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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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을 통한 공감과 연결, 더 나은 미래의 모색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2]  영상을 통한 공감과 연결, 더 나은 미래의 모색  브루노 페데리코 (Bruno Federico, 제1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집상 수상자)  권력과 자본이 저지른 폭력과 범죄의 고발을 위해 시작한 영상기자로서의 삶  저는 영상저널리즘 영역에 뒤늦게 뛰어들었습니다. 가끔은 더 일찍 시작했다면 어땠을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경력을 쌓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겠지만 제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형성한 경험을 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저는 사회학을 공부하고 지식의 상업화와 노동자의 권리 파괴에 반대하는 학생단체와 함께 투쟁을 벌였습니다. 이후 전쟁 중인 콜롬비아에서 저는 인권활동가, 노동조합, 농민단체와 일하면서 살았습니다.  언론인으로서 가끔 우리는 좋은 이야기를 찾습니다. 제 경우에는 그 좋은 이야기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전달할지 물어왔습니다. 2008년 콜롬비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저는 이 지역과 주민을 압박하는 거대 석유 회사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와 농민을 지원하는 노동조합과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 외딴 지역에서 노동쟁의를 다루는 동안 수십 명의 사람들이 살인, 실종, 준군사 단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범죄의 배후에 우리가 노조로서 상대하고 있던 석유회사의 지원을 받는 준군사 단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범죄와 폭력을 콜롬비아 안팎에 알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저는 미학적으로, 기술적으로, 서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시사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그 세계로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4개 언어로 번역했고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다른 투쟁이 제 관심을 끌었고 더 많은 뉴스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 끝없는 탐욕을 가진 소수가 저지르는 폭력에 고통 받고 저항하는 다양한 인류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언론이 어두운 방의 위태로운 성냥에 불과하더라도 그것이 없다면 어둠은 훨씬 더 커질 것  그 속에서 제게 계속되는 질문은: 언론이 사회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인권침해, 불평등, 환경파괴에 맞서 펜, 카메라, 녹음기로 싸울 수 있을까요?  언론이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부패와 부정행위를 폭로한 중요한 사례가 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의 취재로 미국 대통령이 사임하게 된 워터게이트 스캔들(Watergate scandal)입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벌어진 진압을 위르겐 힌츠페터(Juergen Hinzpeter)가 촬영한 영상이 미친 영향도 있습니다.  2018년, 프로 퍼블리카(Pro Publica)는 부모와 헤어진 후 이민자 보호시설에 갇힌 아이들이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울부짖는 음성 녹음을 공개했습니다. 이 절규는 미국 대중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트럼프 행정부가 가족 분리 정책을 중단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언론이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수천 가지가 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언론의 전반적 노력을 얼마나 대표할 수 있을까요?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언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미미한지 매우 실망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날로 냉소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에 전쟁, 이주, 불평등에 대해 보도하고 이미 폭력적인 이미지에 익숙한 시청자에게 인간의 비극을 담은 사진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언론이 어두운 방에 불을 켜는 작고 위태로운 성냥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없다면 어둠은 훨씬 더 커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전히 핵심적인 무언가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 교육, 공감 어릴 때 우리는 학교에 갑니다. 거기에서 수학, 문학, 역사, 생물학 등을 배웁니다. 이러한 지식은 평생 세상을 이해하는 기초가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기본이며 범위와 시간 면에서 제한적입니다. 때때로 그 내용은 건국, 현재 또는 과거의 분쟁, 종교에 대한 국가의 서술에 왜곡됩니다. 학교를 떠난 후에도 우리의 교육은 계속됩니다. 우리가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 어디서 알게 되었나요? 기후 변화는 어디서 배웠나요? 성 정체성에 대해서는요? 팔레스타인 점령과 이주민에 대한 반발에 대해서는요? 뉴스, 다큐멘터리, 라디오로부터입니다.  매체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알려주는 동안 우리는 이러한 정보를 처리하고 주변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퍼즐을 맞추면서 스스로 학습합니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서는 사건에 대해 알게 됩니다. 또한 뉴스를 접하는 매체가 신뢰할 수 있는 곳이라면 해당 사건의 맥락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매체의 첫 번째 기능입니다.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여러 판본을 나란히 놓고 가짜 뉴스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해석을 반박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정보 출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매체와 소셜 네트워크 간의 역할은 영원히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때로는 에티켓, 관점, 편집자 및 사실검증을 신뢰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신문이 더 신뢰할 만한 정보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현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바로 볼 수 있거나 뉴스를 게시하는 사람이 공식 언론에 접근할 수 없을 때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따금씩 우리는 그곳에서 최고의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뉴스 게시자는 공식 매체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거나 매체가 해당 사건에 관심이 없거나 그 이야기가 소유주나 정부의 영향을 받는 매체의 서사에 맞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읽은 내용을 해석하고 출처를 확인하는 역량도 중요합니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교육을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이해하지만, 정보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를 해석하고 다양한 요소를 이해할 역량을 제공하는 지식 체계입니다.   다리엔 갭(Darien Gap)에서 이주민들의 험난한 여정을 담은 “연결은 인간적인 상호작용의 순간을 의미하는 저널리즘의 본질적인 부분”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언론사를 통해 우리는 A에서 B로 향하려는 특정수의 사람들, 이주민 혹은 망명 신청자에 대한 정보를 받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A에서 B로 가려고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B에서 A로 가려고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매체나 소셜 네트워크에서 얻은 정보와 학교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이 합쳐져 인류의 발전에 이주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습니다.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어느 시점에 이동을 해야 했다는 이야기는 가족의 역사에 한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또한 이전의 다른 정보와도 일치합니다: 이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폭력, 빈곤, 기후 관련 재난을 피해 떠나 온 사람들인가요?  