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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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기자 협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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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경영
  • 잔디 위에서 비로소 체감하다
     경기장 그라운드 왼쪽 골대 뒤, 광고판 바로 뒷자리가 내 카메라를 놓을 수 있도록 지정된 위치였다. 경기 진행요원과 방송 관계자들은 경기장 오른쪽 코너 방향에서 나오는 구조였기에, 나는 장비를 들고 그라운드를 크게 한 바퀴 돌아가야만 지정 자리에 닿을 수 있었다. ENG 카메라와 트라이포드, TVU, 그리고 각종 부속 기재가 가득 담긴 가방까지 양손에 가득 들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 자리로 이동하기 위해 AD 카드를 단말기에 태그 했다.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찰나 초록색 바탕 위 내 얼굴이  비쳐졌다. “그라시아스!”  각 방송사의 너저분한 라인들을 밟을세라 피하며 지나가다, 먼저 위치해 있던 선배를 만났다. 짧게 사진 한 장을 남겼다. 경기장에서 만난 우리 팀원끼리 힘든 경기 날 파이팅하자는 의미이자, 이 치열한 현장을 증명할 작은 기록이기도 했다. 다시 무거운 장비를 들고 여러 방송사 카메라와 사진기자들을 지나쳤다. “올라” 인사성 밝은 동쪽의 촬영기자는 ‘굿럭’ 이라는 응원을 받으면서 그렇게 걸어갔다. 무거운 장비에 힘겹게 코너를 지나 걸어가는 와중 문득 경기장을 올려봤다. 아직 관중이 다 들어차지 않은 경기장이었지만, 순간 온몸을 감싸는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푹푹 빠지는 더위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와중에도 살끝에 닭살이 돋아났다. 장비를 내려놓으려면 앞으로 110미터를 더 가 또 한 번 코너를 돌아야 하는 먼 길이었지만, 무언가에 홀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멍하니 경기장을 바라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멋있고, 웅장했다. 가뜩이나 무거운 짐을 들고 가던 걸음마저 단번에 멈춰 세울 만큼.  나에게 월드컵은 늘 TV로 보는 이벤트였다.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졸라 하이비전 TV로 단체 관람하던 대회였다. 광화문 거리에서 형, 누나들에 둘러싸여 개최국의 열기를 살짝 맛보긴 했지만, 고등학생이던 내가 알 수 있는 즐거움은 거기까지였다. 그 후로도 월드컵이란 친구, 동료, 가족과 집에서 TV로 즐기는 축구 대잔치에 불과했다. 영상기자가 된 이후로도 내가 경험한 월드컵 취재는 광화문 광장이 전부였다. 그런 기억을 안고 살아온 내 눈앞에 지금, 웅장한 경기장과 끊임없이 밀려드는 응원단, 그리고 이역만리 아메리카 땅 위에 선명하게 펼쳐지는 태극기가 존재하고 있었다. 귓가를 울리는 ‘대한민국’ 다섯 음절과 특유의 박수 소리. 갈 길 바쁜 내가 짐을 든 채 그곳에 서 있어야 할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아, 이렇게 멋진 것이었구나.’ FIFA에서 발급해 준 갈색 미디어 조끼 하나 걸쳤을 뿐인데, 내가 평생 알고 있던 월드컵의 모습이 하나부터 열까지 통째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출장 기간 중 경기 당일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동 동선과 당일 일정 체크, 인터뷰 선수 확인과 경기 전 현장 스케치, 응원단 인터뷰, 기자 라이브 연결까지. 말로 늘어놓으면 별것 아닌 듯해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긴박하게 돌아갔다. 빽빽한 인파 속에서 소중한 장비들을 하나하나 챙겨 다니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졌다. 타국에서의 장비 유무는 곧 취재의 생명이었기에 고도의 긴장감이 유지되었다. 경기 시작 대여섯 시간 전에 도착했음에도 이미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더위를 식히려 챙겨온 물병은 장비 가방 구석에 쑤셔 넣어둔 탓에, 정작 필요할 때 찾으면 이미 미지근해져 ‘어쩌겠어’ 하며 덤덤히 나를 반길 뿐이었다. 쉬어갈 틈 따위는 허락되지 않는 현장이었다.  그렇게 코너킥 부근 잔디 위에 멈춰 섰던 그 짧은 찰나는, 나에게 있어 월드컵을 '본다'에서 '경험한다'로 완전히 전환시켜 준 결정적 순간이었다.누군가는 진작에 느껴봤을 감정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느끼지 못했거나 아무런 감흥 없이 지나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 코너킥 부근 잔디 위에서 바라본 한 장면은 내 머릿속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강렬한 각인으로 남아버렸다. ‘아, 진짜 월드컵이구나.’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남은 거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양손의 카메라와 장비는 짓눌리듯 무거웠고, 바닥에는 각 국 방송사들의 케이블 라인들이 너저분하게 얽혀 있었다.                                                                                                                                                                                                                                                                               JTBC 김진광
    2026-09-01
  • 제주지부 야유회 개최…회원 간 화합과 교류의 시간 가져
