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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해진 기후 위기, 재난·재해 취재에서 안전하려면…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재해취재 특별간담회]  독해진 기후 위기, 재난·재해 취재에서 안전하려면…  “현장에 중계팀·영상취재팀 따로 파견·소통과 상황 판단 책임질 선배 기자 필요” “회사는 명확한 근로조건 제시하고, 취재진 스스로 안전 확보해야”  “기후 변화가 아니다. 이 정도면 기후 위기라고 해야 한다.”  이번 여름은 기록적인 폭우, 폭염에 이어 태풍이 진로를 바꿔 한반도를 관통하는 등 전국민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특히 재난·재해의 최전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보도해야 하는 영상기자들은 예년과 달라진 현장 상황에 당혹감을 느꼈다. 기후 위기에 따른 기상이변 현상은 앞으로 더욱 극단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취재진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영상기자들은 어떻게 해야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안전도 지킬 수 있을까.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나준영)는 8월7일 전국의 영상기자들과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취재의 현주소와 개선 방안’ 온라인 간담회를 마련해 이야기를 들었다. 간담회는 현기택 영상기자협회 편집장(MBC)이 사회를 맡았으며 jTBC 이학진, KBS광주 정현덕, MBC 김준형, MBC충북 신석호, SBS 윤형, YTN 윤지원 기자와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이 참석했다. - 편집자 주 <간담회> 현기택(사회자) : 기후 변화로 인해 위험한 현장이 많아지면서 담당 기자의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기존과는 다른 취재나 접근 방식에 대한 고민을 나눠보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 우선 전문가인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께서 기후변화와 관련해 전반적인 설명을 해 달라.   김승배(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 : 1850년 산업혁명 시점으로부터 기온이 전지구적으로 1.02도 올랐다. 한반도만 따지면 1.8도 정도로 지구 평균보다 훨씬 높게 상승했는데, 원인은 땅이 좁기도 하고 다른 나라보다 도시화가 돼서 기온 상승률이 높다. 2015년 파리협약을 통해 203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률을 1.5도로 묶자는 합의는 이뤄졌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1.5도를 넘을 것 같다. 최근 발간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1.02도 올라갔는데 전지구적으로 폭염, 폭우(강수일수)가 많아지는 현상들을 겪고 있다. 지금은 여름이라 북반구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당연히 폭염 속에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이 방향을 틀어서 우리나라로 오고 있어 걱정이다.   현기택 : 기후 변화를 한꺼번에 보여준 게 논란이 되고 있는 잼버리 행사인 것 같다. 폭우가 쏟아지고, 폭염으로 고생하다 태풍으로 끝나게 됐다. 오송 폭우와 관련해 취재 현장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설명해 달라.   신석호(MBC충북) : 충북 지역 영상기자들은 재난이 발생했던 7월 15일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계속 현장을 팔로우하고, 유가족을 만나고, 합동분향소를 취재하고 있다. 영상기자로서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이 굉장히 크다. 더위나 폭우 속에서 취재하는 것도 힘들지만, 가장 안타까운 건 유가족을 만나면서 슬프고 안타까운 감정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영상기자들은 현장에서 촬영을 하고 촬영된 그림을 편집한다. 이 과정에서 슬프고 안타까운 감정에 한 번 더 노출되고, 그런 것들이 이어지다보니 정신적 트라우마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 회사 쪽의 특별한 조치가 없어 아쉽다. 이 부분은 영상기자로서 함께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한편으로는 오송에 이어 괴산댐 월류 현상이 있었는데, 좋은 그림을 확보하려 큰 노력을 하는데, 아무래도 주변에 위험한 상황이 많다 보니 고민이 크다. 좋은 그림을 얻기 위해 현장에서 고민하는 게 온전히 영상기자의 몫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할 지 판단이 잘 안 서는 경우가 많다.   현기택 : 사람들에게 위험하니 대피하라고 알리는 역할을 언론이 하는데, 정작 기자 본인은 위험한 곳으로 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다.   신석호 : 댐이 월류될 수 있는데도 최대한 근접해서 좋은 그림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고, 침수된 논밭에서 스탠드업을 잡거나, 언제 다시 무너져내릴지 모르는 산사태 현장에서 최대한 근접해 취재하는 일도 있었다. 앞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늘어난다고 볼 때 재해·재난 보도도 늘어날 텐데, 이런 부분에 대해 오늘 간담회에서 많이 논의되었으면 좋겠다.   현기택 : 실종자 수색 작전에 참여했다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해병대 병사 소식이 너무 안타깝다. 준비없이 투입되다 보니 생긴 일인데, 한편으론 우리 일 같기도 하다. 재난 현장이 발생하면 영상기자들도 별 준비없이 가서 일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안타깝게 사고가 난 경우도 있었다. 폭우 취재시 영상기자가 참고하면 좋을 자료는 없는가.   김승배 : 저지대 침수 지도 같은 건 땅갑과 관계되어 잘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방송기자는 재난 현장에 가까이 가야 한다는 면에서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영상기자는 좋은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물이 넘치는 곳처럼 위험한 곳 가까이에 접근해야 하는데, 각별히 조심하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현기택 : 최근 전주에서 산사태를 취재하러 갔다가 나무가 쓰러져 기자가 다치는 일이 있었다. 이런 부분은 데스크들이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그들이 재난 취재를 했던 10년, 20년 전보다 기후와 현장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선배들이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취재 지시를 내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들이 경험했던 일과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일들이 상당히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취재를 지시하는 데스크와 회사는 더욱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폭염 취재로 넘어가 보겠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YTN 막내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길목에서 뻗치기를 하다 쓰러진 일이 있었다. 그때 싱가포르 기온이 34~35도였는데, 최근 우리나라 온도를 보면 곧 어디선가 비슷한 일이 생길 것 같아 염려가 크다. 폭염 취재 경험이나 관련해 회사쪽의 지원 같은 게 있으면 말해 달라.   윤형(SBS) :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어제(6일) 우리 회사에서 팔토시랑 넥쿨러를 나눠줬다. 최근 잼버리 취재를 갔었는데, 모자를 챙겨갔다. 햇볕에 직접 노출되지 않기 위해 그런 기본을 지키는 게 첫 번째인 것 같다.   현기택 : MBC에서는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10분 쉬고, 35도 이상이면 15분, 38도 이상이면 15분 이상을 쉬라고 권고 사항이 나왔다. 외국 기자들은 여름이면 반바지 입고 모자 쓰고 취재하는데, 한국은 아직 격식을 차려서 기자들이 반바지 입고 취재하는 걸 금기시한다. 그런 복장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현장까지 갖춰 입을 필요가 있을까.   김승배 : 기상청 폭염특보 기준이 올해 체감온도로 바뀌었다. 