우리 국가들 – 저는 여기서 특히 미국과 유럽을 말하고자 합니다 -은 사람들이 탈출하는 상황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요? 왜 이 사람들은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A에서 B로 이동하지 않았을까요? 합법적인 경로를 이용할 수 있었을까요? 실제로 그들에게 그것이 선택지였을까요?  그리고 이주민의 삶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 결국 우리는 이들에 대해서 연민을 느끼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러한 연민은 현재 각국이 이주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인종차별적이고 착취적이며 냉소적인 정책에서 탈피하도록 우리의 행동을 이끌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이주민의 투쟁을 알리고 교육하고 인식을 증진하기 위해 2019년 동료인 나자 드로스트(Nadja Drost), 카를로스 비야론(Carlos Villalon).과 함께 다리엔 갭(역자 주: 파나마와 콜롬비아 사이에 있는 열대우림 늪지대)을 건넜습니다.  그리고, 미국PBS-TV 뉴스아워(News Hour)에 방송된 ‘험난한 여정(Desperate Journey)’ 보도로 2021년, 제1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집상을 수상했고,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럽과 미국이 국경을 닫으면서 폭력과 전쟁, 견딜 수 없는 빈곤을 피해 미국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마지막이자 가장 긴 이주 경로 중 하나인 남미를 경유하는 육로를 택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에서 파나마의 폐쇄된 국경을 넘을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험준한 지역 중 하나인 다리엔 갭(Darien Gap)이라고 불리는 울창한 산악 정글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미국의 PBS 뉴스아워에서 <필사적인 여정> 시리즈를 취재하는 동안 카메룬,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이티 등 전 세계에서 온 이주민과 망명 신청자들이 다리엔 갭을 건너는 과정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밀수업자에게 버림받은 사람들, 남성, 임산부, 아이들은 위험한 지형과 가슴 높이의 강을 혼자서 헤쳐가야 합니다. 길을 잃거나 식량이 떨어지거나 무장한 강도에게 돈과 텐트, 옷가지 등을 강탈 당하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이 성폭력을 경험합니다. 강변에 널려 있는 뼈와 시신에서 알 수 있듯이 익사하거나 부상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들이 직면한 위험과 장벽은 엄청났지만 그에 맞서는 용기, 끈기, 인간애 또한 대단했습니다.  당시 전 세계에서 약 3만 명의 이주민이 이 정글을 건너왔습니다. 작년에는 이 숫자가 25만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우리는 보도를 통해 이주민의 힘겨운 여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 그들이 떠나온 상황, 미국에 도착하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이유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국경을 넘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은 각국 정부가 이주민에 대해 제한적 조치를 취하고자 하는 구실이지만 한 카메룬 망명 신청자는 “안전을 위해 도망칠 때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신경 쓰지 않죠. 그저 안전한 곳을 원할 뿐입니다.”  전쟁의 폭력에서 탈출한 망명 신청자들은 여정을 계획할 방도가 없습니다. 누군가 집 앞에서 총을 쏘는 상황에서는 대사관에서 약속을 잡기 위해 몇 달을 기다릴 수가 없으며 나중에 망명 신청을 뒷받침할 서류를 수집할 기회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주의 이유가 굶주림일 때 비자를 받을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굶주림은 사람을 총알보다도 더 자주 죽이기 때문에 자신과 가족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살고자 애써야 합니다.  이주민들은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로 집과 사랑하는 사람들, 삶을 뒤로 한 채 떠났습니다. 며칠 동안 나란히 걸으면서 취재의 주인공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 이는 언론인과 피사체 사이의 빠른 상호작용 이상의 것을 보게 했습니다.  연결은 텔레비전 저널리즘이 흔히 의미하는 정보 수집의 행위가 아니라 인간적인 상호작용의 순간을 의미하는 언론의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비극 뒤에는 책임의 문제도 있습니다. 왜 이 사람들, 아동, 여성, 남성은 정글을 건너고 있을까요? 이것이 그들에게 더 나은 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멕시코 북부의 사막처럼 다리엔 갭을 건너는 것은 유럽의 정책으로 지중해의 목숨을 건 횡단이 강요된 것처럼 미국이 부과한 경로입니다.  이러한 경로는 항상 국경을 폐쇄하고 북쪽 국가의 결정에 따라야 했던 남쪽 국가에 이주 통제를 외부화한 산물입니다. 이들 국가는 더 빠르고 안전하고 쉬운 경로를 폐쇄함으로써 이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여정을 떠나도록 강요하는 동시에 밀입국 범죄 조직의 사업을 조장합니다.  우리의 영상보도, 다큐멘터리, 뉴스기사로 각국 정부가 이주민의 미국 혹은 유럽행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정책이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정글의 길에서, 사막 또는 지중해 해변에서 이주민의 시신을 다시 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우리의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처럼 이주민 개개인의 이야기에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우리는 국경에서의 범죄를 지속적으로 폭로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도록 만드는 폭력과 굶주림에 대해 교육해야 합니다.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야 합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공감을 만들어야 합니다.
    2023-06-29
  • 박수칠 때 떠나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의 자립 선언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3]  박수칠 때 떠나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의 자립 선언  김성해 (대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국제뉴스를 향한 타는 목마름과 분열의 자화상: 미,영의 언론들을 통해 세계를 보아 온 한국 언론의 관성과 학습된 무기력   국제뉴스에서 국내언론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언론사는 대부분 미국과 영국계다(김춘식 외 2022). 앵글로색슨계로 개신교와 백인이라는 공통점을 갖는 국가다. 제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비롯해 항상 특수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2001년의 이라크 전쟁, 2011년의 리비아 침공,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 파이브아이즈로 알려진 정보동맹에서도 항상 같이 있다. 영국은 이미 1900년대에 세계의 1/4을 식민지로 거느린 국가다. 지금도 코먼웰스(Commonwealth) 모임을 주도한다. 미국이 외교전을 펼 때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주는 국가들이다. 미국과 영국 등은 또 일찍부터 국제뉴스에 투자했고, 덕분에 지금도 국제여론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남미 국가도, 중미도, 아프리카도 이들 언론을 통해 세상을 보고, 이들 언론에 내포된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할 때가 많다. 덕분에 약소국의 침략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은 미국의 아리크 침공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이 국제사회에서는 전혀 다르게 인식된다. 미국의 보호를 받았던 덕분에 한국은 그간 무임승차를 해 왔다. 한동안은 불편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성장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한국이 알아야 할 것과 미국이 알려주고 싶은 것에 대한 괴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관점이 한국과 충돌하는 때도 많아졌다.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 중국, 러시아와 관련한 보도에서 두드러진다. 미디어를 통한 국가 간 심리전을 너무 모른다는 문제와 연결된다.    우크라이나 위기를 통해 표면으로 드러났지만 뿌리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과 관련이 깊다.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아군의 충성심은 키워야 한다. 적을 악마로 만들어야 죄책감도 줄고, 다수 국민의 협력도 얻어낼 수 있다. 냉전은 이 전선이 국제사회로 확대하는 계기였다. 