     한국영상기자협회 제주지부가 6월 27일부터 28일까지 제주도에서 야유회를 개최하며 회원 간 친목과 화합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야유회에는 제128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수상자인 제주MBC 강흥주 기자와 KCTV 김용민 기자의 시상식도 함께 진행됐다. 두 수상자가 일정상 서울에서 열린 시상식 참석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주지부의 초청으로 협회장과 협회 직원들이 직접 제주를 찾아 수상자들에게 상패를 전달하고 제주지부 회원들과 교류하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제주지부 회원들은 협회장과 직원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식사를 마련하는 등 환대했으며, 제주 지역의 특색을 살린 윷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야유회는 업무 현장을 벗어나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통해 회원 간 유대감을 더욱 다지는 계기가 됐다. 협회장은 “제주지부처럼 회원들이 끈끈하게 소통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다른 지부에도 더 많이 마련되길 바란다”며 “회원 간 단합과 교류가 활발한 협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협회 정수지 간사
    2026-09-01
  • 협회, 공식 홈페이지 전면 리뉴얼 오픈
    접속 장애 등 시스템 불편 개선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약 7개월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공식 홈페이지 (www.tvnews.or.kr)를 전면 개편했다.이번 리뉴얼은 그동안 회원들이 겪었던 간헐적 접속 장애와 서버 불안정 등 시스템 이용상의 불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안정적인 디지털 이용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추진됐다. 협회는 웹사이트 전반의 시스템 인프라를 강화하는 한편, PC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최적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구현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다.아울러 그동안 이어져 온 유지보수 업체의 미흡한 서비스 대응과 불합리한 단가 문제를 해결하고, 신규 관리 업체를 통해, 보다 신속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했다.협회 사무국은 “새로 단장한 홈페이지에 대한 회원들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이용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협회 이경선 사무장
    2026-09-01
  • 오늘을 기록하고 내일을 밝히는 영상기자가 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MBC 신입 영상기자 윤대일입니다. 유난히 지독했던 폭염도 물러가고, 드디어 기나긴 여름의 끝자락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40도를 넘나드는 가마솥더위 속에서도 현장 최전선을 지켜내신 모든 영상기자 선배들께 진심 어린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묵묵히 현장을 기록하는 선배들을 보며, 선배들께서 지나오신 길의 무게를 비로소 체감하는 요즈음입니다. 입사 후, 선배들께서 어떤 영상기자가 되고 싶냐 물으시면 제 대답은 언제나 ‘오늘을 기록하는 역사의 사관이 되겠다.’라는 다짐이었습니다. 현장 최전선에서 객관적으로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 영상기자의 본분이라 믿은 까닭입니다. 하지만 현장은 관념 속 공간과는 달랐고, 눈앞 현실을 기록하는 일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엄혹하고 거친 현장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감정 동요 없이 중립적인 시각으로 사안을 프레임에 담아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요즘은 ENG 카메라의 물리적 무게보다, 뷰파인더 너머 세상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의 무게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정갈하게 현장을 기록하려고 애쓰지만, 취재에서 돌아와 원본을 돌려볼 때면 현장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이 앵글에 적나라하게 남아 있곤 합니다. 어떤 순간에 어떤 앵글을 선택했는지, 무엇을 담고 무엇을 놓쳤는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사소한 주관이나 흔들림조차 프레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 부끄러움은 오롯이 제 몫으로 남습니다. 카메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찰나의 순간에 어떤 앵글을 선택하고 무엇을 담을지에 대한 고민은 늘 무겁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장에서 온몸으로 마주치는 중압감은 남모를 희열로 바뀌어 다가오곤 합니다. 지난 6.3 투표지 부족 사건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 집회 현장을 취재했던 날이 떠오릅니다. 현장의 분위기는 매우 과열되어 있었습니다. 흥분한 시위대는 취재진을 겹겹이 둘러쌌습니다. 고성이 오갔습니다. 누군가는 앵글을 손으로 가리며 욕했습니다. 또 누군가는 똑바로 보도하라며 카메라를 툭툭 치고 갔습니다. 카메라를 잡기 위해 올라간 사다리가 크게 흔들릴 때는 순간 신변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피하고 싶다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지만, 카메라를 내릴 수는 없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선배, 동기들과 밤을 지새우며 눈앞의 현실을 담백하게 담기 위해 몰두했습니다. 뜬 눈으로 현장을 지키다 시위대의 눈을 피해 빠져나온 건 다음날 낮이었습니다. 비로소 참았던 숨이 터져 나왔고, 긴장이 풀리며 온몸에 힘이 빠졌습니다. 그리고 이내 밀려온 것은 이상할 정도의 자그마한 희열이었습니다. 혼란스러운 역사적 사건의 한복판에서, 그 순간을 내 손으로 끝까지 담아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현장 최전선에서 ‘오늘을 기록하는 영상기자’로서의 소명 의식이 피부에 와닿는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아직은 모든 것이 서툴고 부족합니다. 붉은 녹화 불빛이 들어올 때마다 밀려오는 중압감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현장 최전선에서 사안을 온몸으로 느끼고, 순간순간을 온전히 기록했을 때 찾아오는 희열은 저를 다시 현장으로 이끄는 동력이 됩니다. 앞으로도 이 중압감과 희열을 잊지 않고, 오늘 일어난 사실을 왜곡 없이 정밀하게 기록하겠습니다. 그 정직한 기록들이 모여 어두운 곳을 조명하고 사회의 내일을 밝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선배들께서 길을 열어오셨듯, 어제보다 오늘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오늘을 기록하고 내일을 밝히는 영상기자가 되겠습니다.                                                                                                                                                                                                                                                                            MBC 윤대일  