그동안 기상청은 33℃도를 기준으로 폭염주의보를 내고, 35℃ 이상일 땐 폭염경보를 발표해 왔는데, 올 여름부터는 온도에 습도를 더해 체감온도 개념을 도입했다. 습도 50%를 기준으로 습도가 10% 올라갈 때마다 체감온도는 1℃씩 올라가고, 반대로 습도가 10% 내려가면 체감온도가 1℃ 내려가는 것으로 방식이다. 예를 들어 온도계가 가리키는 온도가 32℃인데 습도가 60%이면 체감온도는 33℃, 70%면 34℃가 된다.   현기택 : 체감온도가 33도면 10분씩 쉬라고 권고하는 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니까 그런 것인데, 각 방송사에서 휴식 시간에 따른 권고 없이 기자들이 각자 알아서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저연차 기자들은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는데.   김준형(MBC) : 기후 변화 때문에 앞으로 매년 이런 현장이 닥쳐올 텐데, 그렇다고 폭염 때문에 생기는 상황들이 안 갈래야 안갈 수 없다. 언론인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취재를 가야 하는 상황이라 딜레마에 빠지긴 하더라. 덥다고 취재를 덜 하고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 다만, 너무 덥다는 걸 보여주는 뉴스들 가운데 더위를 보여주려고 기자들을 혹사시키는 듯한 아이템 발제는 없었으면 좋겠다.   현기택 : 요즘 날씨는 잠깐만 나갔다 와도 너무 힘든데, 다들 괜찮은지.   신석호 : 지난주 수해 피해복구 현장에 다녀왔는데 온도계가 36.5도까지 찍히기더라. 비닐하우스 촬영을 갔는데 정말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세 군데를 갔는데, 밖에서 세 시간 이상 있었고, 나중에 현기증이 오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빈번해지면 뭔가 대책 필요할 것 같다.   김승배 : 현기증을 느꼈다고 했는데, 어지럼증은 전형적인 온열질환 전조 현상이다. 이걸 무시하고 일을 더 하면 쓰러진다. 어지럼증이 느껴지거나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나면 일사병, 열사병의 전조 증상이니 바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현기택 : 일하다 보면 사실 잘 못 느낄 수 있다.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치부하면 참고 일하다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데스크들도 당부를 해야 한다.   정현덕(KBS광주) : 얼마 전 내가 발제해서 <체감온도 35도 넘으면 ‘야외 작업 중지’...노동부 권고 ‘하나마나’>라는 보도를 했는데, 고용노동부가 권고한 온열질환 예방가이드 가운데 작업중지 권고가 현장에서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보여주기 위해 나갔는데, 취재기자와 나도 두 시간 동안 못 쉬었다. 현기택 : 과거에는 날이 덥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자동차 보닛 위에 달걀을 깨뜨리기도 했는데, 기후 위기가 훨씬 심각한 상황인 만큼 재미를 위해 그런 보도는 지양해야 할 것 같다.   정현덕 : 밖이 덥다는 것을 비교적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치가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표면 온도계를 가져갔는데, 폭염이나 더위를 시각화하기 위해 썼던 방식이 있으면 알려주면 좋겠다.   김승배 : 도로 표면 온도, 건물 벽 표면 온도, 자동차 보닛 온도를 그 자체로 보여줘도 된다고 본다.   현기택 : 지표면 온도와 그냥 온도를 재서 같이 보여주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이제 태풍의 계절이다. 폭우랑 폭염은 겁나지만 어느 정도 대비가 가능한데, 진짜 겁나는 건 태풍이다. 영상기자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태풍의 진로를 따라다니며 취재할 텐데, 취재진은 물론 차량부 기사들도 걱정이다. 태풍 취재 경험이 있나.   김준형 : 작년에 힌남노 태풍 취재 때 네 팀이 내려갔다. 처음엔 울산으로 가려다 포항이 더 심각해 포항으로 갔는데, 피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취재력의 한계가 있다 보니 가서 선택해야 할 게 많았다. 지역사랑 커뮤니케이션도 해야 하고 어디를 가야 하는지 피해상황 등을 다 판단해야 하는데, 1년차 막내 기자만 가다 보니 현장에서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 많았다. 올해도 새로 들어온 막내 기자가 갈 것 같은데, 이런 게 옳은 건지 모르겠다. 판단을 함께할 수 있는 선배가 집중적으로 붙는 경우도 못 봤고, 매번 던져놓고 너희가 알아서 하라고 한다.   현기택 : 위에서는 취재팀을 보내고 나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판단해야 할 것도 많고, 고민도 많고, 위험할 때도 많다. 위험하니 안 가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첨단 기법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을 데스크에게 전달하도록 하겠다. 태풍 취재 피로도는 어떤가.   정현덕 : 작년 이후 ‘CP 차량’이라는 이름으로, 넓은 스타렉스 리무진이 지부별로 두 대씩 지급됐다. 재난 상황에서 콘센트를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비와 바람, 햇빛을 피할 수 있다. 그 외에 재난 취재와 관련해 제도적으로는 딱히 체감되는 것은 없다.   현기택 : 방수 카메라가 나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여름엔 차에서 내리면 김서림도 스트레스다. 리이브 방송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다 보니 현장에서 재난보도 관련해 요구하는 게 많아지고 있다. 다양하게 빨리 취재해서 그림 보내고 라이브도 하는 등 1인 다역을 해야 한다. 재난 취재와 관련해 개선됐으면 하는 점이나 데스크나 회사, 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현덕 : 현장에 LTE 장비를 가져가서 중계하는 경우 밑그림을 먼저 가서 찍고 현장기자를 연결하라고 하는데, 다른 방송사들은 보통 한 팀이 가서 다 하는지, 중계팀과 밑그림팀을 나눠서 하는지 궁금하다.   윤형 : 사안별로 다르긴 한데, 최근 잼버리 취재는 한 팀이 가서 리포트도 르포로 하고, 바로 LTE 붙어서 같이 해서 힘들었다.   신석호 : MBC충북은 급박한 경우는 LTE도 같이 하긴 하는데, 통상적으로 LTE 잡아주는 건 카메라감독 쪽에서 하고, 영상기자는 스케치하고 그림 쏴 주고 들어와서 편집한다. 우리는 최대한 구분하려고 하고 있다. 우린 중계차를 안 쓰고, 뉴스 연결인데도 LTE 연결은 카메라감독 쪽에서 도와주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여력이 안 되거나 하면 영상기자 쪽에서 잡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정현덕 : 재난현장이 있을 때는 중계팀과 영상취재팀이 별도로 나갈 수 있게, 최소 두 팀 이상 갈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주먹구구식으로 하기보다는 안전하게 취재할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   현기택 : 급박한 현장에서 과도하게 취재와 중계를 같이 요구하는 건 돌아봐야 한다. 정현덕 : 우리는 작년부터는 젊은 영상기자들끼리 뜻을 모아서 되도록 재난 현장은 화제든 건물 붕괴든 최소 2팀 나갈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 근거가 취재진의 안전이다 보니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당사자가 직접 말하지 않으면 챙겨주지 않는다.   윤지원 : 저연차라 크게 경험이 많진 않은데, 나도 그렇지만 현장에 계신 분들이 걱정이다. 오디오맨들이 장비도 워낙 많고 드론까지 챙기다 보니 요즘 많이 힘들어한다. 현장에 함께 하는 다른 사람들의 안전도 같이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정현덕 : 재난 현장을 보여주고, 제도적 허점을 드러내기 위해 현장을 포착하러 갈 때, 우리의 근로조건이 명확하게 확립되어 있지 않다. 또, 재난현장에 갔을 때 현장 취재와 리포트 취재, 중계까지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막내 기자들은 업무가 과도하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재난현장이면 두 팀 이상을 보내야 한다. 우리에게는 오디오맨이라는 촬영 보조인들이 있다. 무거운 장비들과, 최소 10kg 이상의 삼각대를 메고 다니다 보니 일반인보다 탈진하기도 쉽다. 언론인으로서 폭염, 홍수, 태풍 등 재난 현장에 안 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전하게 취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회사는 명확한 기준을 갖고 근로조건을 제시하고, 취재진도 스스로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기택 : 앞으론 확실히 기후 변화에 따른 취재가 늘 텐데 안전에 대한 문제가 있고, 구태의연한 취재법 말고 영상기자들이 할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 보여주기 위한 취재 말고, 정말 정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재난 관련 CCTV, 제보영상, 위성 사진, 기상 정보 등을 미리 파악해서 일을 해야 할 텐데, 첫째는 안전, 둘째는 언론이 전보다 나아진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기자들은 당장 찍는 것에 함몰되지 말고, 회사와 데스크 등 업무 지시를 내리는 쪽에서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체감온도 기준 등을 분명히 알고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   정리=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3-08-31
