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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9 참사 취재한 영상기자들, 심각한 트라우마 호소
    10.29 참사 취재한 영상기자들, 심각한 트라우마 호소 영상기자들, ‘확장된 기억’ 때문에 트라우마 피해 다른 언론직종 비해 더 심각 10.29이태원참사 초기, 참사현장과 합동분향소, 영안실 등을 취재했던 많은 영상기자들이 심각한 취재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지난 12월 초 강릉에서 개최한 신입주니어회원연수와 12월 12일 ‘10.29참사 취재영상기자간담회’에 참여한 영상기자들은 참사과정에서 피해자 취재에 대한 윤리적 갈등,  자극적인 취재와 보도를 적극적으로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 진상규명을 위한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에 한계를 느껴 큰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10.29참사보도에 참여한 영상기자들이 저연차인 경우가 많아, 이번 참사 취재로 인한 심리적 충격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영상기자로 언론인 트라우마를 연구해 온 박동혁 박사(MBC디지털뉴스룸)는 “영상기자는 뉴스 제작 현장에서 대상을 클로즈업하는 등 ‘확장된 기억’으로 언론종사가 가운데 가장 크게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어 보다 세심한 주의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통계적으로 나이가 어릴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이 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 입사 후 5년이 되지 않은 젊은 기자들에게 심리적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지원과 관심이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사들 해당 취재진 트라우마 치료 위해 다양한 노력 진행 중 이지만 개선의견도 실제로, 이번 10.29참사보도 이후, 각 방송사와 언론사들은 신속하게 참사취재를 경험한 취재진과 스텝들에 대한 트라우마치료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실시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많은 방송사들이 참사 취재진은 물론이고, 참사보도에 참여한 오디오맨, AD, 운전기사 등 비정규직 직원들까지 트라우마치료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고 있고, 사내에 임시심리상담소를 개설해 운영하는 노력도 펼치고 있다. 이는 2014년 세월호참사 당시, 많은 취재참가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호소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사내외의 체계적인 치료, 극복지원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했던 것과는 비교되는 긍정적 변화이다.  하지만, 규모가 큰 방송사나 언론사와는 달리, 규모가 작은 방송사와 언론사들에서는 취재트라우마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는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효과적 심리치료가 이뤄지는데 여러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업무특성 맞는 트라우마 극복지원 시스템 마련 위해 협회차원 노력 필요 많은 방송사들이 영상기자 인력부족으로 인해, 취재트라우마 치료중인 영상기자가 다시 같은 취재장소로 취재를 갈 수 밖에 없는 상황과 데스크들의 업무지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 참사취재진의 심리치료 의무화가 일부 방송사에서만 시행되고 있어, 함께 트라우마의 위험에 노출된 오디오맨, 운전기사, AD 등의 비정규직들이 치료에서 소외되고 있고, 그들이 호소하는 심리적 고통을 이야기 듣고, 그로 인한, 미안함과 자책감을 갖게 된다고 많은 영상기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협회, <영상보도가이드라인> 개정작업 때, 재난참사취재 분야 강화키로 영상기자들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협회가 나서 취재트라우마를 겪는 모든 취재진에 대한 치료의무화를 방송사들에 요청하고, 이들의 트라우마극복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해 줄 것을 제안했다.   또 10.29 참사취재에 참여한 영상기자들은 협회가 제정하고, 보급, 교육해온 <영상보도가이드라인>의 재난취재와 관련한 내용들을 그동안 숙지하고 현장에서 적용하려고 노력했지만, 참사현장에서 구체화해 적용하는데 많은 갈등을 느꼈다는 의견들을 전해왔다. 그리고, 이번에 현장에서 많은 영상기자들이 고민했던 참사보도, 재난보도와 관련한 갈등의 상황을 협회가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연구해 참사재난보도현장에 더 가까운 영상보도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협회는 2023년에 추진 예정인 <2024영상보도가이드라인>개정사업에 이런 현장기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참사재난보도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현실에 더 가까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 나갈 예정이다.안경숙, 오주아 기자 종합
    2022-12-28
  • MBN 6개월 업무정지 행정소송 2심판결 앞두고 사원들 생존권위협 호소
    MBN 6개월 업무정지 행정소송 2심판결 앞두고 사원들 생존권위협 호소“6개월 업무정지는 우리에겐 사형 선고…경영진 잘못에 사원들, 고통 받지 않게 해 달라”종편허가 당시 MBN경영진의 불법대출은 솜방망이 처벌, 방통위의 허술한 허가, 재허가 심사는 모르쇠사측 “동요하지 말고 맡은 일 매진해 달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은 종합편성채널 MBN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불복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사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고법 행정10부가 지난 11월30일 방통위 업무정지 명령의 효력을 정지해 2심 선고 후 30일이 될 때까지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지만, 사원들은 현실로 닥칠지 모를 상황을 앞두고 크게 동요하고 있다.  MBN의 사원 A씨는 “전 경영진의 일방적 과실로 인한 피해를 본업에만 충실해 오던 직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 형국”이라며 “방송사의 ‘6개월 업무정지’는 전례가 없는 초유의 상황이라 피해 규모를 가늠할 수 없고, 6개월 이후의 상황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사원 B씨는 “십 년 넘게 애정을 가지고 근무하던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고용안정을 걱정하며 불안에 떨게 됐다.”며 “떨어진 명예와 함께 업무 의욕도 곤두박질쳤다.”고 전했다.사원들은 법원 판결에 앞서 방통위가 지난 2020년에 내린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C 기자는 “경영진이 초래한 문제인데, 경영과는 무관한 일반 직원들이 다수인 MBN 법인을 상대로 애매모호한 중징계를 내렸다.”며 “방통위 처분의 칼날은 잘못을 저지른 전 경영진을 향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업무정지 처분의 책임이 있는 MBN 임원들은 현재 집행유예가 확정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6월 이유상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류호길 MBN 대표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장승준 매일경제신문 대표에게는 벌금 1천5백만 원을, MBN 법인에는 벌금 2억 원을 선고했다.  사원 D씨는 “종편 출범 과정에서 방통위가 제대로 심사했다면,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방통위가 부실 심사를 한 책임을 왜 우리가 져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종편 출범 당시 MBN 경영진이 최소 자본금 3천억 원을 채우기 위해 은행에서 550억여 원을 차명 대출받고, 회사 자금을 보태 임직원 명의로 회사 주식을 사게 한 뒤 이를 은폐하려 분식회계를 한 사실을 방통위가 심사 과정에서 밝혀내지 못한 데 대한 지적이다. 2013년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가 종합편성채널 승인심사검증TF를 구성해 MBN 주주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재조사를 요청했지만, 방통위는 2014년, 2017년 재승인 때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언론학자는 “해외의 경우 케이블 채널이 업무정지가 된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미국이나 유럽은 케이블 채널이 허가제가 아니기 때문에 ‘업무정지’라는 규제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D 사원은 “법원의 판결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고의에 기하여 비위행위를 저지른 전 경영진의 책임에 대해서만 언급할 뿐 아무런 잘못과 책임이 없는 구성원들이 받을 피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며 “부디 2심 법원은 아무 죄 없는 구성원들과 협력업체 직원에게만 큰 피해가 가지 않도록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원들은 회사측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E 기자는 “1심 법원은 MBN이 언론사로서 사기업과는 다른 높은 공공성, 공익성이 요구되지만 그동안 회사가 저지른 비위행위를 보면 언론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중대하게 훼손했다고 했다.”