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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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임사] 영상기자 100년을 위해 함께 합시다!
    영상기자 100년을 위해 함께 합시다!     ▲한국영상기자협회장 이 · 취임식에서 제27대 나준영 회장이 제26대 한원상 회장으로부터 협회기를 전달받고 있다.         영상기자 역사 60년의 해에 영상기자 100년을 향하여  1961년 12월, 대한민국에 오늘을 영상으로 기록해, 뉴스로 전달하는 사람들, TV영상기자가 등장했습니다. 그날로부터 60주년이 되는 해에, 대한민국 영상기자들을 대표하는 협회장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전국의 영상기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60년 동안 TV방송의 발전과 함께, 영상기자와 영상저널리즘도 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카메라를 갖고, 영상을 쏟아 내는 방통융합의 시대, 우리는 영상기자 100년의 새 역사를 만들어 가기 위해 역할과 위상을 다시 정립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협회는 이런 회원들의 고민을 모아내는 변화의 용광로, 대안을 생산하고 확산시키는 변화의 발전소가 되겠습니다.     온택트(Ontact)협회의 구축을 시작으로  그 첫 걸음으로 전국의 회원들이 참여하는 온택트(ONTACT)협회를 구축하겠습니다. 온라인을 통한 회의, 교육, 연수를 강화해, 전국의 영상기자들이 회사와 지역을 뛰어 넘어,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영상기자로서의 정체성과 연대감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도록 만들겠습니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정착으로, 영상시대 영상의 기준과 모범으로  20세기 초, 유럽의 영상가 라즐로 모홀로나기는 “과거의 문맹자는 글을 모르는 사람이었으나, 미래의 문맹자는 영상을 모르는 사람이 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언어로 세상과 소통하는 시대가 열렸지만, 사람들은 영상언어를 올바로 이해하고 표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은 영상의 왜곡, 조작을 부추기고,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인권과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영상들이 우리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영상시대의 혼란 속에서, 우리 영상기자들은 진정한 영상 전문가로서 영상취재, 제작의 기준을 제시하고, 모범을 보여 주어야합니다. 이를위해, 지난 3년간 우리 협회가 제정, 교육해온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취재, 보도현장에 더욱 깊숙이 정착, 확산될 수 있는 사업과 활동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힌츠페터 국제보도상>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연대  1980년 5월, 한국의 영상기자들은 광주 민주항쟁의 참상을 온전히 취재, 보도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영상기자사의 부끄러운 공백은 다행히, 독일의 영상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같은 외신기자들이 메꿔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역사적 비극을 스스로 기록하고 보도하지 못한 우리의 아픈 과거를 반성하고,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5.18기념재단과 함께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을 제정해, 오는 8월 첫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위기에 빠진 나라들에서 이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상기자들을 지지하고, 격려함으로써, 진실의 영상 한 컷이 세상을 바꾸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가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 그들과 연대해 나가겠습니다.     21대 대선, 시민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위하여  2022년에는 제 21대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협회는 <대선영상보도특위>를 만들어 영상보도에 대한 감시, 비판뿐만 아니라, 영상기자들이 선거현장에서 직접 보고, 기록한 것들을 입체적으로 전달해 시민들의 올바른 선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참여와 실천으로 만들어 가는 협회의 변화, 발전  회원 여러분! 지난 60년간 우리가 목격했던 한국 사회의 발전과 성취들 중 꿈과 이상을 현실로 만들고자 했던 사람들의 참여와 실천 없이 만들어낸 변화와 성과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영상기자 100년을 향한 목표, 영상기자와 영상기자협회가 영상시대의 기준과 모범으로서 위상을 정립해 가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이 필요합니다.     함께하는 참여와 실천으로 영상기자 100년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준영 / 제27대 한국영상기자협회장         
    2021-03-11
  • [이임사] 회장 임무를 마치면서
