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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한국영상기자상 보도특집 다큐 부문 - 포항MBC 박주원 <100년의 바다, 감포>

관리자 2026-07-14 조회수 95

 포항MBC 박주원

<100년의 바다, 감포>



행정의 기록을 넘어 삶의 기억으로감포 100년의 숨결을 담다

 

 

 2025년은 감포항이 조선총독부 ‘지정항’이 된 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다큐멘터리 〈100년의 바다, 감포〉는 그 행정적 기록 이면에서, 바다를 터전 삼아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을 따라가는 작업이었습니다. ‘개항’이라는 표현 대신 ‘지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이곳이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이미 항구로서 기능해 왔기 때문입니다. 숫자로 남은 기록보다 먼저, 감포에는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있었습니다.

 

 뉴스 현장은 늘 짧고 빠른 호흡으로 움직입니다. 매일의 마감 속에서 영상기자는 찰나의 장면을 포착하는 데 집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공간과 사람의 시간은 쉽게 축약되곤 합니다. 처음으로 장편을 제작하면서 그동안 뉴스 화면에 스쳐 지나갔던 감포를 빠르게 소비되는 장면이 아니라, 맥락을 가진 기록으로 남겨보려 했습니다.

 마을에 머물며 풍경과 주민들의 일상을 기록하는 과정은 촬영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감포가 지닌 밀도와 리듬을 화면에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제작 내내 이어졌습니다. 새벽 어시장의 분주함, 바다에서 돌아온 어업인들의 표정, 추운 겨울 바다를 오가는 해녀들의 모습은 반복되는 일상이었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이 축적되어 있었습니다.

 수중촬영과 fpv, 타임랩스와 로그(Log) 촬영 등 기술적인 시도도 병행했습니다. 100년이라는 시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같은 공간을 시간대별로 반복해 방문하며 관찰했고, 후반 영상 작업에서는 현장의 질감과 계조를 살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기술이 아니라 현장에서 보낸 물리적인 시간이었습니다. 마을에 오래 머무를수록 카메라는 조금씩 주민들의 삶에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주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감포를 지탱해 온 힘이 무엇인지 알게 됐습니다. “나라를 빼앗긴 시절에도 바다가 있어 살 수 있었다”, “감포 사람들은 그냥 다 열심히 산다”라는 말처럼,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태도가 이 마을의 시간을 만들어왔음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촬영과 편집 과정에서도 인위적인 수사를 덧붙이기보다, 주민들의 호흡과 리듬을 그대로 담는 데 집중했습니다.

 또한 사내 자료실의 영상 자료와 1930년대 지도, 문헌 등 감포의 과거를 보여주는 사료들을 발굴해 현재의 장면과 연결했습니다. 화면 자체가 이야기를 설명할 수 있도록 내레이션은 최소화했습니다. 

 감포는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매일 새벽 항구에서 시작되는 삶의 밀도가 높은 곳입니다. 낡은 골목을 고쳐 새로운 삶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손길과, 여전히 그물을 손질하는 손길이 같은 시간대에 존재합니다. 이런 감포의 일상이 시청자들에게도 잘 전달되었길 바랍니다.

 

 이번 제작을 통해 영상기자로서 ‘기록한다’는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촬영은 고되지만, 현장에 머물며 이야기를 쌓아가고 시간을 기록하는 과정에는 분명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 감정을 잊지 않고 사람들 사이 현장에서 오래도록 카메라를 들고 싶습니다.

 제작 과정 내내 함께 고민한 보도부 박성아 선배와 노유정 작가님, 현장에서 고생해 준 오디오맨들, 그리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영상미디어부 선배들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카메라 앞에 기꺼이 내어준 감포 주민들께 이 상의 의미를 돌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