    2026-09-01
  • 영상기자의 순간들
    안녕하십니까. MBC 영상기자 박다원입니다.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현장에 나서다 보면 희한하게 억울한 순간들이 꼭 찾아옵니다. 하필이면 뻣뻣한 청바지를 골라 입고 출근한 날 아침, 지금 당장 산 타야 하는 일정을 배정받고 땀범벅이 되어 등산로를 오르던 기억이 납니다. 현장에 가는 길에는 분명 맑았는데 제가 카메라를 들자마자 소나기가 퍼붓고, 일정을 마치니 비가 뚝 그친 적도 있습니다. 남들은 다 철수한 것 같은데 안에서 압수수색 중인 경찰은 나올 기미조차 없을 때는, 시간이 너무 안 흘러 이틀 치를 일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배들과 사무실이나 회식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저의 고생담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입니다. 해외 취재길에 헬기를 타고 스펙타클하게 현장을 누비시던 이야기부터 취재하다 발을 잘못 디뎌 맨홀에 빠질 뻔했던 아찔한 순간, 심지어 지진 현장 한복판에서 며칠 동안 노숙을 하며 취재를 계속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면서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양념일까?' 싶은 인상 깊은 무용담들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그 당시에는 속도 타들어가고 온몸이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되는 고생길이었겠지만, 지나고 나니 그 모든 게 영상기자라는 이름 아래 묶인 우리들만이 나눌 수 있는 특별한 훈장이자 평생의 안주거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몸은 고되고 매일매일이 예상치 못한 변수와 스케줄로 가득 찬 피곤한 나날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또 그만큼 남들은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할 다채로운 삶의 순간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잊지 못할 추억과 이야기들을 쌓아갈 수 있다는 게 우리 직업이 가진 진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갑작스러운 장대비도 맞고, 청바지 입고 산을 타거나 기약 없는 기다림을 버티는 순간들을 수없이 마주하겠지만, 그마저도 훗날 웃으며 털어놓을 멋진 추억으로 쌓아간다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뛰어다니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MBC 박다원
    2026-09-01
  • 역사를 기록하는 눈과 귀
      제가 생각하는 영상기자를 가장 잘 표현하는 한 문장은 ‘역사를 기록하는 눈과 귀’입니다. 역사의 현장 한가운데에서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시청자의 눈과 귀가 되어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사람. 하지만 만 1년 차를 앞두고 신입기자협회보를 쓰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과연 나는 그러한 사람인가. 매일 마주하는 현장은 아직 저에게는 너무 정신없습니다. 선배들의 영상을 흉내 내어 보기도 하고 여러 각도에서 제 나름대로 이것저것 영상을 구상하면서도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그것들을 영상에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 확신이 들지 않아도 우선 카메라를 들고 녹화 버튼을 눌러대기 바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복귀하면 그제서야 현장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곤 합니다. 카메라엔 담지 못한 머리속에만 존재하는 현장을 기억할 때마다 부끄럽고 조금 전까지 카메라를 메고 있던 어깨는 현장에서보다 한결 더 무거워집니다. 그럼에도 오늘의 부끄러움은 내일의 카메라를 움직이게 합니다. 지나간 현장을 다시 눈앞에 펼쳐놓고 정신없이 지나쳤던 장면에서 한참을 멈춰 있기도 하고 내가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왜 그 장면을 그렇게 담았는지를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현장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가 있고 그중 무엇을 골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는 결국 카메라를 든 사람의 몫이라는 생각도 조금씩 선명해집니다. 내가 담은 영상이 예상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고 그 기록이 실제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모습을 볼 때면 부끄러움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매일이 고민의 연속일 것 같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무엇을 들어야 하는지,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지 매번 다시 묻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매일 치열하게 고민하고, 제가 남긴 영상과 그 흔적을 다시 돌아보겠습니다. 오늘의 현장이 내일의 경험이 되고, 그 경험이 다시 다음 현장을 바라보는 눈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하루하루 쌓이는 기록과 고민을 통해 진정한 ‘역사를 기록하는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BC경남 이민혁
    2026-09-01
  •  [2026 광주민주포럼] “평균 위험 노출 10.1개…영상기자 복합 PTSD 심각”  '외상 후 번아웃' ...