    회장 임무를 마치면서      2017년 1월 한국영상기자협회장 임무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 2개월이 흘렀습니다. 돌이켜보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협회의 재정 상태가 적자이고 여건과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임기가 시작되어 어려움도 적잖았습니다.    처음에는 마치 풍파가 몰아치는 한 가운데 놓은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련이 이어졌지만, 도전과 인내로 회원들과 소통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회원들과 약속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협회는 지난 4년 2개월 동안 ‘혁신’의 이름으로 조직의 변화를 추구해 왔습니다. 특히 취임 초기 적자에서 특별 감사를 실시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협회를 만들기 위해 협회의 명칭을 ‘한국영상기자협회’로 바꾸고 직종도 ‘영상기자’로 호칭을 바꿨습니다. 낡은 것을 모두 버리고 현재와 미래에 맞는 혁신을 했습니다. 이후 협회는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아울러 영상기자가 사회적 의무와 언론 보도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시상제도도 바꿨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에 집착하느라 사회 안전에 소홀했다는 점이 사회적 이슈가 됐습니다. 협회도 이에 발맞춰 기존의 특종 중심으로 시상하던 것을 인권, 환경, 국제, 문화보도부문 등으로 확대하여 시상하게 했습니다.    또 취재현장에서 취재원 인격권 보호와 영상기자들의 생명과 안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언론은 취재원에 대한 인격권 침해로 초상권이나 사생활 침해에 대한 법적 책임에 소홀해 따가운 사회적 시선을 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영상기자들의 생명과 안전, 권리보호도 외면받았습니다. 협회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3년간 불철주야(不撤晝夜)로 노력해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냈습니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실천하기 위해서 ‘이달의 영상기자상’과 ‘한국영상기자상’ 심사 기준에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적용했습니다. 이는 한국의 방송사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영상기자 저널리즘의 수준을 한층 높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한국영상기자상은 명실상부하게 영상기자에게 주는 최고의 권위 있는 언론상이 됐다고 자부합니다.    협회가 일군 또 하나의 업적은 <힌츠페터 국제보도상(賞)> 제정입니다. 독일 출신의 힌츠페터 기자는 1980년 5월 당시 언론통제로 인해 국내에서 보도될 수 없던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려 한국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공헌한 영상기자입니다. 그의 업적을 기려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을 제정하기까지 4년 넘게 걸렸습니다. 인내와 도전으로 광주시와 광주시의회를 설득한 결과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국민이 독재정권과 싸워서 민주화를 이룬 나라입니다. 전쟁에서 패해 미국의 힘으로 민주화를 일군 이웃 일본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은 세계 곳곳에서 독재정권과 싸우고 있는 나라에서 민주화를 위해 취재하는 언론인을 선정할 것입니다. 이는 <5·18광주 민주항쟁>의 의미를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역할도 할 것입니다.    협회는 또 영상물 창작자에 대한 저작인격권 보호도 노력해 왔습니다. 창작자가 만든 영상이 사실과 다르게 훼손되거나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받지 못한다면 영상물에 대한 질서에도 혼란이 있습니다. 현재 정부가 국회에 창작자 보호를 위한 성명표시권을 발의했지만, 독일처럼 저작 인격권에 대한 보호가 더욱 절실합니다.    우리나라가 민주화를 이룬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저는 4년 2개월 동안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습니다.    이러한 평가는 앞으로 역사에 맡기겠습니다. 협회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하나씩 결실을 이룰 때마다 가슴이 벅찼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빈손에서 시작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저는 보람을 느끼고 영광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 협회 회원 여러분이 차기 회장과 함께 협회를 잘 이끌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그동안 회원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성원과 격려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한원상 / 25대·26대한국영상기자협회장   
    2021-03-11
  • 가슴이 뛰는 일, 한국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가슴이 뛰는 일, 한국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지난 2019년 6월 12일 정부 중앙 청사를 급습하려는 시위대와 대치 중인 홍콩 경찰(사진=필자)   ▲지난 2019년 7월 1일, 매년 열리는 홍콩 반환 22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날, 홍콩 시민 수십만 명이 범죄인 인도법 반대에 시위하고 있다(사진=필자)      저는 10살 때 한국을 떠나 중국 천진에서 10년, 홍콩에서 5년을 살고, 2019년 말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 제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조금 당황스러워지곤 합니다. 부모님이 아직도 중국에 살고 계실뿐더러 어릴 때 한국에서 보낸 기억이 많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아버지께서는 저와 제 동생에게 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게끔 하셨습니다. 물론 꿈이 바뀌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는 계속 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떠한 기자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저는 홍콩대학교 저널리즘학과에 진학해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영상취재기자의 꿈을 키워 나갔습니다.    2017년부터 AP, AFP에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입니다. 