  • 아소 가계, 1000년의 조선 국유림을 왜 파괴했는가
    일본 군국주의 전범자와 정치인의 역사인식 (3)  아소 가계, 1000년의 조선 국유림을 왜 파괴했는가  ▲아소 타로(麻生太郎) 일본 자민당 부총재 사진 출처 : MBC 뉴스 캡쳐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조선에 독산녹화(禿山録化) 정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동안 벌목이 금지됐던 국유림이 민간기업에 매각되어 귀중한 자원이 수탈되었다. ‘아소 상점’은 조선에서 이익을 얻은 기업 중 하나였다.  고려시대부터 1000년간 국유림으로 궁궐과 군에 목재를 공급해 온 안면도(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의 산림(사진1)은 세계적으로 드물 정도로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관리돼 왔다. ▲당시 안면도의 임상, <사진 출처 ‘안면도’(1933년 발행)>    소나무가 많고 운송이 편리한 안면도는 조선왕조시대 초기부터 전함과 조운선을 만드는 목재 공급지로서 수군이 직접 관리했다. 목재자원 조성 정책도 적극적으로 실시됐다. 조선왕조시대의 법규 ‘경국대전’에는 “매년 봄에 소나무 식림을 파종하여 기르고 몇 그루 태어나고 자랐는지 그 수를 연말에 국왕에게 보고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현장 직원은 처벌한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1910년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자 나라가 궁정에 필요한 목재를 얻기 위해 벌목을 금지해 온 ‘봉산’의 대부분이 국유림으로 바뀌었고 권력기구인 조선총독부가 이익을 얻는 것과 처분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안면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소 상점이 안면도 매수  국립산림과학원 배재수 원장은 “당시 조선총독부는 식민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국유림을 매각하려고 조선임정계획을 세워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봉산’ 안면도를 매각 처분했다.”고 말했다.    조선임정계획은 국유림경영기관 개혁에 의한 경영 강화와 나라 이외의 것을 소유하는 산림인 민유림에 관한 행정을 충실하게 하기 위한 ‘민유림정 충실(民有林政充實)’과 ‘민유림 지도 방침 대강’의 목적으로 1926년에 세워졌다. 그리고 국가가 국토 보안 및 산림경영을 위해 국가 소유로 보존할 필요가 있는 ‘요존 국유림(要存國有林)’ 531만 정보 가운데 민간에 개방하는 것이 유리한 농경지·임업경영지의 약 131만 정보를 요존 국유림에서 제외했다. 그중, 100만 정보의 임업 경영지를 조림 대부(후에 양여, 30만 정보)와 매각 처분(70만 정보)으로 구분했다.    이후 안면도는 매각 처분되었다. 그리고 그 산림을 조선총독부로부터 매수한 것이 아소상점이었다. 아소상점은 아소타로 자민당 부총재가 사장을 역임한 (주)아소시멘트의 전신 기업이다.    아소시멘트가 1975년 4월에 발행한 ‘아소 백년사’에는 “소와(일본의 연호) 초 당시 조선총독부가 안면도 산림을 개방하고 민간에게 개척하도록 했을 때 아소 타키치(麻生 太吉)가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동 섬(안면도)의 총면적 9천 정보 가운데 (산림을 이루고 있는) 성림지 6천 정보를 82만 3천 엔에 매수하는 데 성공하고 1927년 3월 안면도 임업소를 개설했다. 다음 해 9월 안면도 승산리에 사무소, 강 건너 대나무 기슭에 출장소를 각각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고 적혀 있다.    초대 소장에는 크리스천이면서 도민을 잘 알고 있는 하야시 쇼조(林 省三)가 기용되었다. 그는 저서 ‘안면도’(1933년 발행)에서 “안면도 입찰에 참가한 기업 가운데 마지막까지 경쟁한 회사는 아소상점과 동척(동양척식주식회사)의 일대일 경쟁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동척은 1925년에 발생한 전라남도 나주군 궁삼면 토지 수탈사건과 관계가 있어 조선인에게 분노의 표적이 되었다. 이러한 와중에 일본의 대표적인 국책회사인 ‘동척’과 ‘아소상점’이 마지막까지 경쟁한 것이 논란이 되었다. 안면도를 매수한 아소상점은 연간 벌목 총량 약 8만 척을 토목 자재로 이용할 계획이었다. 아소 타로(麻生太郎) 부총재의 증조부 아소 타키치(麻生太吉)는 ‘아소 백년사’에서 안면도의 매수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안면도의 토질은 소나무에 적합하고 전 섬 대부분이 적송 밀림이다. 약 1억 2천만부터 1억 3천만 그루의 소나무가 있어서 도저히 내지(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훌륭한 것뿐이다. 내(타키치)가 이 섬에 눈독을 들인 것은 나의 광산에 사용할 갱목이 연간 40만 엔에서 50만 엔 (비용)이 들어가는 데 거기에 이 섬이 있으면 당분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아소상점은 당장 제작소를 설치해 소나무를 베고 싶었던 것이다.    동년사에는 “동 섬에는 유리의 원료인 규사가 다량으로 산출하므로 이 방면에 힘을 쏟았으며 안면도 임업소는 그 이름처럼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이상적 환경의 ‘아소 왕국 건설’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안면도민의 분노와 비난   조선왕조시대 때 ‘봉산’으로 지정된 안면도와 황해남도의 장산곶, 전라북도의 변산반도가 일본의 기업에 매각되자, 이에 조선인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동아일보 (1927년 3월 30일)  1927년 3월 30일 동아일보(자료1)의 기사에는 “서해의 극락도라고 하는 안면도는 본래 왕궁의 관곽재(죽었을 때 사용하는 관의 목재)로 사용할 수 있는 나무가 있는 곳으로 총면적이 6천30 정보의 큰 섬으로 수목이 창련 하고 경치가 비옥한 데다 노루와 사슴, 두루미와 같은 회귀한 새들이 솔가지에 깃들어 그 안에 사는 8천 명의 주민은 누워 자면서 먹고 산다는 섬이었다.”며 “총독부에서 안면도의 산림을 매각하게 되어 입찰한 결과, 아소상점의 아소 타키치 씨에게 82만 3천 원(엔)에 낙찰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섬은 형식으로는 삼림지역만 낙찰된 것 같지만 실상은 그 섬은 대부분 삼림지대이지만 약간의 민유지의 경작지도 있었다”며 “사실상 아소 씨가 매수하여 이 섬의 왕이 되다시피 되었다”고 빍히고 있다. 특히 “아소 씨는 일본인 이민을 모집하여 이주하게 한 후 제재소를 설립하여 채벌하게 하고 유리 만드는 원료 사암을 채굴한다”고 하여 당시 조선인들은 안면도가 아소상점에 매각되었을 때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목재를 일본으로 운송하는 모습 <사진 출처 ‘안면도’(1933년 발행)>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승산리의 도민 박병태 씨(당시 85세)는 “임업소의 초대 소장 하야시 쇼조(林省三) 씨의 능란한 설득으로 도민들은 섬의 나무들을 소생시키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아소상점은 큰 나무를 벌채하여 목재를 배에 실어 인천, 군산을 경유해서 일본으로 운반(사진2)하는 것을 보고 지식층들은 이를 비난하고 극렬히 반대했다” 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안면도민으로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에 살던 오문환 씨(당시 84세)는 징용을 피하기 위해 17세이던 1939년부터 해방까지 아소상점이 운영하던 안면도 임업소에서 송진 채취 작업을 했다.   ▲오문환 씨가 안면도 휴양림 (당시 안면도 임업소)에서 송진을 채취한 흔적을 가리키고 있는 모습    오 씨는 안면도에 있는 우거진 소나무에 당시 송진을 채취한 적이 있는 나무를 찾아냈다(사진3). 소나무 줄기에는 아소 상점이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톱질한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세월과 함께 잊혀 가던 안면도의 기억을 되살린 오 씨는 “당시 아소 상점에서 일한 하루의 일당은 70~80전 정도였다”며 “그것은 5일간 일해야 쌀 한 말을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양으로는 혼자밖에 연명할 수 없었다.”