미국에서는 1950년대 트루먼 대통령이 주장한 ‘진실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한국 언론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인용하는 <미국의소리>(Voice of America)나 자유아시아방송 (Radio Free Asia) 등이 이 목표로 등장했다. 언론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은 지키지만,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정부의 목소리를, 언론을 빌어 전달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대외정책과 같은 핵심 국가이익에 관한 보도에서 민간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2월 9일에 일려진 ‘노드스트롬 2’ 가스관 폭파와 관련한 보도다. 탐사보도 전문가면서 풀리처상을 여러 번 받았던 세이모어 허쉬 기자가 폭로했다. 미국과 노르웨이가 공동으로 민간시설을 파괴한 테러 행위다. 한편으로는 독일과 러시아의 협력을 막고, 다른 한편으로는 독일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게 하는 게 목표였다. 미국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내부 고발자가 정보원이었다. 정황으로 봐서 가짜뉴스로 볼 이유가 없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유럽의 주요 언론은 지금도 침묵한다.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는 유투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서도 관련 정보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국내언론도 다르지 않다. 관심도 없고 굳이 다른 시각을 찾으려는 노력도 안 한다. 국제정보질서의 구조적 모순에는 눈을 감은 채 익숙한 정보원만 찾는다.  덕분에 한국은 강대국이 전개하는 심리전의 놀이터가 된 상태다. 북한과 중국을 악마로 만드는 뉴스는 이런 환경에서 일상 풍경이다(김성해 외, 2021; 김희교, 2022). 분단국가로 살아오면서 굳어진 ‘냉전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또 다른 관심 대상이다.    냉전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한반도에서 전쟁은 왜 일어났을까? 한국에서 지배적인 생각은 모든 게 북한과 공산주의 탓이다. 미국은 한국을 도와준 착한 천사다. 미국에 대한 보은론, 혈맹, 민주주의 동맹 강화 등의 논리로 연결된다. 진실은 복잡하다. 그렇지만 정반대의 관점이 충돌하고 있다는 건 명확하다. 전 세계를 공산화하려고 했던 적색 제국주의에 대항해 미국이 동맹을 규합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했다는 얘기가 다수의 생각이다. 과거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미국과 영국에 책임을 묻는 시각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독일이라는 악마가 없어진 자리에 소련이 들어서고, 냉전이 끝난 자리에 다시 불량국가와 중국이 들어서는 것을 지적한다. 악마가 원래 있었던 게 아니라 특정한 정치적 목적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국제사회에서 누가 악마가 되고, 누가 불량국가로, 또 테러리스트라는 낙인을 받는지 살펴봐도 틀린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량살상무기 때문에 이라크를 침공했다는 것 역시 거짓말로 확인됐다. 중국, 북한, 시리아의 인권을 문제삼고 있는 미국이지만 정작 자신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증거도 많다.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와 이라크의 아부그레이브 교도소에서 벌어진 인권유린과 고문이 그 증거다. 2023년 4월, SNS를 통해 공개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의 광범위한 불법 도청도 흑백논리로 세상을 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이런 문제의식이 없다. 국내에서 중국이나 러시아는 여전히 악마다. 전쟁 범죄자고, 최악의 인권 국가면서, 평화로운 국제질서를 파괴하려는 잠재적 범죄자다.   국제뉴스에서 한국언론이 자립하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  국제뉴스에서 한국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할까? 최소 다섯 가지 정도의 개입 지점이 있다. 미국의 품을 떠나 자립하기 위한 조건으로 보면 된다.   국제보도의 소홀했던 영역에 대한 투자  그중의 하나는 국가이익 차원에서 그간 소홀하게 다뤄진 영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일이다. 참여를 희망하는 언론사와 언론인으로 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다. 냉전을 시작하면서 미국이 많은 투자를 했던 ‘지역학’ 연구에서 경험치를 얻으면 된다. 당시 미국은 러시아,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 등 전략적 우선 지역에 대한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의 다양한 자식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바 있다. 국제이슈에 대한 ‘집단지성’이 실현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각계 전문가, 해당 주제에 관심을 가진 시민, 프리랜스, 이해관계자 등이 모이는 공론장으로 생각하면 된다.   백화점이 아닌 전문매장이 되어야  두 번째는 백화점이 아닌 전문매장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보도는 지역도, 영역도, 주제도 너무 많다. 영어만 잘한다고 전후좌우 맥락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 전문기자를 키워야 하는 이유다. 전쟁, 기후, 과학, 외교 등으로 분야를 세분화하거나, 지역과 국가별로 특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해당 지역의 언어를 아는 기자 중에서 전문가를 길러내는 방식이다.   국제보도를 담당하는 기자들의 정체성 바뀌어야  국제보도를 담당하는 기자들의 ‘정체성’을 바꾸는 게 세 번째다.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공론장’ 관리자라는 자의식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미국과 영국 등 영어권 아젠다, 프레임을 벗어나 국제적인 현안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공정하고, 균형감 있게, 맥락에 담아’ 전달하기 위해서다. 중국과 러시아 보도에 적용해 보면 이해가 쉽다. 우선 러시아 동원령 보도에서 국민은 ‘러시아 관점’을 전혀 모른다. 러시아 말을 몰라도 <Russia Today>를 비롯해 대안시각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많다. 러시아 문제에 대한 전문가 그룹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교황조차도 ‘러시아’를 일방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이유, 이번 전쟁으로 유럽의 지정학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경제봉쇄의 부작용이 유럽 정치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등에 대한 많은 얘기를 찾아낼 수 있다.   외신에 대한 비판적 거리유지  외신에 대한 비판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게 네 번째다. 특히 앵글로색슨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미국과 중국, 유럽과 러시아 등 신냉전의 주역은 미국과 영국이다. 전쟁이 끝난 직후 다시 냉전의 불씨를 지핀 것도 이들이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겨냥해 프로파간다를 공개적으로 진행해 왔다. 지금도 한다. SNS도 예외가 아니다. “美 국방부, 가짜 SNS 계정으로 여론 선동.. 감사 착수”(연합뉴스, 22/9/20) 뉴스에 잘 나온다. 미국정보국(NS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과 위키리크스의 줄리안 어산지가 이미 경고한 내용이다. 한편으로는 전 세계 통신망을 통해 불법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외정책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대규모 심리전을 벌여왔다. 국내 현안을 다룰 때 당연히 던져야 하는 “누가, 왜, 하필 이 시점에, 무엇을 위해”라는 질문을 던지면 된다. 해당 매체가 인용한 정보원이 누구인지, 믿을만한지, 독립적인지 등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제보도, ‘민족’과 ‘국가이익’을 가치판단의 기준에 놓는 철학 필요  다섯 번째로 국제뉴스에 대한 ‘세계관’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 최소한 민족이익과 동맹이익의 차이가 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한국 사회는 중국, 러시아, 북한을 ‘악마’로 본다. 냉전 사고방식 때문이다. 낡은 세계관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는 게 국제사회다. 게다가, 신냉전을 맞아, 영미권에서 쏟아지는 많은 뉴스는 현상 유지 전략과 관계가 깊다. 북한은 여기서 ‘악마’가 되어야 한다. 불법 돈세탁을 하고, 유엔 제재를 지키지 않고, 주변국을 위협하는 악당이다. 그러나 북한의 관점에서 보면 다르게 볼 수 있는 게 많다. 2002년 제네바 합의가 깨진 것도, 위조지폐 사건도, 북한이 핵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도 미국의 ‘적대 정책’ 또는 미국의 ‘신냉전’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 북한 인권 문제도 미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악용되는 게 현실이다. 미국이나 서방의 관점이 아닌 ‘민족’과 ‘국가이익’을 가치판단의 기준에 놓는 철학이 필요한 이유다. 