홍콩 정부는 2019년 초 범죄인 인도법을 개정하여 대만뿐 아니라 중국, 마카오 등에서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 운동가가 중국 본토로 송환되는데 해당 법안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2019년 중순 수많은 홍콩 시민들은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며 길거리에 나왔습니다.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는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로 확장되었고 중국의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민주화 운동으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습니다. 하루하루 취재하며 무서웠던건 최루탄도 물대포도 경찰의 폭력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 부족한 경험과 실력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최고의 영상을? 해야한다는 의무감도 견뎌내야 했습니다. 온몸이 흥건히 젖고 두 발이 물집과 멍투성이가 되도록 카메라를 들고 뛰었지만 아프고 힘든 지 몰랐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친구들이 폭행당하고 연행되어 가는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일 현장에 나가 자유를 외치는 홍콩인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일을 할 수 있음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마도 그때 영상 취재기자로서 제일 많이 배우고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오랜 해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귀국한 후 연합뉴스TV에 입사하게 됐을 때 얼마나 가슴이 벅찼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홍콩에서와는 달리 부서에서 여성은 제가 유일했고 현장에서도 여성 영상기자는 많이 볼 수 없었습니다. 때로는 체격 좋은 남자들 사이에서 몸싸움을 해야 하기도 하고 분명 여자로서 부담스러운 상황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부담은 오히려 저를 일에 대해 더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결국 시청자에게 뉴스를 생생히 전하는 영상기자에게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입사한 지 일 년 반이 되어갑니다. 초반엔 모국이지만 낯선 땅 한국에서 그리고 전원이 남성인 부서에서 제가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지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좋은 선후배 덕분에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일 년 반 동안 코로나19, 장마, 태풍, 폭설 등 기억에 남는 취재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이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일 년이 되는 날인만큼 대구 출장이 기억에 떠오릅니다. 입사한 지 몇 달 안 됐을 때 자원해 2주 동안 코로나19 취재 및 현장 연결을 하러 대구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마다의 어려움을 호소하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왜 기자가 되고 싶었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여러 관계자들과 타사 선배들과 현장을 조율하고 현장에 계신 취재기자 선배들과 서울에 계신 방송에 관련된 타부서 선배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기사 작성도 촬영도 편집도 대부분 혼자 하던 제가 제일 배워야 했던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항상 영상 취재기자로서 성장할 수 있기를, 또 지난날들을 밑거름 삼아 더 많은 현장을 저만의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최승연/ 연합뉴스TV     
    2021-03-10
  • Unprecedented - 코로나 1년과 영상기자
    Unprecedented - 코로나 1년과 영상기자      unprecedented : [형용사] 전례가 없는, 미증유의’  MBC에 입사하기 전, 학생들에게 수능 영어를 가르치던 시절 자주 접했던 단어. 하지만 이 단어를 수능 시험지에서 본 횟수보다 지난 1년간 해외 언론의 기사에서 접한 횟수가 더 많을 만큼, 우리는 전례가 없는 시대, 미증유의 혼란과 싸우며 1년을 문자 그대로 ‘살아냈다.’    영상기자들은 보이지 않는 적(바이러스)이 창궐한 세상에서 ‘살아내다’라는 문학적 관용 표현을 온 몸으로 체감했다.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간 현장,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피로 속에 고통을 호소하는 의료진들, 광복절 집회의 인파 속에서 코로나에나 걸리라며 침을 뱉는 사람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처절한 생존 앞에서 울부짖는 자영업자들을 만났다. 예전이었으면 ‘저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먼저 집중했을 현장에서, 언제부터인가 모든 이가 서로를 ‘잠재적 감염원’으로 의심하고 있는 현실이 슬펐다. 감염되는 순간 가해자로 둔갑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만들어낸 ‘마음 속 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나를 더 외롭게 했다. 1년 내내 ‘은근한 공포’와 함께한 일상이었다.    마스크가 부족하면 어쩌나 하는 공포 속에 보냈던 봄, 대규모 확산의 기로에서 ‘언제, 어디서 걸릴지 모르는’ 공포 속에 보냈던 여름, 방심하는 순간 밀접 접촉자로 자가 격리되면서 ‘걸렸으면 어쩌지’라는 공포 속에 보냈던 가을, 그리고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공포와 함께하는 겨울.    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2주간의 자가 격리’는 마냥 쉴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처음 며칠은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의 시간이 반가웠지만, 이내 걱정과 불안이 엄습했다. 영상기자랍시고 자가격리의 일상도 틈틈이 동영상으로 기록하며 유튜브 콘텐츠(#엎어컷, #카스테라)를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울적한 일상의 무기력함이 원래 한 몸인 듯 나를 감쌌다. 