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BS 강명철
<생태리포트 [침입자의 경고]>
꽃사슴의 경고, 인간이 만든 ‘침입자’에 대한 기록
안녕하십니까. 오늘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니 수상의 기쁨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이 함께 느껴집니다.
제가 기록한 영상 속 현실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 한라산에 터를 잡은 꽃사슴은 평화로운 ‘공존의 상징’이 아니라, 고유의 제주 생태계가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에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꽃사슴은 한라산의 토착종이 아닙니다. 자연의 선택이 아니라 사람의 선택으로 이 땅에 들어왔고,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번식하면서 지금은 제주 고유 생태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습니다. 처음에 꽃사슴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저 신기하고, 예쁜 동물로만 보였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제주 고유 식생을 훼손하고, 토착 노루와 작은 동물들의 삶의 터전을 밀어내는‘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의 시선이 쉽게 닿지 않는 자연의 현장을 관찰카메라로 기록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판단 없이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꽃사슴이 어린나무와 초본 식생을 갉아 먹고, 토착 동물들과는 먹이와 서식지를 두고 경쟁하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그 장면들을 마주할 때마다 ‘귀엽다’라는 감정보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이제 제주도는 꽃사슴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고, 관리와 개체 수 조절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꽃사슴이 한라산에 인간에 의해 방사된 지 30여 년 만입니다. 이제 꽃사슴엔 ‘침입자’ ‘교란’ ‘위협’이라는 단어들도 함께 따라붙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문제를 단순히 동물의 책임으로만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시작은 자연이 아니라, 결국 인간의 결정이었기 때문입니다. 환경을 바꾸고, 종을 들여오고, 그리고 그 결과를 다시 자연에 떠넘긴 것도 우리였습니다. 그 책임 역시 우리가 함께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상을 받으며 다시 한번 마음에 새깁니다. 자연은 우리 모두의 터전이며, 그 균형을 지키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사실입니다. 외래종이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깊이 이해하고, 제주 고유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지혜를 모으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작은 경고가 되고, 또 다른 선택을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상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함께 뛰어 준 동료들, 그리고 자연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더 낮은 자리에서 끈질기게 기록하고, 알리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