고 당시의 기억을 되살렸다.    김영희 전 안면도 휴양림 소장(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정당리‧당시 70세)은 일제강점기에 아소 상점이 안면도에서 송진을 채취한 실태를 알기 위해 최종석 씨를 만났다고 했다.    최 씨는 1940년부터 45년까지 이 임업소에서 송진 채취 인부로 일했다. 그는 김 씨에게 “안면도 성림지 6000 정보 내에 300명 이상이 들어가서 하루 한 사람당 소나무 200그루 정도 송진을 채취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송진은 일본의 군수품으로, 벌목한 소나무는 탄광 갱목으로 사용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일제강점기 수난 이후 안면도는 국민에게 잊혀지고 노령수의 우량목이 수북이 우거진 과거의 나무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있었던 조선의 자랑할 만한 것의 하나로 ‘봉산을 식림에서 녹색으로 바꿨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안면도를 비롯한 귀중한 산림이 민간 기업에 매각돼 그 자원이 약탈당한 사실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그리고 약탈을 자행한 기업들은 그 책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역사의 과오는 평생 남아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요존국유림 : 국가소유로 보존필요가 있는 산림 ☞ 조림대부 : 국유림 조림 목적으로 민간에게 대부하는 것. 한 원 상 (한국영상기자협회 고문)
    2023-08-31
  • “후쿠시마 오염수, 서로 다른 체감온도”
    [현장취재기]  “후쿠시마 오염수, 서로 다른 체감온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가장 먼저 도달하고, 상당수가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제주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 이후 몇 년 동안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며 가격이 폭락해 상당한 피해를 봤던 제주 수산업계 입장에선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게 당연합니다.    이런 이유로 지역 언론에선 이례적으로 후쿠시마 현지에 다녀왔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후쿠시마 현지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염수 방류를 가장 우려하는 후쿠시마 수산업계는 물론, 한 해 3천만 명 넘는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후쿠시마 관광업계를 국내 언론에선 사실상 처음으로 취재했습니다.    후쿠시마 출장 첫날, 저희는 후쿠시마시에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집회를 취재했습니다. 100여 명의 사람들이‘바다를 더럽히지 말라’는 현수막을 들고 거리로 나와 후쿠시마현청까지 행진하며 반대 구호를 외쳤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후쿠시마현 주민들은 원전 오염수 방류를 우려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출장 중 가장 불안했던 일정은 원전이 있는 후타바 지역 취재였습니다. 후타바에 가까워지자 도로 곳곳에 방사능 수치를 알리는 측정기가 눈에 띄고, 주택은 물론 상가 대부분이 무성한 풀에 덮여있어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후타바 지역은 방사능 수치가 높아 사람이 장시간 머물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후쿠시마는 방사능 피폭 가능성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합니다. 하지만 후쿠시마현은 일본에서 3번째로 면적이 넓고 후타바 해안지역에서 산간 지역까지는 차로 3시간 이상 이동해야 합니다. 산간 지역 중 유명 관광지로 알려진 아이즈와카마쓰 지역도 다녀왔는데 평일에도 수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모습에 후쿠시마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현지에 일주일 넘게 머무르며 취재진이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떠나 현지에선 풍평피해, 즉 소문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했습니다. 매일 후쿠시마현 항구로 들어오는 수산물들을 종류별로 검사해도, 지금은 료칸에 객실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들이 붐벼도 오염수를 방류하면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소비 심리 위축을 걱정하는 제주도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가 과장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여파가 소비자마다 다를 거라는 가능성은 남겼습니다. 후쿠시마현에 살면서도 외국산을 찾아 먹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경우도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현 어시장에는 일부러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사러 멀리서 찾아오는 소비자들이 있었고, 료칸을 찾은 관광객들은 후쿠시마산 식재료로 만든 음식과 술을 거부감없이 소비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후쿠시마 오염수가 정말 안전한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오염수 해양 확산 실험 결과에도, 여전히 방류 안전성을 두고 논의는 공회전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논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취재진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서울대학교 서균렬 교수팀과 연구에 착수해, 오염수 방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했습니다. 한 달가량 진행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다핵종제거설비 ALPS가 정상 가동하면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ALPS가 방사성 물질을 제거해 삼중수소만 방류된다면 암 발병률은 10억 명 중 한 명으로, 사실상 0%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 보고서에서도 이런은 이유로 방류해도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ALPS가 제대로 가동하지 않을 경우입니다. 지난 2021년 9월, ALPS 정화 필터 25개 중 24개가 파손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과거 미흡한 부분을 보완했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과연 일본 정부를 믿을 수 있을까요? 이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정화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한 감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KBS제주 부수홍 기자 
    2023-08-31
  •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영상저널리즘 연구소]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 취재윤리, 국가가  중심의 언론 통제가 아닌  현장기자들의 주체적 판단 속 정립돼야 지난 늦봄에서 이번 여름까지 캐나다 토론토와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두 개의 국제학회에서 기자가 아닌 연구자로 발표를 했다. 토론토에서 열린 ICA 컨퍼런스는 (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 는 미국 중심의 학회라면,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IAMCR 컨퍼런스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media and communication research)는 유럽과 제 3세계 학자 중심의 학회로 알려져 있다. 개최 국가가 매년 바뀌고, 수 천명이 참여하는 컨퍼런스이기 때문에 현업에서 종종 다니던 국제대회 분위기도 나는 데다가, 저널리즘 뿐 아니라 미디어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와 관점을 한 곳에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보고 느끼는 바가 컸다. 