그리고 그 무기력함은 지금도 쉬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즐겁다’라는 감정을 느낀 지 꽤 오래되었다.    요즘은 출근해서 카메라를 들고 일을 할 때가 하루 중 가장 활기찬 시간이다. 적어도 일을 할 때만큼은 ‘살아 숨 쉬고 있는’기분이 든다. 한 걸음 더 움직여 한 컷 한 컷 녹화 버튼을 누르며 살며시 미소짓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 나는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코로나가 변화시킨 일상은 이런 기쁨도 방해한다. 얼굴을 잘 모르는 취재원을 포착해야 할 때, 마스크는 마치 Phantom의 가면처럼 여겨진다. 간혹 가까이에서 인터뷰하고 있던 취재원이 갑자기 마스크를 내릴 때, 티를 내지는 못 하지만 나도 모르게 움찔하곤 한다.    ‘취재냐 안전이냐?’  지난 1년간 끊임없이 현장에서 스스로에게 던졌을 질문일 터. 우리를 내보내야 하는 캡과 데스크들은 매번 ‘안전이 우선’이라고 끊임없이 강조했지만, 솔직히 지난 1년간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취재원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게 우리가 할 일 아닌가. 여력이 된다면 영상기자협회 차원에서‘취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취재진이 운집한 현장에서의 대규모 감염 사태는 아직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런 곳에서‘사회적 거리두기’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한 번쯤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언제까지 운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뉴스 현장의 최일선에 서 있는 기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며칠 전, 코로나 생활고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영업자에 대한 사연을 접했다. 7세, 5세, 그리고 이제 겨우 5개월 된 세 자녀를 둔 그분은 아이들을 처가에 보낸 사이 목을 맸다. 그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이는 그의 아이였다. 눈물이 쏟아졌다. 이 지면을 빌려 망자의 명복을 빈다. 코로나 1년, 오늘을 ‘살아내는 것’은 이토록 처절하고 힘든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이어져야 하고, 뉴스는 계속 제작되어야 한다. 이 ‘unprecedented’의 시대, 수많은 ‘unprecedented’를 기록하는 사관(史官) 역할을 묵묵히 수행 중인 영상기자들에게 존경의 마음과 함께 조금 더 버틸 수 있는 용기, 방역 수칙을 지키자는 당부, 그리고 진심 어린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동세/ MBC   
    2021-03-10
  • 느린 국회, 멈춘 영상기자
    느린 국회, 멈춘 영상기자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유튜버들이 민경욱 전의원 취재하는 모습   ▲2020년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서울지역), 후보 영상 연설모습      일반적으로 변화에 가장 둔감한 조직은 국회, 변화에 가장 둔감한 이들은 정치인이라고 한다.    #1. 2020년 하반기, 국회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셧다운이 반복되면서 ‘비대면 회의’와 ‘원격 표결’가능성이 제시되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비대면 원격 영상회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작년 12월 입장문을 통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국회 사무처는 이미 지난 3차 추경을 바탕으로 상임위 화상회의 및 원격 표결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했다. 걸림돌은 국회법이다. 현행에는 원격 회의와 비대면 투표에 대한 규정이 없는 데다, 국회법은 회의장에 있지 않은 의원은 표결에 참가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조승래 의원과 고민정 의원이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권에서는 다수결 독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주요 국가들은 원격 의회를 상당수 도입한 상태이다. 영국은 코로나 확산 후 2달여 만에 원격 시스템을 갖췄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유럽연합 의회, 프랑스, 독일, 러시아 하원도 원격 표결을 실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결국 시간 문제로 보인다.    #2. 더불어민주당은 ‘온택트’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온라인’과 ‘언택트(비대면)’의 합성어로 작년부터 당대표 전당대회와 주요 당 회의를 온택트 컨셉으로 진행하고 있다. 인원 동원을 통해 세 과시를 하던 전당대회는 옛말이다.    각 후보들은 스마트폰 영상을 통해서 당원들에게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의원총회 및 종무식, 시무식까지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당대표 기자회견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더해 더불어민주당이 공식 유튜브 채널인 '씀TV'를 방송국으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이 조치는 코로나 상황과는 별개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자체 제작한 영상·텍스트 콘텐츠를 상시적으로 보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당 수석대변인은 "당 혁신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영상이든 텍스트든 다양하게 (제작할 것이다)" 라며 "유튜브를 주로 하겠지만, 소셜미디어를 전반적으로 이용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힘은 한때 국회 출입기자보다 정치 유튜버들을 우대했던 시절이 있었다. 보수 유튜버에 더 힘을 실어서 입장을 밝히겠다는 의도였지만,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가 더 이상 우월한 위치를 점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3. 작년 말에는 한 방송사에서 상임위원회의 의사 중계시스템을 중계로 바로 송출했다. 