뜬금없는 얘기가 아니다. 언론이 당연히 복종해야 하는 헌법에 나온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언론이 공개적으로 한 약속에도 반영되어 있다. “평화통일·민족화합·민족의 동질성회복에 기여해야 할 시대적 소명을 다한다” (기자협회)와 “민족의 자주성을 존중하며 통일을 지향하는 국민적 합의의 창출한다“ (Jtbc) 등이다.   민주화경험에 바탕 한 국제사회의 성숙한 동반자라는 집단정체성 만들 때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발신 전략이 마지막이다. 교만할 필요는 없지만, 한국의 성취는 놀랍다. 국제사회에 나눠줄 것도 많고 함께 풀어갈 과제도 많다. 그중의 하나가 민주화 경험이다. 미국이 선물로 준 게 아니었다. 미국은 한국을 반공 전초기지로 만들려고 했고, 민주주의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두 번에 걸친 군사쿠데타에 합법성과 정통성을 부여한 게 미국 정부다. 민주당의 케네디 행정부와 공화당의 레이건 행정부가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은 민주화라는 꽃을 피워냈다. 냉전의 최전선에서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경험치도 값진 자산이다. 동족 간 죽고 죽이는 통곡의 시절을 보냈지만 ’진실과 화해 위원회‘ 등을 통해 남남갈등을 차분하게 치유하는 중이다. 국내법과 국제협약을 존중하는 가운데 공동선을 위해 발언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역할이다. 불평등한 국제정보질서를 고려할 때 특히 주의할 부분은 주권을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존중과 역량을 가진 사람이 약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한편으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모습이다. 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것에 해당한다. 평화, 인권, 포용, 다양성, 공정, 평등과 같은 시대정신을 확장하는 데 국내언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국제사회의 성숙한 동반자라는 집단정체성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참고문헌 김기영 (2014) 국제뉴스 현지화와 그 양가적 측면, <번역학연구> 15(1), 7-24. 김선영 (2021)‘북미정상회담’에 관한 한일 신문사설 비교 연구- 조선일보, 한겨레,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을 중심으로, <일본근대학연구> 74, 272-298. 김성해 (2022) 국제뉴스 사용법, 한국언론진흥재단, 전자책 제1장. 김성해 (2021) 위선과 무례함 그리고 사악함의 변주곡: 북한 관련 ‘가짜 뉴스’를 통해서 본 한국 언론의 민낯, 통일문제연구, 33(2), 189-234 김성해, 심영섭 (2010) 국제뉴스의 빈곤과 국가의 위기,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서. 김성해 (2014) 미국 패권의 후퇴, 국제정보질서 그리고 국가이익: 중견국 한국의 정보주권실현을 위한 이론적 탐색, 언론과사회, 22(4), 54-94. 김성해, 강희민, 이진희 (2007) 한국의 구조적 전환과 미디어담론: 외환위기 이후 영미식 주주중심 모델의 수용을 중심으로, <언론과사회> 15(4), 39-85. 김성해, 김란희, 이주현 (2021) 위선과 무례함 그리고 사악함의 변주곡: 북한 관련 ‘가짜뉴스’를 통해서 본 한국 언론의 민낯, <통일문제연구> 33(2), 189-234. 김성해, 정아름, 유로 (2016) 집단사고의 오류 혹은 의도적 왜곡: 한반도 정세변화를 통해서 본 한국 언론의 중국담론, <미디어와공연예술연구> 11(3), 35-64. 김종수, 황수환 (2021) 북한관련 ‘가짜뉴스’와 남북관계: 진단과 대응방안, <동북아논총>99, 95-112. 김춘식, 채영길. 백강희 (2022) 한국 언론의 외신 인용 보도의 특징과 관행, <언론과학연구> 22(4), 36-99. 김희교 (2022) 짱깨주의의 탄생: 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 보리. 안종목 (2016) 한국과 영국 신문의 해외뉴스의 프레임 비교 연구, <커뮤니케이션학연구>24(3), 171-191. 이은별, 이종명 (2022) 한국의 중동, 아랍, 이슬람 보도 지형: 빅카인즈를 이용한 국내언론보도(1990-2021) 분석, <언론정보학보> 112, 95-126 주재원 (2022) 한중수교 이후 한국 언론의 대중(對中) 담론 연대기, <동북아연구> 37(2),5-49. 채영길 (2013) 동북아 신냉전과 국제방송: 한국, 미국, 중국의 국제방송의 대북한 관련뉴스분석 연구, <커뮤니케이션학연구> 21(3), 77-108. 허재철 (2018) 중국 글로벌 뉴스 미디어의 특성 및 외교적 역할에 관한 연구, <중소연구> 42(2), 75-114.
    2023-06-29
  • 전쟁 취재하면 형사처벌?
    전쟁 취재하면 형사처벌?우크라이나 취재한 프리랜서 사진작가 장진영씨, 벌금형에 불복언론사회단체와 함께 취재자유 제한하는 ‘여권법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외교부의 허가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보도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은 프리랜서 사진작가 장진영씨가 언론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여권법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27개 언론시민사회단체와 장 작가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인의 전쟁 취재를 사전 금지하고 허가제로 운영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여권법 위헌법률심판제청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제기자연맹, 국제언론인협회 등 국제적인 언론인 단체도 국제 분쟁 지역에서 언론인의 활동을 제한해선 안 된다는 지지 성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장 작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이우와 르비우 등을 취재하고 돌아와 시사주간지 ‘시사IN’, 월간 ‘워커스’ 등에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경찰은 같은 해 4월 장 작가가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된 우크라이나를 외교부 장관의 허가 없이 방문해 여권법 제17조를 위반했다며 입건했다. 장 작가는 지난 3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원을 납부하라는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4월 정식 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여권법 제17조는 ‘외교부장관은 천재지변·전쟁·내란·폭동·테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민이 특정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것을 중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기간을 정하여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의 여권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문·체류를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권법은 ‘다만, 영주, 취재·보도, 긴급한 인도적 사유, 공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목적의 여행으로서 외교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여권의 사용과 방문·체류를 허가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두었다.  이들 단체는 “(여권법 17조는)언론의 전쟁 취재·보도를 외교부의 허가권 아래에 두고 있다”며 “해외 주요 나라는 언론인이 전쟁 지역에서 안전하게 취재할 수 있도록 지원·보호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취재 자체를 허가제로 운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취재·보도 목적의 입국을 외교부가 허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장 작가처럼 프리랜서 언론인은 아예 외교부의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외교부의 허가 요건이 ‘외교부 출입 언론사’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 작가의 법률대리인인 김보라미 변호사는 △여권법이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금지’를 명시한 헌법 제21조 2항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며 △거대 미디어 회사 소속이 아닌 프리랜서 기자의 경우 취재 기회가 봉쇄되는 것은 과도하게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우크라이나전쟁을 취재한  영상기자들, 여권법의 취재자유제한 토로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나준영)는 지난 해 우크라이나전쟁 취재를 다녀온 기자들의 간담회를 열어 현재의 여권법이 국내 언론인들의 국제뉴스취재를 막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 당시 간담회에 참여한 영상기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여권법에 의해, 우크라이나 입국이 막혀 한국 취재진만이 현지 취재를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고, 이후 외교부가 제한적인 우크라이나 취재를 허가하는 과정에서 취재계획서를 요구하는 등 헌법이 보장한 취재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들이 공공연히 일어났다며 현행 여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을 밝혔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해외분쟁지역 취재·보도는 2000년대 초반, 이라크 전쟁 당시의 수준에 멈춰 섰다. 