며 “이러한 법원의 지적에 대해 회사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전 경영진의 안이한 결정으로 인해 땅에 떨어진 회사 및 구성원의 명예를 다시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 기자 역시 회사를 향해 “구성원들에게 납득할만한 회사 정상화 및 비상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한다.”며 “노사가 함께하는 경영혁신 기구를 설립하는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측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의 한 관계자는 “‘6개월 업무정지’는 받아들이기 힘든 가혹한 처분”이라며 “이 사건과 무관한 수많은 직원, 외주제작사, 협력업체들이 회복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호소했다. 또, “행정처분의 부당함을 증명하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도록 하겠다.”며 “2심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구성원들도 동요하지 않고 맡은 바 임무에 대해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MBN이 2심과 대법원에서 승소하면, 방통위는 다시 처분을 내려야 한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6년 롯데홈쇼핑에 6개월간 피크 타임대인 매일 오전 8~11시, 오후 8~11시 영업을 정지하라고 명령했지만, 롯데홈쇼핑이 행정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서 과기정통부는 2019년 새벽 시간대인 오전 2~8시 영업을 정지하라는 명령을 다시 내렸다. 롯데홈쇼핑이 재차 행정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내년 2월부터 방송 중단이 시작될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2심이나 대법원 판결을 종합적으로 보고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하면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2-12-28
  •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중단·신년 기자회견 보류, 공식일정 취재 ‘제한’ 늘어나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중단·신년 기자회견 보류, 공식일정 취재 ‘제한’ 늘어나‘10.29참사’ 현장 방문도 대통령실 전속촬영팀이 제공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겠다는 건가”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한 데 이어 신년 기자회견도 갖지 않는 등 대언론 접촉이 줄어든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통령의 영상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비속어 논란 이후 기자단의 취재 접근권이 줄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한 영상기자는 “최근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일정과 관련해 영상기자가 취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며 “예전에는 개인적인 사안이나 시간상 취재진이 접근하기 힘든 사항, 보안과 관련된 사안이 아니면 취재진이 한 팀 이상 들어갔는데, 최근에는 많은 부분을 대통령실 전속촬영팀이 촬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전속촬영팀이 찍은 영상은 대통령실에서 논란이 될 만한 요소를 모두 없애고 입맛에 맞는 내용만 편집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마사지한’ 영상들만 언론에 주는 것은 대통령의 지지율에 저해될 것 같은 기자들의 취재를 막겠다는 의도”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참사 다음날 대통령이 이태원 현장에 들렀을 때 기자단에 일정 공지가 없어서 ‘중요한 사항인데 왜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항의한 일도 있었다.”며 “대통령실 쪽에서 ‘대통령이 관저에서 나오면서 출근길에 갑자기 들러 자기들도 몰랐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현장에 대통령실 전속촬영팀이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들었는데, 현장에 전속이 있었다는 건 홍보 라인에서는 대통령 일정을 다 알고 있었다는 뜻”이라며 “참사 직후이다 보니 유가족의 오열이나 정부를 질타하는 쓴소리 같은 게 들어가지 않길 바라는, 결국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통제였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기자도 “공식 일정이 하나도 없다고 해 놓고 저녁에 서면 브리핑이 나오고, 조금 있다가 전속촬영팀이 찍은 영상을 준다.”며 “언론이 대통령실에서 주는 대로 받아쓰는 곳도 아니고, 현장 비공개도 모자라 아예 일정조차 공개하지 않는 방식으로 취재를 제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자신의 활동을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고, 불리하거나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을 알리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에게 대통령의 활동을 알려야 할 의무를 배신하는 것”이라며 “전속 촬영팀이 촬영한 내용을 배포하는 식이라면 취재원에 의해 언론이 농락당하는 거나 다를 바가 없고, 언론사나 국민의 관점에서 대통령의 활동을 취재하고 평가해야 하는 언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언론이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할 게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더 큰 실수로 더 큰 국익 훼손을 가져오지 않도록 경계하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며 “언론을 적으로만 생각하고 피하거나 배척하는 방식은 민주적이지 않고 이해득실을 따져봐도 손해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과의 소통 총량은 물론 기자단과의 접점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2-12-28
  • 법사위에서 잠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법안
    법사위에서 잠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법안언론·시민단체, 김도읍 법사위원장에게 법안 심사 촉구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국회 과방위는 지난 2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법과 방송문회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공영방송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관련법 개정안을 야권 단독으로 처리했다.개정안은 현재 9~11명인 MBC, KBS, EBS 등 공영방송 이사진을 21명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5명은 국회, 4명은 시청자위원회, 6명은 지역방송을 포함한 방송·미디어 학회, 6명은 방송기자·PD·기술인연합회 등 직능단체가 추천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원래 국회(8명), 시청자위원회(3명), 방송&#8231;미디어 관련 학회(3명), 직능단체(3명), 사용자 단체(2명), 종사자 대표(2명), 시도의회의장협의회(4명) 등 25명으로 구성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하지만 과방위에서 의결된 안은 국회의 추천권을 줄이고 사용자단체, 종사자대표, 시도의회장협의회 몫은 없앴다.   사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100명의 ‘국민추천위원회’에서 2~3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법사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 심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부산참여연대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지난 11월 20일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부산 강서구) 사무실 앞에서 아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법안을 즉각 처리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과방위 통과 이후 20일 동안 법사위에서 법안 심사가 멈춰선 사이 공영방송을 두고 보이는 권력의 행태는 목불인견”이라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일부 기득권의 발버둥에 편승하지 말고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독립적인 자기 역할과 책무를 수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언론노조는 하루 앞서 낸 성명에서 “사측이 특정한 정치세력의 이해를 강력히 대변하는 ‘정치적 후견주의’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방송법 개정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었지만 법사위에서 멈춰 있다”고 우려하며 “국민의힘은 철 지난 언론장악 망령에서 벗어나 ‘공영방송 정치독립’이라는 시대의 명령에 협조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법사위가 법안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인 12월 31일까지 이유 없이 심사를 끝내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2-12-28
  • ‘이태원 참사’ 취재로 트라우마 겪고 있다면?