의사 중계 시스템은 각 위원회 전체 회의장에 배치된 CCTV로 실시간 촬영되는 영상이다. 사용 목적은 1차로 회의 진행을 위해 회의장 내 모니터 출력이고, 최근에는 인터넷, 모바일용으로 상시 볼 수 있다. 화질이나 구도에 대한 문제 제기 없이 시청자들은 그 현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것들은 전부 2년 동안 국회를 출입하며 발생한 일이다. 한때, 영상기자 풀단이 취재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역사’이던 시대가 완전히 저물었다. 국회 영상기자 풀단이 커버하지 않아도 종편 풀단, 수많은 인터넷 매체, 유튜버, 당 소속 영상팀, 국회 CCTV까지 사방에서 여의도를 기록한다. 국회의원들은 의원실에 조명까지 설치해놓고, 실시간 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당 대표 전당대회 연설을 하던 후보들을 비추는 카메라는 본인들의 스마트폰이다. 회의실 내 보좌관, 비서관들의 스마트폰에 밀려 자리조차 잡지 못 할 땐 서럽기까지 하다. 현장은 실종되어 가고, 국회 내 카메라는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회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SBS 미디어기술연구소에서는 AI 딥러닝 기반 영상을 축약(클립화)하는 편집을 시행한 바 있다. 중요한 장면을 판단해 편집하면 사람과 인공지능이 해당 편집 콘텐츠의 품질을 결정한다. 네이버에서도 스포츠 하이라이트 영상을 분석, 편집, 업로드까지 일련의 작업을 모두 AI에게 맡긴 적이 있다. 해당 영상은 득점 하이라이트 형태로 이용자들에게 전달되었다. 경기후 3~4시간이 걸리던 작업을 인공지능은 5분 만에 해냈다. 나이키에서는 AI가 학습을 통해서 새로운 광고를 제작했다. 다큐멘터리·예능에서 360도 대상을 따라다니면서 무인 촬영하던 고가의 카메라 장비는 이제 저렴한 가격에 유튜버들이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19 1년 남짓 동안 원래 있던 기술들이 현실 속으로 더욱 강하게 파고들고 있다. 또, 대체재라고 생각했던 기술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주류의 세계로 손쉽게 진입했다. ‘기술은 끊임없이 변하며,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얘긴 이제 너무 뻔하다. 이 기술들은 이미 대중화되어 가고, 인간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영상기자 직군이 기술을 향해서만 가서는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수첩도 쓰고, 볼펜도 쓰고, 키보드도 쓴다고 해서 능력 있는 취재기자라고 하진 않는다.    ‘사라진 직업의 역사(이승원저)’를 보면 한 직업은 없어져도 그 욕망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형태는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지만, 욕망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이 책은 전화 교환수, 변사, 기생, 전기수, 유모, 인력거꾼, 여차장, 물장수, 약장수 등 조선 근대 초기에 생성되었다가 현대에는 사라진 직업들의 흥망을 소개하고 있다. 인력거꾼은 자동차 엔진으로 대체되었다. 우리가 21세기 인력거꾼이라면 ‘이동’이라는 근본적인 욕망에 집중해야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다. 영상기자의 근본적인 욕망. 기자의 가장 큰 목적은 사실을 취재하고 전달하는 것이다. 영상이라는 도구에 집착하기보다는 좀 더 확장적으로 취재 역할에 들어갈 필요성이 있다. 영상취재부 자체에서 발제와 기획, 그리고 큐시트 편성의 권한을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    취재 현장 역시 세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구획 별로 최소한의 출입처를 대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영상취재부의 정체는 여전히 직종이 영상 촬영에만 집착하면서 발생하고 있다. 영상기자의 발제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출입처를 대면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현장은 그곳에서만 취재하는 인터넷뉴스 영상팀에 장악력을 빼앗기기도 하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취재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 유일하게 의존할 수 있는 대상은 (동행한) 취재기자뿐이다. 자연히 우리 업무가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 동시에 자신의 경험으로 모든 걸 판단해야 하는 비이성적 취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이런 형태의 직종은 언제든 대체되기 쉽다. 취재가 완벽하지 않은 기사나 영상을 방구석에서 출고하는 건 ‘우라까이’나 큰 차이가 없다. 깊이가 있어야 한다.    취재 환경은 급변했지만 국회 내 취재 방식, 풀단 운영 방식엔 변화가 없는 듯하다. 영상기자의 역할이 제일 많은 국회 출입처에서 이런 경험은 상당한 좌절을 가져왔다. 비단 국회만이 아니라 각 언론사, 우리 직종이 봉착한 문제이다. 10년뒤, 우리의 욕망이 이 사회 어디쯤 위치하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하륭/ SBS   
    2021-03-09
  • 제34회 한국영상기자상 시상식 열려
    제34회 한국영상기자상 시상식 열려대상에 포항MBC <그 쇳물 쓰지마라>…뉴스·환경·인권·문화부문 수상작 5편 선정2020 굿뉴스메이커상에 정은경질병관리청장,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집필진에 공로상 수여나준영 신임회장 취임…“온택트 시스템·대선 영상보도특위 만들 것”▲지난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홀에서 열린 ‘제34회 한국영상기자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공로상 수상자는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이승선교수(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양재규 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윤성구KBS 기자, 나준영MBC 기자.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한원상)는 지난 2월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 홀에서 제34회 한국영상기자상 시상식을 열었다.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 준수를 위해 수상자와 가족 등 인원을 제한해 개최됐다. 