젊은 현업기자들에게 이런 기회들이 더 주어진다면 보고 느끼는 게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이런 자리에 카메라가 아닌 페이퍼를 들고 가는 내 모습이 낯설기만 하지만, 다양하고 복잡해진 미디어 환경에서 현장은 보다 정교한 이론을 필요로 하고, 이론에는 현장의 목소리가 더 반영되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아직 나에게는 일의 연장이란 생각이 든다. 이 자리에서는 토론토의 발표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려 한다. <난민의 올바른 재현이란> 이번 연구는 난민 보도에 있어서 사진의 안과 밖에서 작동하는 권력과 제작관행의 연결 지점에 관한 것이었다. 2022년을 기준으로  1억명이 넘는 국제 강제 이주민들이 지구상을 떠돌고 있는데, 국내외 언론사들은 이들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이들을 올바르게 재현하는 데에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가까운 예로 지난 6월, 침몰한 타이태닉호를 보러 가던 심해잠수정 탑승자 들의 사망 소식은 전 세계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큰 관심을 받았지만, 지중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난민선의 침몰과 난민들의 익사에 언론사들은 대부분 무관심하고, 더 나아가 적대적일 때도 있다. 난민을 포함해서 우리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보도하는 문제는 이렇게 언론사의 정파와 기본 논조에도 영향을 받지만, 현장 기자의 가치와 윤리적 코드, 그리고 제작 관행에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서방언론이 비판을 받는 대표적 지점은 서방세계가 이슬람을 일방적으로 보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이런 배경 하에서 이번 연구는 서구의 대표적 국제통신사들이 기독교 문화권인 우크라이나 난민과 이슬람 시리아 난민을 시각화 하는 방식을  비교한 것이다. 연구 결과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보도영상에 내재된 권력과 영상의 형평성> 첫째, 시리아 난민의 경우, 남성의 비중이 높고, 우크라이나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둘의 결정적 차이는 유럽이 이중적인 난민 정책을 통해 이미 촬영 전 단계에서부터 사진의 성격을 구조적으로 차별화하고 있는데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3년 동안 유럽 내에서 일하고 거주할 수 있는 한시적 보호 조치(Temporary Protection Directive)를 적용 받았고, 시리아는 그렇지 못했다. 법적 보호를 받는 난민들을 다룰 수 있는 공간은 자연스럽게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일상적, 문명적 공간이지만, 난민촌 철창 너머로 촬영되는 난민들은 대부분 이질적이고 비문명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여성과 어린이는 난민의 역경과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현장 기자들이 대표적으로 찾는 대상들인데, 우크라이나 난민 사진의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이렇게 보도 사진은 현실을 반영하고 구성하면서 동시에 현실에 의해 한계 지어진다.  둘째, 남성 사진의 경우에도 우크라이나 남성은 친근감을 높일 수 있는 반려동물이나 아이와 함께 촬영한 사진 빈도가 높다. 또한, 시리아는 그룹 샷들이 많고, 우크라이나는 개인들을 포착한 사진들이 많다. 그 이유는 시리아의 경우 통제를 받아서 혹은 취재의 관행상 망원렌즈를 주로 사용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촬영을 했기 때문이다. 시리아 난민들의 개별적 사연들은 대부분 공개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난민의 보도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이름과 개인적인 사연들이 소개되었다.  이 각도에서 보다 보면 결국, 사진의 차이는 종군사진기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카파(Robert Capa)의 유명한 표현,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당신은 충분히 가깝지 않은 것이다”에 다다른다. 그가 말한 거리감은 물리적이기도 하지만 심리적이기도, 그리고 제도권 내에서는 정치적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일하는 영상기자들은 이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또 그것이 어떻게 제작 관행으로 연결되는 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시간과 적절한 지원이 없다면 우리는 먼 거리에서 불특정한 다수를 망원렌즈로 촬영하고 와서, 이들의 성격과 정체성을 규정하는 내레이션과 자막을 붙인다. 이런 오래된 방식이  현대 미디어 문화와 맞는 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처럼 사람들을 포함하는 취재는 그 과정에서 경제적, 정치적, 윤리적 문제들이 뒤엉킨다.  난민 재현에 있어서 서구의 유수 언론들도 같은 논리로 편향성과 보도의 방식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사회 심리학자들의 실험과 소외된 이웃의 재현> 한편, 우리나라의 난민 보도로 눈을 돌려 보면 또다른 문제가 있다.  국내 언론은 취재원의 보호라는 취지에서 탈북민을 포함해서 난민들의 영상 대부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있다. 그 취지와 방향은 맞지만, 여기에는 생각해 볼 또 다른 지점이 있는데, 바로 모자이크의 사회적 효과와 관련된 것이다. 사회 심리학자들은 서로 다른 그룹에 서로 다른 성격의 난민을 사진을 보여주고 사람들의 인식의 차이를 살펴보았는데, 불특정한 난민들의 그룹 샷을 본 사람들은 구체적인 난민 개개인의 사진을 본 사람들에 비해서 반난민정책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반이민 정서를 선동하는 지도자들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난민 보도와 관련해서 모든 난민들이 자신들의 얼굴이 노출되었다고 위험해 빠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차원에서 생각을 해 본다면, 모자이크가 심하게 들어가 있거나 식별 불가능한 그룹 샷이 주종을 이루는 현재의 보도 영상 패턴의 효과는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모두 알다시피 이런 관행은 인터뷰를 할 때 훨씬 폭넓게 사용된다. 현장을 생각해 본다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얼굴이 나오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나 제작 편의를 위해 끈질긴 설득대신 모자이크와 뒷모습으로 하는 경우가 너무 많지 않았나 싶다.  사회심리학자들의 실험연구들을 뒤집어서 생각해 본다면, 국가는 초상권 등 명목적인 원칙을 통해 현장을 통제할 수도 있고, 또한 이미지를 통해 여론 형성과 공론화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이미지를 볼 때 이성보다 감성적 가치가 더욱 커진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에 거주하면서 우리나라처럼 모자이크 처리가 자주 등장하는 뉴스 영상을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다. 이런 생각들로 이번 발표에는 최대한 현장의 느낌을 많이 전달하려고 노력을 했다. 15분 동안 영어로 설명하는 것도, 카메라 없이 그런 자리에 선 것도 낯설었지만, 영상 저널리즘 위기의 시대에 세계 곳곳에서 고민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이런 내용들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을 한다. 주관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영상기자들은 국내외의 다양한 사회적 맥락을 어느 나라 영상기자들과 비교를 해도 적지 않게 경험을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서양 번역서를 그대로 적용을 하거나,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보다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현장 지식을 생산하고 다양한 기자들과 연대하고 교류하면서, 영상저널리즘이 나아갈 길을 주도적으로 이끌었으면 좋겠다. 현장에는 기자를 향한 비우호적인 사회적 시선, 현장 통제의 강화,  황색저널리즘의 횡행, 그리고 누구나 기자 직종으로 분류되는 사회적 인식까지 다양한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그래서 우리 직종의 가치를 보다 더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 가치를 찾아내는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토론토의 국제 컨퍼런스는 미약하지만 그런 생각을 펼쳐본 첫 공간이었다. 김우철 / 前MBC 영상기자, 사이먼프레이저 대학 박사