    ‘이태원 참사’ 취재로 트라우마 겪고 있다면?“취재 트라우마의 상담과 치료, 업무 시간에 포함해야” 목소리도 지난 11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언론이 재난 현장을 취재·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인과 재난 당사자, 일반 국민에게 발생할 수 있는 트라우마를 예방하기 위한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재난 보도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언론사는 재난현장 취재로 발생하는 기자들의 트라우마를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방송사들은 ‘이태원 참사’ 취재진에 대해 어떤 지원을 했을까. KBS는 이전부터 외부 전문 심리상담 기관과 연계해 취재진들이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이번 참사 직후에는 취재에 참가한 모든 취재진과 영상을 접한 AD, 영상편집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심리상담을 받도록 했고, 트라우마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병원에서 전문적 치료를 받도록 하고 의료비 일체를 지원하고 있다.  MBC도 상시적으로 PTSD를 호소하는 근무자를 위한 정신건강 및 심리상담서비스를 운영해 왔는데, 참사 이후 사내에 직접 심리상담소를 설치했다. 영상기자, 오디오맨, 취재기자, 영상편집자는 물론 이태원참사 취재와 보도에 참여한 모든 관계자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상담 시간도 오후 1시부터 8시까지로, 근무시간이나 업무 종료 직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상담소 운영 기간인 11월 3일부터 11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7일 동안 30명 가까운 사원들이 임시 상담소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는 임시 상담소에서의 최초 상담을 통해 필요시 추가 상담으로 연계·지원할 방침이다. 추가 상담을 희망하는 인원이 많아 내년 3월 말까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임시 상담소 운영 기간을 연장하고, 개인 스케줄에 따라 지속적인 상담이 가능하도록 상담 센터와 연계했다.  SBS는 회사 내부에 있는 건강보건실 담당자가 회사와 연계된 심리치료센터 5곳을 연결해 준다. SBS와 상시 계약을 맺은 심리치료센터는 기존 예약 상담 일정이 있더라도 SBS 직원을 우선 상담해 주도록 돼 있다. 혹시라도 상담 내용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건강보건실 관계자가 더 전문적인 기관과 연결해 주고 있다. MBN도 참사 이후 정규직인 영상기자와 취재기자뿐만 아니라 오디오맨 등 프리랜서 직군 모두 에게 트라우마 상담치료를 지원해 주고 있다. 심리 상담과 치료비는 당사자가 먼저 결제한 뒤 영수증을 제출하면 돌려주는 방식이다. 본인의 치료 편의를 위해 치료기관을 정하지 않았고, 횟수 제한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YTN은 세 곳의 병원을 지정해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원이 원하는 병원을 골라 예약하고 상담을 받으면 회사에서 치료비를 일괄 정산하는 방식이다.  일부 방송사의 경우, 트라우마 상담치료에 개인 휴가를 사용하게 해 실질적인 상담과 치료를 제한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방송사 기자는 “상담을 받으려면 반차를 사용하거나 개인 시간을 내서 다녀오도록 하고 하는 언론사가 있다.”며 “트라우마는 취재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 만큼 상담과 치료도 업무 시간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경숙·오주아 기자 (cat1006@naver.com)
    2022-12-28
  • <10.29참사 취재영상기자 간담회> “참사 당시로 돌아간다면 다시 현장취재 할 수 있을지 ...
    <10.29참사 취재영상기자 간담회>“참사 당시로 돌아간다면 다시 현장취재 할 수 있을지 의문”…현장기자들, 트라우마 ‘심각’협회 차원의 구체적인 참사 취재 가이드라인 개정·취재트라우마 극복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되어간다. 젊은층이 주로 찾는 서울 한복판에서 300명이 넘는 압사 사상자가 나왔지만, 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2차 가해·재발 방지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고등학생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면서 현장 상황을 취재·보도한 기자들에 대해서도 심리적 방역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그날,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은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나준영)는 이태원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과 세월호 참사 취재진 등 영상기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취재·보도 간담회는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영상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간담회는 나준영 영상기자협회장이 진행을 맡았으며 MBN 김현석 기자, JTBC 박대권·이학진 기자, SBS 이상학 기자, MBC 권혁용 기자가 참석했다. (편집자 주) ▲12월 12일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10.29참사 취재영상기자 간담회“시신 취재 경쟁과 취재에 회의감 커” VS “충실한 영상취재, 진실규명의 퍼즐”나준영 : 오늘은 10.29 참사에 대해 우리가 ‘세월호’ 보도 이후 개선하려고 노력했던 것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부터 현장 기자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눠보려고 한다. 먼저 이번 참사를 취재·보도하면서 경험하거나 느낀 것을 총평해달라.박대권 : 나는 시신을 골목 옆에 옮겨놓은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됐다. 모든 언론사 기자들이 시신을 찍겠다고 현장에 진을 치고 있는 걸 보면서 회의감이 들었다. 다른 현장도 충분한데, 왜 시신 취재에 목을 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다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서 취재했다.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충분히 취재거리가 됐다. 그런데도 모든 기자들이 상황실 골목에 몰려있는 걸 보면서 우리 언론이 세월호 이후 바뀌긴 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김현석 :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윤리 측면에서 생각해볼 문제와, 우리는 역사를 기록해야 할 사람으로서, 혹은 이런 자료가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일단 찍어놓고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딜레마가 항상 충돌하는 것 같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 ‘재난에서 사망한 희생자의 시신을 촬영해도 되는가? 희생자의 연령, 성별 등에 따라 시신 촬영에 제한을 둘 것인가?’ 라는 질문이 나온다. 이 질문의 답변은 ‘공적 관심사로서 국민의 알 권리에 부응함이 명백한 경우 시신 촬영을 할 수 있다. 영상촬영은 사건의 뉴스 현장 기록이자 그 자체가 역사 기록물이기 때문이다.’이다. 희생자에 대한 존엄성도 중요한데 영상 사관으로서의 의무감이 충돌하면 딜레마가 심하다. 현장이 곧 없어질 수도 있다는 강박 관념까지 오면 현장에서 기자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역사적 기록물도 좋지만 언론사들이 이걸 담지 말자고 서로 약속한다면 윤리적인 부분에서 우리가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고, 희생자에 대해서도 예의를 갖출 수 있지 않을까.이상학 : 입사한 지 6개월 차여서 야근자 네 명 중 배려를 받고 제일 늦게 현장에 나갔다. 그래서 시신은 거의 보지는 못해서 그것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어쨌든 기록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해당 영상을) 쓸지 말지 결정하는 두 번째 단계가 있으니 일단 찍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1인미디어나 유튜버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우리는 (촬영된 영상을) 한 번 거를 수 있다는 것이다. SBS는 조금 늦긴 했어도 중간부터 블러 처리를 했고, 앵커 멘트로 ‘우리는 과하게 보이는 영상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밝히는 과정이 있어서 미디어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권혁용 : 과거 캄보디아 비행기 추락 사고와 세월호 취재를 하면서 똑같은 자리에서 왜 열 명의 기자가 모두 한 방향으로 기록을 해야 하느냐 하는 점을 나도 고민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현장에서 각자가 한 기록이 다 같지 않더라. 수사기관이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세월호 때도 영상기자들이 영상으로 기록해 놓은 것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해 줬다. 그러니 우리가 그 현장에서 ‘내가 왜 똑같은 상황을 많은 동료들과 똑같이 다 기록해야 하느냐’는 자괴감은 안 가져도 될 것 같다. 