     영상기자들이 매일 마주하는 취재 현장은 시각적 충격과 신체적 위협, 그리고 고강도의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이 쉴 새 없이 축적되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들이 기록한 진실의 무게만큼 영상기자들의 가슴에 생긴 상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여겨온 게 현실이다.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최연송)는 서강대 레메디아 연구단(단장 조재희 교수)과 공동으로 5월 16릴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광주민주포럼 공동 세미나 '분쟁지역 영상저널리스트의 기록과 상처'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영상기자들의 정신 건강 실태를 집중 조명하고, 나아가 이긓이 다시 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사회적 인정'의 가치와 공적 치유 체계 구축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편집자 주2026 광주민주포럼에 참석한 발제자들과 영상기자들, 한국영상기자협회 임원진의 기념촬영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재희 교수(서강대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는 한국 영상기자들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겪고 있는 고강도 트라우마의 실태를 공개했다. 조재희 교수 연구팀은 영상기자들이 직무 중 맞닥뜨리는 직접적 사건 유형 9가지와 취재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목격하게 되 는 취재 사건 유형 14가지 등 총 23가지의 세부 위험 유형을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영상기자 75.6%가 고강도 위험 상시 노출…현장 취재 누적이 ‘번아웃’으로 직결 한국영상기자협회 소속 회원 119명의 영상기자를 대상으로 지난 4월 6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무려 75.6%가 연구팀이 제시한 23개 위험 유형 중 7가지 이상을 직접 경험했고, 조사 대상 기자들이 지금까지 경험한 위험 사건은 평균 무려 10.1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위험 노출 구간별로 세분화해 살펴보면, 23개 유형 중 7개에서 11개 사이의 위험 사건을 경험한 기자가 41명으로 전체의 34.4%를 차지했고, 12개에서 16개 사이의 사건을 경험한 기자도 36명(30.3%)에 육박했다. 17개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한 기자도 13명(8.4%)이나 됐다.  조 교수는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현장의 경우 단일 사건의 충격만으로도 PTSD로 직접 연결된다”면서 “(특히 영상기자들은) 여러 가지 유형의 사건들을 경험하게 되면서 복합적으로 PTSD들이 연결된다”고 밝혔다. 영상기자가 매일 접하는 현장이 개별적으로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여러 현장 경험이 누적되면서 고강도로 축적돼 복합적인 PTSD 증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가해지는 시각적·감각적 자극의 누적은 기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연구팀은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된 정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부트스트랩 5,000회’를 적용한 경로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외상 유발성 사건 경험 ➔ PTSD 증상 발생 ➔ 직무 이탈성 번아웃 발생'으로 이어지는 손상 구조를 확인했다. 고통스러운 현장을 지속적으로 목격한 기자는 직무를 기피하고 조직을 이탈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는 의미다.   토론자로 참석한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융복합콘텐츠연구소 임인재 선임연구원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그리고 최근의 12·12 계엄 사태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격동적인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시각적 기록을 담당해 온 영상기자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최초로 실증 모델을 통해 탐구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계에 매우 의미 있는 이정표를 제시했다”며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병행해 데이터의 구체성과 신뢰도를 높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제2회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수상자인 필립 콕스 기자가 영상기자의 직업적 트라우마를 주제로 온라인 화상 토론을 하고 있다 “동료들의 지지, 가족의 인정이 카메라를 다시 들게 하는 힘” 그렇다면 참혹한 현장의 기록자들이 심리적 붕괴를 극복하고 다시 카메라를 들 수 있게 하는 요인은 뭘까. 포럼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한 목소리로 '공적 인정(Recognition)'과 '조직 및 가족 내부의 존중 커뮤니케이션 풍토'를 그 해법으로 제시했다.  조재희 교수 연구팀은 1980년 광주의 진실을 목숨 걸고 촬영해 전 세계에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기자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 상이 위험 지역을 누비는 현역 영상기자들에게 실제로 어떤 심리적 의미와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하기 위해 국내외 수상자 8명(국내 4명, 해외 4명)을 대상으로 심층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힌츠페터 국제보도상’과 같은 권위 있는 공적 포상은 영상기자들에게 단순한 명예를 넘어, 정신적 외상을 치유하고 극복하게 만드는 강력한 ‘직업적 확신’의 매개체로 작동하고 있었다. 