    2023-08-31
  • [뉴스VIEW] 진실을 가짜로 만드는 무소불위의 힘은 누구인가
    [뉴스VIEW]  진실을 가짜로 만드는 무소불위의 힘은 누구인가  ‘가짜’에 상을 수여한다는 희괴한 소식을 들었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이라는 단체 주최의 ‘2023 상반기 10대 가짜뉴스 시상식 & 기념토론회’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3천만 원이나 지원한다니 사실임이 분명하다. 이 시상식 홍보 동영상에서 “가짜뉴스 누가 누가 잘하나? ‘가짜 명작’ 쏙쏙 뽑아”라고 자막으로 소개하고 있으니 가짜뉴스를 ‘진짜’ 시상하는 게 맞나 보다. 국민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수상과 후보작은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선정해야할 것이다. 상금과 명예도 뒤따라야 마땅하다. 그런데 '자유언론국민연합' 홈페이지에서 가짜뉴스 시상식 취지를 살펴보니 “국민들께 가짜뉴스의 폐해와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건장한 언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가짜뉴스와 가짜뉴스를 만들고, 배포하는 자들이 자유대한민국에 발붙이지 못하고 패.가.망.신. 하도록 온 국민과 함께 싸워가겠습니다.”고 밝히고 있다. 왜 번거롭게 굳이 시상의 형식을 빌려 패가망신을 시키려는 것인지 그 발상이 매우 독특하다. 대개는 잘한 일을 격려하고 칭송하고자 상을 주지 않나. 게다가 진실하고 사실에 기반한 객관적 언론이 아닌, ‘건장한 언론’을 만들어 가겠다니.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언론을 만들어 가겠다는 취지가 낯설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의 ‘2023 상반기 10대 가짜뉴스’ 선정투표 링크를 따라가면 우수 ‘가짜뉴스’ 후보작 30여 편이 이슈 중심으로 분류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 관련 이슈는 ◼문재인 혼밥 ◼김정숙 옷값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북한 어민 강제북송 사건, 이명박 정부 관련 이슈는 ◼4대강 ◼사드괴담, 야당 관련 이슈는 ◼이재명 선친묘소 훼손 ◼이재명 조문 반발 ◼김남국의 이모 교수 ◼김남국 거지행세와 가상화폐 ◼넷플릭스 투자, 일본 관련 이슈는 ◼후쿠시마 오염수 ◼극단적 친일 국방 주장◼일본 자위대 ◼일장기 경례, 대통령 관련 이슈는 ◼MBC 뉴스데스크, 바이든...◼청담동 술자리 ◼일광 횟집 ◼용산 관저 이전 천공 개입설 ◼영국 국왕 조문, 대통령 부인 관련 이슈는 ◼쥴리 ◼빈곤포르노 ◼영국 국왕 장례식 베일 착용, 한동훈 관련 이슈는 ◼검언유착 ◼‘YTN 돌발영상’ 생방송 리허설 ◼마약과의 전쟁 ◼마약 단속과 일방통행 ◼한동훈 딸, 현 정부 관련 이슈는 ◼김기현 울산땅 등이다. 특히 ‘언론’ 관련 뉴스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폐지 프로그램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보도한 윤석열 정부 KBS, MBC 사장 퇴진 압박 보도와 TBS 예산 삭감 뉴스를 ‘방송장악’ 가짜뉴스로 분류하고 있었고, ‘검언유착’과 관련해 MBC 뉴스데스크, KBS 유튜브 채널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등의 보도를 문제 삼았다. 공교롭게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방송된 “국회에서 이XX들이 바이든 쪽팔려서‥”(2022년 9월 22일 방송)도 후보작이었다. 윤대통령의 확인되지 않은 발언에 ‘자막’까지 달아 시청자를 오인케 했다는 것이 우수 ‘가짜뉴스’ 후보 선정 이유였다. 후보작 분류체계와 링크조차 뒤죽박죽이고 오타투성이인 ‘가짜뉴스’ 후보작을 도대체 누가, 어떤 기준과 절차에 의해 선정했을까?    이 단순하고도 명백한 물음조차 가볍게 던지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느낀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가짜뉴스’는 합의된 뚜렷한 정의가 아직 없다. 분명한 것은 사회적으로 보도 가치가 있는 뉴스에 대해 진위 논쟁이 일어났을 때 이를 밝히기 위한 발언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어떠한 힘에 의해 억압되거나 은폐되기를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표현의 자유가 남용되거나 악용되어서도 안 된다. 표현에는 진실을 보도할 책임이 따른다. 조지 오웰은 “진실은 내가 필요할 때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발견되는 것”이라며 진실의 성질에 대해 간명하게 설명했다.    객관적 진실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밝히는데 큰 용기가 필요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서로 믿고 그 발견된 진실을 함께 알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지난해 제107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뉴스특종단독보도’ 부문에 대통령 비속어 취재를 한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을 수상자로 결정한 바 있다. 한국영상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특정 방송사가 아닌 KBS, MBC, SBS, MBN, OBS, JTBC, YTN 등 총 7개 방송사 취재단에게 수여한 이유를 “해당 영상의 온전한 보도와 정치적 왜곡을 막기 위해 기자단이 보여준 행동들은 저널리즘 윤리와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높이 평가해 수상자로 선정했다”(출처 :PD저널 2022년 12월 5일자 기사)고 밝혔다. 진실이 연대할 때 희망은 빛이 난다.    공영방송을 포함한 다수의 매체가 동일한 진실 보도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특정 언론을 가짜로 지목해 의도적으로 ‘패가망신’ 시키려는 누군가가 있다. 공교롭게도 새 방송통신위원장께서는 가짜뉴스를 엄단하고 무소불위 공영방송을 국민의 심판과 선택을 통해 신뢰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취임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국민적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공영방송 이사진과 경영진을 해임시켰고, 공영방송 구조를 파행적으로 개혁하려는 움직임을 가시화 하고 있다. 언론인이라면 지금 무소불위의 주체가 누구인지 알 것이다. 취재의 자유, 표현이 자유, 진실을 밝힐 자유가 위축될까 우려스럽다.  진실을 밝히려 용기 내는 언론인들은 힘을 내시라. 특히 카메라로 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는 영상기자들께서는 더욱 힘을 내시라. 돌을 맞으며 아프게 기록한 진실은 잊히지 않는 법이다. 최선영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2023-08-31
  •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숙제”
    [현장취재기]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숙제”      지난 7월 15일 오전 8시 40분,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궁평 제2지하차도가 집중호우로 인해 임시제방이 유실되면서 물에 잠겼다. 그 안에는 시내버스, 화물차 등 15대의 차량이 있었다.    취재진은 당일 MNG를 통해 현장을 생중계하며 피해자가 없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다행히 지하차도의 중앙 분리대를 잡고 탈출을 하신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차량 안에 있는 사람들이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소방당국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무거웠다.    14명 사망 10명 부상.    친구들과 여수 여행을 가기 위해 오송역으로 향하던 20대 여성, 세 남매를 둔 40대 치과의사, 지난 5월 결혼한 30대 초등학교 선생님 등 이들의 안타깝고 황망한 죽음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이지 않나 생각한다.    현장이 마무리되고 과연 이번 사고가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취재가 시작됐다. 우선 임시제방 보수공사를 담당하던 감리단장을 만나기 위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앞에서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감리단장을 만날 수 있었고 그 분이 112 최초 신고자였다. 하지만 112 신고받은 경찰은 엉뚱한 곳으로 출동했고 각 지자체들은 서로 관할구역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안타까웠다. 