당시에는 오히려 독자적으로 국제뉴스를 바라보려고 하던 우리 언론인들의 다양한 노력에 시청자들이 격려하고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 언론의 국제보도, 특히, 분쟁보도는 오히려 퇴행해, 우리의 시각이 아닌 외신이 전하는 뉴스와 시각에 의존하고 있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고 말했다.  나 회장은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언론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방송사, 언론사, 또, 소속 언론인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지지부진하고, 평소에 여권법 같은 국내언론인들의 자유로운 해외취재를 제한하는 장벽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그에 대해 침묵하고 묵인해온 것이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며,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해외지역의 취재·보도를 활성화하고, 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여권법 개정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협회차원의 활동들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3-06-28
  • 우리가 찾던 ‘저항의 언어’
    <2023 광주민주포럼을 다녀와서…>우리가 찾던 ‘저항의 언어’ <채종윤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2차세계대전 이후 인간의 실존적 주체성을 강조하는 측과 구조 속에 인간됨을 이해하려는 측, 과연 ’인간은 주제적일 수 있는가‘에 관한 뜨거운 논쟁이 서양 사상가들 사이에 있었다. 결국 인간은 사회의 구조 속의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이후 구조주의 시대의 문을 열었다. 대표적인 구조주의 철학자 롤랑 비르트는 구조주의를 언어라는 측면으로 접근했는데, 패권을 지니지 못한 언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어법 사이에는 격렬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에크리튀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해 냈다. 이는 어법을 선택한 순간 자기가 선택한 어법이 강요한 ‘형태’로 말하게 됨을 일컫는다. 그에 따르면 ‘징후가 없는 언어 사용’이야말로 ‘패권을 쥔 어법’이며 그 어법은 그 사회의 ‘객관적인 언어 사용’으로 ‘신화화’된다는 것이다. 주관적인 의견이나 개인적인 인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개인의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은 가치 중립적인 의미에서 사용하는 언어 사용이 그렇다는 것이다. 바르트는 이처럼 가치중립적으로 보이는 어법이 포함한 ‘예단’과 ‘편견’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텍스트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수용자의 모습은 우리가 독립된 주체로서 텍스트를 바라볼 수 없는 데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보편성과 동시성을 가진‘영상언어’, 세상의 민주주의를 전진시키는 힘 이렇게 우리는 인간의 ‘주체 불능’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인간을 도구화했던 시절, 우리의 심장을 뛰게 했던 사르트르의 ‘주체적 인간’을 다시 소환하고 싶다. 역사의 흐름은 바꿀 수 있고 변혁 시킬수 있다고 믿었던 고민과 논제들이 필요했던 ‘횡포의 시대’가 아직 바뀌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언급했듯이 그것은 언어나, 자본이나, 정치권력이나 젠더권력, 지식권력과 같은 현재의 담론에 예속된 우리가 스스로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라고 말 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용기 있는 ‘사유’를 전제한다. 모순적이지만, 그것은 언어에 갇힌 우리가 언어로 예속되어야만(구조적 세계관) 비로소 ‘탈예속’(주체적 세계관)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모든 가치중립적 언어를 허위적 언어로 규정하고 이를 다시 가치중립적 언어를 이용해 응대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환경의 변화에 따라 ‘영상언어’는 이미 보편적이고 동시적 언어가 되었다. 바르트가 말한 순수한 ‘에크리튀르’가 ‘영상언어’일 수 있다고 명증하는 일이 용기 있는 영상기자들에 의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가로막는 벽을 허무는 일에 ‘영상이라는 저항의 언어가 실금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영상을 찍으셔야 해요”, “(미하일 아르신스키)그게 내가 하는 일이에요” 뛰면서 주고 받은 그들의 언어가 우리가 찾던 바로 저항의 ‘영상언어’, 바로 ‘탈신화’의 언어이자 주체적 언어이다.
    2023-06-28
  • 해외 출장의 필수 관문 ‘까르네’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해외 출장의 필수 관문 ‘까르네’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 까르네 클레임 사본. 아주 간단한 메일이지만 클레임 해소가 되지 않으면 상당한 금액의 세금을 납부해야만 한다.  연말연시면 으레 다양한 인사들이 오간다. 연락이 뜸했던 취재원의 안부 문자에서부터 취재를 위해 등록한 자동 메일까지 안 그래도 바쁜 연말에 카톡 하나, 메일 한 통이 얼마나 큰 대수인가? 12월 26일. 대한 상공회의소를 통해 중국 세관으로 받은 메일 한 통 역시 ‘뭐 별거 있겠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약 3개월간의 피말리는 소명 작업에 매달렸다.  중국 세관에서 보낸 메일은 아주 간단했다. 지난 2022년 1월 베이징 올림픽 취재를 위해 발급한 일시적 수출입 신고인 ‘까르네’가 중국으로부터의 재수출 확인이 되지 않아 그에 대한 소명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아주 무미건조한 몇 줄의 영어 문서 마지막 줄은 만약 소명 자료가 인정되지 않으면 그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재수출은 뭐고 베이징 올림픽이면 11개월 전 이야기인데 뜬금없이 이제야 뭘 소명하라는 건지? 한국의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전달되었기에 우선 상공회의소로 문의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요?’  내용은 이랬다. 방송 장비나 전시회 등의 목적으로 해외로 반출되는 고가의 물품에 대해서는 수출입세를 일시적으로 면제해 주는 국가 간의 협약이 있는데 이때 사용되는 서류가 ‘까르네(Admission Temporary Admission Carnet : 무관세 임시 통관증서)다. 보통의 방송장비들이 면세범위를 넘어가는 고가의 물품이기 때문에 해외출장을 위해서는 까르네 신고절차가 필수적이다. 까르네 신고는 한국에서 출국할 때, 해외 특정 국가에 입국할 때, 다시 해외국가에서 출국할 때, 한국으로 입국할 때 총 4번의 확인 도장을 받아야 완전히 절차가 종료된다. 간혹 해당 국가의 사정에 의해 그냥 통과하게 되면 신고를 마친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문제는 필자처럼 해당 국가에 입국할 때 신고했는데 출국할 때는 확인을 안 받는 경우다. 이럴 경우 고가의 장비가 해당 국가 내에서 세금 없이 재판매되었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한다고 판단해서 적절한 소명이 되지 않으면 신고가액의 20%에 가산세 10%까지 더해진 금액을 세금으로 부과시킨다. 필자의 경우 약 8천만 원이 보험가액이니 30%인 2천4백만 원이 세금으로 부과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2천 4백만 원이라니? 아니 도장 하나 안 받아왔다고 설마 2천4백만 원을 내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2021년에도 모 방송사에서 유사한 상황으로 세금을 납부한 적이 있다고 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해외 유사 사례는 물론이고 까르네 협약의 세세한 부분까지 검토하는 등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찾아 나섰다. 비공식적인 절차를 따르는 것마저 고려했다. 그러다 결국은 까르네 국제 협약에 나와 있는 8조 2항의 한 줄에 모든 것을 걸어보기로 했다. 까르네 협약에 따르면 기한 내 재수출을 증빙할 수 없는 경우 해당 물품이 제3국에 있음을 증빙할 수 있는 다른 자료가 있으면 된다고 되어 있었다. 세관을 통한 공식 서류 발급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세관은 당시 물품을 확인받은 기록이 없기 때문에 공식적인 서류 발급은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다른 증빙자료가 필요했다. 결국 해당 장비를 회사로부터 수령했고 올림픽이 끝난 후 모든 장비를 회사인 MBC로 반납했음을 증빙하는 서류를 사내 절차를 통해 만들었고 이를 다시 중문으로 번역해 증빙자료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사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찾고 한 뒤라 이제 더 이상 다른 뭔가를 할 수 있는 기력도 없었다. 세금이 부과되면 회사에 보고하고 징계받거나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개인이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구정을 코앞에 두고 출입국 증명서 등의 추가 증빙자료를 함께 대한 상공회의소를 통해 중국 세관으로 보냈다. 그리곤 약 2달 뒤인 3월 중순에 대한 상공회의소로부터 연락이 왔다. “축하드립니다. 중국 세관에서 인정을 해줬네요. 까르네 클레임이 해소되었습니다.”  