조 교수는 “영상기자들은 공적 수상을 경험하면서 ‘내가 걸어온 길, 내가 목숨을 걸고 수행한 이 직업적 업무가 옳았구나, 충분히 할 만한 가치가 있었구나, 우리 사회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구나’라는 강한 확신을 얻게 된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직업적 확신은 트라우마에 주저앉지 않고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외상 후 성장’과 현장 업무를 끝까지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의 인터뷰에 응한 수상자들은 “상을 받았지만 진짜 영웅은 현장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싸운 시민들이고 나는 단지 그것을 세상에 전달한 매개자일 뿐”이라며 직업적 겸손함을 내비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적 포상이 내가 현장에서 감수해야 했던 생명의 위협과 정신적 고통의 가치에 타당성을 부여해 준다는 점에서, 심리적 회복에 실제로 거대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다만 이들은 수상 이후에도 현장의 비극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느낌에서 오는 ‘미종결 사건 의식에 따른 도덕적 긴장감’과 무력감을 동시에 겪고 있다는 점도 밝혀, 지속적인 심리 지원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2022년 ‘뉴스상’ 수상자이자 이날 포럼의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필립 콕스(Philip Cox) 기자도 공적 인정의 치유 효과를 설득력 있게 뒷받침했다.  프리랜서 영상기자인 필립 콕스기자는 2004년 수단 다르푸르 사태를 자비로 취재하기 시작한 이래 중동,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전 세계의 가장 참혹한 비극의 최전선을 카메라에 담아온 인물이다. 특히 지난 2016년에는 수단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심층 취재하던 중 친정부 민병대에 납치되어 사막 한가운데서 인질로 억류되었고, 이후 정부의 비밀 구금시설에 수감되어 고문을 당하는 등 생사의 갈림길을 지나온 기자다. 콕스 기자는 저널리스트의 취재 환경을 언제 상황이 급변할지 모르는 거친 ‘바다’에 비유했다. 그는 “현장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며 위험하다. 선원의 진정한 능력은 잔잔한 바다가 아니라 거친 폭풍 속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증명되듯, 돌발 상황에 대비한 철저한 사전 안전 훈련과 계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흑 같던 독재 정권이 무너진 수단으로 다시 돌아가 제작한 심층 다큐멘터리 <수단의 스파이더맨>을 작업하면서 비로소 내면의 치유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군사 정권의 폭정에 맞서 싸우는 젊은 활동가의 역동적인 모습을 백인 기자의 시선이나 내레이션 없이 온전히 수단 현지인들의 목소리로만 담아낸 이 작업은, 그에게 일종의 ‘엑소시즘(치유의 의식)’이자 영상이 가진 사회적 힘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아준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특히 그는 “프리랜서로서 이 위험한 결과물이 세상에 제대로 공개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극심한 불안감과, 현지 취재원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 속에서 하루하루 피를 말리고 있을 때 들려온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수상 소식은 나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안도감과 공적 인정의 기쁨을 선사했다”고 회고했다. 콕스 기자는 “20년 넘게 세계 곳곳을 누비며 기자 생활을 했지만, 대한민국 국회와 광주 시상식에서처럼 언론인의 사회적 역할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환대해 주는 정치·사회적 환경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며 “권력을 감시하는 기자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을 광주라는 공간을 통해 다시금 뼈저리게 확신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고 전했다.  공적 인정 외에 일상적인 직장 내부의 소통과 가장 가까운 가족의지지 역시 기자를 일으켜 세우는 강력한 버팀목이 된다는 현직 기자의 증언도 나왔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을 취재했던 KBS 신봉승 기자는 “기자에게 재난과 참사, 분쟁 지역 취재는 숙명과도 같다”면서도 “거대한 참사의 자극도 크지만, 때로는 현장에서 마주친 아주 사소하고 감각적인 기억들이 지워지지 않는 강력한 트라우마로 각인된다”고 고백했다.  그는 조 교수가 언급한 ‘공적 인정과 조직 내 존중의 힘’에 공감했다. 신 기자는 “KBS 내부 사내 시스템에서 매일 아침 전 직원의 조회가 가장 높은 항목은 다름 아닌 ‘오늘의 편집회의’ 결과”라며 “어제 어떤 기사와 영상이 좋았고 누가 수고했는지를 공식적으로 격려하는 데스크와 동료들의 평가, 이 작은 소통이야말로 현장 기자들이 갈구하는 첫 번째 ‘인정’의 형태”라고 짚었다.  가족의 지지와 인정 역시 카메라를 다시 들게 하는 원동력이다. 신 기자는 “일 핑계로 주말에 집에서 누워만 있어 아이에게 ‘핸드폰만 보는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언론상을 수상할 때 아이를 데려간 이후 아이가 학교에서 아빠의 직업을 자부심 있게 말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공적 인정을 매개로 가장 가까운 가족과 동료들이 보내주는 지지와 존중이 있을 때, 아무리 육체적으로 고통스럽고 위험한 현장이라도 다시 뛰어들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공적 인정의 상징이 외부의 힌츠페터상이라면, 매일 부딪히는 조직 내부와 동료들의 존중 커뮤니케이션은 번아웃을 예방하고 PTSD를 극복하게 만드는 가장 즉각적인 주체”라고 덧붙였다. 중소 언론인, 프리랜서, 자원봉사자 등 ‘사각지대’ 깰 공적 치유 체계 ‘시급’ 참석자들은 영상기자들의 PTSD 극복을 위해 해당 언론사의 사내 복지 차원을 뛰어넘는 제도적이고 체계적인 공적 지원망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강도 위험에 노출된 기자들이 선택하는 대표적인 개인적 대응 전략은 '트라우마에 대한 회상과 소통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회피 전략이었다.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오르는 것 자체가 두려워 동료나 가족에게 현장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다.