충북 도청, 시청, 구청, 행복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지만, 모든 사람이 이번 참사에 대해 함구했다. 현재 검찰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누군가의 책임과 그에 맞는 처벌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리고 앞으로 재난 대응 시스템에 대해 더 세밀하고 꼼꼼한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사실 이번 참사로 가장 고통받는 분들은 유가족과 현장을 빠져나왔지만 온전한 생활을 하지 못하는 생존자가 아닐까 싶다.    어느 날. 생존자분들의 인터뷰 요청이 왔다. 그 당시 블랙박스를 보여주며 지하차도 안에 갇혔을 때의 심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날의 생각에 그분들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불안감과 공포감이 남아있음을 인터뷰 도중 느꼈다. 당시 지하차도 내부 블랙박스를 공개한 이유도 책임을 서로 미루는 정부 기관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길 바란다며 진상 규명에 힘을 보태기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송 참사를 통해 허술한 재난 시스템의 재정비도 필요하지만, 지금의 유가족들과 생존자들이 온전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거라 생각한다. KBS청주 강사완 기자 
    2023-08-31
  • [현장취재기] “기후위기 시대의 영상기자’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    바야흐로 기후 위기의 시대입니다. 올여름 살인적인 더위로 우리나라에선 전국적으로 천 명이 넘는 온열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수십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바다 건너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탈리아 로마는 연일 최고 기온 40도를 웃돌았습니다.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시칠리아섬은 최고 온도 47.6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지구 전체가 펄펄 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극한의 더위는 제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폭염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으로 나갈 때면 위에서 내리쬐는 태양광선과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의 협공으로 정신이 아찔해지기도 했습니다. 광화문 광장 분수대에서 물을 맞으며 뛰노는 아이들을 찍고 나면 나도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현장은 폭염의 절정이었던 8월 초의 비닐하우스였습니다. 폭염의 비닐하우스에서 작업을 하던 어르신들께서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직접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를 측정하여 시청자들께 폭염에 밭일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비닐하우스로 들어가 온도계로 내부 온도를 측정해 봤습니다. 결과는 45도. 대구 출신으로 나름 더위에 내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저는 그 숫자와 함께 완전히 붕괴됐습니다.    아찔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스케치와 스탠딩을 마치고 나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속에 다녀온 듯 젖어있었습니다. 제 상의만을 젖게 했던 광화문의 열기는 이곳 비닐하우스 열기에 비하면 버틸 만한 것 같기도 합니다. 진짜 문제는 축축해진 옷가지가 아니라 이후 찾아온 증세였습니다. 두통, 메스꺼움, 무기력함. 더위 먹음 증상의 대표적인 세 녀석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에어컨이 틀어진 휴식 공간으로 들어가 찬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혔습니다. 바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면 큰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과연 이 경험이 저만의 특이한 경험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께서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것입니다. 더 위험한 현장을 취재하신 분들도 분명히 계실겁니다. 생생한 현장을 취재하여 시청자들께 전달하는 영상기자로서 기후위기와 폭염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현명하게 맞이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기상청에서 알려주는 폭염 대처 방법은 이렇습니다. 폭염 취재 시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모자나 자외선 차단제를 적극 사용해야 합니다. 우산 등을 활용해 직사광선을 피하는 것도 좋습니다. 취재 중에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그늘이 있는 곳에서 적당한 휴식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보다 생수나 이온 음료를 마시는 편이 낫습니다. 취재 현장에서 적극 적용해야 할 방법들로 보입니다.    어느 학자의 말이 기억에 또렷이 남습니다. 올해 우리가 경험한 이 여름이 앞으로 경험할 여름 중에 가장 시원하다고 합니다. 이보다 더운 여름이 우리의 일생 동안 계속될 예정입니다. 이제 기후변화와 폭염이 우리의 동반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행동할 때입니다.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우리의 안전입니다. 폭염을 현명하게 대처하고 자신의 안전을 지키며 현장을 누비는 ‘기후위기 시대의 영상기자’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SBS 양지훈 기자 
    2023-08-31
  • 지역에서는 이미 불거진 문제, 아쉬움만 가득한 잼버리 조기퇴영
    [현장취재기] 지역에서는 이미 불거진 문제, 아쉬움만 가득한 잼버리 조기퇴영  잼버리가 열리기 두 달 전 새만금 잼버리 부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런 곳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다고?’였다. 장화가 없으면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는 발이 푹푹 꺼지는 뻘밭에 그늘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광활한 간척지, 두 달 후에 4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모일 국제 행사를 치러야 할 곳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잼버리 불안한 시작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오래전부터 적어도 전라북도 지역 기자인 우리에게는 골칫덩어리 같은 존재였다. 잼버리 개막 전부터 배수 문제, 폭염 대책 미비 등 끝없는 문제를 제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위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라는 말만 반복했을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너무도 당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고 ‘우리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언론의 문제 제기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모습이었다.    결국 잼버리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은 채 불안한 개영을 했다. 잼버리 첫날 현장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무질서 그 자체였다. 체감온도가 약 4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자신들의 숙영지를 배정받지 못한 채 땡볕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는 대원들, 작은 부채에 의존해 더위를 견디고 있는 대원들 등 ’스카우트 정신’으로 포장하기엔 청소년들에게 너무 가혹한 환경이었고 정말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생각에 개막 첫날부터 잼버리의 문제점에 대한 리포트를 제작했다. 굳이 문제가 되는, 될만한 곳을 찾아 취재하지 않아도 잼버리는 카메라를 가져다 대는 모든 곳이 문제였다.    