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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은 어떤 엽기적 살인사건을 보도하면서 피의자의 초상을 공개하였다. 피의자의 초상을 공개하면서 관련 근거법률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기도 하였다. 과연 피의자의 초상이 국민의 알권리인가 하는 점에 있어서,분명한 것은 아마도 호기심차원이지 알권리의 대상은 아닐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피의자의 초상은 알려지지 않을 권리’에 해당될 것이다. 피의자의 초상공개목적이 재범방지와 예방 차원이라고는 하나, 지명수배과정이라면 이해되지만 이미 체포되어 수감된 범인의 초상은 그런 가치조차 없다. 이미 주지하다시피 형법의 기초이론으로서 ‘피의사실공표금지의 원칙’이 있고, ‘무죄추정의 원칙’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법리는 잠시 접어두고서라도 더 큰 문제는 피해자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분하고 억울하여 한번 보기만 해도 치가 떨리고 당장 처단하고 싶은 유족들의 가슴에 기름을 붓는 격이 아니고 무엇인가? 꿈에 보일까봐 눈뜨고 보기 역겨운 그 흉측한 악마의 얼굴이 한두 번도 아니고 하루 종일 반복 방송된다면 과연 유족들은 텔레비전 수상기를 부숴버리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가 저지른 죄악이 극악무도한 반인륜적인 범죄인데 뭐가 자랑스럽다고 면도를 말끔히 한 단정한 범인의 얼굴을 반복 방송하는 것일까? 그에게 국민적 동정심이라도 유발하여 판결에 반사이득을 얻기라도 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그가 만일 우리 국민이라면그의 자식이나 가족에게 살해위협을 조장하거나 방조할 불순한 의도라도 숨어있다는 것일까? 연좌제가 폐지된 현실에서 국가가 제2의 살인범죄유발을 자극하는 효과는 없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비록 특별법에 근거하고 있다고는 하나 형사피의자 초상공개가 인권선진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평등권에 반하는 위헌소지가 없는지도 곰곰이 살펴야 한다. 정말 하고싶지 않지만, 피의자의 초상공개가 시청률이나 신문의 판매부수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 혹시 그런 오해에 대하여 당당할 수 있는지도 묻고 싶다.이미 살인귀공자 ‘테드 번디사건’에서도 30여 명 이상의 여인을 극악무도하게 살해한 명문대 학생이 귀공자상의 초상공개로 살아남았고, 300여 명의 무고한 중동근로자를 공중폭파로 살해한 살인범도 우리 사회에 생존해 있다. 이들의 생존은 초상공개에 의한 국민적 동정여론과 정서에 무관하지 않았다. 

과연 그것이 ‘법 앞에 만인평등(Every body is equal under the law.)'과 합치되는 것인지는 천천히 이야기해도 좋을 것이다. 한때 우리는 OECD국가로서는 유일하게 경찰서 유치장에 피의자들의 수갑 찬 모습을 아침마다 뉴스로 방송한 나라였다는 점을 고해성사로 치자면 그래도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수소이재주, 역소이복주’라는 말이 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나, 뒤엎기도 한다’는 뜻이다. 즉,언론은 인권을 띄우기도 하지만, 자칫 뒤엎을 수도 있다. 헤겔의 법철학 서문에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난다’라는 말도 등장한다. ‘어떤 사건이 한참 터질
때는 잘 파악되지 않는 것도 사건이 잠잠해지면 그 실체나 진실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강력범죄자의 초상권문제는 이미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따라서 단순히 시행착오라고 변명하기엔 너무 궁색한 문제이다. 형사피의자 초상공개에 관한 법률이 과연 위헌인지도 <법무부>나 신설된 <국민 안전처> 등에서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선진국이라면 경제와 더불어 법치도 구현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미 지구촌에서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이라는 명성을 얻은 만큼, ‘인권 강국’의 수준도 박자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형사피의자의 초상공개를 당연시하는 국가는 피의자나 유족의 입장 어느 편에서 보나 인권선진국으로 인정받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식적으로나 법률적 관점에서 언론의 올바른 자세도 아니라는 것이 순수한 개인적견해이다. 언론이 단지 국민적 호기심의 충족을 위해서라면 그저 한 두 번의 순간적인 초상공개로 족할 것이고, 유족도 그 정도는 충분히 수인(受認)하여 감내할 수 있을 것이지만,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흉측한 범인의 얼굴을 반복하여 보도하는 것은 과연 유족이나 시청자 누구에게 기쁨이 되고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류종현 / MBC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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