한국영상기자상 심사위원회(심사위원장 김영창)는 대상에 포항MBC 양재혁 기자의 <그 쇳물 쓰지 마라>를 선정했다. 이 작품은 포스코의 직업병 실태와 환경오염, 지자체와 지역 언론의 카르텔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직후 포스코 노조는 포항 지역사회에 대한 투자와 사회공헌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포항제철소 노동자의 산재 사망 사건에 대한 취재를 막아 지역사회와 언론 현업인 단체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양재혁 기자는 “국민기업 포스코가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많은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의 희생이 있었고, 그 희생에 대한 불편한 얘기들을 다룬 작품”이라며 “앞으로도 작은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귀 기울이라는 뜻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뉴스부문에는 SBS 김용우 기자의 <개풍군 대남 확성기 재설치 단독 취재>가, 인권보도부문에는 KBS 디지털영상팀의 <이산 70년 기획 ‘나의 살던 고향은’>과 KCTV 김용민 기자의 <1948년 섬의 눈물>이, 환경보도부문에는 JIBS 윤인수 기자의 <제주 지하수 침묵의 경고>가, 문화보도부문에는 MBC충북 김병수 기자의 <장인의 기록‘궁시장 양태현’>이 각각 선정됐다. 2020 굿뉴스메이커상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수상했다. 김영창 심사위원장은 <그 쇳물 쓰지 마라>에 대해 “지역경제의 큰 축인 거대 기업을 대상으로 취재하기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며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다고 전해달라고 할 정도로 아주 잘 만들고, 사회에 영향력을 끼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2018년 11월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제정된 이후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놓고) 심사위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갈 정도였다.”며“한국영상기자상은 한 해를 결산하는 상으로 영상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상인만큼 모든 면에서 심사 기준이 높고, 기준이 안되면 탈락시킬 수 밖에 없어 수상작이 많지 않은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뉴스부문, 기획보도부문, 인권보도부문 등 총 10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지만, 대상작은 선정되지 않았다.한편 2020년 굿뉴스메이커상에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수상했다. 정 청장은 방역 최일선에서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고 확실한 방역대책과 리더십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 수상자로 선정했다. ‘굿뉴스메이커상’은 한 해 동안 시청자와 국민들에게 기쁘게 했거나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나 단체에게 시상한다. 이 상은 지난 2003년 12월에 제정되어 올해로 18회째를 맞이했다. 공로상에는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집필하고 교육한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변호사, 나준영 MBC 기자, 윤성구 KBS 기자가 수상했다. 이승선 교수는 “한국영상기자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펴내지 못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직접 만들어 준수함으로써 한국 저널리즘의 품격을 높였다.”며 “앞으로 영상 저널리즘뿐만 아니라 영상기자들의 생명과 안전, 권리 증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에 앞서 협회는 26대, 27대회장이·취임식을 진행했다. 4년 2개월의 임기를 마친 한원상 회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제정 등) 하나씩 결실을 맺을 때마다 가슴이 벅찼다.”며 “앞으로 신임 회장과 함께 협회를 잘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나준영 신임 회장은 △전국 회원간 교류와 소통을 위한 온택트 시스템을 구축하고 △영상보도 가이드라인과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정 보도를 위한 ‘대선영상보도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안경숙 기자
    2021-03-09
  • 저술 과정에 느낀 영상 팩트의 중요성
    저술 과정에 느낀 영상 팩트의 중요성 “가치 있는 사진은 단 한 장만으로도 책의 밑거름이 된다”   ▲필자의 두 번째 저서 ‘세계의 옷 공장, 북한’     ▲CJ오쇼핑이 북한산 의류를 중국산 의류로 판매한 방송(2018년 9월)      책 두 권을 낸 경험이 있는 필자는 영상 정보의 힘을 잘 안다. 영상 정보의 유무는 팩트의 위력을 좌우한다. 가치 있는 사진은 단 한 장만으로도 책의 밑거름이 된다.    필자가 쓴 졸저 두 권은 모두 북한 관련 주제이다. 오랜 기간 중국에서 구축한 북한 취재 네트워크가 기반이 됐다. 첫 번째 책은 2015년 4월 출간한 '인도에 등장한 김정은, 그 후의 북한 풍경', 두 번째 책은 지난해 6월 나온 '세계의 옷 공장, 북한'이다. 첫 번째 책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4살 후계자 신분으로 2007년 인도에 간 행적, 그리고 필자가 중국에서 접촉한 북한 인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다뤘다. 두 번째 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 기업이 북한 노동자가 만든 옷을 수입하는 현실을 다뤘다. 두 책 모두 사실을 입증하는데 영상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도에서 촬영한 '후계자 김정은'과의 사진  첫 번째 책은 후계자 김정은의 인도 행적을 처음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후계자 김정은은 2007년 10월 신분을 감추고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열린 세계 군인체육대회에 참석했다. 북한 선수단과 함께였다. 