안타까운 점은 현장에서 느끼는 순간의 자괴감, 현장에 내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어느 시점이 지나서 그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트라우마가 올 수 있다. 그런 것에 대한 사전 교육과 훈련이 되어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장을 기록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직업적인 행위를 하면서 같은 직군의 동료들이 받게 될 충격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어떻게든 충격을 적게 받아야 하고, 받았다면 치유의 과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이학진 : 무엇을 취재해야 할지, 취재하지 말아야할지 보다 왜 취재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답을 내리기가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신이기 때문에 찍지 말아야 한다’, ‘고인에 대한 인도적인 마음으로 이 시신은 찍지 말아야겠다’라고 판단하기에 앞서 왜 찍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찍은 그림이 나중에 어떻게 사용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피사체가 될 대상에 대해 ‘시신은 찍지 말아야 해’, ‘이거는 찍어도 돼’ 라고 규정하기엔 우리 일이 맞지 않다고 본다. 박 기자가 얘기한 회의감은 시신 취재가 아니라 목적 없이 다들 경쟁적으로 ‘네가 찍으니 나도 찍어야 돼’라는 모습에서 온 거라고 생각한다. 옆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니 나도 누르고, 옆 사람이 한발짝 앞으로 가면 나도 한발짝 앞으로 가는, 그런 무질서한 모습에서 오는 회의감이지, 단지 내가 시신을 찍고 있기 때문에 드는 회의감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가치를 위해서 이걸 취재해야하는지를 생각하면, 현장에서 기자로서의 역할을 생각한다면 찍지 말아야 할 것은 없을 것이다.박대권 : 현장에서 쓸데없는 경쟁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 게 맞다. 현장에서 진을 치고 경찰과 싸우면서 자리를 지키고 찍으려고 했으니까. 상황이 한창 진행될 당시 사람들이 찍어서 올린 SNS 영상을 일반 시민들이 봤을 때 언론사 영상이 (유튜브나 SNS 등에 올라오는) 영상과 다르다는 걸 과연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구 차량에 시신 싣는 걸 하나라도 더 찍겠다고 아등바등하는 걸 보면서, 세월호 때  ‘기레기’라는 단어가 겹쳐졌다. 권혁용 : 기록은 우리 일이지만, 보도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엔 우리가 현장에 없기 때문에 일반인의 영상을 쓰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현상이 발생하면 가장 객관적으로 찍을 수 있도록 훈련된 사람들이다. 우리는 사건이 발생한 다음에 도착하지만, 우리의 입체적인 기록이 전문가나 진실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사건을 훨씬 명확하게 볼 수 있는 퍼즐을 제공해 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더 훈련되었기 때문에 우리 기록이 사건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진실을 밝히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취재 트라우마 극복 위한 회사·동료들의 적극적 지원 필요...“직원인 기자들뿐만 아니라 오디오맨, 운전기사, AD 등 현장 스텝까지 모두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 필요”김현석 : 현장에 있었던 기자와 그렇지 않은 기자들 사이에 입장 차이가 있다. 선배들 말씀에 공감하면서도 이렇게 입장 차이가 나는 이유는 아마 트라우마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트라우마 치료를 제대로 받았다면 선배들 말씀이 맞다고, 그래도 기록을 해야지 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당장은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아직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것 같다.이상학 : 내가 갔을 때는 텅 빈 골목, 유실물이 나뒹구는 장면이었는데도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입체적으로 표현한다고는 하지만 현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하다 보니, 미처 유실물센터로 보내지지 않은 신발 한 짝 같은 걸 찍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현장은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어 접근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에서 그걸 막는 경찰과의 실랑이도 당혹스러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준영 : 트라우마 치료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각 사별로 어떤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나?김현석 : 얼마 전 회사에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어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각사는 어떻게 트라우마와 관련해 지원했는지 알아봤는데, 직접 기관을 지정해 주는 곳이 있고, 어떤 곳은 직접 회사로 방문해 시간대를 정해 상담 선생님이 오셔서 상담해주기도 했다. 모든 언론사가 비용 지원을 한다면, (영상기자)협회 차원에서 각 회사로 왕진처럼 심리상담가를 보내서 협회원들을 치료할 수 있게 하고, 비용은 회사로 청구하는 방식으로 도와주면 어떨까. 회사마다 조건이 다르다보니 현실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 나준영 : 협회차원의 트라우마센터 운영을 알아봤는데, 쉽지 않았다. 사별로 지원 제도가 차등적인데, 앞으로 협회에서도 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고민하겠다. 내년에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재개정 작업을 할 텐데, 트라우마와 관련해 피해를 입은 기자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회사나 조직이 도움을 주는 내용을 권고하는 내용도 포함하려고 한다. 김현석 : 트라우마가 전혀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그냥 넘어갈 수 있지 않나’ 하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트라우마를 겪을 수밖에 없는 현장 기자들을 같은 공간에 또다시 취재하게 하는 것도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당일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협회 차원에서 데스크급인 시니어 기자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을 현장과 분리시킬 수 있도록 해 주면 좋겠다.나준영 : 참사를 경험했거나 고통받은 기자에 대해서는 동일 현장, 동일 사건 관련 취재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가이드라인에 넣겠다. 특히 참사를 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언론인의 경우 차별화된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권혁용 : 직업적으로 트라우마 상황을 겪지 않도록 하는 원칙에 반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현장을 정확하게 봐야 하고, 판단해서 기록해야 하고, 포커싱해서 취재해야 한다. 전체를 회피하고 싶어도 전체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그 순간 각인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예전에 참사 현장에 갔을 때 나는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많이 훼손된 희생자를 취재하고 시신 구호도 같이 했는데, 당시엔 괜찮아서 현장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한두 달 지났을 때 특정 화면이 계속 꿈에 나타나면서 어느 순간 나를 제어하기 힘들었다. 그 순간은 기록하느라 바빠서 내가 어느 부분에 데미지를 입었는지 알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났을 때 한꺼번에 확 밀려오더라. 이를 줄이기 위해 취재를 다녀오자마자 심리상담을 받아야 한다. 회사에서는 ‘필요하면’ 상담을 받으라고 하는데, 당장은 괜찮더라도 (재난이나 참사 현장에 다녀왔다면) 의무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운영했으면 낫지 않았을까.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건, 영상기자들 뿐만 아니라 우리와 함께 현장에 가는 오디오맨, 운전기사 등도 모두 (트라우마 치료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최근 살인사건 현장에 가서 떨어진 혈흔을 보고 그날부터 잠이 안 온다, 며칠 뒤부터 숨을 쉬는 게 너무 힘들다, 잠을 못 이루겠다고 하더니 며칠 있다 그만둔 오디오맨이 있었다. 협회가 각사에 적극적으로 요청해서 우리와 함께 일하는 스텝들까지 종합적으로 배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박대권 : 현장에서 트라우마가 없었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일주일 정도 있다가 분향소 일정이 있어 스케치를 하러 갔는데, 피해자 부모님이 쓴 편지를 보는 순간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더라. 