리들 입장에서 조금 억울한 면이 없지 않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는 따끔한 기회로 삼는다면 결코 나쁘지만은 않으리라. 머릿속에 몇 가지 사례들이 떠올랐다. 공보 담당자에게 촬영 대상자 섭외부터 인터뷰 내용까지 세팅해 달라는, 단순히 취재 편의를 넘어서는 것을 요구하는 것, 그림을 만들기 위해 무심코 안전을 무시하는 행위, 무리한 연출 요구, 각종 워크숍이나 체육대회 명목으로 기업체로부터 경품 협찬을 받는 것, 후배 기자나 오디오맨 등에게 막말과 폭언을 일삼는 것까지. 그리고 극히 일부겠지만, 취재 중 대접받는 식사나 기념품 제공까지, 어쩌면 갑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시대가 바뀌면서 갑질로 지목되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맞게 기자 사회 역시 변화해야 한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만큼 변화를 미룰 수는 없다. 우리 스스로 한 번쯤 자성하고 점검할 수 있길!       전상범 / 울산MBC          
    2020-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