당시는 그의 존재가 아직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한국 역시 이 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했다. 선수단과 따로 현장을 찾은 한국의 축구계 인사가 우연히 후계자 김정은을 만났다. 그것도 두 차례나. 그들은 장시간 대화를 나눴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물론 당시 그는 자신이 만난 인물이 미래 북한의 지도자라는 사실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축구계 인사는 필자에게 인도에서 만난 '후계자 김정은'과의 인연을 말했다. 하지만 사진은 한사코 제시하지 않았다. 필자는 사진을 보여주기만 해달라고 줄기차게 설득했고 마침내 그는 허락했다. 서울 안국동에서 만난 그는 필자에게 두 장의 사진을 제공했다. 후계자 김정은과 함께 촬영한 사진이었다. 사진 제공의 조건으로 그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조건을 달았다. 사진을 받은 이후 필자는 본격적으로 사실 파악에 나섰다. 장기간에 걸친 검증 결과 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최종적으로 성형외과 의사에게도 보여줘 분석함으로써 사진 속 인물이 20대시절 김정은임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책은 나왔지만 아쉽게도 필자의 생각과 달리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축구계 인사와의 약속때문에 책에서 사진을 공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필자에게 언젠가 사진 공개를 허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날이 온다면 아마 필자의 책은 뒤늦게 관심을 끌게 되지 않을까? 사진이 있기에 확인한 사실이었지만, 사진을 공개할 수 없어 반향이 제한적이었던, 그래서 영상 정보의 힘을 여실히 느낀 경험이었다.    'CJ오쇼핑의 북한산 의류 판매' 입증한 영상 정보   지난해 6월 출간한 '세계의 옷 공장, 북한' 역시 영상 정보가 책의 씨앗이 됐다. 2018년 12월 필자는 중국의 소식통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대기업 CJ가 북한산 옷을 홈쇼핑 방송에서 판매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이라면 한국의 대기업이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를 위반한, 놀라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정보는 대체로 물증을 확보하기 어렵기에 사실 확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국의 지인 여러 명과 소통하며 정보 파악에 나섰다.    그런데 이 과정에 뜻밖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관련 영상 정보를 하나둘 확보하기 시작했다. 옷을 만들고 있는 북한 노동자의 모습, 북한공장에서 보낸 편지, CJ오쇼핑 방송에서 북한산 의류를 중국산이라고 광고하는 모습 등 정말 다양한 영상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장기간에 걸쳐 확보한 다양한 영상 정보는 CJ 오쇼핑이 2018년 가을 북한산 의류를 판매했음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최초의 제보는 정확한 사실이었다. CJ는 처음엔 결코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필자가 관련 팩트를 하나씩 제시하자 나중엔 "우리도 몰랐다."고 답변을 바꿨다. 하지만 이후 필자는 CJ 내부 보고서까지 입수하면서 CJ의 이 주장마저 믿을 수 없게 됐다. 보고서에는 북한 노동자가 만든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언급돼 있었다. CJ가 북한산 옷을 판매했다는 사실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북한 노동자 제조 방호복’사진에  가디언지도 관심  필자는 두 번째 책 집필을 마무리할 무렵인 지난해 상반기 중국의 소식통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파악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북한과 중국의 북한 노동자 공장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해외에서의 의류 주문이 뚝 끊긴 것. 그런데 새로운방식으로 활로를 찾았다. 코로나19 방역 작업을 하는 의료진의 방호복 수요가 그야말로 폭증했다. 엄청난 물량 주문이 중국으로 쇄도하면서 북한 노동자 공장이 방호복 생산을 담당했다. 북한 노동자들이 만든 방호복은 중국산 라벨을 붙여 해외 각국으로 수출됐다. 당시엔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할 구체적 물증을 확보할 순 없어 다급하게 내용만 정리해 책 뒷부분에 실었다.    그리고 책이 출간되고 몇 달이 지나서 필자는 북한 노동자가 만든 방호복을 구할 수 있었다. 중국 현지에서 대북 사업을 하는 인사가 보내줬다. 필자는 북한 노동자가 방호복을 만든다는 사실을 방호복 제품 사진과 함께 월간지에 기고했다.    그러자 이 기고문을 본 영국 가디언지 기자가 필자에게 연락해왔다. 가디언지 기자는 필자가 확인한 사실을 자신들도 수개월 동안 취재중이었다며 필자와의 소통을 요청했다. 그는 필자가 촬영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자신들이 취재해온 부분과 상당히 연관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영상 팩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필자와 소통을 한 이후 가디언지는 북한 노동자가 코로나19 방호복을 만들고 있고, 이들 제품이 중국산 라벨을 달고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내용의 특집 기사를 실었다.    필자가 파악한 다양한 사실을 공개하는 과정에 영상 정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객관적으로 입증할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사실 여부에 대해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신분 보안 유지가 필수인 중국의 소식통들을 상대로 취재할 경우 발언의 진위를 판단하는 데 영상 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처럼 영상 정보의 가치가 막강하다 보니 영상 정보를 교묘하게 조작하는기술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영상 정보의 사실성을 입증할 내용 취재가 뒷받침돼야 비로소 완전한 팩트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승재/ 북한전문저널리스트      
    2021-03-09
  • 미얀마가 ‘오월광주’다!