오전부터 시작되는 조직위 브리핑을 시작으로 취재기자와 함께 잼버리 현장을 이리저리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현장의 분위기와 상황을 모두 카메라에 담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위생 문제, 식사 문제, 성추행 논란 같은 사건·사고가 쏟아졌고 조기 퇴영을 하는 국가들이 생겨나는 등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든 상황들을 담아내기 위해 취재, 영상기자 모두가 주말을 반납하고 잼버리에 매달려야 했다.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잼버리  결국 새만금 잼버리는 조기 퇴영으로 막을 내렸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끝나서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만금 잼버리는 4만여 명의 청소년들과 12일간의 일정을 진행하기에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너무도 많이 받았다.    잼버리는 참가 대원들뿐만 아니라 전라북도 지역민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 웰컴센터에 만난 자원봉사자 어머니는 먼 곳에서 찾아온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새만금 잼버리의 시작과 끝을 가장 가까이에서 봐왔던 영상기자로서 잼버리의 이런 찝찝한 마무리는 너무나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는 잼버리의 후속 리포트를 제작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잼버리는 끝났지만 기자들에게 잼버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잼버리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후속 취재들을 통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문제점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 이것이 상처받은 이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잼버리와 같은 미숙한 국제 대회 운영은 더 이상 한국에서 볼 수 없기를 바란다.    전주MBC 조성우 기자 
    2023-08-31
  • 기후변화로 달라진 기상 재난 현장.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기후취재특집]  기후변화로 달라진 기상 재난 현장.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현세 인류의 기원은 약 250만 년 전으로 본다. 그리고 인류는 약 249만 년을 원시인 형태로 살았다. 이유는 기후다. 약 1만 2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인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가 끝나고 현재의 온난한 기후 시대인 홀로세(Holocene)로 접어들면서 인류의 번성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지질시대는 급격한 자연환경 변화의 흔적에 따라 나누게 되는데 일부 학자들은 인간이 가장 살기 적합한 홀로세가 약 1,000만 년은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제 1만 년 조금 지났으니, 앞으로 9천9백9십9만 년 동안 지구의 지질학적 기후는 홀로세여야 한다. 그러나 홀로세는 그 수명을 1/1000도 채우지 못하고 끝나고 있다. 1995년 오존층을 발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과학자 파울 크루센은 인간 활동이 지구 생태계와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약 150년 전 산업혁명 이후의 시대부터 인류세(Anthropos)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로 진입했음을 주장했다. 인간 활동에 의한 급속한 이산화탄소 증가로 지구가 갑작스레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전(全) 지구적 환경이 급속히 바뀌고 있음은 이제 누구나 인정한다. 국가간 기후협약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기후변화에 관한 6차 보고서는 현재의 급격한 전 지구적 온도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50년 만의 찾아오는 극한 기후가 10배 이상 증가 하게 됨을 예상한다.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 그 후년에 더 강한 태풍이, 더 많은 비가, 더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극한의 기상은 기존의 인간 환경으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가 없다. 이라크는 체감온도 60도를 넘기고 있고 유럽은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동남아는 태풍의 시기가 아님에도 100년 만의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반 시설들이 초토화되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장마에 들이닥친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고 지하차도는 순 십간에 침수되어 안타까운 희생자들이 속출했다. 그리고 연이은 폭염은 야외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거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곧 불어 닥칠 태풍은 또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제 일상이 재난이 되고 있다. 재난 보도는 언론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이기에 올해도 어김없이 태풍을 쫓아 다니면서 재난 보도를 하게 될 것이다. 폭염 환자가 속출한 잼버리의 파행을 취재한 기자들은 고스란히 땡볕에 노출된 채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홍수로 침수된 거리에서 몸이 반쯤 잠긴 기자들의 스탠드업은 여전히 전파를 타고 있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시청자들에게 위험지역에서 대피할 것을 전하지만 기자 본인들은 오히려 불나방처럼 재난 현장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것이 현장 기자들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재난 현장의 양상이 달라졌다. 수해 지역에서 아무런 안전 장비 없이 수색하던 해병대 병사의 죽음은 재난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언론사 마다 재난 보도 준칙이 마련되어 있지만 여전히 현장 기자들의 안전 문제에는 구체적인 지침이 부족하다. 또 언론진흥재단 등에서 매년 실시하는 언론인 인식조사를 보더라도 노동환경 이슈에 기자들의 재난현장에서의 위험성과 사고 사례에 대한 조사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폭염 속에서 하루 종일 현장중계와 영상취재를 하던 저년차 영상기자가 탈수 증상으로 쓰러진 사건이 있었다. 태풍 취재를 위해 방파제 앞에서 파도에 휩쓸려 사망한 영상기자도 있다. 영상기자라면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해 봤을 위와 같은 상황의 취재에서 우리는 어쩌면 운 좋게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지 모른다. 기후는 장기간의 걸친 기상현상을 말한다. 기후위기 보도는 자연스레 기상현상을 수반한다. 기후가 변하고 있음은 그만큼 기상환경이 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것도 혹독하게 변하고 있다. 극한 기상환경의 취재는 주로 저년차 기자들이 맡게 된다. 그렇기에 선배들의 예전 경험으로 취재 지시를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현장의 기자들은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상환경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현장을 전달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장의 영상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건 영상기자들의 숙명이다. 그러나 그 어떤 현장성도 기자들의 안전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 CCTV, 위성영상 등 첨단 기법을 활용해서 시각적인 피해 상황을 종합적으로 전달 하고 재난 현장에서의 취재 안전 대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또 나와서는 안 된다. 달라진 기후변화 현장에 과연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지금 당장 돌아봐야 한다. 현기택 / MBC, 편집장 
    2023-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