숨을 못 쉬고 헐떡거리니까 함께 간 오디오맨이 괜찮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생각해 보니 오디오맨들에게는 (이런 현장에 갈 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라고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오디오맨 중에 실제로 트라우마가 세게 와서 병원 치료를 받으러 간 친구도 있었는데, 막상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챙겨주지 못했다. 내가 현장에서 느껴보니 트라우마가 강하게 오더라. 회사나 협회가 영상기자 뿐만 아니라 스텝들도 교육받고 준비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 김현석 : 트라우마가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몇 달, 몇 년 후에도 올 수 있다는 걸 모두가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런데 막상 경험해 보니 생각했던 것과 정말 달랐다. 이런 부분을 협회원들이 모두 다 알았으면 한다.  나준영 : 떠올리기 힘들겠지만, 이번에는 참사 당시 이태원이 왜 그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 당시 현장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아쉽거나 의문이 들었던 점, 문제라고 생각한 것들이 있다면 얘기해 달라. 참사 현장 있어야 할 경찰, ‘높은 분’ 보좌하느라 파출소에 모여… 참사 특보, 추가된 내용 없는 반복 보도, 취재해야 할 인력들 생중계에 소모도‘문제’  김현석 : 참사가 있기 2주 전 이태원 지구촌 축제를 취재했다. 부감 취재를 하려고 이태원파출소 옥상에 올라갔는데, 많은 사람들이 왔지만 질서 정연하게 아무 문제없이 끝났다. 29일엔 그때보다 인원이 조금 더 많았던 건데, 어떻게 이런 참사가 일어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사 당일 12시 반쯤 도착해 후배 기자 두 명이 (해밀톤)호텔 앞과 옆 골목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포지션을 나누기로 했다. 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파출소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파출소 앞으로 갔는데, 파출소 옥상을 보니 김광호 서울청장도 있고 용산서장도 있어서 모습을 담았다. 그런데 그들을 보좌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 인력들이 있더라. 그 사람들이 현장에 배치돼서 일을 해도 모자란데, 그들을 보좌하기 위해 파출소 1, 2층에 많은 인력이 배치된 것을 보면서 정말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박대권 : 방송사들이 새벽에 부랴부랴 특보로 편성해서 라이브를 했다. 그런데 상황본부도 막 차려졌을 때고, 소방이든 경찰이든 어디 쪽에 취재를 해도 수치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의미있는 수치가 나오거나 방금 전 보도에 비해 업데이트되는 내용도 없고, 토요일 자정이라 (취재할 수 있는) 인원도 제한적인데, 30분 단위로 계속 현장을 물리면서 인력 소모를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현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때문에 상투적으로 현장을 물리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 팀을 라이브로 연결하려고 4~5명이 투입됐는데,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 현장을 챙기고 더 취재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김현석 : 우리는 정반대의 고민을 했다.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특보를 전혀 편성을 안 했다. 도대체 현장에 라이브유(LiveU)와 티비유(TVU) 장비를 왜 들고 간 건지 모르겠다. 이런 참사가 있다는 걸 알림으로써 그쪽에 있는 사람들을 분산시키고, 그쪽으로 오지 못하게 막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보를 편성하지 않아 내부적으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많았는데, 다른 방송사에는 이런 고민이 있는지 몰랐다.이상학 : 첫날 목격자 인터뷰가 많이 부족했다는 피드백이 나오고 나서 큐시트를 다시 확인해 보니, 30분마다 (라이브를) 물렸더라. 유실물센터, 서울대병원, 종합상황실 앞에서 각각 하나씩 물렸는데, 구체적인 수치가 변하거나 하면 특보를 30분마다 물려도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 중계를 물리더라도 전략적으로 충분한 취재가 이뤄진 다음에 했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보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준영 : 기자들이 현장에서 취재해야 할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초기 상황에서 커버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초 자료만 가지고 중계를 반복했다는 얘기인 것 같다. 특보 상황에서는 중계를 전담하는 팀이 별도로 나오고, 영상기자들은 현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들이 중계를 하다 보니 답답했던 것 같다.  출처불명의 가짜뉴스들, 참사현장의 혼란을 줄이려는 취재진의 자발적 노력 아쉬워김현석 : 날이 밝아 윤석열 대통령이 왔다. 우리와 YTN은 통제선 밖에서 취재했는데, 윤 대통령이 온다는 사실이 대통령실 풀단에 통보가 안 된 건지 현장에는 (풀단 기자 없이) 전속과 우리만 붙어서 취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대통령실 관계자가 ‘기자님 여기까지만...’이라고 제지했다. 다른 상황도 아니고,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듣고 싶고, 풀단과 마찰도 있어서 여러 가지로 궁금한데, 취재를 안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계속 내비치니까 언론 탄압 아닌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탄압 아닌가 하는 생각에 상당히 유감이었다. 후배 기자는 골목 앞에서 취재할 때 포토라인 얘기를 하더라. 한 컷 더 찍겠다고 경찰과 싸우는 기자도 있었고, 일반인들이 기자인 척하며 끼어드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현장이 골목이다 보니 소방 측에서 브리핑 장소를 만들었다 없앴다 하는 과정에서 포토라인이 들락날락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앰뷸런스 진입로가 바뀌기도 했는데, 브리핑도 중요하지만 구조가 먼저니 그런 부분을 부드럽게 할 수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의 기자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어 포토라인이 흔들렸다고도 들었는데, 참사가 있을 때 현장에서 선임들이 빠르게 만나 정리를 하면 좋겠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 협회에서 그 역할을 해줄 수는 없을까.나준영 : 정상적으로 상황이 돌아갈 때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이번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현장 상황을 모르고 정보가 없어 개입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각 협회나 단체가 만든 보도준칙이나 가이드라인의 운영 주체는 더욱 기자 자신이 되어야 한다. 기자가 주도성을 갖고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주체가 되자는 게 우리 가이드라인의 모토이기도 하다. 권혁용 : 용산서에서 마약 단속한다고 하루 전날 취재 의뢰가 왔다. 참사 당일 취재팀이 나간 것으로 아는데, 그쪽 팀도 현장 취재를 같이 했는지 궁금하다. 이상학 : 야근자가 마약 단속 취재를 나갔는데 취재가 쉽지 않아서 이태원의 핼러윈 분위기라도 스케치하려고 갔다가 분위기가 심상치않음을 느끼고 데스크에게 연락해 야근자가 추가됐다.  김현석 : MBN은 3년차 기자가 마약 단속, 신입 기자는 이태원 인파 취재를 갔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벌어지자 두 기자가 연락을 해 신입기자는 현장에서 분리시켜 부감 취재를 시키고, 3년차 기자가 현장으로 달려갔다. 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인공호흡을 하는데도 옆에선 춤을 추고 있다. 사람이 많고 시끄러워서 바로 옆에서 일어난 상황 파악도 하기 쉽지 않았겠더라.  현장에서 빠르게 퍼지는 가짜 뉴스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12시 30분쯤 호텔 건너편에서 환자들을 취재하는데, 누군가 ‘이거 압사 아니야. 마약이야.’라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하고 지나갔다. 경찰도 마약 연관성을 수사한다고 하니 취재진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서 가짜뉴스가 퍼지다 보니 취재 방향을 틀어야 하나 혼란스러웠다. ▲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놓인 추모 화환들과거 참사보도 문제점 개선하려는 기자 개인·방송사들의 고민과 노력 엿보여나준영 : 참사 보도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얘기해 보자. 권혁용 : 우리의 노력과 관계없이 영상이 이미 재단되어 보여 지는 게 속상하다. 영상기자들은 ‘우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아닌 걸 그런 것처럼 해석의 여지를 두지 않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는데,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각자 다르게 느끼고 있다.나준영 :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려고 해도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답답하다는 의미인 것 같다.박대권 : 영상이 넘쳐나다 보니 영상을 해석하는 기준이랄까, 관점이 없어진 것 같다. 