까르네 클레임이 해소되었음을 알리는 것도 역시 단 한 통의 메일이었다. 두 통의 메일에 정말 3개월 동안 천국과 지옥을 몇 차례나 오갔던가? 다행히 이번은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클레임 해소를 위한 과정에서 다른 출장의 까르네 서류들 역시 완전히 종료되지 않은 것들투성이었다. 타사의 경우도 비슷해 보였다.   까르네를 발급받고 수출입 신고를 할 때 꼭 알아야 유의 사항이 있다. 대부분의 까르네 클레임은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 혹은 그 이후에 제기된다. 이러한 클레임을 예방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으로 재수출기한을 1년짜리로 발급받기를 추천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재수출기한이 6개월이 아닌 1년이었으면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기한이 길어지면 보험료가 올라가는데 모든 까르네 절차를 완벽히 수행한 서류가 있으면 출장 복귀 후 보증보험료 환급 신청을 할 수가 있다. 아마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보험료를 환급받는 절차까지는 진행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또 4번의 까르네 신고절차 중 4번 모두를 안 하는 건 아예 기록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 번이라도 신고 절차를 행한 경우에는 한국으로 귀국 즉시 우리 세관과 상의해서 해당 사안에 대한 조치를 완료해야만 추후 까르네 클레임을 피할 수 있다.   주변의 동료들이 대부분 까르네를 출입국 과정에서만 필요한 증빙 자료로만 인지하고 있고 나 역시 그 정도 수준에서만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까르네는 출입국 과정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숙지해야 한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 부끄러운 이야기를 담담히 꺼낼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피가 말라가는 듯했다. 해외 출장이 잦아지고 있는 만큼 현장에서 똑 같은 실수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마음으로 부끄러운 경험담을 공유한다. 현기택 / MBC
    2023-06-28
  • 여름 휴가에 가서 세네카를 만나자
    [책 추천]  여름 휴가에 가서 세네카를 만나자   세네카는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인, 문인이다. 한 백과에 따르면 그는 대표적인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 중 한명으로, 로마제국 최초의 공인된 폭군 네로의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3대 황제 칼리굴라 시대부터 5대 황제 네로 시대까지 벌인 여러 악행들과 별개로, 남긴 여러 작품들이 라틴어 원전으로 사용될 정도로 상당히 수준 높다는 평을 받는다. 세네카의 라틴어 작품들은 키케로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저작과 함께 로마 시대 고전 라틴어의 표준으로 여겨진다. 동양에 《논어》가 고전의 표준이라면 세네카의 책은 서양의 고전으로 여겨질 정도다.  내가 소개할 책은 세네카의 「인생론」이다. 책의 부피가 아주 작고 챕터가 짧으며 문장이 길지 않아 우선 읽기 수월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아주 심오해 깊이 생각할 거리를 제시한다. 한 문장을 읽고 나서 책을 덮고 푸른 하늘을 보며 음미해 본다면 그 문장이 주는 울림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책에 있는 몇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대로 죽는 법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뭐 그리 힘든가? 제대로 죽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제대로 살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죽고 사는 문제에 큰 가치를 두기보다는 생사를 덧없는 것이라 여겨야 한다.’ -156p  ‘고귀한 철학자들은 영원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줄 것이며, 아무도 끌어내릴 수 없는 자리에 오르게 해 줄 것이다. 이는 유일한 존재인 우리가 더욱 오래 살 수 있고 불멸의 길을 향해 갈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다.’ -110P  ‘아무리 인생이 짧다고 해도 충분히 즐기고 남을 정도로 길다.’ -91p  ‘미래에 대한 기대로 사는 것은 현재를 사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며 내일에 기대어 오늘 하루를 낭비하는 것과 같다. ...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75p  여름휴가를 가서 세네카의 「인생론」을 읽으며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생의 플랜을 구성해 본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복잡한 인생사에서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생각 없이, 플랜 없이 가다 보면 길을 잃기 마련이다. 지친 일상에 포위되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시간은 화살처럼 빨리 지나간다. 어느덧 몸은 늙고 후회뿐인 나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고 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이른 때이다.  오롯이 내 자신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억을 만들어 나가보면 어떨까? 세네카의 「인생론」은 그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책이 분명하다. 김정은 / KBS
    2023-06-28
  • 대통령실이 빼든 KBS 수신료 분리 징수…“방송 장악’노골화” 반발
    대통령실이 빼든 KBS 수신료 분리 징수…“방송 장악’노골화” 반발헌재, KBS수신료는 시청여부와 관계 없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 ▲지난 4월 1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KBS 수신료 분리징수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주도한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국민제안’ 투표결과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소속 방송사 노조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제공 :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통령실이 ‘국민제안’이라는 이름으로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카드를 내놓은 데 이어 여당인 국민의힘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정부여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방송통신위원회, KBS, MBC에 대한 검찰 수사, 세무조사, 감사 등과 맞물려 공영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노골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9일 홈페이지 ‘국민제안’ 코너에 “최근 전기요금 항목에 의무적으로 수신료를 납부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통령실 국민제안을 통해 제기됐다.”며 “수신료 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들려달라.”는 글을 게시했다. 대통령실은 한 달 동안 공개 토론에 부친 결과 96.5%(4월 10일 기준 찬성 5만6226건, 반대 2025건)으로 마감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겨레가 이 시스템이 “동일인 중복 투표(어뷰징)가 가능하다”고 보도하면서 투표 결과에 대한 신뢰도와 조작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뒤따랐다. 대통령실의 국민제안에 대해 KBS는  △수신료가 방송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입장이고 △분리 징수를 하더라도 수신료 납부 의무는 유지된다는 점 △프랑스의 경우 주민세 폐지로 인해 함께 부과되던 수신료가 폐지되는 대신, 전체 수신료와 동일한 재원을 정부 예산으로 조달하기로 한 점 등이 누락돼 있어 “참여자들에게 오해와 혼돈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KBS의 한 관계자는 “수신료 분리 징수는 때마다 나왔던 이슈지만 과거에는 KBS의 공정성이나 공영언론으로서의 역할에 불만을 가진 일반 시민이 제기했다면, 이번에는 대통령실이라는 위로부터의 논의라는 점에서 예전과는 사례가 다르다.”라며 “94년 한전이 통합 징수를 한 이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수신료는 단순 시청료가 아니라는 점과 통합 징수의 효율성에 대해 명시했는데,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이 나선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MBC에 대한 감사, YTN 민영화, TBS 지원 폐지 등의 맥락 속에서 KBS의 수신료 분리 징수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KBS를 길들이기 위한 저의가 깔려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수신료 분리징수 시, KBS-1TV 광고 가능성 제기, 전체 방송광고시장 경쟁 심화  광고업계에서는 수신료 분리 징수가 방송 광고 시장에 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수신료 분리 징수가 현실화하면 징수율 하락으로 그동안 수신료로 운영해 온 KBS-1TV가 재원 마련을 위해 광고 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고, 이 경우 방송 광고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방송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10년 동안 전체 광고시장에서 지상파방송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23%에서 8.8%대로 급락했다.”