        미얀마가 ‘오월광주’다! 대한민국의 방송, 언론,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 위한 취재, 보도활동 적극 나서야      2월 28일, 미얀마 곳곳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경찰이 무차별 총격과 폭력 진압을 벌여, 18명의 평범한 미얀마 시민들이 목숨을 잃은 참극이 일어났다. 전 세계는 이날을 ‘피의 일요일’로 부르기 시작했다.    1980년 5월, 영상기자를 포함한 한국의 방송, 언론인들은 광주의 참상을 올바로 취재, 보도하지 못했고, 그 공백을 독일의 영상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같은 외신기자들이 목숨을 건 취재, 보도로 대신했다. 그들의 영상취재와 보도가 있었기에 광주는 국내에서는 고립되었지만, 세계화 되었고,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 시민들의 항거를 지지, 연대하는 국제적 여론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민주주의와 언론자유, 경제발전을 성취한 대한민국은 1990년대부터 미얀마에 다양한 경제, 문화교류지원사업을 해오고 있다.이번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자 30여 년간의 교류경험을 기억하는 미얀마의 시민들이 한국 정부와 시민들을 향해 미얀마 문제에 보다 관심을 보여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방송, 언론의 보도는 일부를 제외하고, 외신보도에만 철저히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상황으로 미얀마 현지취재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동남아에 특파원을 운영하고 있는 방송, 언론사들조차, 국경취재나 현지 미얀마인들에 대한 취재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얼마나 더 피 흘려야 하느냐?’는 미얀마 시민들의 애절한 호소에, 보다 적극적으로 취재, 보도하는 것이 우리 영상기자와 방송, 언론이 1980년 광주의 시민들, 한국의 시민들, 함께 오월광주와 연대하고 지지해 준 세계인들에게 진, 빚을 갚는 일이 될 것이다.     정윤정 기자
    2021-03-09
  • 방송 출연 아동·청소년 인권 보호 가능할까
    방송 출연 아동·청소년 인권 보호 가능할까 방통위, 1월18일부터 ‘가이드라인’ 본격 시행…“실효성 확보 위해 방송 평가에 반영 검토”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서울에 사는 주부 A씨는 2년 전 딸이 소속돼 있던 아역배우 에이전시를그만뒀다.    7살에 키즈 에이전시에 스카우트된 뒤 영화, 드라마, 광고 등에 출연해 왔는데, 아이가 힘들다고 토로했기 때문이다. A씨는 “오래 대기하는 날은 야외에서 의자도 없이 8시간 이상 기다리기도 했다.”면서 “스마트폰을 쥐어주며 어르고 달랬지만 촬영이 잡히면 아이가 부쩍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 게 눈에 보였다.”고 말했다. A씨는 “사실 어른인 나도 현장에서 버티기 힘든데 애는 오죽할까 싶어 과감하게 포기했다.”고 전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 아래 방통위)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출연자의 인권 보호에 나섰다.    방통위는 지난 1월18일부터 ‘방송출연 아동·청소년의 권익 보호를 위한 표준제작 가이드라인’시행에 들어갔다. 프로그램 기획 의도, 진행 방식 등을 미리 알려주지 않거나, 장시간 촬영이나 촬영이 지연되어 지쳐 잠든 출연자를 깨우는 경우, 제작 시간이 촉박해 악천후 속에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촬영하는 경우 등을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가이드라인은 방송 제작 전 과정에서 아동·청소년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 제작자는 제작 전에 아동 출연자와 보호자에게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 촬영 형식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고, 법정 제작·촬영 시간을 지켜야 하며, 건강권·학습권·휴식권 등을 보장해야 한다. 성적이거나 부적절한 언행, 신체접촉도 금지했다. 또, 정보가 노출돼 출연자가 위험에 처하거나 출연자가 사이버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제작자의 책임이다.    방통위는 최근 들어 방송 제작 현장에서 촬영이 지연되면 아역배우를 먼저 촬영하고 보내는 등 아동·청소년들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성년자인 정동원 군이 TV조선 <미스터 트롯>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새벽 1시30분까지 생방송에 출연해 미성년자의 촬영 시간이 논란이 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작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고 가이드라인이 ‘권고’사항이다 보니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방송사의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어린이나 청소년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여 제작했다’는 자막을 내보내고 있다.”며 “방통위는 현장 전문가나 감독관을 두라고 권고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제작 현장마다 인력을 추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 사업자의 자율적 협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실효성 확보를 위해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방송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경숙 기자
    2021-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