영상기자가 찍은 영상과 유튜버의 영상 사이에 차이점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선 찍어야 할 것과 찍지 말아야 할 것, 특히 찍지만 보도하지 못하는 것을 구분하는데, 그 사람들은 찍은 것들을 모두 자료화해 돈벌이에 이용하다 보니 일반인들은 어차피 다 똑같은 거 아니냐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김현석 : 유튜브가 규제가 없어 너무 날것의 영상을 내보내다 보니, 사람들이 그것만이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확증편향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고, 특히 유튜브 알고리즘은 내가 하나의 영상을 보면 그쪽으로만 영상이 뜨게 되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어떤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알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국민들은 물론 우리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았으면 한다. 이상학 : 유튜브나 SNS에 퍼진 블러 처리 안 된 원본 영상들은 우리 손을 떠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리는 걸 올리지만 사람들은 가리지 않은 걸 보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우린 정도를 지켰다는 걸 알릴 필요가 있다.나준영 : 언론은 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에 표준으로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 언론으로서 윤리적이고 저널리즘에 입각한 표준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이태원 참사 영상보도 관련해서 각 사별로 어떤 논의가 있었나.권혁용 : 피해자와 가족들, 혹은 심신미약자가 봤을 때 그 현장을 떠올리게 하는 영상은 안 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편집 가이드도 계속 주고 있다. 그럼에도 충분치 않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한 명 한 명의 스토리가 이 사고의 진실을 가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굉장히 조심스럽다. 이미 갖고 있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있고, 자극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 박대권 : 포커스를 맞춰서 찍느냐 마느냐의 딜레마가 있었고, 일부러 포커스를 다른 데다 맞추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현장에서 고민하고 찍었지만 약간의 가공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라이브를 할 때 사무실에서 ‘들어왔으니 빨리 쓰자.’라고 판단해 블러 처리 없이 써 버리면 허탈할 것 같다. 권혁용 :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는 소명과, 나중에 이 사건을 입체적으로 구성할 때 선의의 의도로 포커스를 맞지 않게 찍어 정확한 정보 전달이 안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 현장 장비가 개인이 나가도 라이브가 가능한 추세이다 보니,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이다. 1보할 때는 몇 도 이상의 블러를 준다는 식의 합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김현석 : 걸어 찍기도 하고, 포커스링 올려서 일부러 흐리기도 한다. 역사의 기록물일 수도 있지만 아닌 경우엔 현장기자가 게이트키핑을 해야 한다고 본다. 클로즈업 샷의 경우 일부만 클로즈업 하는 게 가능하지만 풀샷은 안되니까 매크로닝을 올려서 촬영하고 있다. 참사 당시 인덱스를 정리할 때 무엇을 촬영했는지에 앞서 중요 표시를 하고 ‘블러 필’을 가장 먼저 적었고, 내부에서도 편집부에 항상 신신당부하고 있다.  나준영 : 참사 보도에 있어 과거에 비해 개선된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권혁용 : 전체적인 보도의 내용과 현장 참여자에 대한 처우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속도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가 생각해볼 부분이 많다. 과거보다 지금이 나아졌다지만 사회적인 전체 흐름이 나아진 만큼 좋아졌는가, 회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과정에서 협회는 구성원들의 요구에 얼마나 부응할 것인가 등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 이어져나가야 할 것이다.이학진 : 많은 사람들이 압사당하는 장면을 어떤 언론사에서도 쓰지 않았고, 우리 회사에서도 압사 순간의 그림은 쓰지 않는다는 편집회의 결과가 단체 공지로 나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지 말아야 할 것’에 함몰되다 보니 너무 조심스럽게 다가간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 논란의 여지가 없게 하기 위해서, 그림 영역만 놓고 보면 처음부터 재단이 가해져서 참사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기엔 너무 부족했다. 박대권 : 현장에서 두려웠다. 찍는 거에 대한 사명감도 있고,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밤 야간 데스크와 계속 소통하는데, ‘아닌 것 같으면 하지 말라.’고 해서 내 판단으로 내가 해야 할 역할을 했는데, 내가 스스로를 너무 재단했나 싶기도 하다. 다만, 우리가 노력하고 자중하고 최대한 열심히 했다는 걸 시민들이 이해해 준다면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김현석 : 수습 때 선배로부터 ‘REC 버튼을 누르는 건 쉽다. 그런데 그걸 누르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현장에서 망설였던 이유는 우리는 항상 시민들의 눈이라고 여겨왔는데, 내가 보는 장면을 시청자가 그대로 본다면 너무 끔찍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상학 : 유가족 취재 직전에 보도국 지침이 내려왔다. 최대한 취재기자가 먼저 접촉을 해서  허락을 받고 카메라를 켜야 한다든가, 일말의 거부 표시 있으면 아예 시도하지 말라 같은 내용이었다. 선배로부터 세월호 때 많은 지탄을 받아서 이번에는 기자들도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스스로 자정해 나가려는 노력을 보였다는 점과, 이번에 지적받은 것들을 개선해서 앞으로 잘 만들면 되지 않을까.권혁용: 옳다, 그르다를 떠나 기자들이 맹목적으로  취재하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 현장에서 기자들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정리=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2-12-28
  • [인터뷰] 박동혁 MBC 디지털뉴스룸 차장·단국대 겸임교수
    [인터뷰] 박동혁 MBC 디지털뉴스룸 차장·단국대 겸임교수 “영상기자, ‘확장된 기억’으로 가장 크게  트라우마 겪을 수 있어… 저연차 기자들에 대한 교육·관심 필요” “취재현장 기억에 빠져들지 말고 긍정적 회상해야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 박동혁 MBC 영상기자  10.29 이태원 참사로 언론인이 취재 현장에서 겪는 트라우마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특히 영상기자는 뉴스 제작 현장에서 대상을 클로즈업하는 등 ‘확장된 기억’으로 언론종사가 가운데 가장 크게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어 보다 세심한 주의와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취재 과정에서 직접 트라우마를 겪은 뒤 언론인 트라우마 연구를 해 왔으며, 지난 5월 출범한 언론인트라우마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동혁 MBC 디지털뉴스룸 차장(단국대 겸임교수)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 언론인 트라우마에 관심을 갖고 신입 방송기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론인 트라우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입사 이후 2,3년쯤 지났을 때부터 입사 전에 겪지 못했던 정신적, 신체적 경험을 했습니다. 사회나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고 느꼈고, 현장이나 뉴스제작 과정에서 목격한 사건 현장이나 특정 상황이 꿈에 자주 등장하거나, 깨어 있을 때도 자주 생각났습니다. 당시엔 나에게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돌아볼 겨를 없이 하루하루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2007년 12월엔 옆자리 동기가 출장 중 순직했고, 이후 증상들이 더 심해졌습니다. 