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기자들이 심리적으로 무뎌져 치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제도적이고 강제적인 공적 보살핌이 개입해야 한다.  조재희 교수는 “자신이 겪은 상처를 마음속 깊은 곳에 가둬두었다가 전문가의 체계적인 도움없이 홀로 밤에 잠들기 전 갑자기 끄집어내어 되짚어보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제대로 된 심리적 안전장치 없이 상처를 독자적으로 마주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또 다른 형태의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며 “안전한 환경에서 상처를 끄집어내는 ‘의도적 반추’를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원망을 시스템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날 포럼에서는 거대 언론사의 조직적 시스템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들과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 언론사, 지역 언론 및 인터넷 언론사 소속 기자들이 처한 정신건강의 사각지대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필립 콕스 기자는 거대 언론사의 완벽한 사내 복지 시스템을 즉각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프리랜서나 영세 언론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강력한 즉각적 치유책으로 '동료 간 상호 지원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제안했다. 콕스 기자는 “트라우마를 받아들이고 내면에서 소화해 내는 속도와 방식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전쟁터나 재난 현장을 먼저 경험한 베테랑 경력 기자들과 이제 막 현장에 진입해 충격을 받은 신입 기자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신체적·정신적 안전 상태를 살피며 고통을 공유하는 대화와 연대의 문화를 현장에 정착시키는 것이 치유 체계 구축의 위대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언론사 경영진을 향해서도 “행복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저널리스트가 결국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더 좋은 저널리즘을 만들어낸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봉승 기자는 “내가 속한 대형 방송사(KBS)에는 다행히 사내 심리 상담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프리랜서 영상저널리스트나 규모가 작은 언론사, 인터넷 언론사 소속 기자들은 PTSD를 극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유해한 환경에 방치되어 있다”고 우려했다. 신 기자는 이어 과거 아프리카의 참상을 촬영한 <수단의 굶주린 소녀>로 퓰리처상을 받았지만,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진기자 케빈 카터의 비극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가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도 언제든 이런 비극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공적 지원 체계의 수혜 대상을 언론계를 넘어 현장과 연대하는 시민사회로까지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기자는 세월호 참사 관련 연구와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가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었음에도 아무런 국가적 돌봄을 받지 못했던 대학생의 사례를 소개하며 “특정 재난이나 참사 현장에서 함께 상처받은 시민 봉사자들과 언론인 모두를 아우르는 ‘공적 차원의 트라우마 통합 지원 체계’가 구축될 때, 우리 사회 전반의 재난 극복 역량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상기자의 트라우마와 극복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경청하며 필기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언론인 맞춤형 PTSD 척도 마련 필요” 한편, 임인재 연구원은 이번 포럼에서 도출된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연구가 한 단계 더 발전적으로 지속되기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임 연구원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가졌던 역사적 부채의식과 언론인으로서의 소명의식이 “현재의 젊은 기자들에게도 기성세대와 동일한 무게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이어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외상유발사건 경험 척도’를 ‘언론인 맞춤형 진단 도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소방관들이나 재난 구조대원들의 경우 직무 특수성을 반영해 화재나 사체 목격 등 유형별 고통의 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특화 척도가 존재한다. 그는 “연구에서 활용된 구체적인 설문 문항들을 후속 연구나 현장 매뉴얼에 상세히 공개한다면, 위험에 노출된 기자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보호하는 실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6-06-25
  • 수사의 종착점은 하나가 아니다