며 “KBS-1TV가 광고 매체로 전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지만, 만에 하나 시장에 나오게 된다면 새로운 지상파 방송사가 하나 생기는 것과 같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끼리는 물론 종편, 케이블 등 전체 방송 광고 시장의 경쟁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업계에서는 KBS가 광고 경쟁력이 높은 프로그램을 광고가 없는 KBS-1TV에 편성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며 “하지만 그런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수신료로 운영하는 KBS의 역할이고, 시장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공영방송이 존재하는 것이 시청자에게도 훨씬 이익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책적 고민과 공론화 절차 없는 수신료 분리징수는 공영방송 장악시도 순천향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심미선 교수는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논의는 분리 징수에 따른 공영방송의 부족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우선 고민해야 하며, 공영방송의 수신료 징수 방식을 바꾸는 문제 역시 정책적 고민과 합당한 공론화 절차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국민 의견과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TV수신료 징수 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조는 “미디어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만큼은 정치적 이해에 휘말려서는 안되며, 합당한 정책적 고민과 공론화 절차 없이 추진될 일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면서 정부와 여당을 향해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접으라.”고 촉구했다. 한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두고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며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결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에 대해 지난 14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국민의힘은 19일 단독으로 법안소위를 열어 법안을 논의하고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는 27일 본회의에 방송3법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도록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가처분 결정을 촉구한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사위와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 법사위가 직무 유기, 책임회피, 늑장 심사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방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단체들도 성명을 내어 “국민의힘이 방송법 개정안을 헌법재판소로 끌고 간 목적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본회의 통과를 막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부담을 회피하고자 하는 정략”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명분도, 현실성도 없는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매달릴 시간에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대안을 제출하라.”며 “합리적 대안도 없으면서 어떻게든 법 개정을 막아 공영방송을 집권의 전리품처럼 장악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겠다는 반민주적 행태를 계속한다면 이미 떠나고 있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3-04-26
  • [인터뷰] 최병한 부산MBC 사장…“이임식 때 박수 받는 선배 되겠다”
    [인터뷰] 최병한 부산MBC 사장…“이임식 때 박수 받는 선배 되겠다”부산MBC 최초 영상기자 사장 취임…“‘찾아가는 서비스’,자회사 설립 등으로 흑자 경영의 기초 만들 것” ▲지난 3월 29일 부산MBC 사옥 야외광장에서 진행된 최병한 신임 사장 취임식 장면. 부산문화방송(부산MBC)은 지난 3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최병한 부국장을 선임했다. 1996년 부산MBC 보도국 영상취재부 기자로 입사한 최 신임 사장은 부산MBC가 개국한 1959년 이래 '최초의 영상기자 출신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안게 됐다. 협회는 4월 18일 최 사장과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임기 3년의 구상을 들었다.  - 안형준 MBC 사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지역사 첫 사장인데, 취재기자 중심으로 임명되어 오던 관행을 깨고 첫 영상기자 출신 사장이 됐다. “부산MBC에서는 그동안 취재기자나 경영, 서울 본사출신들이 사장이 되어왔고, 이번 선거에 후보들도 13명이나 나와 내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남극마라톤대회를 주제로 한 다큐를 기획부터 촬영, 제작, 펀딩까지 혼자 진행했던 점 등 뉴스에 안주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기획을 하고 전체 숲을 볼 수 있는 과정을 피력했다. 나의 사장 선임은 영상기자가 가진 열정과 자격을 높이 평가받은 결과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알아준 이 기회를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최 사장은 지난 2009년 시각장애인 송경태 씨의 남극마라톤대회 도전기를 다룬 <빛을 향해 달리다>를 제작해 23회 한국영상기자상 다큐멘터리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부산MBC 사장으로 취임한 지 3주가 되어 간다. 조직 개편을 벌써 단행했던데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해 달라. “‘사장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구상이 있어 빠르게 조직 개편을 했다. 우선 영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본부장 체제로 바꿨고, 영상미술센터를 영상스포츠국으로 확대했다. 또, 기자와 PD간 협업과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시사제작센터도 만들었다. 방송본부장 아래 PD와 카메라감독 등으로 TF팀을 만들 OTT(Over The Top) 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이다.”- 직종 간의 칸막이를 낮추기 위해 사내 전직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제도인가. “남극에 취재를 갔다가 무릎 연골 수술을 받고 영상기자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 1년 반 정도 스포츠PD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회사에선 내가 스포츠PD를 지원한 것부터 난색을 표했는데, 이 분야가 취재기자나 PD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내 전직제도는 능력 있고, 조직에 동기부여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직종간 칸막이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사장 임기 3년 동안 직원들에게 다양한 업무 기회를 주려고 한다.”- 보도국과 관련해선 어떤 구상이 있는가.  “우선 어떤 뉴스가 만들어지는지 보고받지 않고, 회사가 대응해야 할 큰 이슈가 있을 때만 정보 차원으로 알려달라고 했다. 대신 예민한 주제가 있을 때 편집회의를 공개해 민실위 간사나 기자협회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해당 기자가 발제를 하고 토론하면 좋겠다. 편집회의는 회의록을 만들어 외부에 취재나간 기자들도 열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보도국장에게 간곡히 당부했다.”- 부산MBC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 언론사들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 MBC의 적자의 원인은 무엇이고, 이를 타개해 나갈 방안은 무엇인가. “매출이 다른 방송사에 비해 떨어지고, 영업 적자는 해마다 50억 원 정도로 고착화되어 있다. 나는 앞으로 매출 신장을 위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할 것이다. 우리와 거래가 중단된 기업을 먼저 찾아가고, 부산에서 열리는 대형 행사도 적극 유치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뉴스는 뉴스대로 공영방송의 길을 갈 것이고, 방송사 사장으로서 흑자 경영의 기초를 만들 수 있도록 직접 영업에 나설 것이다.  자회사를 만드는 것도 고민 중이다. 