2010년부터 내가 겪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사회자본 하위개념 중 하나인 ‘사회적 신뢰’에서 신뢰 저하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2015년엔 언론인 트라우마에 대해 연구하고 교육하는 콜롬비아 대학 부설 ‘다트 센터(DART Center)’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해 아시아 지역 언론인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펠로십 프로그램 참가 중 제가 겪어왔던 대부분 경험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트라우마와 관련해 기존의 가이드라인 가운데 기자들이 주목해야 할 내용에 대해 몇 가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언론인이 협업으로 만든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한 번씩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사건사고, 재난 취재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사건사회팀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문제는 저연차 후배는 하루하루 일정에 쫓겨 자신을 살펴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인데요, 보직 부장이나 데스크, 캡 역할을 하는 선배들이 먼저 살펴보고 후배들에게 소개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방송기자연합회에서 ‘저널리즘과 트라우마’라는 교육용 동영상(https://www.youtube.com/ watch?v=0Qj NuBrTm-w)을 세월호 유가족, 심리 전문가, 현직 기자들과 만들었고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사건 취재를 가는 후배들에게 동영상 링크를 보내주면 이동하는 중간에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해 부족과 일에 쫓겨 취재원과 스스로에게 큰 상처가 될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작지만 큰 시도가 될 것 같습니다.  -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직 기자 10명 중 8명은 기자로 근무하는 동안 심리적 트라우마를 느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기자들은 어떤 상황에서 트라우마를 느낄 수 있나요?  PTSD 원인이 될 수 있는 외상 사건인 사건사고, 재난, 각종 폭력, 전쟁 등의 상황을 기자들은 업무 과정에서 모두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사회팀·사건팀 기자들의 경우 일상적으로 트라우마 현장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또, 현장에 동행하는 오디오맨이나 운전기사 그리고 헬기 조종사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15년 이후 주변 동료들의 트라우마 현장 경험과 증상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데, 보도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PTSD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 10.29이태원참사 이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기자들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조사된 언론인 트라우마 결과를 살펴보면 영상기자, 사진기자, 취재기자 집단 중 영상기자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사진기자는 시각적 정보에 보다 집중하는 반면 영상기자는 시각적, 청각적 정보를 동시에 취재해야 합니다. 취재기자도 상황을 눈과 귀로 관찰하고 기억하겠지만, 영상기자는 편집을 고려하고 취재해야하기 때문에 동일한 상황에서 다양한 영상 사이즈로 현장을 기록합니다. 예를 들어 재난현장에 있는 취재기자는 자신의 시야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기억하겠지만 영상기자는 피해자의 얼굴, 상처 등을 클로즈업 화면으로 기록하기 때문에 그 화면이 상황 전체의 기억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확장된 기억’이라고 표현합니다. 영상기자는 언론종사자 중 가장 크게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습니다.    - 트라우마 상황인데도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기자들도 있을 텐데, 전문가를 찾기 전에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자가진단 방법이 있을까요?  증상은 여러 가지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 꿈이나 문득 생각남, 가슴 떨림, 사회나 사람에 대한 신뢰 저하, 분노, 우울 등 다양합니다. 사건사고나 재난 취재 후 전과 같지 않은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 있다면 전문가와 상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증상이 현장 경험 이후 며칠, 몇 달 혹은 몇 년 뒤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전문가와 상담을 해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견들도 있는데요, 심리 전문가들이 취재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트 센터’에서는 업무에 대한 이해가 높은 동료들끼리 서로 돕는 ‘피어 서포트(Peer Support·동료지원)’ 방법도 권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동료나 의지할 수 있는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동료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중 하나가 “우리 땐 그런 거 다 참고 지냈어”, “시간 지나면 다 잊힐 거야” 등 최소한의 공감도 못해주는 모습입니다.  - 트라우마를 겪는 기자들을 위해 언론사 차원에서 어떤 지원이 이뤄져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언론인트라우마위원회에서 함께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데요. 우선 언론사 규모나 관심에 따라 1차적인 지원 형태와 범위도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증상이 나타나고 겪고 있다면 최소한의 지원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제정 중인 가이드라인도 언론 현업인들이 자율적으로 동의하고 지켜야 할 부분이니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특히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보직자와 데스크, 캡 역할을 하는 분들이 가장 먼저 교육받고, 이후 저연차 후배들까지 모두 교육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또, 외상사건 취재로 인한 트라우마 뿐만아니라 악성댓글, 직장 내 괴롭힘 등 다양하게 정신적 고통의 범위가 넓어지고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니 상설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태원참사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영상기자들을 포함한 모든 기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하는 거의 모든 취재는, 매체 이용자 또는 국민들의 삶에 장·단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충격적인 기억에 너무 빠져들지 말고, 내가 이 행위를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했는가 긍정적으로 회상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 잔혹한 현장의 세세한 영상은 보도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이런 현장에서는 기계적인 클로즈업 영상 기록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언론인들의 취재관을 마초적·객관주의적·취재 우선주의 등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 세 가지 유형 중 ‘취재 우선’ 태도를 갖는 기자들이 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취재 우선적 태도는 오랜 시간 언론인으로 근무한 이후 본인의 스타일로 형성되었을 수도 있지만, 저연차 기자들의 경우 주어진 취재 지시를 일단 해내야 한다는 부담에서 단기적으로 형성된 태도일 수도 있습니다. 통계적으론 나이가 어릴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이 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입사 후 5년이 되지 않은 젊은 기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2-12-28
  •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현장 취재기] 월드컵 역사상 다신 없을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현장 취재기>월드컵 역사상 다신 없을 카타르 월드컵 처음이자 마지막일 도시 월드컵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가장 큰 특징은 경기장이 모두 모여 있었다는 점이다. 큰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과 올림픽의 차이점은 올림픽은 ‘도시’를 선정하지만, 월드컵은 ‘국가’를 선정한다. 최근에 있었던 도쿄 올림픽은 일본의 도쿄라는 ‘도시’에서 했고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카타르라는 ‘국가’에서 벌어진 이벤트였다. 그런데 워낙 작은 나라이다 보니 수도인 도하 인근에 모든 경기장이 몰려있어서 뜻하지 않은 돌발 상황을 챙기는 경우가 빈번했다.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부터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이기면서 갑자기 카타르에서 중동 관중 취재를 하기도 했고, 일본 역시 선전하면서 보통이라면 우리나라 경기에만 집중했던 지난 월드컵과 달리 주변국 취재도 자연스럽게 동반되기 시작했다. 기존에 있었다고 들었던 상대국 취재담당, 우리 대표팀 담당 등 각자의 역할이 나뉘어 있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시간이 되는 취재진이 움직이기 일쑤였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선배들이 숱하게 이야기했던 매일매일 비행기를 타고 짐싸기의 달인이 된다는 경험은 아쉽게도 하질 못했다. 