    수사받는 기자들을 위한 법적 조언, '수기법조' (6)살다 보면 '나한테 이런 일이?' 싶은 경우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수사기관에 출석, 조사받는 때를 포함해 형사절차의 흐름에 따라 단계별 대처방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형사절차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큰 흐름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누군가 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하거나 고소하면 수사기관은 범죄가 있었는지, 범인은 누구인지, 재판에 넘길 만큼 증거는 충분한지를 확인한다. 이 과정을 ‘수사’라고 부르는 것이다. 과거 수사는 경찰에서 시작해서 검찰로 끝나는 단선적 과정이었다. 지금은 조금 복잡해졌다. 경찰이 시작해서 검찰이 끝낼 수도 있고, 경찰이 시작과 끝을 도맡을 수도 있다. 이러한 수사의 복선화는 이른바 ‘검경수사권 조정’이 가져온 변화다. 이번 호에서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어떻게 종결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수사과정이 단선에서 복선이 되었기 때문에 수사종결의 유형 역시 경찰과 검찰 각각으로 구분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경찰이 수사를 마치면 몇 가지 결정을 내린다.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사건을 검찰로 보낸다. 이를 ‘검찰송치’라고 한다. 쉽게 말해, 해당 사건은 재판에 넘길 만해 보이니 검사가 최종적으로 판단해보라는 것이다. 반대로, 범죄가 인정되지 않거나 증거가 부족하면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할 수 있다. 경찰의 판단으로 수사를 끝내는 것이다. 이 점이 검경수사권 조정이 가져온 핵심적인 변화다. 과거 수사를 종결할 권한을 갖지 못했던 경찰에게 현재는 1차적 수사종결권이 생겼다. 불송치라고 해서 항상 ‘범죄가 아니다’거나 ‘범죄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불송치에도 다양한 하위유형이 있다. ‘혐의없음’은 범죄사실이 성립하지 않거나, 증거가 불충분해서 재판해도 유죄가 나오기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죄가안됨’은 겉으로는 범죄처럼 보여도 정당방위, 긴급피난처럼 정당화시킬 만한 일정한 사정이 있는 경우다. ‘공소권없음’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친고죄에서 피해자가 고소를 철회하는 바람에 재판의 필수적 요건이 결여된 경우다. 마지막으로 ‘각하’는 고소나 고발 자체가 부적법하거나 수사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 내려진다. 이 외에도 피의자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내리는 ‘피의자중지’ 결정, 핵심 참고인을 조사할 수 없는 경우 취하는 ‘참고인중지’ 결정도 있다. 검찰송치, 즉 경찰이 검찰로 사건을 넘기면 드디어 검사가 사건을 들여다본다. 검사는 경찰이 작성한 기록과 모은 증거를 검토하고, 필요하면 직접 추가 조사를 진행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후 범죄 혐의가 수집된 증거에 의해 충분히 뒷받침될 수 있으며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재판으로 넘긴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기소’다. 기소가 되면 사건은 법원의 재판 단계로 넘어가고, 피의자의 신분 또한 피고인으로 바뀐다. 참고로, 현행법 하에서 수사권과 달리 기소권만큼은 여전히 검사가 가지고 있다. 검찰의 수사 종결 유형 역시 경찰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기소, 즉 재판에 넘기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현행 검찰사건사무규칙은 불기소의 유형으로 혐의없음,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 등을 정하고 있는데 앞에서 설명한 것과 대체로 유사하다. 검찰의 수사 종결 유형 중에 ‘기소유예’가 있다. 기소유예는 경찰에는 없고 검찰 수사과정에만 있는 특수한 형태의 결정이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없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기소할 수도 있는데 유예한다는 의미이므로 판결로 치면 무죄가 아닌 유죄에 가깝다. 증거와 법리에 비추어 범죄 혐의는 충분히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나이, 전과, 범행 동기, 피해 회복 여부, 반성 정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이번에는 재판으로 넘기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재판으로 치면 ‘선고유예’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니 기소유예를 받았다고 해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처럼 이해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설명한 현행 수사 구조가 조만간 대대적으로 달라진다. 올 10월 2일부터 검찰청은 사라지고 그 역할을 법무부 소속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이 나눠갖는다. 일반범죄는 종전과 같이 경찰이, 중대범죄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 담당한다. 그리고 공소청은 기소 여부 및 공소유지를 담당한다. 두 개 기구 중 검사는 공소청에서 근무한다. 공소청 소속 검사들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결국, 검사들은 수사에서 손을 떼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법정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일에 집중하게 구조가 만들어진다.법률용어 해설송치: 경찰이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하여 수사한 사건을 검찰로 넘기는 것불송치: 경찰이 수사한 결과 범죄가 성립되지 않거나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수사를 종결하는 것기소: 검사가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는 것불기소: 검사가 수사한 결과 범죄가 성립되지 않거나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사건을 법원에 넘기지 않고 수사를 종결하는 처분기소유예: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나이와 전과, 범행 동기, 피해 회복, 반성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처분의 일종                                                                                                                                                                                                                                               양재규 변호사 (언론중재위원회 조정본부장)