부산MBC는 중견기업으로 분류되어 지방자치단체 행사나 기업 홍보 등에 중소기업 입찰 제한에 걸려 들어갈 수가 없다. 부산 지역에서는 다른 방송사가 자회사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데, 올 연말까지 우리도 자회사를 만들어 영업 손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지금 부산MBC의 이슈는 아무래도 다음달로 예정된 사옥 이전일 것 같다. “(새 사옥 건설 예정인) 땅이 부산 엑스포 부지 인근에 있어 주최 측에서 우리 땅을 빌려달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올 11월에 엑스포 개최지 발표에 맞춰 새사옥 건설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해갈 예정이다. 새사옥 이전 전까지는 범일 사옥에서 지내야 하고, 오는 6월에 범일사옥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 범일사옥은 방송용으로 지어진 게 아니라 기존 건물을 구입해 몇 개 층을 사용하려다 보니 여러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  -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부산MBC만의 색깔을 보여줄 차별화된 콘텐츠 전략이 있다면. "1974년 부산MBC에 <200만의 대화>라는 토론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슈가 있을 때는 시청률이 48%까지 나왔다. 이제 <400만의 대화>를 만들어 <100분 토론>과 같은 영향력을 가진 부산MBC만의 대표 토론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싶다. 새로 이전하는 사옥 앞에 시민회관이 있어 토론 프로그램에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또, <빅벙커> 같은 프로는 킬러 콘텐츠로 만들고 좀 더 네트워크화할 필요가 있다. OTT는 가능한 한 지원할 계획이다. 나는 <피지컬 100>(넷플릭스)보다는 <나는 신이다>가 아카이빙을 잘 활용했다는 면에서 더 좋았다고 본다. 부산MBC의 역사가 있는 만큼 아카이빙을 활용하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 마지막으로, 부산MBC 역사상 영상기자가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게 처음이다. 선배로서 후배 영상기자들에게 당부 말씀 부탁드린다. “리더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영상기자는 기획, 구성, 취재 등 멀티 소양이 잘 되는 구조다. 이러한 소양이 업무를 통해 무한반복 되면 누구나 이 자리에 올 수 있다. 영상기자 중에 제가 먼저 올랐으니 실망시키지 않고, 이임식 때 박수 받는 선배가 되겠다. 또, 내 경험을 잘 닦아 후배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3-04-26
  • [뉴스VIEW] 당신 옆의 소외된 노동 우리가 외면한 취재차 운전기사의 삶과 죽음
    <뉴스VIEW> 김세희 변호사 (민주노총법률원)당신 옆의 소외된 노동우리가 외면한 취재차 운전기사의 삶과 죽음  한 방송사의 취재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분이 국회 취재이동 지원을 나갔다가 한강둔치의 국회 주차장 차량 안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는 20여 년 가까이 한 방송사의 취재 차량 기사로 일했는데 용역회사 소속으로 하는 일은 똑같은데 업체만 매번 바뀌었다. 방송차량 기사들은 대기가 곧 일인데, 방송사, 신문사 기자들이 취재하는 여러 출입처들에는 기자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만, 이들의 취재를 돕고 다음 취재를 위해 하루 종일 대기해야 하는 취재차 운전기사들이 쉴 공간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년 전 크고 멋진 소통관 건물을 새로 지어 기자실과 브리핑룸, 각 당의 공보담당실이 이전한 국회도 마찬가지다. 이번 취재차 운전기사의 죽음은 국민의 인권과 노동권을 가장 앞에서 보살피고 지켜야 할 국회와 정당들은 이들의 존재와 처한 상황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근본적으로 방송사는 직원이 아니니 이들의 노동환경에 무관심했고, 근로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역시 정해진 도급액 안에서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할 뿐 이들의 근로환경에는 관심이 없었다.취재차 운전기사들, 최저입찰 용역업체 바뀔 때 마다 고용불안 반복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쯤 언론노조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처음 알았다. 각 언론사에 취재진들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한 취재차량 운전기사들이 있고, 한 때는 정규직들이었던 운전기사들은 97년 IMF 때 모두 외주화되어 용역회사 소속의 비정규직들이 되었다는 것을. 같은 방송사에서 똑같이 차량 운전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고, 최저입찰 경쟁 속에서 임금은 늘 제자리걸음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게 그들의 현실이었다. 이들만이 아니었다. 방송작가, VJ, FD 등 프리랜서라는 이름하에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방송사에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 이후로 10여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방송작가 노조가 만들어지고, 방송사의 뉴스제작 프로그램의 작가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는 반가운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으나, 취재차량을 운전하던 그 분들에 대한 소식을 접할 일은 없었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검색창에 그분들의 소식을 검색해 보았다. 관련 기사 자체가 많지도 않았지만 제일 먼저 검색된 기사가 방송사의 차량 운전 노동자들이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해고에 직면했다는 기사였다. 방송사에서 도급업체를 변경하면서 고용문제는 도급업체 소관이라며 발을 뗐고, 새롭게 들어온 도급업체는 기존 보다 인원을 줄여, 입찰 참여 업체 가운데 가장 낮은 단가를 제시해 도급계약이 체결됐다는 것이었다. 계약대로라면 최소 2명의 근로자가 해고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었다.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니 더 나빠졌다고 봐야 옳다. 청소, 운전업무 등 대부분의 외주 도급 계약에서 도급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는 이미 일반적이 일인데, 방송사 차량운전 기사들의 경우 고용승계의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다. 비정규직 문제 자주 다루는 방송사, 정작 내부의 노동인권, 차별은 외면 방송에서 연일 우리 사회 비정규직의 문제와 소외된 노동에 대한 뉴스를 접한다. 그런데 정작 그 뉴스를 전하고 있는 방송사의 사정은 어떠한가. 방송사 내에는 방송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정규인력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기간제, 도급, 파견,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다. 계약의 종류는 모두 다르지만, 모두 방송제작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인력임에 틀림없는 사람들이다.  2020년에 공공부문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한 연구논문을 보면, 방송사 내 불안정노동자의 비율은 42%로 방송 제작에 필요한 전체 인력의 거의 절반가량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방송에서 방송사 내부의 비정규직의 문제, 소외된 노동의 문제를 다룬 기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의 감시자로, 우리 사회 곳곳의 소외된 노동의 문제들에 대해 따가운 일침을 놓던 그 취재의 순간 바로 내 옆에 소외된 노동자는 두 번 허탈했을 것이다. 최근 연이어 방송사에 다양한 영역의 비정규직들과 프리랜서 근로자들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고, 이들도 스스로 단체를 만들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법원은  프리랜서 방송작가, 프리랜서 PD, 프리랜서 편집감독이 방송국 소속의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외주용역, 파견계약하에 일해 왔던 MD, 방송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해당 방송사 소속의 근로자임을 인정하는 판결도 이어지고 있다.  연이은 법원의 판결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방송사들이 외면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방송사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정규직이 담당해왔던 상시적이고 필수적인 업무들을 계속 비정규직화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왔고, 그동안의 고질적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노동인권이 준수되지 않고, 차별이 만연한 방송 제작현장에서 공정한 방송, 좋은 방송이 만들어질리 없다. 당신 옆의 소외된 노동자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일은 좋은 방송을 만드는 일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좋은 방송, 공정한 방송은 인권을 우선하는 노동위에서 만들어진다.김세희 / 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