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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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장 곳곳으로 스며든 인공지능, "속도보다 중요한 건 신뢰“

방송 뉴스 제작 현장에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KBS는 AI 통합 시스템 'KAIROS'를 전사적으로 도입해 뉴스 제작 전반에 AI 프로덕션을 접목하고 있고, MBC는 AI 전담 사내기업 '도슨트11'을 설립해 기민하게 대응에 나섰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언론계도 마찬가지다. 올해 퓰리처상 수상자 중 8명이 기사 작성에 AI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AI는 이제 특정 언론사만의 실험이 아니라 전 세계 저널리즘의 공통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 편리함 뒤에 남는 질문들
그러나 제작 일선에서는 AI의 전면적 도입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TTS(Text-to-Speech) 활용을 둘러싼 갈등이다. 아나운서나 성우의 음성을 등록시켜 내레이션을 손쉽게 생성하려는 시도에 대해 해당 직역 종사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KBS 역시 기자들을 대상으로 TTS 서비스용 음성 샘플 등록을 진행 중이지만, 참여율은 한 자릿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의구심도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본인의 동의 없이 자신의 인격권이 활용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기자들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AI 활용의 범위와 층위가 다양해지면서 그 깊이와 한계를 둘러싼 고민도 커지고 있다. 각 언론사와 언론지원단체, 언론노조 등 여러 유관 단체가 저마다 AI 제작·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기준으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언론사별로 처한 상황이 제각각인 데다,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단체들의 강제력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위험한 분쟁 지역과 재난 현장, 격렬한 시위 최전선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영상 저널리스트들이 직무 중 겪는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신음하고 있다. 현장 기록자들의 상처를 방치할 경우, 저널리즘의 붕괴는 물론 언론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최연송)와 5·18기념재단, 서강대 미디어정신건강치유연구단 ‘레메디아’는 지난 5월 16일 광주에서 ‘분쟁지역 영상저널리스트의 기록과 상처’를 주제로 언론 세션을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국내 영상기자들의 트라우마 실태를 학술적으로 검증한 최초의 조사 결과와 함께 현장 기자의 증언, 공적 대안 등이 쏟아졌다.
발제자로 나선 서강대 조재희 교수는 협회 소속 영상기자 1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5.6%가 참사 현장에서 직무 중 맞닥뜨리는 위험 사건 23개 유형 중 무려 7가지 이상을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자들의 평균 위험 사건 경험 개수는 10.1개에 달했다.
조 교수는 “영상기자가 매일 접하는 현장이 개별적으로는 사소해 보일지라도 위험 경험이 누적되면서 고강도로 축적돼 복합적인 PTSD 증상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구팀은 경로분석을 통해 ‘외상 유발성 사건 경험 ➔ PTSD 증상 발생 ➔ 직무 이탈성 번아웃 발생’으로 이어지는 정신적 손상 구조를 확인했다. 고통스러운 현장을 지속적으로 목격한 기자가 결국 직무를 기피하고 조직을 이탈하게 된다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다.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지난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부천 웹툰융합센터에서 '영상기자를 위한 AI 영상 제작 및 업무 자동화 실무 과정'을 개최했다. 이번 교육은 생성형 AI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영상기자의 취재·제작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실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 참가자들은 이미지 생성부터 영상 제작, 음악 생성, 업무 자동화 도구 활용까지 생성형 AI 기반 콘텐츠 제작 전 과정을 직접 실습했다. 특히 AI를 활용한 영상 제작, 방송용 로고송 제작,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현업에 적용 가능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AI 기술의 실질적인 활용 가능성을 체험했다.
교육에 참여한 회원들은 "막연하게만 알던 생성형 AI를 직접 실습하며 익힐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현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유익한 교육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구성원 전체가 함께 수강하면 좋을 만큼 실질적인 내용이었다", "AI를 활용한 영상 제작과 업무 자동화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AI가 새로운 제작 환경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 자리잡고 있는 흐름을 확인하는 한편,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사실 검증과 출처 확인 등 언론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어 “심화 과정이 개설된다면 다시 참여하고 싶다"며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AI 도구 활용법을 더욱 심도 있게 다루는 후속 교육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영상기자들이 매일 마주하는 취재 현장은 시각적 충격과 신체적 위협, 그리고 고강도의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이 쉴 새 없이 축적되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들이 기록한 진실의 무게만큼 영상기자들의 가슴에 생긴 상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여겨온 게 현실이다.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최연송)는 서강대 레메디아 연구단(단장 조재희 교수)과 공동으로 5월 16일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광주민주포럼 공동 세미나 ‘분쟁지역 영상저널리스트의 기록과 상처’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영상기자들의 정신건강 실태를 집중 조명하고, 나아가 이들이 다시 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사회적 인정’의 가치와 공적 치유 체계 구축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재희 교수(서강대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는 한국 영상기자들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겪고 있는 고강도 트라우마의 실태를 공개했다.
조재희 교수 연구팀은 영상기자들이 직무 중 맞닥뜨리는 직접적 사건 유형 9가지와 취재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목격하게 되는 취재 사건 유형 14가지 등 총 23가지의 세부 위험 유형을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