    2026-06-25
  • 개정 방송법 첫 공영방송 이사 추천 막바지
    MBC‧EBS 인선 절차 순항…KBS·YTN은 내부 갈등으로 ‘난항’  개정 방송법 체제에 따른 첫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 후보 추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위원장 김종철)가 제시한 공모 및 추천 마감일은 26일. 그러나 방송사별 내부 갈등과 법적 공방이 얽히면서 시한 내 추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빠른 속도로 인선이 진행 중인 곳은 MBC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국회 교섭단체 5명, 시청자위원회 2명, 임직원 과반수 동의 2명, 방송미디어 3학회 2명, 2개 변호사단체 2명 등 모두 13명이다. 시청자위, 학회, 변호사단체 등은 공모를 마감하고 지원자를 공개하는 등 내부 심사를 거쳐 조만간 추천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임직원 추천 이사는 지난 17일까지 투표를 진행했지만 후보자들이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해 23~25일 재투표를 치르기로 했다. EBS도 16일까지 진행된 공모에 임직원 추천 이사 5명, 시청자위원회 추천 이사 13명이 지원해 조만간 추천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반면 KBS는 일부 이사 추천 프로세스가 사실상 멈춰 섰다. 임직원 과반 추천 이사와 시청자위원회 추천 이사 선임 등을 위해 규정을 마련해야 할 편성위원회가 사측의 거부로 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일부 노동조합이 낸 편성위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안팎에서는 개정 방송법 이행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위원장 이호찬)은 지난 5일 낸 성명에서 “특정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이유로 편성위원회 운영을 지연시키는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위촉된 종사자 측 위원의 권한을 부정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방송법이 보장하는 편성 독립의 제도적 장치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방미통위가 최근 의결한 ‘2026 하반기 지상파 재허가 세부계획안’에 ‘편성위원회 및 편셩규약 이행 실적’을 심사 항목으로 신설한 점을 들어 박장범 KBS 사장을 향해 “편성위원회 개최를 거부함으로써 법적 의무를 외면하고 KBS의 재허가 심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청자위원회와 임직원 추천 몫을 제외한 채 이사회가 출범할 경우 의결 정족수와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방미통위도 KBS 상황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영방송으로서 법적 지위가 가장 분명한 KBS에서 편성위원회가 지체되고 있는 상황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방송 법령과 규칙에 따라 편성위 가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방미통위로부터 7월 31일까지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은 보도전문채널들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대 주주의 회사 추천 몫을 두고 난항을 겪던 연합뉴스TV는 지난 12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사추위 신설을 위한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대 주주인 연합뉴스는 회사 쪽 위원 3명, 4% 이상 지분을 가진 나머지 소수 주주 1명 등 4명을 추천하고 노조 추천 4명, 시청자위원 추천 1명 등 모두 9명으로 사추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연합뉴스TV는 7월31일 주주총회를 열어 사추위 관련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YTN은 사추위 구성과 보도 통제 논란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이사회 의장을 맡은 한겨레신문 사장 출신의 양상우 사내이사는 이사회 산하에 ‘거버넌스위원회’와 ‘저널리즘책무위원회’를 설치하고 측근 인사를 배치했다.  노조는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 거버넌스위원회 인사(사외이사)가 사추위 구성 협상 자리에 나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회사쪽은 이사회가 교섭에 참여하는 것은 부당한 개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저널리즘책무위가 과거 기사 삭제 사례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선 데 대해서도 노조는 “본격적인 보도 개입과 통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양 이사의 ‘친정’인 한겨레신문의 노동조합도 YTN 구성원들에 대한 연대 성명을 냈다. 지난달 29일 낸 성명에서 한겨레지부는 ”유진그룹 체제 아래서 보도·편성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고자 분투 중인 YTN지부 동지들에게 연대의 뜻을 전하며, YTN 이사회가 보이고 있는 반노동적·반저널리즘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겨레지부는 특히 저널리즘책무위 활동에 대해 “유진그룹에서 임명한 이사회가 경영과 편성의 분리 벽을 넘어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보라며 “이사회에 의해 설치되었을 뿐인 기구의 독단적인 ‘보도 자율성 침해 사안 진상조사’는 단협을 위반하여 공방위 제도를 무력화하고 노동자를 무시하는 월권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재정 지원 중단으로 벼랑 끝에 몰린 TBS의 구성원들은 지난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로 생존을 호소했다. 언론노조는 “7월 개원 즉시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복구 조례를 1호 조례로 발의해 의결하고, 서울시와 TBS 정상화 방안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6-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