사실 취재진들에게는 가장 일이 많았던 월드컵이겠지만 축구팬들에게는 앞으로도 없을 행복한 월드컵이기도 했다. 마음만 먹으면(돈도 충분히 있어야지만) 거의 모든 경기를 직관하며 챙겨볼 수 있는 월드컵이었다. 실제로 SBS 해설위원인 장지현 해설위원은 조별리그가 하루에 4경기씩 있었는데 최대 3경기까지 직관으로 챙겨봤다고 했다. 이런 월드컵 현장에서 모든 참가국들의 기운을 온전히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건 한 사람의 축구팬으로써도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심기가 법’, 예상할 수 없는 카타르 취재 역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월드컵만큼이나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은 건 음주의 유무였다. 공식 스폰서인 버드와이저도 결국 카타르 앞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만 맥주 판매가 가능하다는 한시적 허가만 겨우 받았다. 공식 스폰서도 이런데 취재진들에 대한 처우는 말도 못했다. 한마디로 정해진 게 없다. 카타르를 가기 전 아랍에미리트(UAE)에 상대국 취재를 먼저 갔는데 거기서도 마찬가지였다. SBS, KBS, MBC 모두 카메라를 가지고 입국을 했는데 모두 상황이 달랐다. 누구는 그냥 통과를 시켜주고 누구는 한국에서 까르네를 발급 해와도 통과시켜주지 않았다. 융통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누군가의 심기가 곧 법이었다. 당연히 카타르에서도 마찬가지었다. 개막 전 덴마크의 한 기자는 라이브 도중 경찰의 제지를 받았는데,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었는데 그 취재진들에게 그저 먼저 벌어진 사태임이 분명했다. 경기장과 훈련장을 드나들며 누구는 벨트를 벗으라고 하고 누구는 풀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장비를 일일이 검색하고 또 다른 사람은 통과시켜 주고 기준이 없었다. 정당하게 요구를 하고 합법적으로 대응을 해도 그 경찰이 안 된다고 하면 그저 안됐다. 현지에서 가이드를 해준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듯 중동에 살면 당연하게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라는 답변뿐이었다. 경기장 안에는 공식 스폰서의 음료만 반입이 되는데 코카콜라의 제품인 스프라이트를 본 경찰이 막무가내로 이거 코카콜라 아니니까 라벨 벗기고 들어가라는 상황까지 펼쳐지니 그냥 이상한 사람이 안 걸리기 바라면서 취재할 수밖에 없었다.MNG장비를 이용한 현장취재영상의 다양한 활용 늘어 이번 월드컵에선 정말 다양하게 우리가 취재한 그림을 활용했다. 기존의 보도 방식은 경기 관련 리포트는 전부 중계 그림으로 리포트를 하고 기자 스탠딩만 ENG 영상이 쓰이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중계 그림이 더 좋은 포지션에서 다양한 앵글이 나오지만 뉴스 리포트에 활용하기 아쉬운 부분들도 존재한다. 이번 월드컵에선 이런 아쉬운 부분들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 연예인들 직캠처럼 90분 내내 손흥민만 촬영하는 손흥민 직캠은 물론 피치 위에서 공을 잡지 않은 우리 선수들만 찍는 영상들도 다양하게 존재했다. 기존과는 다르게 MNG를 통해 실시간으로 ENG영상도 인제스트가 되면서 시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도 있겠지만 카타르라는 특수성으로 모든 출장자들이 한 경기에 투입이 가능해 좀 더 다양한 영상을 챙길 수 있었다는 점도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 이렇게 다양한 소스로 영상이 들어오다 보니 뉴스에서도 중계 그림이 아닌 ENG영상을 많이 활용하고 각 방송사마다 다양한 그림의 보도영상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비단 뉴스뿐만이 아니라 각 방송사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추가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뉴스에 활용되지 못한 영상들도 다양하게 재생산이 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현장에서 촬영하는 영상기자 입장에서는 뿌듯한 부분이었다.같은 회사 영상기자 선후배들과 현장에서 협업하는 소중한 경험  영상기자의 아이러니한 점은 같은 조직에 속해있지만 그 조직의 사람들과는 같이 일을 할 기회가 많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다른 회사 사람들과 더 많이 일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스포츠 이벤트 출장은 영상기자라면 꼭 경험해 봐야 하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현장에 있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서원들과 같이 지내며 협업을 해 본 경험은 나중에 혼자서 취재하게 될 다양한 현장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4강에 진출한 2002 한일 월드컵보다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나에게는 가장 특별한 월드컵이 되었다.SBS / 김용우
    2022-12-28
  •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 현장 취재기] 뉴스의 중심에 선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등...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 현장 취재기>뉴스의 중심에 선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등지고 서다.  지난 11월 28일. 가나전이 열렸다. 나는 광화문 광장에 있었다. 카타르 월드컵 거리 응원 취재를 위해서였다. 광장은 추웠다. 저녁 무렵부터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지만, 시민들은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누군가는 얼굴에 큼직한 축구공을 그렸고, 또 누군가는 목청 높여 ‘대한민국’을 연신 외쳤다. 혼자 온 사람도 있었고 여럿이서 온 사람도 있었다. 응원의 방식은 저마다 달랐으나 한 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모두가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다.  목적지인 거대한 전광판 앞에 도착해서 초록색 핫팩을 하나 뜯었다. 위아래로 연신 흔들어 보았지만, 냉기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취재장비들이 온통 쇳덩이인 탓이라 여겼다. 곧이어 경기가 시작됐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태극기가 지나갔다. 맨 앞에 북채를 쥔 응원단이 둥둥 북을 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와아아~’하는 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사람들은 거대한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화면 속 선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감정을 이리저리 바꿔 내보였다. 우리 선수가 기회를 잡으면 환호했고, 상대에게 골을 내주면 속상해했다. 두 눈을 질끈 감기도 했고, 동그랗게 뜨기도 했다. 조규성 선수가 헤딩으로 멀티골을 터뜨렸을 땐, 너 나 할 것 없이 광장이 들썩였다. 나는 경기를 볼 수 없었다. 아마 광장에 있던 대부분의 취재진들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응원하러 온 시민들과 달리 취재진은 거대한 전광판을 등져야 했기 때문이었다. 응원 나온 시민들이 울고 웃을 때마다 저마다의 렌즈에 그들의 표정, 몸짓을 담아야 했다. 우리 선수가 골 망을 흔드는 순간엔 더욱 그렇다. 골 들어갔다는 해설진의 흥분 섞인 목소리를 그저 귀로 들을 뿐이었다. 눈은 뷰파인더 속에서 바삐 움직여야 한다. 양손은 각각 화각과 초점을 조절해야 한다. 눈은 뷰파인더 속에서, 양손은 카메라 위에서 바삐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경기가 끝난 뒤, 결정적인 장면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포르투갈전, 브라질전 취재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번 월드컵 거리응원 취재를 통해 한 가지 느낀 바가 있다. 영상기자란 직업이 무언가 ‘등지는 일’이 제법 많다는 점이다. 집회 현장에서 군중을 비추다 보면 단상 위의 발언자를 등진다. 누리호 발사 순간을 기억하러 고흥까지 온 시민들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다 보면 로켓 하나가 굉음을 내며 날아간다. 그렇게 등지다 보면 등진 무언가를 촬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심지어 눈에 담지 못할 수도 있다.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등질 수 있다는 건, 그보다 더한 가치를 지닌 존재가 우리 앞에 놓여있기 때문은 아닐까. 바로 ‘사람’이다. 우리는 뉴스를 만든다. 뉴스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정치, 경제 뉴스부터 사회, 문화, 심지어 날씨나 교통정보 뉴스까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등지는 순간을 덜 아쉽게 생각하려 한다. 등질 수 있는 순간이 내가 이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카타르 월드컵이 끝났다. 언제 또 거대한 전광판을 등지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그때도 지금처럼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는 보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좋다. 그 대신 수만 명의 시민들이 웃고 우는 모습을 오롯이 지켜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MBC / 장영근
    2022-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